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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대상] 2003 밥상가요대상 - 봉창타격상

2003.12.22.월요일
딴지 어워드 사무국

노래가 빛나려면 곡조와 더불어 노래의 반을 책임지는 요소인 가사도 출중해야 함은 두말하면 잔소리렷다. 올해에도 자다 봉창을 두들겼는지, 인도코끼리가 방귀를 뀌었는지 암튼 간밤에 마셨던 술을 확 깨게 할만큼 주옥같은 노랫말들이 홍수를 이뤘으니, 그중 특히나 출중한 몇몇을 가려낸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여러분은 그 중에서도 단 하나를 골라내야 한다. 가혹한 부탁인줄은 알지만, 일단 어떤 주옥가사들이 올해를 장식했던지 함 살펴보기나 하자.
 


 김건모 [제비] (작사: 최준영)


 잠깐듣기: [제비]


본 심사단, 무엇보다도 별남자 있는 줄 아냐 다 거기서 거기다, 사랑이 밥먹여주냐 영원할줄 알았냐 부분에서 히떡 디비졌다. 30년의 시차를 넘나드는 감각이 돋보이는 가사라 아니할 수 엄따. 과연 국민가수라는 칭호는 아무한테나 부여되는 게 아닐니다. 보시라. 이 세대를 초월하는 가사를... 참고로, 같은 아리스트의 곡을 동일부문에 중복시키지 않는다는 원칙 탓에 역시 유력한 후보였던 [청첩장]이 아깝게 누락되었음을 밝히는 바이다.






도대체 사랑이 뭔데 왜 나를 울리는거야
영원히 하자던 약속 다 어디로 간거야
빈속에 안주도 없이 낮술에 취해서 산다
잠을 자면 꿈속에서조차 니가 보고 싶은데


룰루랄라 강남갔던 제비도 다시 돌아오는데
룰루랄라 날 버리고 간 님은 언제 돌아오려나


너 너무 그러지 마라 그렇게 살지 좀 마라
별남자 있는줄 아냐 다 거기서 거기다
영어로 꼬시는 남자 명품을 건네는 남자
너 거기 혹하지 마라 마음만 다친다


룰루랄라 강남갔던 제비도 다시 돌아오는데
룰루랄라 날 버리고 간 님은 언제 돌아오려나


새야새야 날아라 멀리멀리 날아 내마음을 싣고 날아라
날아날아 가다가 우리님을 만나면 내소식을 전해 주어라


어른들 하시는 말씀 하나도 틀린게 없어
사랑이 밥먹여주냐 영원할줄 알았냐
나홀로 거니는 이길 이길을 밝히는 달빛
달빛에 머무는 추억 내님이 그리워


룰루랄라 강남갔던 제비도 다시 돌아오는데
룰루랄라 날 버리고 간 님은 언제 돌아오려나



 문희준 [내님] (작사: 문희준)


 잠깐듣기: [내님]


짧지만 임팩트 강한 가사의 전형이라 하겠다. 거의 황금률에 가까운 기승전결구조를 갖춘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특히 사랑, 사랑 그게 뭔가요를 목놓아 부르는 대목에선 한국락의 황금기라 일컬어지는 70년대 초반의 감성을 추구하는 진정한 락커 문희준의 학구열을 음미할 수 있겠다(80년대 초반의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보다도 쫌더 복고스런 정서로 해석하면 되겠다). 젊은이답지 않은 고풍스런 어휘선택과, 현대 국내 주류가요의 무조건적 관행인 ~요, ~죠 라임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연금술적 작사스킬을 만끽할 수 있다.





