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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2003 토룡 영화제 - 훈민정음상

2003.12.8.월요일
딴지 어워드 사무국



 훈민정음상


2003 토룡 영화상 전야제의 화려한 막을 여는 첫 번째 부문은 바로 훈민정음상이다.


훈민정음 상으로 말할 것 같으면, 세종대왕님이 창제하신 한글의 우수성을 남달리 맘속에 간직한 채 상대배우가 연기할 때 자신만은 묵묵히 국어 책을 읽듯 대사를 낭독하여 훈민정음의 기개를 스크린으로까지 빙의한 배우에게 주는 상이다.


특히 스크린 상에서 연기가 아닌 낭독이나 웅변을 해낸 출중한 기개의 배우들을 치하하는 상으로 많은 연기자 지망생들에게 개나 소나 연기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역할을 한 배우들이 그 수상후보 되겠다.


지난 2000년 <비싼무>의 남뇨 주인공 팀에 의해 주목받기 시작한 이 부문은 올해도 어김없이 포스트 신횬준, 제2의 김휘선이라는 명성에 버금갈만한 발군의 후보군들을 배출하였으니, 아래는 그 영광의 마빡들이다.
 


 <이중간첩>의 고소영


고소영. 그녀를 두고 변함 없는 미모라고들 하지만 실제 그녀에게 변함 없는 건 따로 있다. 바로 그녀의 연기력.


연기자로 데뷔한 지 12년이나 되었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낭송 실력을 보여주는 일관된 연기관. 초지일관 변함 없이 절개를 지키는 바로 이 연기관이야말로 진정한 그녀의 매력이 아니고 무엇이랴.


스무살 시절부터 32살이 된 올해까지 또박또박한 낭송실력만으로 시종일관 이쁜 척 연기를 해야만 하는 그녀는 스스로가 얼마나 닭살스럽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닭살스러움과 초딩 동화책읽기 대회틱한 연기를 굽히지 않고 유지해 오는 그녀는 실로 장인된 면모를 지녔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그녀의 연기는 변하지 않는다.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를 보는 자세로 감상해주자. <이중간첩>에서의 그녀의 연기다. 대사 뿐만이 아니라 표정, 몸짓까지 음미하며 감상하시라.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권상우


이번 후보는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권상우다. 당 영화는 본래 김하늘, 권상우라는 낭독배우 2인의 하모니가 영화 내내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낭독무비사의 길이 남을 명작이다.


그러나 그 중 더 뛰어난 아우라를 선보이는 배우는 권상우. 초반에 그는 돈 많고, 쌈 잘하는 문제아 역인 탓에 영화 내내 "씨발, 개새끼, 삽질..." 등등등의 욕대사만 하면 됐었다. 그래서 그런지 안타깝게도 그의 낭독연기를 영화 초반에는 쉽사리 만날 수 없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으로 가면서 김하늘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 그. 영화 초반의 욕대사는 줄어드는 대신 점점 진지삘 대사가 많아지더니 급기야 그의 낭독연기의 절정을 보여주게 된다. 김하늘이라는 그 이름난 낭독연기조차 빛을 바래게 만든 그의 명낭독연기. 강력한 수상후보가 아닐까 생각된다.



 


 <블루>의 김영호


김영호, 낭독배우 계보에선 매우 낯선 인물, 그러나 그가 기라성과 같은 훈민정음 부문 후보작 다섯 명 중 한자리를 꿰차고야 만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그 이유? 아래의 자료화면을 보시라.




이 분야의 선구자적 인물인 신현준의 낭독에 맞서 이에 질세라 자신 역시 낭독체 배우로 자세를 낮추고 긴 문장을 또박또박 처리해 내고야 마는 대사체 연기의 모범. 특히 "너 좀 심한 거 아니냐"는 핀잔에 이제 막 말문이 트인 얼라처럼 어리광 섞인 음성으로 구찮은 듯 뱉어내는 저 대사.



    "내가 몰..."


이 짧은 대사치기 하나로 그는 함께 열연, 아니 열독한 신현준의 아성을 단번에 누르고 훈민정음상 후보에 당당히 입성하였음이다. 축하의 말씀 올린다.    


