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대상] 2003 밥상가요대상 - 사기브라상 2003.12.22.월요일 올 한해, 내용물과는 무관하게 졸라 번드르르한 포장과 달착지근한 홍보문구 등으로 팬들을 나포해온 앨범들도 참으로 많았더랬다. 사기브라상, 바로 그런 앨범들을 대상으로 하는 부문이다. 사기브라... 뽕브라. 곧 외관상 이미지와 내용물이 아주 쬐~끔, 한 78.3%쯤 차이나는 경우 말이다. 다른 말로 하면 과대평가 내지는 과대포장으로 이해해도 되겠냐고 묻는 독자가 있을까봐 노파심에 한마디 덧붙이자면... 음, 분명 본지는 내용물과는 무관하게라고 했지 내용물은 부실한데라고 하지는 않았다. 판단은 알아서들 하시라. 다만 이 상의 영어타이틀이 Bombast of the Year라는 것만 밝혀두겠다. 암튼, 올해 가장 인상깊은 뽕브라는 누구의 가슴에 채워져 있었던지, 함 고민들 해보자. 참고로, 오성명반상에 노미네이트된 작품들은 이 부문에서 제외했음을 밝힌다. 서태지 잠깐듣기: [울트라맨이야(live)] 세상에나 마상에나, 멀쩡한 6집 앨범(왜 그게 6집이어야 하는지는 잘 몰겠지만서두)이 뭐가 그리 맘에 안 들었는지 죄다 새로 레코딩을 했단다. 그거만 갖고는 부족하니까 ETPFEST Live 실황꺼정 끼워설라무네 나름대로 새앨범 비스무리하게 포장을 하긴 했다. 그 결과가 어찌나 환상적인지, 신곡 하나 없이 이렇게 신보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는 재능에 대해 찬탄을 금치 못하는 바이다(어쨌거나 앨범으로서 신보가 맞긴 맞지만). 한마디 덧붙이자면, 무려 4억여원의 제작비가 투입되어 국내 음반 제작비 사상 최고액으로 알려졌다고 그러네. 뭐, 투자비용도 엄연히 노력의 일부라고 본다면 노력 없이 날로 먹으려고 낸 음반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겠지? 왁스 신비로운 가수로 홍보되고 있는 왁스. 과연, 어떤 성격으로 규정해야 옳을지 애매하기 그지없으니 신비할 수밖에 없는 가수라 하겠다. 1년이라는 짧지 않은 텀을 두고 발표하는 신보에는 10곡 안팎밖에 들어있지 아니하고, 그나마 그중 한두곡씩은 꼭 리메이크가 포함돼 있으며, 뭣보다도 무슨 억하심정으로 했는지 짐작할 길이 없는 껍데기 디자인으로 인해 더욱 그러하다. 올해 내놓은 신곡 [관계]는 특히 완연한 뽕짝삘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발라드 곡과 차별을 둔 샹송풍의 째즈곡으로 홍보됨으로써 이 신비감을 더할 나위 없이 증폭시키고 있다. 이는 팬들이 기존부터 갖고 있던 재즈의 개념을 통째로 수정할 것을 요구하는 대목이었기 때문이다. 그걸 귀찮아한 일부 몰지각한 리스너들이 "이게 재즈면 김수희는 한국의 빌리 홀리데이냐?"라고 따져묻는 경향도 있었으나... 무시하자. 우리는 그저 왁스의 신비로움만을 찬미하면 될 일이다. 유진 잠깐듣기: [The Best] S.E.S 출신이라는 후광이 앨범의 진정한 매력을 덮어버린, 어찌 보면 꽤 불운한 케이스라 할 수도 있겠다. 그 매력의 실체가 뭐냐고? S.E.S. 시절부터 가장 보이스컬러가 약한 멤버라는 무식한 지적을 받아온 그녀, 그런 밋밋함을 급기야 자신의 참된 스타일로 승화시키고야 말겠노라는 중대결심을 하게 된 거다. 그리고 이 앨범, 그 결심의 찬란한 첫번째 결과물로서, R&B곡이건 댄서블한 트랙이건 전부 유진식의 밋밋함으로 대동단결시키고야 마는 놀라운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비슷한 입장인 옥주현과의 정면대결 구도(순전히 앨범 출시시기가 비슷했기 때문에 그런 거지만) 역시 흥미를 더했다. 정작 본인들이 경쟁할 의사가 있었는지는 몰겠지만. 그나저나 요즘은 바다랑 효리를 맞붙이지들 못해서 안달이데. 윤도현밴드 <[YB]stream> 우리나라에는 국민가수가 참 많다. 월드컵과 촛불시위 현장을 두루 거치며, 어찌어찌하다 보니 역시 이 감투를 뒤집어쓰게 된 윤도현밴드. 역시나 국민가수답게 VCD 한장 끼워넣어가며 호화롭게 단장한 6집 앨범을 들고 나왔다. 국민가수니까, 앨범 머릿곡에서는 일단 6분이 넘는 러닝타임에 걸쳐 아무 연주나 채워넣어야 되고(의미는 둘째치고), 수많은 국민가수들과 함께 작업해온 작곡가 윤모씨의 곡도 받아 불러야 하며, 가끔 [사랑할거야] 같은 방송용 트랙도 슬그머니 끼워넣어 줘야 한다. 내용물의 중량감이 무슨 상관이랴. 국민가순데. 그러니 연말을 맞이하야 캐롤CD 끼워넣은 리패키지꺼정 나왔겠지. 이효리 수상가능성과는 무관하게, 아마도 이 상의 취지에 가장 잘 부합하는 후보가 아닐까 싶다. 우선 체형도 그렇거니와, 본인측에서 따로 노력하지 않아도 온동네 정론직필 언론매체(무식한 자들은 스포찌라시라 비하하기도 하는 바로 그 매체)들이 알아서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1년 내내 실시간으로 중계방송해주지 않았던가. 덕분에 그녀의 노래가 길거리에서도 심심찮게 울려퍼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노래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부작용을 호소하는 분들도 꽤 계셨다. 그럼에도 1년 내내 거의 매일같이 가판대를 대문짝만하게 장식했던 노란색 2글자 효리의 잔영을 기억하지 못하는 분은 발견치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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