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대상] 2003 밥상가요대상 - 무공가수상 2003.12.22.월요일 가요계를 강호에 빗댄다면, 가수의 무공은 당근 가창력이 돼야 옳을 거다. 누가 가무에 능한 한민족 아니랄까봐서, 올해도 강호의 수많은 고수들 가운데 유난히 빛나는 무공을 자랑한 대협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더러는 원래 음정 따위는 안중에 없이 오로지 폭발적인 에너지만으로 쇼부를 본 축도 있었고, 그와는 상대되게도 오직 정확한 음정만이 살길이라는 듯 일체의 감정이입을 배제한 냉혈무공을 구사한 이들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가창력 내공을 뽐낸, 올해의 최고수는 과연 누구이려나. 김현정 - 스포츠 초고음 검법 데뷔시절부터, 감정이 실려야 할 자리에 대신 만땅파워를 충전해 버림으로써 노래라는 행위를 스포츠의 경지로 승화시킨 김현정. 해가 갈수록 더욱 강렬한 무공을 과시하고 있으니, 일명 스포츠 초고음 검법으로 불리는 비기 되겠다. 최근 이 계열의 다른 문파를 형성하고 있던 코요태가 웬일인지 이 무공을 부쩍 자제한 신보앨범을 발표함으로써, 사실상 김현정이 이 검법의 1인자격 위치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목소리만으로도 앞에 있는 바윗돌을 뚫어 직경 5센티미터의 구멍을 낸다는 이 무공을 시전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7~8월경이 적합하며, 도복으로는 미니스커트나 핫팬츠가 권장된다고 한다. 문희준 - 7옥타브 + 그로울링 권법 이미 7옥타브 권법으로 돈독한 명성을 쌓아온 절대강자 문희준, 올해도 과연 강자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을 막강한 내공으로 강호를 마구 유린했음이다. 화제작 [G선상의 아리아]를 위시해 [전설], [서툰 고백] 등에서 특유의 우는 듯 웃는 듯한 복합적 보컬을 구사함으로써 강자의 면모를 과시해주고 있다. 가뜩이나 섬세(...)한 목소리에, 음절 끄트머리마다 가늘게 바르르 떨리곤 하는 절묘한 바이브레이션을 느껴보라! 임병수(이 이름 기억나시나?)는 명함도 못 디밀거다. 어디 그뿐인가, 이따금씩 상대를 교란시키기 위해 활용하는 그로울링 권법 역시 천하제일기의 반열에 오르기에 손색이 없다 하겠다. 박지윤 - 내 목에 생선가시 + 딸꾹질 위장술 절대 호흡을 길게 가져가지 않는다! 어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최소화된 호흡만으로 모든 음을 처리하는, 이전의 그 어느 누구도 감히 흉내내지 못할 무공으로 강호에 새바람을 불어넣은 그뇨. 일명 내 목에 생선가시 낙법으로 악명높은 박진영 대인의 휘하에서 수련을 쌓은 결과, 생선가시에 딸꾹질 위장술까지 결합된 초절정 무공이 탄생하게 됐다. 거듭 강조하건대, 긴 호흡은 절대 피한다! 오로지 단말마적인 비명에 가까운 짧은 음처리로만 승부한다. 베이비복스 - 비놀리아 봉술 잠깐듣기: [나 어떡해] 한때 절정에 달했던 미소녀 떼창그룹 열풍은 2003년을 계기로 완연히 한풀 꺾여가는 듯하다. 그런 와중에도 무려 6집씩이나 내며 독야청청함을 자랑하는 원로 언니들이 무게중심을 떡하니 잡아주고 있으니... 한류열풍의 주역, 베이비복스가 그 쥔공 되겠다. 과연, 그녀들의 내공은 저 광활한 중국대륙을 호령하고도 남을만큼 강력하다.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데뷔시절부터 노래실력이 아직도 그대로라는 환상의 비놀리아 봉술! ...[나 어떡해]의 고속버스성 뿜빠뿜빠 리듬에 실린 이 막강 5인조의 돌림노래에 여실히 드러난 비누처럼 단단한 무공, 바로 이 무공에 소리없이 경악한 팬들이 상당수 존재했다고 전해진다. 에스(S) - 분신술 강타, 이지훈, 신혜성. 얼굴 번듯하고 체격도 훤칠한 젊은이들이 한명도 아니고 세명이나 모여 예의 버터에 설탕을 막 버무린 듯한 노래를 부르니 그 광채 보기에 졸라 좋더라. 한데, 사람은 세명인데 어찌 노래소리는 한명의 것처럼 들리는고? 글타. 이들의 필살기, 바로 분신술이었던 거다. 세명이 떼창을 하더라도 눈을 감고 들으면 절대 누가 어느 부분을 부르는지 구분할 수 없게 만든다는, 명문사파 SM문의 2인자 유영진 대공의 지휘하에 면면히 이어져 왔다는 바로 그 절대무공 말이다. 일각에서는 기계로 찍어낸 붕어빵 창법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문파의 전통을 충실히 계승하는 그들의 정신에 그 누가 감히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리. 이효리 - 동결건조 비술 일찌기 독일의 일렉트로니카 선구자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는 인간성이 철저히 배제된 기계적 사운드를 추구했더랬다. 이들의 기계음에 대한 애착이 어찌나 강했던지, 심지어 보컬조차도 감정이 완전히 배제된 극히 건조한 방식으로 처리하곤 했다. 그리고 2003년 한국, 그 아호도 찬란한 섹시스타 이효리는 크라프트베르크의 후계자를 자임하려는듯, 데뷔앨범에 실린 모든 노래에 일체의 감정을 배제한 가운데 건조하기 그지없는 보컬로 일관하고 있다. 일명 동결건조 비술이라고도 알려진 이 무공은 듣는 입장에서도 그 곡이 어떤 곡인지에 대해 어떤 선입견도 갖지 않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니, 팬들의 상상력까지 배려해주는 절세의 무공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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