 


 <거울 속으로> 복식조


이번 후보는 놀랍게도 개인이 아니라 팀이다. 극중 우형사로 출연하는 유지태와 쌍둥이 자매로 1인 2역을 펼친 김혜나. 이 둘은 주연에서부터 엑스트라까정 총체적인 문어체 낭독연기를 펼치는 당 영화에서 그 누구보다 돋보이는 활약으로 눈길을 끈 배우들이다.


신현준, 김희선 커플이 아니라면 감히 범접하기 힘들다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또 하나의 낭독듀오 명콤보연기를 이뤄내고야 만 유지태/김혜나 커플의 바로 그 연기...




특히나 팀웤 낭독연기는 둘 중 하나가 자연스럽게 대사를 씨부리면 그 부자연스러움이 단번에 깨질 만큼 고난이도의 연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유지태/김혜나 커플이 이를 극복하고 끝까정 어색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이들이 훈민정음상 후보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자질을 갖추고 있음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경우라 하겠다.


 


 <여고괴담3:여우계단>의 박한별


인터넷 얼짱이네, 전지현 클론이네 해서 어마어마한 기대를 모았던 신인 박한별.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아니하고 데뷔 첫 해 2003 토룡 영화제 훈민정음상 마지막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오바이토하였다.


역시 당 영화가 데뷔작인만큼 영화 곳곳에서 낭독연기의 자질을 유감 없이 발휘하며 신인다운 패기를 과시하였는데 특히 극중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던 진성에게 달콤하게 말하는 대사 "난 너만 있으면 돼엣!"...




언제라도 함께 있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여운을 남겨놓아야만 하는 대사이지만 자연스러운 연기를 희생하고 국어책 읽기의 기본이랄 수 있는 스타카토식 끊어 읽기로 마지막 부분을 신경질적으로 처리함으로써 끝내 분위기를 흩뜨려 놓고야만 낭독연기의 정수.


얼짱/ 박한별, 마지막을 장식한 예비 낭(독)짱 후보자 되겠닷!  
 






기라성같은 후보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어 심사가 매우 어려울 줄 안다. 하지만 심혈을 기울여 최고의 훈민정음상을 뽑아주길 바란다. 준비된 자들은 아래 투표용지에 과감히 표를 던지시라.


 


투표 기간이 지났습니다.






토룡영화제 훈민정음상
: 출중한 낭독연기를 선보여 훈민정음의 가치를 널리 알린 배우에게 수여하는 상중의 상


 토룡영화제 음풍농월상
: 관객의 닭살을 자극하여 궁극의 대패질을 선사하는 대사에게 수여하는 최고의 상


 토룡영화제 발기부전상
: 나름대로 에로틱한 설정에도 불구, 관객의 꼴림을 자극하기는커녕 전혀 꼴리지 않는 묘사로 조루를 촉진하는 장면에 수여하는 상


 토룡영화제 혹세무민상
: 작가주의 모 이런 모냥새만 풍기는 영화만 등장하면 호들갑을 떨어대는 재래식영화언론에게 수여하는 토룡 영화제만의 독특한 상


 토룡영화제 불신지옥상
: 뽕나게 잼난 예고편으로 관객의 기대치를 만땅으로 올려놓고 정작 본편에서는 예고편의 반의 반의 반도 안되는 재미로 관객을 불신지옥에 빠뜨린 영화의 예고편에 수여하는 상


 토룡영화제 혼비백산상
: 예기치 못한 장면으로 관객의 등골에 식은땀을 흐르게 만드는 명장면에 수여하는 토룡 영화제 최고 권위의 상


 토룡영화제 당산대형상
: 전문무술인은 아니지만 전문무술인 빰따구치게 몸을 사리지 않은 연기로 인상적인 액숀을 펼친 배우에게 수여하는 상


 토룡영화제 종합우승상
: 올 한해 관객에게 가장많은 울음과 본전에 대한 아쉬움을 깊이 남긴 소위 쒯영화를 기리는 이 시대 최고의 상



 
딴지 토룡 영화제 어워드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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