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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
- ARTIST: 피아 (PIA)
- TITLE: 3RD PHASE
- GENRE: ALTERNATIVE METAL
 

 




 




 
 압도적인 리듬섹션의 난타전
 

"우와. 줄 끊어져도 암 상관도 없네?"
"당연하잖냐, 마. 베이스는 줄 하나만 있어도 돼.."
"뭐야, 스틱 빠사져도 리듬은 걍 가네?"
"짜식은, 당연한 거에 자꾸 거품 물기는. 얌마, 드럼은 팔 하나 다리 한 짝만 있으몬 돼.."

 

어느 라이브를 구경하던 록밴드 지망생 둘의 대화다. 끊어진 건 베이스기타 2번 줄이고, 하나만 있어도 된다는 줄은 4번 현을 말한다. 팔 하나는 스네어 드럼, 다리 한 짝은 킥드럼(베이스드럼)을 각각 때리고 밟는 걸 가리켰던 거다. 약 15년 전 이바구다.

 

피아의 전작 <ARROGANTEMPIRE.XXX>은 대체로 만족스런 데뷔앨범이었으나, 본질적 측면인 헤비한 싸운드와 외려 주변요소였던 멜로디칼한 면이 군데군데 충돌하였고 어떤 곳에선 지나친 솜털 멜로디가 빼빠 싸운드를 머쓱하게 만듦으로써 주객전도의 해프닝적 면모를 노출했더랬다. 그러나 레코딩, 연주, 사운드 메이킹, 작곡 여러 측면에서 발군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당 앨범은 전작의 그런 부분적 오류가 말끔히 제거돼 있다. 보칼리스트가 노래를 정말 잘 한다라는 느낌이 드는 데, 멜로디가 잘 씌어졌다는 것과 동전의 양면이겠다.

 

무엇보다 본작에서 돋보이는 점은 기범과 혜승이라는 베이스+드럼 2인조 리듬파트다. 앨범 전반에 걸쳐 드러나는 이들의 연주는 좋은 악곡과 질 좋은 싸운드메이킹을 시종일관 압도하는 것이어서, 각 트랙에 뚜렷한 구조성을 부여하고 있다. 특히 [융단]에서 들리는 그야말로 융단처럼 쏟아져 깔리는 난타전과 [유리턱]에서의 화려한 색채감이 뚝뚝 묻어나는 깍아놓은 듯한 리듬섹션은 요쪽 계열에선 국내외를 막론, 근자에 우원이 음반으로 접한 것들 가운데 가장 즐거웠다. 비록 주법이나 프레이즈가 오소독스한 성격일지라도 결국 선택과 분배, 배치의 문제 아니던가.

 

80년대 후반인가, 90년대 초반엔 밴드하겠다는 넘들을 일렬로 세워보면 열에 여덟은 기타쪽에 붙었다. 그나마 좀 하는 애들이 기타리스트로 임명되고 나면, 퉁퉁 분 나머지 넘들은 드럼으로 베이스로 강제투입되었고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넘은 보칼로, 건반주자는 키보드를 가지고 있는 넘만 했다. 요즘 록키드들도 그러나? 아니겠지.

 

줄 하나만 있어도 연주 가능하고, 팔다리 한 짝씩만 있어도 카바된다며 베이스, 드럼을 지렁이 갈빗대 취급하던 그런 풍토가 아직까지 잔존한다면 우끼는 일이다. 그래도 혹시나 그런 흰소리를 하는 치들이 있다면 당 앨범을 들려주라. 기타만 멋있어하고 좋아하는 록키드들에게도.

 

Grade 2

 

- 쪼인트 (kyeongcheol@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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