그대에게 꼭 한번만 묻고픈 말은
기다리란 그대의 말 거짓 아니죠
돌아서려 해도 할 수 없는 건
너무 많은 추억들이 날 가로막죠

사랑, 사랑 그게 뭔가요
이내 가슴은 잘 모르겠네요


내 님아 내 님아 볼 순 없겠죠
차라리 기다리란 말도 하지 않았으면
내 품안에 그대가 돌아오신다면
몇 백년도 몇 천년도 기다릴 수 있죠


저기 희미한 어떤 이의 모습
이제 이제야 오셨나봐요


차라리 기억마저 돌아올 수 없다면
사랑도 그리움도 잊혀질 순 없는데


내 앞에 오신 님이 내 님 맞나요
정말로 돌아오셨네요
너무 감사해요
너무 사랑해요



 영스타 [꿈] (작사: 오민아)


 잠깐듣기: [꿈]


거의 안무에 가까운 헤드뱅잉을 구사하는, 전원 고교생으로 구성된 밴드의 데뷔앨범 타이틀곡 되겠다. 과연, 그 가사가 새콤달콤 재미콤스럽게도 어찌나 앙증맞은지 치가 다 떨릴 지경이다(근데 정말 큰 가슴을 안아보자란 가사가 막 나와도 되는건가?). 옛날엔 야발라바히야라고 외우면(발음 참 드럽기도 하지) 덩크슛을 할 수 있었다는 전설이 있었거늘, 그보다 훨씬 원대한 목표를 훨씬 간단한 주문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통찰력에 그저 감탄할 따름이다. 그나저나, 타잔게임이 도대체 뭐냐?





샤랄랄라 랄라랄라랄라
샤랄랄라 랄라랄라랄라

누가봐도 순진한 내가 정말 싫어졌어
바람둥이 내친구 비법 하나 알려줬지
강도가 찐해 조금씩 겁났지만 심장이 울끈불끈
우리 한번 타잔 게임 fire love
제아무리 머릴 굴려도 그녀 정말 끄떡없어


어떨까 feel so good
해볼까 you make me crazy
떠나자 I can have a girl
큰 폼을 안고 살아봐
Boom shake down!


샤랄랄라 랄라랄라랄라
주문을 외워보자
샤랄랄라 랄라랄라랄라
에라 뭐든지 하는거야!


절세가인 콧대센 그녀라도 할 수 있어
천상천하 자신감 용기만빵 내가 했어


어떨까 feel so good
해볼까 you make me higher
떠나자 you can have a girl
큰 가슴을 안아보자
Dont shake out!


샤랄랄라 랄라랄라랄라
주문을 외워보자
샤랄랄라 랄라랄라랄라
뭘하든 끝장을 보고 말자


Shake it! Oh yes! 이럴줄 난 몰랐어
뭐야 너도 날 원했던거야
I did it You did it I wanna
You wanna We wanna


샤랄랄라 랄라랄라랄라
이제 한번 너도 따라해봐
샤랄랄라 랄라랄라 라라라
세상을 다 얻은거야
샤랄랄라 랄라랄라 라라라
할 수 있어 나처럼


내게 깊이 빠지진 마
샤랄랄라 랄라랄라랄라
게임에도 중독되지
샤랄랄라 랄라랄라랄라
지나치면 안되잖아
샤랄랄라 랄라랄라랄라
너 그래도 원한다면
If you wanna one more time
Just speak go! Run! You win!



 옥주현 [난] (작사: 옥주현)


 잠깐듣기: [난]


차세대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타진해온 옥주현, 역시나 기존의 명곡들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한 흔적이 역력하다. 본인이 직접 썼다는 [난](인지 []인지 [Nan]인지)의 가사를 볼 것같으면, 무조건 ~요, ~죠로 끝을 맺는 완벽한 라임과 앞뒤 문맥을 상대적으로 덜 고려하는 주류가요 문법을 충실히 계승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 내용이 어찌나 심오한지, 본인이 쓴 가사임에도 불구하고 생방송도중 컨닝을 해야만 했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잘 지내고 있겠죠
내 걱정은 물론 하지 않겠죠
난 아직 버릇처럼 그댈 걱정해요
떠나던 그 뒷모습 먼지같은 점이 될때까지도
발걸음조차 뗄 수 없던 그날 이후


세상 끝난듯 울던 난
웃음도 나오던 난
넋이 나간 사람처럼
낮과 밤도 잃어버린 채 살았지만
다시 생각했죠


그대가 살아있단 게 고맙다고
아직은 절망도 이를거라고
변한건 없을거예요
다만 그대없는 사랑도
난 지켜가죠


네번째 손가락에 오랜 시간 머문 반지자욱도
어느새 채워버린 그댈 본 날 이후


세상 끝난듯 울던 난
웃음도 나오던 난
넋이 나간 사람처럼
낮과 밤도 잃어버린 채 살았지만
다시 생각했죠


어쩌면 그대도 많이 낯설어서
조금씩 내게로 돌아온다고
그렇게 생각할래요
다만 그대 없는 사랑도
홀로 지켜가는 거죠 이렇게
시작도 그랬죠 익숙한걸요
아픈것도 내 몫이죠
다만 여전히 그대만을 사랑해요
난...



