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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념] 담배 갖구 장난 좀 치지마. 이놈들아!

2003.11.9.일요일
딴지일보 독자 마초맨

 




 
 

가만 생각해보니 본지, 담배값이 오를 때마다 한 소리씩 했었다. 근데 이번 담배값 인상 논란 역시 과거 담배값 오를 때하고 별반 다른 점을 안 보여주는 것 같더라. 그래서 과거 기사들을 다시 음미토록 뽑아봤다. 울나라 금연정책... 좀 바꿔보면 안 될까. 하긴, 금지하는 것 말고 뭐 별다른 금연정책이랄 게 있어야지.

 

몇일전 하루 업무를 마치고 좋은 사람과 술 한잔 마신 후 기분 좋게 집에 들어왔다. 그리고 재미난 프로를 볼라구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난 귀가 번뜩뜨이는 뉴스를 듣게 되었다.

 

정부는 국민건강을 위하여, 담배 값의 세금 인상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담배에 대한 세금 수준은 미국, 영국 기타 등등 선진국에 비해 50% 밖에 되지 않습니다. 정부는 이번 정기 국회에 이 내용을 제출하여 통과 받을 예정입니다. 다음 소식 어쩌구저쩌구…

 

계속 이어지는 한 시민과의 인터뷰.

 

"담배 값 더 오르면, 끊어야죠. 이건 언제 오를지도 모르겠고 올린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올린다 그러구, 에잇 기분 나빠서라도 끊어야 겠습니다."






 
 

 

아 쓰벌... 졸라 고마운 정부

 

그 소식을 듣는 순간, 가슴이 답답해지고, 눈 앞이 캄캄해져서 난 옥상에 올라가 담배 한 대를 필 수 밖에 없었다.

 

그래, 좋게 생각하자. 쓰벌! 내 얼마나 좋은 세상에 살고 있나? 나라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건강까지 생각해준다는데… 교육의 질과 국방의 안전을 위해 담배에 붙는 세금 좀 올린다는 것인데…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라는데…

 

그런데 암만 국가를 위해 이 한몸 희생하자고 생각해 봐도 지난달 본 신문에서 본 "소액진료비 본인 부담제"라는 단어가 떠올라 자꾸 욕만 나오는 것이었다.

 

년초에 보건복지부는 새해 업무 보고에서 파산 위기에 빠진 의료보험의 재정안정을 위해 "소액진료비본인부담제"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한 적 있었다. 나는 처음에 이 말이 뭔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감기 같은 가벼운 증상으로 병원에 가면 의료보험혜택을 못 받는단 말이더라.

 

보건복지부는 소액진료부담제가 의료보험 재정에서 큰 몫을 차지하는 감기 등 가벼운 질환에 대한 진료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애덜이나, 노인, 돈이 별로 없는 저소득층은 병원 문턱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그냥 쌍화탕이나 한 병 먹고 개기는 수밖에 없겠지.

 

쓰벌, 이딴 소리하는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생각해 주는 우리의 정부인가? 맨날맨날 티비에 국민건강보험으로 모든 국민의 건강을 지키네, 어쩌네 하더니 돈 없는 사람은 병원에도 못가보게 하는 게 국민을 위한 정부란 말인가?






 
 

 

소액 진료비 되겠슴다...

 

난 무지 비싼 보험료 내면서도, 일년에 한 번 병원갈까 말까이다. 그래도, 군말 없이 보험료 내는 것은 나말고도 누군가 그 혜택을 받겠거니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국민건강 운운하며, 저소득층 운운하며, 올려 받은 건강보험료는 어디다 모셔두고, 이제 소액진료비는 본인이 부담하랜다.

 

그럼 보험료 왜내? 큰병 걸릴 때 까지, 병 키워두었다 한 번에 본전 뽑으란 말인가? 감기 걸려서, 치료 안하고 가만 놔두면 폐렴 되는 것이고, 폐렴 걸려서 병원 안가고 가만 있으면 저승 가는 것이다. 그런데, 소액진료비를 전액 자비로 부담하랜다. 그 돈 없어서 감기를 폐렴으로 만들어 병원가면 누가 책임져 줄 것인가? 억세게 운 없어서 저승으로 가게 되면, 법 개정한 높으신 양반들 동행이라도 해준단 말인가?

