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2003 토룡 영화제 - 음풍농월상 2003.12.8.월요일 음풍농월상 단 한 줄의 대사로 관객의 심금을 울리고 억장을 무너뜨리며 급기야 관객의 피부를 닭살화시켜 순간 상영관을 양계장으로 둔갑시키는데 성공한 명대사에게 수여하는 음풍농월상. <스타워즈>의 "내가 니 애비다", <타이타닉>의 "내는 세상의 왕이다"처럼 바람을 노래하고 달을 읊조리는 대사가 우리 영화라고 왜 없을 쏘냐, 여기 관객의 여린 가슴에 감동의 귀싸대기를 뻥뻥 날려대며 궁극의 대패질을 선사하는 메이드 인 국산표 음풍농월 대사들이 니덜의 간택을 목놓아 지둘리고 있다. 본 음풍농월상은 물론 연기하는 배우의 멋드러진 낭독연기도 필수요소지만 작가의 작문실력 또한 한 몫을 단단히 해야 한다. 마치 소주 반 병 먹구 발꾸락으로 쓴 것 같은, 고민의 흔적 전혀 없는 대사일수록 음풍농월 대사로서의 풍미가 그득히 배어나는 법. 고로 음풍농월상은 배우와 작가가 한 호흡으로 합체할 때만이 진정한 감동을 전해줄 수 있다. 똥꼬담을 서늘케 하는 이들의 주옥같은 음풍농월들, 함 들어보자. <동갑내기 과외하기> : 권상우 역시 빠지지 않는다. 올해의 수작 <동갑내기 과외하기>. 게다가 올해의 명연기자 권상우. 예상대로 그는 훈민정음상 후보에 그치지 않고 음풍농월상 후보에도 발꾸락을 들이민다. 영화 초반에는 시종일관 툭탁대던 김하늘과 권상우. 하지만 권상우 급기야 김하늘에게 삘이 꽂히고... 그는 이렇게 프로포즈한다. 이 정도 진부한 대사를 기어이 써내고 마는 작가의 뛰어난 역량도 훌륭하지만 권상우의 낭독연기 또한 삐까 맞다이로 휘황찬란하다. 권상우의 애절한 표정도 놓쳐서는 안 되는 감상 뽀인트다. <튜브> : 박상민 헐리웃 영화와의 차별성을 선보이기 위해 영화 시작과 동시에 동네 얼라덜의 총쌈놀이를 보는 듯한 충격적 총격씬으로 만천하에 국산 블록버스터의 위용을 자랑질해보인 당 영화 <튜브>. 글타. 한민족의 갑빠가 있지, 미제 영화들 총쌈장면처럼 박진감있으면 되겠냐? 그런 당 영화가 자신 있게 소개하는 박상민의 실감나는 대사를 함 감상해보시라. <돌아오지 않는 해병>의 김하사가 지옥에서 살아온 듯한 저 한 떨기 비장미를 보라. 마치 70년대 영화의 한 순간 같지 않은가? 그리하여 당 영화는 올해 개봉된 영화들 중에서 최고로 오래된 영화의 삘을 풍기면서 2003년 최고(最古)의 영화의 지위에 오르기까지 한다. 극장을 나가려는 관객들을 저 대사 하나로 기절시켜 끝까지 관람석에 앉혀놓았다는 전율의 대사... 옳아, 이 용기, 이 신념의 경배, 그래. 모두 덤벼서 날 제압해라. 그 대신 누구든 먼저 움직이든 한 둘은 죽는다.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대사를 만들어내고야 만 시나리오 작가의 그 용기, 그 신념의 경배. 하여, 본 대사를 음풍농월상 후보에 올림과 동시에 <장군의 아들>에서 급전직하 테러리스트로 좌천한 박상민의 "이 용기, 이 신념의 경배"에도 삼가 경배의 심심함을 건네는 바이다. <불어라 봄바람> : 장현성 본 영화상의 후보우원회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음풍농월 대사가 넘쳐흐르는 당 영화에서 발굴한, 관객도 놀라고, 본지도 놀라고, 하늘까정 놀란 대사. "너도 사랑에 빠졌구나." 적어놓은 문장 하나만으로 벌써부터 닭살의 밀물이 파도쳐 오고 그 유치찬란함이 옥황상제 할아버지 똥고를 찌를 기세로 달려드는 궁극의 대패살 대사. 장면을 보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니 이걸 직접 보면 어떻겠냐. 심장이 터져 정신을 잃을지도 모르니 노약자나 임산부, 심장이 약한 자는 당 장면을 멀리하도록 권유하며... 자, 여기 이 장면을 공개한다. "너도 사랑에 빠졌구나.." 거기에 아무리 친한 불알친구라도 쉽게 쓸 수 없는 필링이란 단어를 넌 내 맘 이해하지, 이런 필링~으로 응용해먹음으로써 문제의 대사가 나오기 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조성해 "너도 사랑에 빠졌구나"의 효과를 배로 승화해내는 저 치밀한 대사 구성력... 참고로... 당 영화의 저 장면이 얼매나 느끼했던지, 관람을 마친 관객들이 몽땅 김치를 찾는 바람에 개봉관 근처 식당들은 김치파동을 겪었대나 뭐래나.. <조폭마누라 2> : 주현, 조미령 듀오 이번 음풍농월 대사 아니 음풍농월 선율은 일단 듣고 시작해야 한다.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이 개사된 가사를 음미하며 함 들어보시라. "너를 사랑하고도~ 늘 못 먹는 나는~" 이거, 제대로 받아 적은 거 맞나? 제 정신 박힌 이라면 절대 따라 부를 수 없고 맨 정신이 아닌 이라도 최소 사회에서 왕따 당하는 정도는 각오하고 불러야만 하는 저 노래. 이걸 과감하게 영화 속에 채택해버린 감독의 저 빛나는 용기. 또한 70년대 구공탄 시절에도 감히 통하지 않을 이런 개그를 2003년이라는 시점에 다시 스크린 속으로 옮겨놓는데 주저하지 않는 감독의 저 찬란한 용기. 글타. 본 음풍농월 대사의 공로는 대사를 쓴 작가의 것도, 연기를 한 배우의 것도 아니다. 그것은 저 따위 개그하다가는 시대와 불화할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묵묵히 실천해내고만 용기있는 감독의 것이다. 본래 천재는 왕따 당하고, 아리스트는 불화하는 것. 주위 사람들이 왕따하고 사회가 천대해도 정흥순 감독은 꿋꿋히 가던 길을 가시라. 꿋꿋히...
<천년호> : 김효진 음풍농월상의 마지막 후보작은.. 역시 빠질 수 없다. 쒯의 향연장이자 대들보인 국산 무협영화. 바로 <천년호>. 미래의 서방 될 비하랑 장군(정준호 분)을 뒤로하고 불귀의 객이 되어 한을 품은 구신으로 부활하는 자운비(김효진 분). 그 한을 풀기 위해 보이는 족족 장풍으로 적을 몰아세우는 그녀가 격정에 못 이겨 토해내는 한마디... "이 땅 위에 숨쉬는 모든 것을 없애버리겠다" 대사의 유치함도 유치함이지만 구신이라면 모름지기 가래 부글부글 끓는 듯한 목소리에 쇳소리를 섞어 발음해야 한다는 <전설의 고향>적 고리타분한 성우 메타포를 아직까지 마음 깊이 간직한 채 지금에 써먹는 감독의 용기백배함은 결국 <천년호>를 2003 토룡 영화제 음풍농월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시키는 쾌거로 보상받게 되었다.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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