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2003 토룡 영화제 - 혼비백산상 2003.12.8.월요일
날아오는 총알 림보자세로 가뿐히 피해 제끼는 <매트릭스>에서의 놀랄만한 그 장면, 샤워도중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칼로 슥슥 난도질당하는 <사이코>에서의 경악할만한 그 장면, 그리고 환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바람에 치마가 훌떡 올라가 버리는 <7년만의 외출>에서의 짜릿한 그 장면. 그렇담 우리 영화에는 이런 장면이 없냐? 있다. 단 몇 컷으로 관객에게 놀람과 경악 그리고 충격과 전율 등, 똥꼬에 땀이 차게 할 만큼 혼비백산한 순간을 만들어낸 문제의 장면들이 우리 영화에도 차고 넘친다. 본 혼비백산상은 바로 그러한 장면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올 한해 관객의 민망체감지수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혼비백산상 후보 다섯 장면을 여기 가열차게 소개한다. <조폭마누라2> <조폭마누라 2: 돌아온 전설>. 장면 하나하나가 온통 지뢰밭인 작품이지만, 그 중에서도 최대 압권이라 할만한 장면은 바로 이거 되겠다. 앞뒤 좌우 어느 모로 보나 죽을 이유가 전혀 없는 우리들의 짱깨집 사장님, 박준규. 속절없는 칼침을 맞고 장렬히 스러지는, 눈물이 앞을 가려 도저히 외면하지 않을 수 없는 저 씬을 보라! 철없는 딸자식의 채근에 못이긴 나머지 싸움에 끼어들었다가 변변히 힘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허망히 산화하는 저 모습... 비장미와 폭소가 절묘하게 버무려진, 울다가 웃게 만들어 전국민 똥꼬털 발육촉진에 지대한 공로를 한, 실로 잊지 못할 순간이 아닐 수 엄따. 이 장면을 빛내는 요인이 아무렴 그런 기술적인 미덕뿐이겠는가. 죄 없는 젊은이가 원치 않는 싸움에 끼어들어 죽는다는 설정, 이거 흡사 반전영화를 방불케 하는 메시지 아닌가. 영화사 만대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영화의 처음에서부터 끝까지 말도 안 되는 상황으로 일관하는 당 영화, 결국 클라이막스에 가서도 전혀 이해하기 힘든 장면으로 혼비백산한다. 일편단심 민들레 손예진을 구출(?)해야만 하는 우리의 문디자슥 차태현, 손예진 놓아달라고 돈 많고 힘센 사장님 앞에서 무릎꿇고 싹싹 빈다. 그렇다고 어느 남자가 저렇게 예쁘고 앙증맞고 구엽고 애교 넘치기까정한 손예지니같은 신부를 놓아주겠냐. 총 맞았냐. 근데 돈 많고 힘쎈 사장님 끝내 총 맞는다. 어케? 초대형 결혼식장을 가득 메운 총 정원 327명의 하객들 누구 하나 뺄 것 없이 마스게임 하는 것 마냥 일제히 오열한다. 우리의 차태혀니가 불쌍해서 그런 게 아니라 영화에 대해선 조또 모리는 감독님이 다 같이 오열하라고 시켜서 그런 거다. 아, 글씨 눈물 훌쩍이는 시간까정 똑같다. 일사분란하게 대동단결한 저 엑스뜨라들의 단결력을 보라. 이러다 보니 불쌍한 새신랑 사장님, 도저히 배겨내지 못하고 결국 불가피한 선택을 하게 된다. 아리따운 신부 손예진을 놓아주는 거다. 그리고 환호하는 군중...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가 아니라면 짐바브웨이 영화건 라칸 군도에서건 결코 볼 수 없는 유일의 혼비백산 장면이다. <여고괴담3> <링>의 복제력은 실로 놀랍기만 하다. 이젠 그 유사성이 한강모래사장에서 코털 찾기만큼 희박한 <여고괴담3>마저 따라하는 수준까정 온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평소 텔레비전 브라운관으로 들락날락하시던 사다코 귀신이 당 영화에선 학교 창문으로 기어 나온다는 사실. 그냥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밥풀 튀기듯 삐질삐질 터져 나오는 비웃음에 안그래도 뒤로 자빠라질 지경인데 모가 구렸는지 굳이 감독은 이 부분을 사다꼬에게 바치는 오마주라고 표현하여 급기야 올 한해를 통틀어 거의 열손꾸락 안에 들 정도로 우껴버린 최고의 코미디를 선사하고야 말았으니... 말할 것도 없이 <링>의 가장 충격적인 시퀀스를 거의 그대로 따.라.한 이 장면. 공포의 클라이맥스를 이뤄야 할 순간을 최대의 폭소 유발 콘테스트 장으로 변모시킨 이 장면은 우리가 찾던 혼비백산 장면의 후보작으로 손색이 없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대패없인 볼 수 없는 혼비백산 장면. 