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꼽싸리] 비흡연자로서 나도 한마디 하자 2003.11.10.월요일
"담배 피우려면 피우세요. 괜차나요. 허허허" 올 겨울 똥폼 좀 잡아보려고 뽀드 동우회에 가입한 후 첫번째 신입회원 오프 모임에서 앞 자리에 앉은 선배넘들이 나에게 한 말이다. "아니요. 저 담배 안 펴요" 이러고 씨익 백만불 짜리 빠다미소를 날려주자 바로 돌아오는 뻐꾸기.. "괜찮다니까요. 여기는 열린 모임이에요. 그런 것 같고 머라 안해요. 허허허" 염병할.. 말 끝에 접미사처럼 붙는 허허허 라는 웃음 소리가 약 3초동안 신경쓰인다. 이데올로기까지 라고 말하면 넘 거창하지만 그 웃음에 함의된 몇가지의 메시지를 나는 재빠르게 읽어 내린다. 하도 저런 비슷한 시츄에이숑을 여러번 겪다 보니 이제는 척하면 삼천리 연탄이다. 여자에게 담배를 오케이 함으로써 지 모임에 대한 개방성을 은연중 과시하고 또한 남성임에도 일케 관대한 멘트를 날릴 수 있다는 요 녀석들의 나르시즘. 이럴 때는 약간의 감동 50프로, 부끄러움 50프로를 살짜꿍 버무려 앞에 있는 담배에 손을 쭉 뻗어 줘야 재수 없는 내숭녀라는 낙인으로부터 자유스러워 지는 법이거늘.. 불행하게도 ... 나는 담배를 못핀다. 물론 나도 담배를 펴보려고 부단히...까지는 아니더라도 몇번의 시도를 해본 적이 있다. 지들이 무슨 영웅본색의 윤발이 까라 들이라고 고딩 야자시간에 뒷동산에 올라가 깻잎머리 몇 뇬이 피묻은..아니 잇똥을 함께 묻힌 우정의 확인흡연을 시도한 적도 있었고, 대학에 한번 떨어졌을때, 회사에서 엿같은 부장놈이 지 마눌하고 잘 안되는 스트레스를 나한테 풀려고 할때 등등의 뒷끝에 담배를 멋지게 입에 처넣어 보았지만, 늘, 처음과 같이, 조금도 변함없이, 3초만에 켁켁 거리며 헛구역질을 하는 노해피엔딩으로 끝이 나고 만다. 그리하여 본의 아니게도 나는 비흡연자가 되었다. 담배가 나에게 안맞으니까 안핀다..딱 그만큼이 담배와 나를 둘러싼 관계의 전부다. 그래서 요즘 일고 있는 담배값 인상과 관련된 수많은 논쟁들을 오다 가다 지켜보는 소회는 남의 집 불구경 하는 것의 반 만큼도 내 관심을 끌어댕기지 못한다. 담뱃값을 올리든 내리든 내 지갑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일테니까. 그러다 최근 본의 아니게 이걸 주제로 한 2분 정도 떠든 적이 있었드랬다. 얼마전에 친구뇬을 만나서 카페에서 수다를 떨었드랬는데 레파토리가 똑 끊어지는 바람에 문득 그 주제가 생각나 내가 한마디 했었다. "담뱃값 오른다는데 너도 담배 끊어, 이년아." 할 말이 없어서 그냥 던진 말이었으니 친구뇬이 툭 하고 받아 버리는 "미친뇬"이라는 대꾸에도 리시브를 날리지 않았다. 그래도 쫀심이 있지. 새 담배를 피워 무는 뇬에게 다시 시비를 걸어따. "담배 끊으면 니 남친이랑 잠잘때 입냄새 날까봐 새벽에 몰래 일어나서 화장실 들락 거리는 짓거리 안해도 되자나" 그러자 낼름 돌아온 한 마디, "너나 잘해 이년아" 하기사 내가 미친뇬 맞다. 내가 까치 담배 하나 사준 적도 없는데 담배를 끊으라 마라고 하는 것도 우습고, 부르르 한 개 사다준 적 없으며 친구 뇬 침대 라이프까지 간섭한 것도 별로 쿨하지 않은 모습이었으며, 비타민 한 개 사준 적 없으며 대가리 다 큰 뇬에게 건강과 관련된 충고를 던질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그 뇬은 그 뇬, 나는 나....더 이상 무슨 군말이 필요하겠어? 행여 그 뇬이 담배를 피는 것이 나에게는 간접 흡연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담배피는 그 뇬과 절교를 하면 되는 걸 텐데, 나는 그렇게 지랄 맞을 정도로 세상을 사는 인간도 아니다. 내가 넘 개인적이니? 오만가지에 다 낑겨들어 남 피곤하게 하는 것이 따뜻한 휴머니즘이라면 난 그냥 개인주의할랜다. 거기 까지가 대략 담배와 나와 관련된 몇 개의 배경들..담배하면 떠 오르는 단상들..최근에 있었던 일의 전부일 테다. 근데 오늘 아침 화장실에서 조간 신문을 들척이며 예의 담뱃값 관련 기사를 읽어 내리던 중, 그 놈의 문장 하나 때문에 빡 돌고 말았다. 금번 인상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는 단락에 등장한 "국민의 건강을 위하여..." 나는 그 순간 왜 콩쥐 팥쥐가 생각났을까? 참 뜬금 없기도 하다. 성질 졸라 고약한 팥쥐 어멈이 콩쥐를 쫄쫄히 굶기는 그림이 딱 떠오르고 말풍선이 팥쥐 어멈의 대구리에 이만하게 뜨면서..그 안에 이런 대사가 찍힌다. " 호호, 얘 다이어트좀 시키려구요" 나는 우리나라에서 특히나 믿지 못하는 말이 하나 있다. 