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성룡 엉아를 돌려다오!! 2003.10.13.목요일
초등학생 조카 나이 이제 겨우 11살, 같이 볼 영화는 성룡 주연의 <메달리온> 밖에 없더라. 그래도 본 우원, 평소 성룡 엉아라면 사족을 못 쓰는 정도.. 까정은 아니지만 극장에서 안 보고 지나가면 괜히 쌀 거 못 싼 거 마냥 찝찝했던 지라 내심 쾌재를 부르며 영화 관람에 임했더랬다. 근데 이 놈의 조카 쉐이 상영내내 "액숀 가면맨이면 저 사람 잽도 안돼라며 우리의 성룡 엉아를 단순 B급 액숑 배우 나부랭이 정도로 치부하더니만 급기야 영화가 끝나자마자 한다는 소리가 글쎄.. 저런 거 볼 바엔 차라리 피자헉이나 먹으러 갈 것이지 왜 이런 잼없는 영화로 생고생을 시켰나며 아주 난리부르스다. 성룡 영화를 우리 조카는 씨바, 저런 거란다. 물론 <메달리온>에서 성룡 엉아가 인간로켓티어도 아닌 것이 예전과 달리 씨쥐의 도움을 받아가며 하늘로 슝~하고 치솟는 모습이 서글프긴 했다. 그래도 아무리 그렇지 성룡 엉아가 누군데, 헬리콥터 날개에 화이바 날려먹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는 스턴트 계의 인간문화재가 아니었단 말인가. 근데... 세월의 힘은 천하의 성룡 엉아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나부다. 하긴 1954년 4월 7일생이니까 벌써 성룡 엉아도 쉰이시다. 본 우원이 이 기사를 쓰게 된 건 순전히 이 때문이다. 지금은 비록 노쇠에 따른 급격한 늘어짐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그래도 그의 폭주기관차같은 몸동작 하나하나는 홍콩시절 추억 영화 속에 고스란히 살아있지 않던가. 그러니 과거 성룡 엉아의 기라성과 같은 액숀을 지금에 들춰 과거를 추억 해보고, 덤으로 나이가 얼매나 성룡 엉아의 발목을 잡았는지도 이 기회에 함 알아보자꾸나. 성룡 영화 액숀의 가장 기본이라 하면 역시 아우토반을 가를 듯한 스피드로 내뿜는 원투스트레이트 연발타가 아닌가. 이름하야 3.78/sec. 보시라, 초당 3.78발의 주먹차기와 발차기 동시일발을 가능케하는 성룡 엉아 액숀의 최정점 <폴리스 스토리 2,3> 시절의 눈 깜짝할 위용을.
게다가 성룡 엉아 특유의 개구리 폴짝 담치기 실력은 또 어떻단 말인가. 특특특, 벽치는 三발마의 구두소리만이 허공을 가르는 옛 홍콩시절의 가공할만한 순간 담치기 실력. 아~ 우리 어찌 잊으랴, 성룡 엉아의 스피드를. 그랬던 성룡 엉안데 지금은... 나이를 먹더니 일케 되부렀다.
성룡 엉아도 인간이시다. 고로 어쩔 수 없이 1년마다 나이 한 살씩 꼬박 잡수신다. 해서 한 마리의 날렵한 개구락지 마냥 통통 튀는 짬푸력을 선보였던 홍콩시절의 초특급 담치기와 달리 이제는 세 걸음의 도움닫기가 있어야 가까스로 담을 탈 정도로 현격한 스피드 감소를 보이시지만서두... 성룡 액숀은 죽지 않는다. 다만 스피드가 좀 느려질 뿐. 나이 먹음에 따라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것이기 땜시롱 인간적으로 봐줄 수 있다는 얘기다. 대신 우리가 성룡 엉아께 바라는 건 이것이 아니더냐. 다음을 보라.
우리가 진정 성룡 엉아께 원하는 것 중 거의 일등 반열에 있는 건 다름 아닌 코딱지만큼 좁아터진 공간에서 연출해내는 온갖 다종버라이어티한 생활소품 응용 아크로바틱 원맨 리사이틀 아기자기 액숀이라 하겠다. 기억들 나시는가, 글로리아 입의 결혼식에 참석하려는 우리의 성룡 엉아를 적들이 감금으로 방해하려 할 때 이에 아랑좃하지 않고 평소 하시던대로 주변 집기를 이리 뒤집고 저리 패대기치고 여차저차하시어 난국을 극복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미라클>에서의 그 기념비적 액숀을...