 원투 [자~ 엉덩이] (작사: 박진영)


 잠깐듣기: [자~ 엉덩이]


적어놓고 보니 이거, 완전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방불케 하는 장편일세. 길이와 내용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는 가사 되겠다. 그래서인지, 내용인즉슨 단순한데 외우기는 절라게 어려운 신비한 효능을 발휘한다. 아울러, 생활속의 미니멀리즘이란 바로 이런 것임을 적시하는 가사이기도 하다. 뭐 다 필요없고, 얼음땡 하려면 죄인들도 다 용서해줘야 된단다. 함 읽어나 보자.






손머리위로 좌우로 흔들
그리고 또 옆으로 앞뒤로 왔다갔다
손머리위로 좌우로 흔들
그리고 또 옆으로 앞뒤로 왔다갔다


압록강 끝부터 제주까지
애국가 가사처럼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을때까지
함께 신나는 music에 맞춰
원, 투, 원, 투, 쓰리, 포


처음엔 머리를 좌우로
그리고 두번째는 다리를 흔들고
마지막에는 조금은 부끄러워도
엉덩이를 Yo Yo Come on 해봐요


머리엔 머리
다리엔 다리
자 엉덩이를 이렇게 흔들어 주세요
머리엔 머리
다리엔 다리
자 엉덩이를 이렇게 흔들어 주세요


어! 며느리 할머니 할머니의 언니
목사님 신부님
그리고 아- 스님!
우리 재미있는 게임
한번 해보죠
죄인들도 다 용서해주고
함께 해봐요


자 메인!


규칙은 얼음하면 멈추고
땡 하면 춤춰요
내말 끝까지 잘듣고
반대로 하면 안돼요


자! 얼음!
자! 땡!
자! 얼음!
자! 땡!


머리엔 머리
다리엔 다리
자 엉덩이를 이렇게 흔들어 주세요
머리엔 머리
다리엔 다리
자 엉덩이를 이렇게 흔들어 주세요


난나난나(Hey)
난나난난(Hey)
난나난나나나나
난나난나(Hey)
난나난난(Hey)
난나난나나나나


여러분 2002년 여름에 우리는
다!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2003년 여름에 우리는
다! 엉~덩이를 짝짝짝짝 huh!


춤을 추자 우리 함께 노래하자
아 즐거운 음악에 다-몸을 맡기자
자 남쪽 제주
그리고 서쪽 광주
저기 동쪽 부산
everybody dance time


머리엔 머리
다리엔 다리
자 엉덩이를 이렇게 흔들어 주세요
머리엔 머리
다리엔 다리
자 엉덩이를 이렇게 흔들어 주세요


난나난나(Hey)
난나난난(Hey)
난나난나나나나
난나난나(Hey)
난나난난(Hey)
난나난나나나나


손머리위로 좌우로 흔들
그리고 또 옆으로 앞뒤로 왔다갔다
손머리위로 좌우로 흔들
그리고 또 옆으로 앞뒤로 왔다갔다
왔다갔다 왔다갔다



 이정현 [Summer Dance] (작사: 윤일상)


 잠깐듣기: [Summer Dance]


테크노 여전사 정현언니가 올여름 깜찍발랄섹시한 엉덩이춤과 함께 선보인 깜찍발랄섹시한 여름송가 되겠다. 사실 본작은 다른 후보작들에 비하면 전반적인 내용면에선 그리 강렬하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단 한줄의 Art한 표현이 듣는이들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갈기며 과연 여름철 납량특집다운 면모를 폴폴 과시해 줬음이다. 너 너무 Art한 거 아니... 과연 21세기 아트는 글로벌해야 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는 테크노 여전사의 가르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대목이라 하겠다.





