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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지 않는 돌고래 편집장이 쓰라고 해서 쓴다.

 

- 의식의 흐름대로 쓰겠다.

 

- 계속 3차 대전이 일어날 거 같냐, 혹은 이란과 미국이 전쟁할 거 같냐 묻는 사람이 있다. 내 개인적 판단으론 전쟁 안 난다. 순전히 내 개인적 판단이다.

 

- 개인적 판단이지만, 트럼프는 이 네 방(헬 파이어 4발을 날렸다. 그중 2발이 솔레이마니에게 날아갔다)으로 4타3피 이상의 이득을 봤다고 생각한다.

 

- 이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이 하나 있다. “김정은은 죽어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거다.”란 생각이었다.

 

 

 

장면 1.

 

“우리는 어젯밤 3곳을 보복하려고 했고, 얼마나 많이 죽느냐고 물었더니 150명이라고 장군이 대답해. 공격 10분 전에 내가 중단시켰다.”

 

트럼프의 트윗이다. 이 트윗이 올라간 날짜가 언제일까? 2019년 6월 21일이다. 그 전날 이란과 미국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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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20일 미 해군의 MQ-4C 트리톤(triton)이 격추됐다. 일반인들에게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일 거다 언론 보도에서는 그냥 단순히 ‘무인기 격추’라고만 나와 있는데, 간단히 말해서.

 

“글로벌 호크의 해상 버전”

 

이라고 보면 된다. 국가 단위의 전략정찰을 위해 만들어진 게 글로벌 호크다. 그 글로벌 호크의 해상버전이 격추된 거다.

 

(이란과 미국에게 있어서 ‘드론’이란 이름은 애증의 다른 말일 거다. 드론이 격추되기도 하고, 드론으로 공격도 하고...그리고 드론으로 죽기도 하고 말이다. ‘드론으로 흥한 자 드론으로 망했다.’가 딱 맞는 말이다. 이란의 드론 개발 능력, 그리고 베일에 싸여 있는 드론 격추 능력은 정말 궁금하다. 이란은 드론 강국이다. 작년 9월 15일 사우디아라비아 ‘아브콰이크(Abqaiq)’의 정유 시설과 ‘쿠라이스(Khurais)’의 원유생산 기지를 타격한 드론은 이란이 만든 거였다. 예맨의 후티 반군이 이걸 운용해서 전과를 올렸다고 하는데, 이란의 대규모 지원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흔히 이란의 과학기술이 별거 아닐 거라 생각하지만 1980년대부터 드론을 개발하고 띄웠던 게 이란이다. 2011년 11월 이란 상공에 떠 있던  RQ-170의 GPS신호를 낚아채 이란 비행장에 착륙시킬 정도로 이란의 기술력은 상당하다. GPS스프핑이라 불리는 이 기술은 RQ-170에게 아프가니스탄 미군 공군기지라는 가짜 GPS 신호를 보내 이란으로 착륙시키게 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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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야기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우선 당사자인 솔레이마니부터 보자. 일부 언론에서 그를 ‘국방부 장관’이라고도 하고, 일부에선 ‘유력 군사지도자’라고 말하는 걸 봤다. 이건 오보라기보다는 이란의 ‘특이한’ 군사체제 때문에 생긴 일이다.

 

1979년 이란의 팔레비 왕조가 회교혁명으로 무너진다. 1979년 이전까지 이란은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최우방국이었다. 당시 미국 해군만이 보유하고 있던 F-14 전투기를 이란에 판 건 물론이거니와 외교적으로도 정말 친밀했다(이 당시 이란은 공군 장비는 미국산으로, 육군 장비는 영국산으로 맞추려고 작정한 듯 보였다. 세계 4위의 원유 매장량, 2위의 천연가스 매장량, 인구는 거의 8천만에 육박했고, 서방에 거의 근접한 세속주의에 중동지역 최고의 교육 수준까지. 시아파 최고의 맹주이면서, 중동의 패권국가라 불려도 손색이 없었던 게 이란이었다. 이 모든 게 회교혁명 한 방으로 무너졌다).

 

호메이니옹이 집권하고 나서 이란은 신정국가가 됐다(이때쯤이면 미국과 이란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으로 난입해서 미국 대사관 직원들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였으니 말이다. 볼 짱 다 본 거다). 혁명이 성공하고 두 달 후인 1979년 4월 호메이니옹은 하나의 명령을 내린다.

