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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룡영화제] 영화들의 의견도 들어봤다!!

2003.12.18.목요일
딴지 토룡영화제 어워드사무국


 


총 8개 부문에 걸쳐 니덜의 가열찬 투표질 속에 절찬리 진행되고 있는 한국최고의 영화제...가 되려고 막 시동을 건 2003 토룡영화제.


역시 예상대로 2003 토룡영화제 각 부문의 기라성과 같은 후보가 발표되자마자 본지의 서버가 터져나가고, 사이트가 다운이 되며, 여기저기서 빗발치는 팬들의 문의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인 일산 몸짱 아주매 기사 위에서 나름대로 선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많은 언론에서 본 영화제를 기사화하겠다며 취재문의가 끊이지 않았으니 이에 응하면서 본 어워드 사무국은 한가지 생각이 머리 속에 스물스물 생겨나기 시작했다.


2003 토룡영화제가 다른 언론매체에 소개가 되고 있다는 건 그만큼 많은 이들이 본 영화제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그들 중에는 영화팬 뿐 아니라 영화계에 종사하는 소위 영화들 그러니까 영화기자와 영화평론가들도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그런 관심에 미치자 본 어워드 사무국은 그들의 생각이 몹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과연 영화들에게 올 한해 똥꼬 깊쑤키 비수를 꽂으며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영화는 무엇일까.


그래서 2003 토룡영화제 사무국은 그 즉시 일간지, 영화주간지, 인터넷영화웹진 등 온오프를 망라한 영화언론매체의 기자와 평론가 및 영화제 관계자 40에게 전화와 메일을 통해 질문을 던져보았다. 질문은 바로 이것이었다.


2003 토룡영화제 종합우승상 후보에 오른 9개의 영화 중 니덜이 생각하는 올 최악의 영화는 무엇인가? 최악의 영화가 있다면 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후보는 여덟 부문이지만 이들에게는 종합우승상 단 한 부문으로 한정해 물었다.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신속한 답변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여덟 부문 몽창 대답해달라고 하면 그냥 투표도 아니고 쫌...


하여튼, 질문을 던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답변이 하나둘 본 어워드 사무국으로 답지하기 시작하였다. 앞서 말했듯 총 40에게 질문을 던졌고 그 결과, 22에게서 답변이 날라왔으며 이 중 14이 올 최악의 영화를 선정해주었고 8이 후보에 오른 9편의 영화 중 본 것이 별로 없어 자격이 미달된다며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라는 말씀을 남겨주셨다.


그렇다면 영화들이 선택한 올해의 종합우승상 영예의 수상자는 과연 어떤 영화일까? 그 결과를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두루두루둥~
 







































순위


영화


득표수


득표율


5위


<나비>


1표


7.142%


3위


<남남북녀>


2표


14.285%


3위


<대한민국
헌법제1조>


2표


14.285%


2위


<첫사랑 사수궐기대회>


4표


28.571%


1위


<낭만자객>


5표


35.714%


합계


 


14표


100%



영화이 뽑은 2003 토룡영화제 종합우승상에는 윤제균 감독의 <낭만자객>이 오종록 감독의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를 박빙으로 따돌리고 영예의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전문가들이 선정한 상이니만큼 그 감회(憾悔)가 얼마나 남다르겠냐, <낭만자객>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드리며,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는 쫌만 더 분발했으면 뽑힐 수 있었던 건데 안타깝다...


그런데 한가지 재미난 사실은 영화들이 뽑은 종합우승상도 그렇고 전체순위가 현재 진행 중인 투표결과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선택이 <낭만자객>인 것에 반해 니덜의 선택은 <조폭마누라2>이고 게다가 영화들은 <조폭마누라2>에게는 단 한 표조차 던지지 않았다. 왜일까? 그건 며느리도 모르고 본 우원도 잘 모르겠다.


대신 아래에 각 전문가들이 직접 언급한 영화에 대한 소견을 덧붙였으니 니들 나름대로 함 추론해 보시길 바라며... 그리고 뭣보다 이들이 왜 위의 영화들을 선택했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냐. 그 이유를 여기 공개한다!













영화들의 의견도 들어봤다!!


 
  기선민(중앙일보 기자) :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이 영화는 외형상으로는 창녀들의 인권을 대변하는 듯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노리고 있는 바는 창녀들을 이용한 값싼 웃음입니다. 차라리 딱 까놓고 웃기는데 주력하겠다면 모르겠지만 강간 당한 창녀를 위해 동료 창녀가 국회의원으로 나선다는 설정으로 천박한 의도를 감추려 한게 더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문식이라는 배우를 참 좋아하는데 그가 맡은 기자 역할도 정말 맘에 안 들더군요. 창녀에게 잘해주는 척 하면서 속여먹는...