 

이제 다시 담뱃값 인상에 열 받은 이야기로 돌아가겠다. 국민건강을 위해 세금을 올린다구? 세금을 올리면, 흡연자들이 줄어들 것이라구… 웃기지들 말라 그래라.

 

이런 계획 세우는 높으신 양반들, 길거리를 떠도는 노숙자들을 본 적이 있는가? 무슨 선거 같은 거 할 때 말고, 티비에서 보이는 그들 모습 말고, 실제로 전철역에서 헤매거나 길거리에서 잠자는 그들을 본 적이 있는가? (앗! 내가 너무 무리한 질문을 했나 보다. 너무 바빠서 서민들과 전철 한번 타기도 힘드신 분들에게. 혼자만 몰래 민심 파악하러 나가기가 부끄러워 언론사 카메라와 기자 없으면 그 발걸음도 주저하시는 분들에게…)

 

적어도 내가 길가다 본 노숙자들은 대부분 담배 피더라. 가끔 길가던 내게 와서 담배 몇 가치를 달라고 하더라. 어쩌다 가게에 들어가서는 빵 대신 담배를 사더라.

 

그렇다면, 그 사람들이 정부가 저소득층을 배려해 싼 값에 공급하는 200냥 짜리 솔을 피우는가? 아니다. 대부분이 디스를 피운다. 왜? 그들의 입맛이 너무 까다로워서? 아니다. 쓰벌, 저소득층을 위한 200냥 짜리 담배는 노숙자에게까지 돌아갈 만큼 충분한 양이 배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흡연 지지론자는 아니다. 그러나, 흡연자로써 담배를 끊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은 잘 안다. 노숙자들이 담배를 끊지 않는 것이, 비싼 담뱃값을 여유있게 지불할 만큼 사정이 좋아서인가? 끊고 싶어도 못 끊는 것이 담배란 거다. 담배의 중독성을 떠나 희망도 꿈도 없는 그들에게 담배는 단순한 기호품을 떠나 인생 유일의 낙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하는 게 어디 노숙자 뿐이겠냐마는.

 

그렇담, 담배값을 올린다고 해서 금연자가 크게 늘어날 것 같지도 않고 결국국민건강에도 별로 도움되지 않는데, 왜 담뱃값을 올리나?

 

선진국의 수준을 하나하나 따라잡는 과정으로 그렇게 이해할까? 예끼.. 지나가던 개가 소변보다 말고 웃을 소리다.

 

따라가야 할 것이나 잘 따라가라. 선진국이 담배 세금 많이 낸다고 우리도 담배 세금 많이 내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고 인정 받냐?

 

내 생각에 이번 법안은 아마 국회에서 쉽게 통과될 것이다(그냥 개인적인 생각이다). 얼마나 좋은 명분인가? 국민건강과 선진국 대열로의 진입을 위한 법인데. 근데, 담배 피는 국회의원들, 이것 통과시키고 담배 끊을지 궁금하다.

 

요즘 같으면, 세금 내기가 아깝다. 몇 십억, 몇 백억 세금을 갖고 놀고도 정치인이란 이유로 수사를 못한댄다. 수사하면 정치공세란다. 그런 세태를 지켜보며 세금 내고 싶은 이, 얼마나 될까?

 

국민 건강을 위한 담뱃값 인상? 차라리 나라에서 돈 필요해서 세금 좀 올린다고 솔직하게 발표해라. 국민건강과 선진국 운운하며, 사람 바보 만들지마라. 어리석은 내 생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않는다.

 

담뱃값 인상으로 국민 건강 배려하기 보다는 건강보험 운영기금이나 제대로 운영할 생각을 해라. 의사님들 약사님들 한판 대결 구경하면서 구경 값으로 보험료도 많이 낸 것 같은데,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생겨서 소액진료비조차도지원하기가 힘들다고 하는 것일까?

 

정치 하시는 양반님들, 정말 국민건강을 생각한다면, 담뱃값 올려 세금 거둘생각이나 하지 말고, 잘못한 넘 벌주고, 잘한 분 상주는 세상 만들어, 국민들 맘속의 울화병이나 풀어주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 조까튼 세상, 담배 마저 못피게 한다면 속에서 열불나 홧병으로 죽을지 모릅니다. 씨바.

 

 


담배를 끊는 게 아니라 더 피워야 할 것 같은
마초맨 (machoman@webman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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