Honey 멍하니 누굴 보는 거니
왜 그리 눈치없는 거니
내게 오지 않고 뭐하니 Oh Oh Oh
너 정말 Lucky한 거 아니
나 지금 너에게로 다가가잖아
이 여름 동안에 나를 너의 여자로 만들어

내게로 다가와 반짝이고 있는 나를 느껴봐 오오
정해진 건 없어 네가 느낀대로 신나게 흔드는 거야


Oh Baby
Oh Oh Oh Oh 더 크게 소리쳐봐
Oh Oh Oh Oh 그대 맘 속에 있는
슬픔이 지친 아픔이 모두 날아가 버리게
Oh Baby
Oh Oh Oh Oh 지금 너를 버려봐
Oh Oh Oh Oh 네 속에 갇혀있던
또다른 너를 내가 만나볼 수 있게
Hey Man Hey Girl Lets Dance


Dance Dance Dance
Dance Dance Dance
Dance Dance Dance


Honey 넌 너무 Art한 거 아니
어쩜 그렇게 Sexy하니
너무 완벽한 거 아니니 Oh Oh Oh
샤르르 녹여 버릴 거야
꿈같은 여름날을 만들어 줄께
밀려오는 파도처럼 네 맘속에 들어갈께


바다로 달려가 반짝이고 있는 너를 느껴봐 Oh Oh
딴 생각하지 마 이 느낌 그대로 신나게 즐기는 거야


Oh Baby
Oh Oh Oh Oh 더 크게 소리쳐봐
Oh Oh Oh Oh 그대 맘 속에 있는
슬픔이 지친 아픔이 모두 날아가 버리게
Oh Baby
Oh Oh Oh Oh 지금 너를 버려봐
Oh Oh Oh Oh 네 속에 갇혀있던
또다른 너를 내가 만나볼 수 있게
Hey Man Hey Girl Lets Dance


슈바슈바리 슈루루
슈바슈바리 슈루루
슈바슈바리 슈루루
슈비슈바


 






본 부문, 그 어느 부문보다도 후보경쟁이 유난히 치열했다. 어찌어찌해서 6개나 되는 후보작을 추려내긴 했지만, 간발의 차이로 후보권에서 탈락한(어쩌면 후보권에 든 작품들보다 더 강력할지도 모를) 수작들이 너무 많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아쉽게 후보문턱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던 자두의 [김밥], 김경호의 [아버지], 왁스의 [관계], 이효리의 [Do Me], 클릭비의 `Cowboy`, 송대관의 [유행가], 김현정의 [풍선과 커플링], 쵸코크림롤스의 [앗뜨거] 등에 대해서는 깊은 아쉬움을 표하는 바이다. 쩝.
 


투표 기간이 지났습니다.






 오성명반상 (Album of the Year)
: 올해 발매된 앨범들 중 가장 전원적이고 순박한 감성과 초현대적 괴음을 겸비한, 최괴(最怪)의 작품에 수여하는 상

 무공가수상 (Vocal Performance of the Year)
: 청자의 귀를 사정없이 후벼파는 공포와 나이트메어적 가창력을 무공삼아 올 한해 강호를 평정한 가수를 위한 상

 사기브라상 (Bombast of the Year)
: 애초 잔뜩 부풀여진 기대에 비해, 정작 그 내용물은 약 78.3%쯤 부족한 작품의 훌륭한 마케팅전략을 기리고자 제정된 상

 봉창타격상 (Lyrics of the Year)
: 마치 자다 봉창을 두들기듯 듣는이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든 참신한 발상의 가사에 수여하는 상

 상시춘일상 (Figure of the Year)
: 언제나 봄날인 듯 1년 내내 TV화면과 신문지면을 온통 자신들의 몸매로 도배질해온 공감각적 가수들을 위한 상

 종합우승상 (Artist of the Year)
: 이 모든 부문에 걸쳐 올해 단연 최대의 활약을 펼친 단 한팀의 아리스트에게 수여하는 상



 
딴지 밥상가요대상 어워드 사무국
(editors@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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