 

“이슬람 혁명을 수호하는 군대를 만들라.”

 

이란 혁명수비대(IRGC : The 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의 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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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헌법에 명시돼 있는 혁명수비대의 역할을 보면 혁명수비대가 이란 내에서 어떤 ‘위치’인지 알 수 있는데, “쿠데타 및 외국 간섭을 방어해 이슬람 체제를 수호한다.”라고 나와 있다. 쿠데타를 방지한다? 이건 이란 정규군보다 상위에 있다는 걸 의미한다. 실제로 정규군을 통제한다. 아니, 그 이전에 이란 행정부 자체를 통제한다고 보면 맞다.

 

혁명수비대가 이란 정규군과 전혀 별개이고, 이슬람 혁명 세력의 친위부대라는 건 그 간부들의 임명만 봐도 알 수 있다. 혁명수비대 총사령관과 주요 간부들은 이란 시아파 최고 성직자 겸 국가 지도자인 아야톨라가 임명한다.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의 ‘종교 수호자’가 혁명수비대이다.

 

헌데 혁명세력들이 이란을 완벽히 통제했다 하더라도 이게 뒤집힐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팔레비 왕조 시절 세속주의에 찌든 이란인들을 통제하기 위해 ‘종교 경찰’을 총동원해 이란 국민을 억압(?!) 했다. 대표적인 게 ‘히잡’이었다. 팔레비 왕조 시절엔 근대화의 상징으로 여성들의 히잡 착용을 폐지했는데, 회교 혁명 이후 호메이니옹은 ‘이슬람 정신을 되살리겠다!’라며, 여성들의 히잡 착용을 강제했다.

 

국민들은 종교경찰을 통해서 통제한다 해도 문제는 ‘군대’였다. 언제나 그렇지만,

 

“독재자가 가장 믿는 건 군대이며, 가장 의심하는 것도 군대이다.”

 

이슬람 원리주의를 내세운 이란이지만, 이걸 지켜내려면 군대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군대를 믿을 수 있을까? 팔레비 왕조시절 팔레비 국왕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게 군대 아닌가? 이슬람 혁명세력들은 그들만의 군대가 필요했다. 그래서? 또 다른 군대를 만들었다.

 

이란의 군사 체제는 정규군+이란 혁명수비대+경찰(경찰을 우리나라 경찰로 생각하면 안 된다. 프랑스나 터키 경찰처럼 헌병기능도 하는 게 이란 경찰이다. 물론, 전투도 가능하다)이다. 여기선 정규군과 이란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말해보겠다.

 

정규군은 대외적으로 이란 공화국군이라 불리는데, 말 그대로 ‘정규군’이다. 총 병력 54만 정도이고, 징병제로 병력을 충원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육, 해, 공군을 갖춘 군대이다. 그리고 여기에 붙는 게 이란 혁명수비대다. 내 기준에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2차대전 독일의 SS(친위대) + 북한의 국가보위성 = 이란 혁명수비대

 

라는 공식이 나온다. SS가 처음 나온 게 히틀러 경호였다가, 독일 국방군을 견제할 정도가 됐다. 북한의 국가보위성도 마찬가지다. 국가보위성은... 군대이면서, 비밀경찰이고, 또한 첩보기관이기도 하다. 열핏 혁명수비대와 비슷하다. 그러나 성격이 다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독자적으로 육, 해, 공군을 보유하고 있다(이란 혁명수비대 공군은 작전기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미사일을 운용한다. 중동지역에서 가장 많은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군대, 그게 바로 혁명수비대다). 병력수도 15만 명 정도 있고, 징병으로 뽑힌 군사들이 아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독자적인 군사학교를 가지고 병력을 선발하고, 훈련하고, 배치한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이란 혁명수비대에는 다른 ‘이물질’이 섞여들어 갈 확률이 매우 적다는 의미다. 가리고 가려서 뽑은 이슬람 혁명 전사들이다. ‘종교의 힘’에 더해서 ‘엘리트 의식’, 거기에 이에 상응할 만한 ‘부와 명예’까지 안겨다 준다.

