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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대상] 2003 밥상가요대상 - 오성명반상

z2003.12.22.월요일
딴지 어워드 사무국

가수의 존립근거는 뭐니뭐니해도 앨범이라는 본지의 굳디굳은 믿음에 의거, 올해를 가장 찬란하게 빛낸 명반에 수여하는 오성명반(五星名盤)상을 본 시상식의 첫 순서로 지정하게 됐다. 올해에도 평범한 리스너들로 하여금 나도 음반을 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만든 진정한 대중친화적 앨범이 많았다. 심지어는 개나 소나 음반을 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하여 무한한 가축사랑정신 보급에 공헌한 앨범도 부지기수였다. 남다른 음악적 지식이나 감각을 보유하지 않아도, 돈만 좀 있으면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을법한 앨범들이 올해에만도 수십장씩 쏟아져나와 팬들의 귀를 풍요롭게 해주었음이다.


일각에서는 이들 앨범이 복잡하기 그지없는 현대인의 일상을 실험적 음향과 각종 불협화음에 실어 사실적으로 표현해 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한 이들 앨범이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허탈한 웃음을 유발하며 일상에 찌든 시민들을 위로하고자 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만약 이들 주장이 맞다면 전위 예술로서의 가치와 함께 대국민 우낌유발에도 공헌한 앨범들이 되겠다. 그리하여 음악팬들로부터 쏟아지는 5개씩의 별점세례(무슨 돌침대 선전 생각난다...)로 눈이 부셨던, 그중에서도 올해의 최고봉에 오를만한 음반은 과연 무엇이려나.
 

 김건모 <Hestory>



 잠깐듣기: [청첩장]
 잠깐듣기: [My Son]


6집 <Growing>이 국민가수라는 명성에 먹칠하는 부진한 판매고를 올렸다 해서 그 이후 김건모의 음악적 행보를 상업적 농간이다라고까지 폄훼하는 무지몽매한 리스너들이 속속 나타남에 통석의 념을 금치 못한다. 김건모의 통산 8집이 되는 이 앨범, 바로 전작 <Another Days...>의 노선을 그대로 이어감으로써 밀리언셀러 가수 김건모의 명성을 유지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 되겠다. 전작의 [짱가]는 [제비]로, [미안해요]는 [청첩장]으로, [Y]는 [딸기]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음을 보건대 확실히 그러하다.


게다가 유아틱하다는 오해를 일으키기 쉬울 정도로 소박한 발상의 가사와, 두번 생각하지 않고 지었을 거라 곡해되기 쉬운 간결한 멜로디는 이 음반이 얼마나 일필휘지로 탄력받아 만들어졌는지를 증명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이런 상황을 예견했음인지 김건모 본인이 일체의 연말 시상식을 거부(사양인가?)하기로 했다는 건데... 그러거나 말거나지. 여하간 그렇다 해서 음반의 광채가 바래는 건 아니니까.
 


 김경호 <Open Your Eyes>




 잠깐듣기: [아버지]
 잠깐듣기: [Now]


그래, 타이틀이 시키는대로 눈을 커다랗게 뜨고 보자. 언제부터 김경호 머리가 저렇게 짧았더라. 어쩌면 (본상의 유력한 수상후보이기도 한) 문희준의 "함께 한국락을 이끌어가자"는 도발적인 언행에, 락커로써 자신의 입지가 매우 불안하다고 느꼈던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야 보다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의도로 유승준, 샾, 핑클 등과 작업했던 작곡가 김진권(뜨아...)과 손을 잡게 되니, 변화를 향한 김경호의 욕구는 비단 헤어스타일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여실히 증명하는 셈이다.


그 결과, 어떤가? 김경호의 목소리로 듣는 `Now`, 새롭기 그지없다. 쌍팔년도, 아니 어쩜 그 이전의 감성으로 점철된 [아버지]에서의 절창, 이왕 과거지향적인 컨셉을 지향할 바에야 화끈하게 해치워버리겠노라는 굳은 심지를 엿볼 수 있다. 게다가 비트가 강한 곡과 약한 곡을 야구 지그재그 타선을 짜듯 배치해놓은 대목에 이르면, 곡배치가 앨범의 완성도에 미치는 영향을 새삼 음미해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암튼지간에 율동락커 김경호의 화려한 탄생, 뒤늦게나마 감축하는 바이다.
 


 문희준 <Legend>




 잠깐듣기: [G선상의 아리아]


"한국락을 이끌어가겠다"를 포함, 일련의 발언들로 인해 담배애호가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는 문희준. 전작 <Messiah>에 비해 러닝타임과 수록곡수를 줄이는 용단을 내림으로써 더욱 일취월장한 면모를 과시한, 대한민국 유일 절대락커 문희준의 무려 3번째 앨범 되겠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락 & 오케스트라의 기치하에, 당장이라도 듣는이의 폐부를 긁을 듯 밀려오는 현악의 감동이 기타소리마저 집어삼킬 정도로(가끔 그 역의 경우도 발견된다) 박력 넘치는 사운드가 앨범 전반을 수놓고 있다.


순수 아마추어의 기량으로도 이 정도로 엄청난 주목을 받는 음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며, 만들어내는 음반마다 항상 화제의 중심에 서게끔 만드는 마이더스의 손으로서의 면모까지 과시하고 있음은 후학들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하겠다. 게다가 그 좋은 작업환경에서 굳이 이렇게까지 언밸런스한 사운드를 뽑아내는 걸 보면, 문희준은 진정 21세기의 벨벳 언더그라운드, 혹은 캡틴 비프하트가 되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으며... 수습 안된다. Break!!!
 