  김봉석(씨네21 편집차장) :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이건 영화를 무시하는 태도가 아닐까? 드라마를 축약하면, 단지 그것만으로 영화가 된다고 생각하다니. 진지하면서도 열정적인 도전 없이 영화에 뛰어든 스타 PD들의 실패에는 이유가 있다.


  김영진(필름 2.0 편집위원) : <낭만자객>


이 영화는 어떤 영화보다 더 가열차게 돈을 벌겠다는 욕망에 불타면서도 뭔가 의미 있는 발언을 하려는 척 생쑈를 하고 있으며 다른 영화에 미치는 타의 모범의 위력이 현저하게 드러나는 바 올해 최악의 영화로 선정하겠습니다.


  김홍준(부천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


평소에 영화를 보지 못하고 특히 한국영화는 몇 편 못 봤는데 공교롭게도 종합우승상 후보에 오른 9편의 작품 중에 내가 본 영화는 한 편 뿐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질문에 답변하지 못할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수학적인 이유로는 9편의 영화 중 1편 밖에는 못 보았으니 객관적인 평가가 힘들고, 두 번째 주관적인 이유는 별 생각없이 보지 못한 영화가 2003 토룡영화제 종합우승상 후보에 언급된 것이 딴지와 텔레파시가 통한게 아닐까 싶다.


이렇게 얘기하고 보니까 대부분의 영화를 못 본 것에 대해 한국영화인으로서 미안하고 대신 종합우승상으로 뽑히는 영화가 나오면 반드시 보도록 하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종합우승상에 뽑힌 영화가 내가 본 한편의 영화와 겹치지 않았으면 한다.


  문일평(영화평론가) :


재밌는 영화제라서 참여하고 싶은데, 안타깝게도 후보작으로 나열된 영화들 중에 미처 보지 못한 영화들이 상당수 있어서 한편을 선정하기가 어렵네요. 불공정한 선택이 될 것 같아서요.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참여하도록 하겠습니다.


  박은영(DVD21 기자) : <나비>


울어야 될지, 웃어야 될지...


  백은하(씨네21 기자) : <낭만자객>


올해 최악은 뭐니 뭐니해도 <낭만자객>이 아니겠습니까. 음..


  서대원(무비스트 기자) : <낭만자객>


범상치 않은 예고편으로 일단 어느 정도는 먹고 들어간 <낭만자객>, 허나 그것은 상서롭지 못한 영화의 만듦새를 어떻게든 가려보고자 했던 술수에 불과했을 뿐.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의 무뎃포 정신으로 무장한 영화는 화장실 유머와 유치뽕짝의 슬랩스틱 코미디가 개연성 꼬딱지만큼도 없이 지들끼리 좋다고 영롱하게 파노라마질만 치고 있었음이다.


고로, 보는 내가 쪽팔려지는 민망한 사태를 초래함이 명약관화할 <낭만자객>, 쪽이 여러 개라 자신하는 자들만이 보무도 당당히 극장에 나설 것을 권하는 바다.


  심수진(무비스트 기자) :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여자가 봐도 꼴리게 만든 쓸데없이 리얼한 강간 장면, 여자에게 도움되는 영화인 척 가증스런 포장을 한 황당한 사기영화. 짜증 이빠이 나게 하는 신파극 등등 회상 자체가 신경질 나므로 이만 쫑. 에로 만들고 싶었음 에로 만들지 이게 뭔짓이여~


  이명인(영화평론가) :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관객의 수준을 얕잡아보는 이 영화에 대해 궐기대회라도 열어야 할 판. 첫사랑의 신화와 착한 남자 콤플렉스, 신파적 정서를 내세우는 척하면서 결국 여성을 소유물로 여기는 가부장적인 발상과 조폭 코미디의 저급함밖에는 보여주는 것이 없다.


  이현수(필름 2.0 편집위원) : <남남북녀>


싸구려 감성이 가장 탱탱하게 물 오른 영화.


  익명(모 사이트 편집장) : <낭만자객>


보다가 10분일 망정 항의하는 심정으로 끝까지 보지 않고 걸어나온 두 영화, <낭만자객>, <남남북녀> 중 어느 한쪽을 빼 놓아도 아까운데 그래도 <낭만자객>에게 상을 줘야 하지 않을까요...   


<남남북녀>는 그냥 바보라면 <낭만자객>은 교활한 바보 같은 느낌이 드니까요. 교활하고 지극히 무례한... 저질스러운 유머 때문에 무례한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영화 상의 콘티라든가 편집의 완성도에 신경을 안 쓴 채로 관객에게 보라고 하는 것이 무례합니다.