당연히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도 있다. 당 영화가 워떤 영환가? 딴지영진공 워스트에 빛나는 영화 아닌가. 당 영화의 주옥같은 혼비백산 장면들은 4열 종대로 연병장 두 바퀴 분량이다. 젤 마지막에 창녀였던 고은비가 국회우원에 당선되자 모든 창녀들이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뛰어 나와 만쉐이를 외치는 장면을 떠올려 보시라. 급기야 한 여자는 어느새 치마 저고리 차림으로 만쉐이를 외친다. 아무도 상상하지 않는 걸 상상해고야 마는 작가의 이 상상력에 "신념의 경배"!! 하지만 이보도 더한 혼비백산이 당 영화에는 있다. 상대측 후보들의 각종 태클로 국회우원 출마를 포기하려는 고은비. 유세장에서 울먹거리며 출마포기 의사를 밝히려는 순간.... 아, 나머지는 보시라. 보고 가슴으로 느끼시라. 필히 이태리 타올이나 울트라 텅스텐 대패를 준비하여 전신을 강타하는 닭살의 파노라마에 대비하셔야 할 거다. <남남북녀> 한국영화 수준을 15년 전으로 빠꾸시키면서 시간여행의 가능성을 보여줘, 타임머쉰 연구회 선정 올해 최고(最古)의 영화 부문에서 당당히 <튜브>와 겨루던 당 영화 <남남북녀>. 당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문득 자신이 15년전 영화를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착각을 들게 한다. 당 영화의 그러한 총체적 난국에는 딱히 드릴 말씀이 없음이다. 당 영화, 본 영화제의 모든 부문에 엄청난 숫자의 후보를 노미네이트시킬 수 있는 걸작이나 심사위원들의 집단적인 심사거부 사태가 발생할까봐 차마 많이 노미네이트시키진 않았다. 암튼 후보로 올라온 장면을 보자. 영화의 젤 마지막. <남남북녀>라는 영화의 제목답게 남한의 사나이 조인성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북한의 아가씨 김사랑과의 결혼을 허락해달라고 청하고, 아니나 다를까 김정일은 허락하고 영화는 해피엔딩. 그리고 나서 올라오는 영화의 엔딩 크레딧. 최근 영화에서 절대로 보지 못했던 바로 그 크레딧이 올라오고야 만다. 역시 최고(最古)의 영화답게 그 크레딧의 스타일리쉬한 복고풍은 관객의 가슴을 울렁이게 만든다. 게다가 이 크레딧이 안 올라왔다면 관객들 영화가 끝난 줄도 모르고 관람석에 계속 앉아 있었을 꺼다. 당 영화 당최 정리가 안 되는 통에 어디가 이야기의 끝인지 난감시럽다. 그리하여 제작진은 친절하시게도 관객에게 아래와 같은 크레딧을 보여주면서 이젠 그만 집에 가라고 타일러 주신다. 그 하해와 같은 마음 씀씀이... 그저 따사로울 뿐이다. 그리고 거기에 이어 영화의 주연배우 조인성이 또 한 마디 덧붙이시는데... 거의 초딩 학예회 끝나고 하는 무대인사와 버금간다. 이로써 당 영화의 학예회적 풍모가 드러나는 거다. 이 딴 넘의 시나리오에 영화 만들라고 제작투자한 투자사들의 놀라운 자선사업정신에 감복하지 않을 수 엄따. 암튼 감상해보자.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문제적 장면을...
아무래도 가장 어려운 심사가 되지 않을까 싶다.
투표 기간이 지났습니다.
|
검색어 제한 안내
입력하신 검색어는 검색이 금지된 단어입니다.
딴지 내 게시판은 아래 법령 및 내부 규정에 따라 검색기능을 제한하고 있어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전기통신사업법 제 22조의 5제1항에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삭제, 접속차단 등 유통 방지에 필요한 조치가 취해집니다.
2.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청소년성처벌법 제11조에 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제작·배포 소지한 자는 법적인 처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4.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따라 청소년 보호 조치를 취합니다.
5. 저작권법 제103조에 따라 권리주장자의 요구가 있을 시 복제·전송의 중단 조치가 취해집니다.
6. 내부 규정에 따라 제한 조치를 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