 박지윤 <Woo~ Twenty One>



 잠깐듣기: [DJ]
 잠깐듣기: [여자가 남자에게 바라는 11가지]


워미, 껍데기 사진부터 아주 제대로 먹어주고 들어간다. 아니나다를까, 내용물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60년대풍의 섹시함을 추구했다는 박진영의 컨셉. [할줄알어?], [DJ]를 위시한 수록곡들을 잘 들어보시라. 저 저렴한 사운드메이킹. 확실히 60년대 경제상황이 연상되지 않는가? 여기에 박지윤의 호흡 짧은 보컬까지 가세하니, 이 정도만 해도 본 부문의 강력한 수상후보로 손색이 엄따.


이밖에도 이들 콤비의 시사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는 [DJ]나, 국제적인 감각을 잘 드러내는 [집시여인], 최근 몇년간 서점가를 강타한 베스트셀러들을 벤치마킹했음에 틀림없는 [여자가 남자에게 바라는 11가지] 등 새콤달콤 다양한 성향의 트랙들이 앨범을 장식하고 있다. 이 앨범을 끝으로 더이상 이들 콤비의 활약상을 음미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원투 <자~ 엉덩이>



 잠깐듣기: [달빛 창가에서 2003]
 잠깐듣기: [진실한 부킹]


21세기 새로운 괴음전파 프로듀서군의 선두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박진영... 비록 박지윤은 이제 곁에 없지만 대신 그 빈자리가 아쉽지 않을 정도의 잠재력을 지닌 신인을 발굴해냈으니, 그 이름도 일리있는 원투 되겠다.


이 음반은 일단, 너무나 심오하다. 은빛 후광 휘황찬란한 커버사진 하며, 주인공인 원투의 확 깨주는 분장 하며, 게다가 타이틀곡이라는 [자~ 엉덩이]는 왜 그런 멜로디로 만들어져야만 했는지 여간한 내공으로는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을 만큼 의미심장하다. 듣고 나면 둥둥거리는 베이스음과 두 멤버의 유난한 목소리 말고는 남는 게 전혀 없으니, 듣는이의 심리상태를 완벽히 정화해줄 목적으로 만들어진 곡이자 앨범인가보다 하고 짐작할 따름이다. 여하간 이들이 앞으로 괴음계를 이끌어갈 잠재력을 갖춘 무서운 신인들이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쵸코크림롤스 <Chococream Rolls>



 잠깐듣기: [클라크]


자우림의 두 멤버(김진만, 이선규)와 퍼니파우더의 멤버(이승복)가 뭉쳐서 만든, 그 라인업만으로도 가슴 두근거리는 수퍼그룹 프로젝트 되겠다. 노련한 뮤지션들의 결합체답지 않게도,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순진무구 멜로디와 순진무구 창법으로 무장하고 있다. 듣기에 따라선 위저(Weezer)가 심심풀이로 습작한 결과물처럼 들리기도 하니, 세계 락씬의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는 멤버들의 집요한 감각도 엿볼 수 있음이다.


단촐한 3인조 편성으로 사운드 때깔까지 단촐하기 그지없게 만들어낸 이 앨범은, 자신들의 역량을 벗어나는 영역에 대해 크게 욕심을 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올해 최고의 주제파악 앨범으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오늘이 지나면 그녀는 서른살"([꽃])이란 한마디를 하지 못해 얼마나 입이 근질거렸을까 생각하니, 순박한 인간적 면모마저 느껴지는 것 같아 더욱 정감이 가는 앨범 되겠다. 한국의 CCR이 되고자 의도했던 것만 같은 밴드명이야 두말할 것도 없고.






후보선정결과 누구나 인정할 만한 기존의 강자도 있고, 미처 예상치 못한 무서운 신예도 있다. 치열한 경합의 결과는 과연 어떠할지, 모쪼록 귀추(어디까지나 귀추다)가 주목되는 바이다.


한편으로는 이 반열에 들지 못할 이유가 없는, 그러나 결과적으로 누락된 강자들도 꽤 있을 줄로 안다. 그렇다고 너무 섭해하지들은 마시라. 본 부문의 성격과 다소 맞지 않아 배제되었을 뿐이지, 그들이 구제될 수 있는 부문은 아직도 많다.
 


투표 기간이 지났습니다.






 오성명반상 (Album of the Year)
: 올해 발매된 앨범들 중 가장 전원적이고 순박한 감성과 초현대적 괴음을 겸비한, 최괴(最怪)의 작품에 수여하는 상

 무공가수상 (Vocal Performance of the Year)
: 청자의 귀를 사정없이 후벼파는 공포와 나이트메어적 가창력을 무공삼아 올 한해 강호를 평정한 가수를 위한 상

 사기브라상 (Bombast of the Year)
: 애초 잔뜩 부풀여진 기대에 비해, 정작 그 내용물은 약 78.3%쯤 부족한 작품의 훌륭한 마케팅전략을 기리고자 제정된 상

 봉창타격상 (Lyrics of the Year)
: 마치 자다 봉창을 두들기듯 듣는이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든 참신한 발상의 가사에 수여하는 상

 상시춘일상 (Figure of the Year)
: 언제나 봄날인 듯 1년 내내 TV화면과 신문지면을 온통 자신들의 몸매로 도배질해온 공감각적 가수들을 위한 상

 종합우승상 (Artist of the Year)
: 이 모든 부문에 걸쳐 올해 단연 최대의 활약을 펼친 단 한팀의 아리스트에게 수여하는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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