  정성일(영화평론가) :


올해 딴지일보의 최악의 영화상 후보들은 정말 난형난제이다. 여기에서 진정한 최악의 영화를 선정하라는 것은 매우 잔인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 영화들에 무례해서가 아니라 영화를 보러 다니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지옥의 수렁텅이로 밀어넣는 일이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들이 모든 소설을 읽지 않는 것처럼, 영화평론가들이 모든 영화를 보는 것은 아니다(좀 과장하자면 나는 김윤식선생께서 귀여니 소설을 읽지 않으셨을 것이라고 감히 단정한다).


딴지일보에서 거명한 최악의 영화 중 나는 절반을 보지 않았으며, 그 중 세 편은 보다가 중간에 나왔고(그런 영화를 보느라 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 중 한 편은 보다가 잠들어서 무슨 이야기인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니 내가 이 명단들 속에서 최악의 영화를 선정하는 일은 매우 무모하거나, 이 영화들에 결레되는 일이다(하지만 이 영화들 중에서 내가 본 영화들은 영화를 본 나에게 매우 무례했다).


다만 이런 이야기는 꼭 하고 싶다. 인생을 낭비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이런 영화들만 당신이 올해 찾아다녔다면 당신은 그만큼 당신의 인생을 낭비한 것이다.


  조영주(조이씨네 기자) : <남남북녀>


한 마디로 유구무언하게 만드는 영화. 연기자는 연기를, 연출자는 연출을 못했으니 유구무언이요, 연변에까지 로케를 떠나 놓고선 풍광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으니 유구무언이요, 그 마당에 고증도 제대로 못했으니 유구무언이다.


영희와 철수가 적국이 된 신라와 백제의 정인들이 사랑을 위해 고구려로 도피해 만들었다고 설명한 상통고분은 실상 신라와 백제가 정치적으로 연합했을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것 하나 제대로 고증 못 하면서 왜 주인공들을 고고학도로 설정했는가, 정초신 감독이여!!


  주성철(필름 2.0 기자) :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차태현의 계속적인 제 이미지 갉아먹기, 신세기 한국영화의 퇴행적인 여성 캐릭터 손예진의 변함없는 닭살, 유동근의 안쓰러운 안간힘.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무모하고 어이없는 내러티브. 한국영화를 사수하고 싶다.


  최미현(무비위크 기자) : <낭만자객>


저의 짧은 소견으로는 <낭만자객>이 단연 1등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본전 생각만 나면 다행이게요? 영화를 보면서 관객석에 있던 제 자신이 증오스러울 정도입니다. <나비>나 <남남북녀>야 보고 난 뒤 "닝기루, 이게 뭐야"하고 금세 잊었지만, <낭만자객>은 그 잔상이 오래토록 남아 며칠동안 기분이 안 좋더군요.


본편만 상영하고 끝났음 아마 이 정도는 아니었겠죠, 신이가 진재영에게 수십차례 맞고 난 뒤 울음을 터트리던 NG컷을 크레딧이 올라갈 때 보여준 의도는 뭘까요? 그 장면에서야 말로 윤제균 감독이 제대로 잔인하고 수준 이하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죠. 물론 소수의 관객들이야 그런 장면들(최성국과 김민종이 더러운 딥키스를 하는 장면, 여자끼리 치고 받는 장면, 똥을 먹이는 장면)을 보면서 즐거워 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순수한 웃음, 착한 웃음이 아닌 억지 웃음, 강요하는 웃음은 정말 참을 수 없었습니다.


<색즉시공>까지는 투자자들 눈치보면서 몸 사리느라 자신의 끼를 제대로 발산 못했나보죠? 차라리 몸 사리고 있었을 때가 백만배 낫습니다.


  최보은(프리미어 편집장) :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이 영화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무엇보다 너무 못 만들었다.







 
아마도 위의 영화들이 밝힌 선정 이유는 종합우승상 부문에서 니덜이 생각하고 있는 그리고 이미 투표한 영화를 고른 이유와 많은 점에서 비슷할 것이라고 본다. 취향의 문제를 떠나 이들 영화들은 너무 못 만들었고 가장 중요한 건, 여러 모에서 재미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영화들이 활개 치는 꼴을 더 이상 볼 수 없다. 그건 니덜도 마찬가지고 본 어워드 사무국도 마찬가지이며 영화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토룡영화제를 개최한 건 바로 이 때문이 아닌가. 토룡영화제는 이들 영화들이 존재하는 한 계속 될 것이고 이들 영화들이 자취를 감출 때 어디론가 뿅하고 사라질 것이다.


그럼 영화들의 의견도 들어봤다!!는 여기서 마치기로 한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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