 

일반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란은 ‘혁명수비대의 나라’이다. 오죽하면,

 

“혁명수비대가 곧 이란이다.”

 

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건 농담이나 과장이 아니라 사실 그 자체를 말한 거다. 혁명수비대는 단순한 ‘군대’가 아니다. 혁명수비대의 진정한 힘은 ‘무력’아 아니라 ‘사람과 돈’에서 나온다. 하나씩 설명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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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사람이다. 이란의 고위층을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 혁명수비대 출신들이다. 국방부 장관은 물론, 내무부 장관, 석유장관을 물론 국회의원들과 수많은 지자체장들이 전부 혁명수비대 출신들이다. 이들이 이란 사회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 촘촘히 박혀 있다.

 

여기에 돈의 세례가 떨어진다. 혁명수비대는 북한의 보위성처럼 독자적인 경제활동을 한다. 문제는 그 규모인다. 보위성과 비교하는 게 미안할 정도로 규모가 엄청나다. 자료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략 이란 GDP의 20~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란이 2018년 이후 계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지만(누구 때문인지 알 거다) 대략 GDP가 500조 내외이다. 그중 20%만 따져도 100조다. 혁명수비대는 최소 100조를 움직이는 군대인 거다.

 

믿기지 않겠지만, 혁명수비대는 일종의 ‘공기업’이라고 보면 된다. 아니, 재벌에 가까운 공기업이란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석유나 천연가스 업체를 가지고 있는 건 당연한 거고, 건축업체에, 통신업체, 항만 관리 업체, 유통업체, 무역업체 등등을 가지고 있고 자동차 생산도 한다. 이렇게 눈에 띄게 큰 사업도 하지만 소소한(?) 것들까지 다 건드렸는데, 영화제작에 닭을 키우기도, 양봉 사업을 하기도 했다. 돈이 된다면 뭐든 하는 거였다.

 

(당연하게도 세계 금융시장에서 혁명수비대는 군대가 아니라 ‘공기업’으로 분류해서 투자도 하고, 투자유치도 한다. 다시 말하지만, 혁명수비대는 군대의 수준을 넘어선 집단이다)

 

그렇다고 혁명수비대가 껍데기만 군대인 허접한 군대냐면 그건 아니다. 혁명수비대가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건 그들이 피로써 자신들의 실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라크와의 기나긴 전쟁을 치르면서 혁명수비대는 쏠쏠한 활약을 했고, 부지런히 실전을 치러왔다.

 

혁명수비대가 참전한 전투만 대충 꼽아 봐도 이란-이라크 전쟁, 보스니아 내전, 시리아 내전, IS와의 전쟁 등등 안 끼는 곳이 없다. 혁명수비대는 크게 5개의 덩어리로 구성돼 있는데, 바로 육, 해, 공군과 바시즈(Basij), 그리고 알 꾸드스 여단이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게 혁명수비대의 칼과 방패다(이건 내가 명명한 거다). 혁명 수비대의 방패는 바시즈(Basij)들이다. 이건 혁명수비대의 뿌리와 같은 존재인데, 겉은 민병대인데 국가가 공인한 ‘깡패’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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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건 이 깡패집단들이 온갖 혜택을 다 받는다. 11살 때부터 바시즈에 가입할 수 있는데, 신념과 활동지수 등등을 평가해 승급하면 온갖 사회적 혜택을 다 누린다. 대학 학부생의 40%로 석박사 과정의 20%를 바시즈 대원으로 할당하도록 한 걸 보면 알 거다.

 

이란 전역에 5만 개 가까운 지부를 두고, 약 1,300~1,500만 명의 대원들을 거느리고 있는데, 이들이 하는 짓이란... 뭔가 개혁적인 후보가 나오거나 하면 가서 깽판을 치거나 불을 지르거나 죽이는 거다. 정치깡패다. 그것도 ‘군사훈련’을 받는 정치깡패다. 애초 혁명수비대가 이슬람 세력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지 않았는가? 바시즈는 이란 국내에서 반혁명 세력이 자라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맡은 거다.

 

바시즈가 이란 내에서 ‘방패’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 알 꾸드스 여단은 대외적으로 이란의 ‘’ 역할을 하는 존재다. 혁명수비대의 최정예라 불리는 알 꾸드스를 이끄는 자가 바로, 이번에 사살된 솔레이마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