지덜이 무슨 링컨의 후예들이라고 툭하면 써먹는 포더 피플, 국민을 위한 이라는 대사다. 사사오입을 해도 국민을 위해서고, 쿠테타를 일으켜도 국민을 위해서고, 광주에서 시민에게 총질을 해도 국민을 위해서고, 더러운 3당 합당을 해도 국민을 위해 서다. 하여간 이 땅의 정치권이나 기득권 세력들이 소위 명분이라고 써먹는 말은 죄다 국민을 위해서다. 아아..이 지랄맞은 만병 통치약이여. 그럴때 국민은 도대체 누구인지를 나는 잘 모르겠다. 그냥 갑돌이, 갑순이, 영자, 철수라고 하면 이해가 되겠는데 저럴 때 국민은 그저 유령일 뿐이지 실체가 없다. 광화문 한 복판에다 똥그래미 쳐놓고 쟤들이 말하는 국민들은 여기 집합해보세요 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그런데 또 등장했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올린다..... 참 변태스런 아저씨들이다. 나 같이 머리 나쁜 뇬도 내 친구의 밤 생활 간섭하다가 "미친년"이라는 말을 듣고는 꼬리를 내렸는데 누가 시키길 했나, 기도를 했나, 국민의 건강을 참 오지랍 넓게도 간섭한다. 이제 다시 생각은 콩쥐 팥쥐를 넘어 얼마전에 봤던 <살인의 추억>의 한 장면으로 넘어간다. 글타. 내 선배들이 경험하고 또 부분적으로 내가 경험한 몇개의 국가 권력(아, 이 말은 안 쓸려 했다. 나랑 안어울려서)의 이미지들. 무슨 무슨 캠패인, 무슨 무슨 운동의 포스터들. "둘만 낳아 잘기르자"의 슬로건 아래 국가가 출산 조차 좌지우지 하던 사회, 그리고 우루루 맹목적인 충성을 보이던 국민들. 그러더니 출산 여성에 대한 특별한 제도적 개선책조차 없이 이제는 수치가 떨어지니 애좀 낳으라고 입술을 오물짝 거리는 요노무 새키들. 국민 건강 생각한다고 혼식을 장려하고, 학교에서는 7:3으로 비율까지 정해 애들 도시락 검사를해대고 , 국민 미용까지 염려한다고 장발족의 머리를 바리깡으로 밀어버리고, 다 큰 처녀의 미니스커트 밑에 플라스틱 자를 들이대는 6-70년대 흑백 영화속 풍경들이여. 그리고 이 모든 까라면 까는 거라는 대국민 홍어좆 자신감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던 것이 "국민을 위해서"다. 이렇게 지 멋대로 까불어댄 국가권력이고, 글케 길들여진 국민이다 보니 국가가 개인에게 어느 만큼 꼽사리 껴야 상식적인 것인가에 대한 깜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이렇게 제대로 학습을 받지 못했으니 서민 대통령이라는 기대를 한 바가지 받으며 출범한 놈현 아저씨 조차 파병을 썰 하면서 국익을 수식어로 붙이고 앉아 있는 거다. 국민을 위한 파병? 누구야? 그 국민이라는게? 게다가 국민을 위한 재신임이라니..참 뻔뻔하기도 하여라. 넘 많이 갔니? 미안타. 언니가 원래 화나면 주변 70도까지 파편을 튀긴다. 파파파팍. 우야동동.. 담뱃값 인상..이거 나와는 별로 상관없는 일이다. 문제를 담뱃값 인상이라는 한 개의 사안으로 봤을 때 그렇다. 그러나 ...담뱃값 인상..이거 나와도 엄청 상관 많은 일이다. 나무가 아닌 숲을 슬쩍 봤을 때 그렇다. 버릇 나쁜 애새끼는 오냐 오냐 하면 할배 수염까지 뽑으려 한다. 어줍잖은 명분으로 담뱃값 올려놓고 승리감에 도취된 관련기관과 그 관련기관의 승전보를 전해 들은 정부 옵빠들이 담번에는 술이 국민 건강에 안좋다고 소주값을 5000원으로 올려버리고, 이너넷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며 필터링을 지들 꼴리는 대로 해버리고 각종 문화 생활 전반에 마수를 뻗어대지 말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고로... 군 가산점 문제에 남자와 여자가 편갈러 싸우는 병신 같은 짓이 또 다시 이번 담뱃값 인상으로 재연되지 않기를 바란다. 꼬우면 담배를 끊으라느니, 어쩌니 하는 말은 우리가 경계할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따분한 일이다. 정부가 담뱃값 인상이라는 정책을 입안할때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따위의 흐리멍텅한 소리를 한다면 흡연자든 비흡연자든 그 안이한 마이드를 호되게 질책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정부가 확실하고 타당한 이유를 들이대었을때 그때 가서 흡연자들에게 담배를 끊으라 마라 라는 말을 해도 해야 할 일이다. 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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