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노래방 권력구조에 관한 이론 변천과정 연구 2003.12.21.일요일
(실천적 노래방주의를 중심으로)
이 연구는 전 세계의 노래방에서 마이크 두개와 템버린 한대, 그리고 정해진 시간이라는 한정된 희소자원의 분배를 놓고 펼쳐지는 각 노래방 플레이어들의 권력 재분배 과정을 설명한 이론들 중, 90년대를 중심으로 국내 노래방계에서 주목을 받아온 주요 이론들의 변천사를 정리하고 향후의 발전을 전망해 보는 것을 그 목표로 한다.
고전적 뽕짝주의(BbongZzakism)의 출현 사실상 고전적 뽕짝주의는 이후 뽕짝주의에 대항한 경음주의(Balladism) 등의 사상이 제시되기 전에는 노래방 정치학에서 패권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노래방이 한국 사회에 처음 등장한 80년대 후반~90년대에 걸쳐 당시로서는 이 생소한 놀이문화에 빠르게 적응해 갔던 중장년층 샐러리맨들이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노래방을 찾아 아는 뽕짝을 신나게 불러제꼈던 것이 그 시초이다.
고전적 뽕짝주의의 가장 큰 특징은 노래방에서는 분위기 띄우면 장땡이라는 금언을 모토로, 그 어떤 상황에서도 템버린을 놓지 않는 초지일관의 굳건한 정신으로 오로지 업된 분위기의 지속에만 힘써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90년대 초반 급속히 떠오른 경음주의가 발달한 이후 기분 다운되서 노래방 간 사람은 어쩌란 말이냐는 신랄한 비판을 받게 되지만, 뽕짝주의의 전성기에는 그 세가 약해 이러한 공격은 거의 받지 않았다.
그러나 한 학문에 있어 특정이론이 패권적 위치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사실을 재확인 시켜준 것이 92년 노래방 정치학계에 홀연히 등장한 경음주의 사상(Balladism)이다. 경음주의의 발현은 국내 유수의 노래방 싱크 탱크로 떠오른 MBC(Modern Balladism Conference)에서 경음주의 학계의 대부 신씅훈 박사가 <보이지 않는 싸랑 Invisible Love>이라는 논문을 발표하여 13주간 최우수 논문에 선정되면서 그 화려한 시작을 알리게 된다. 경음주의는 그때까지 뽕짝주의 일변도였던 노래방 정치학계에 일대 지각변동을 가져오며 새로운 조류로 정착하게 된다. 즉, 노래방의 목적은 고전적 뽕짝주의가 전파한 업된 분위기만이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라는 근원주의 측면에서, 연인과 깨져 괜시리 울적해진 기분, 노래방 가서 슬픈 노래 부르며 마음을 달래는 일도 노래방 정치에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며 당시까지 노래방계의 유일사상으로 이어져온 뽕짝주의의 매너리즘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이러한 경음주의는 그 후 수많은 젊은 추종자들을 배출하며 현재에 까지 이르고 있다. 경음주의가 그러했듯이, 힙합주의(Hippoism) 또한 걸출한 한 논객에 의해 빛을 발하게 되었다. 서태쥐라는 이름의 이 논객은 자신의 벤쳐형 논객집단 서태쥐와 아해들을 결성, 경음주의가 대두한 92년에 <난 아라요>라는 전혀 새로운 형식의 논문을 발표하여 학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게 되었다. 그의 이 논문은 연말의 MBC 10대 논객 발표회에서 최우수 논문상(대회의 보수성으로 최우수 논객에는 선정되지 못했다)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하며, 이후 서태쥐라는 기념할만한 사상가를 한국 학계가 영원히 기억하도록 만든다. 그가 제창한 힙합주의는 그러나 한국의 노래방 정치풍토에 적용되기에는 약간의 무리가 있었다. 그 이유를 다음 도표를 보면서 설명하도록 하자.
이 도표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그가 제창한 힙합주의를 원래의 의미 그대로 해석하였을 경우 아직까지도 노래방 정치학의 대전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를 띄워야 산다라는 명제에 제대로 부합하지 않는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된 것이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노래방 플레이어들은 원론주의적 힙합론자들을 배척하는 분위기를 형성하게 되고, 여기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것이 변질된 힙합주의, 후일 댄스주의로 명명되는 새로운 학풍이다. 그러나 댄스주의는 아직 그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단계이므로 이 논문에서는 제외하도록 하겠다.
선발주자인 경음주의와 힙합주의와는 달리 로키즘은 그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멀게는 한국이 낳은 위대한 사상가 신쭝현 선생에서 부할, 가까이는 수많은 언더 락 그룹들이 존재하나 사실 노래방 정치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록커는 김꼉호라는데 대부분 의견을 같이한다.
그는 로키즘이 가지는 본래의 모순인 양날의 검으로서의 로키즘을 마일드하게 대량생산하여 그 보급에 힘썼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즉, 노래방에서 그의 노래를 선택했을 경우 플로어로 부터 그래, 그거 다 올리면 넌 짱먹지만 만의 하나 삑사리 나면 마이크 줄로 천장에 거꾸로 매달아 주마라는 의미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로키즘 특유의 전개는 강철심장이라 불리우는 서구 사상가 스띨하트의 <쉬즈 곤>이라는 논문에서 강하게 지적된 바 있으나, 김경호는 이것을 한국형으로 재수정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한때 노래방 정치학에서 패권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새로운 사상의 조류로 노래방 유저들의 기억 속에 묻혀져갔던 고전적 뽕짝주의는, 그러나 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화려한 복귀를 이루게 된다. 이에 관해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노래방 정치학을 강의하는 James Mayall 교수는 그의 저서 <노래방 정치학>에서
즉, <옥경이>에서 <찬찬찬>을 돌아 <99.9>까지, 대략 10여 곡이 메들리 되었을 경우 플로어는 자기 차례 기다리다 지쳐 잠들 수밖에 없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예는 있었다. 96년 열린 어느 심포지움 석상에서 젊은 논객 하나가 뽕짝 메들리 14곡을 연속으로 부르다가 넌 18번이 18개냐!!는 좌중의 날카로운 지적과 함께 학계에서 영원히 매장된 사건이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했던 학자들은 분기탱천한 나머지 교토로 심포지움 자리를 옮겨 익년인 1997년 뽕짝 메들리 곡 수 제한에 관한 교토 의정서를 제정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 의정서는 미국과 러시아 등 강대국이 나는 꾹 참고 두 곡만 불렀는데 딴 넘 5곡 부르면 난 븅신 되잖아!!! 라는 거센 반발과 함께 의정서의 비준을 거부하고 있어, 향후의 전개가 주목되고 있다.
신 뽕짝주의의 등장과 함께 노래방 정치학은 다원주의로의 귀결을 이루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노래방의 대전제가 분위기를 띄우는 것 인지, 스트레스 해소인지에 관한 지루하고도 기나긴 논쟁은 이제 시작점에 선 단계이다. 인간은 과연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가. 노래방은 인류의 사상사에 구원으로 등장할 수 있는가. 앞으로의 노래방 정치학의 전개가 주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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