우리가 여지껏 그의 스피드가 거북이의 발치까지 떨어져도 열광적으로 발광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 이유는 거의 포스트 모너니즘의 경지에 오른 창조적 액숀이 뒷받침이 되고 있기 때문이 아니덩가. 근데 미국으로 주 활동무대를 옮기더니만 영 맥아리를 못 추시는 게 바람 빠진 반담 갑빠 마냥 기계적인 액숀을 펼치시덩가 아니면 성룡 특유의 소품 응용 리사이틀을 보여주더라도 할인마트의 시식코너같은 맛배기 수준에서 그치고 마니 이 아니 안타깝다 아니 할쏘오~
그러나 역시 썩어도 삼치라고, 그나마 다행인 건 <샹하이 나이츠>처럼 성룡 엉아께서 직접 프로듀서를 병행하고 있는 영화에서는 그 스피드가 눈에 띌 정도로 떨어졌을지언정 오밀조밀한 소품 응용 액숀의 완성도에 있어서 거의 관객 만족지수 백 퍼센트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리얼리티를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얼마나 다행이야, 할렐루야~
소품 응용 액숀이 성룡 영화의 좌청룡이라면 성룡 영화의 우백호는 모니모니해도, 목숨 알기를 돌같이 여기는 평소의 신념을 바탕으로 자신의 몸뚱아리를 특수효과의 재료로 쾌히 투척하시어 펼치는 무대역무대뽀적 본인 스턴트라 아닐 할 수 엄따. 바로 이런 거...
이렇게 성룡 엉아가 그 귀한 몸뚱아리 다 받쳐 똥꼬탈장 머리쭈빗 등골오싹한 아슬아슬 스펙타클을 한바가지로 선사하다보니 상대역이라고 어디 가만있을 수 있었을쏘냐. 나쁜넘 역으로 출연한 상대배우덜이 성룡 엉아의 회심의 일격에 냅따 팽 당하는 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라.
그래서 우리는 이를 통해 성룡 영화가 단지 성룡 한 개인의 자빠라짐이 아니라 상대 배우덜의 헌신적인 자빠라짐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성룡표 영화가 완성된다는 사실을 마음 속 깊이 간파할 수가 있었다. 그랬던 성룡 엉안데... 근데 씨바, 나이 먹고는 자연산 본인 스턴트가 있어야 할 자리를 씨쥐에게 일임하며 자기 몸 건사하기에 바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넘의 세월은 성룡 엉아의 스피드만 물고늘어진 게 아니라 성룡 엉아의 전매특허인 무대역무대뽀적 본인 스턴트의 바짓가랑이까지 물고 늘어졌다. 덤으로 상대배우덜의 늘어짐까지... 그래서 이런 모습을 보고 있어야 하니 아주 미워 죽겠다. 성룡 엉아가? 아니, 성룡 엉아를 나이 먹게한 그 세월이...
소품 응용 액숀과 무대역무대뽀적 본인 스턴트가 관객에게 선 굵은 재미를 선사한다면 성룡 영화의 쏠쏠한 재미 파트를 책임지는 요소라면 본 우원, 그건 최고 쎈 악당이라고 강력히 강력히 주장하는 바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최고 쎈 악당이라면 자신의 가랑이 사이로 성룡 엉아를 기어가게 함으로써 역대 성룡 영화 최고의 나쁜넘으로 등극한 <취권>에서의 그. 이에 그치지 않고 그 바로 다음 작 <사형도수>에서 또 한번 성룡 엉아를 처절함의 구렁텅이에 쳐박어 욕되게 한 그. 바로 염철호 두둥~
이너마덜이 얼마나 무서웠던지 <A계획>에서 성룡 엉아는 평소에 안 하던 생고추를 입안 한까득 베어 물고 피어오르던 분노를 매운내로 승화해서야 비로소 이 나쁜넘덜을 물리칠 수가 있지 않았덩가. 그래서 오히려 우리의 뇌리에 깊이 남아있는 홍콩시절의 나쁜넘덜. 그런데 성룡 엉아가 미국시절에 물리친 나쁜넘덜 중 과연 우리의 기억에 남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겨준 악당덜이 있었단 말인가?
성룡 엉아가 잠시 늘어지니까 악당들마저 늘어지다니... 이것두 모두 세월 탓이란 말인가...
성룡 엉아를 보기 위해 성룡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女배우를 보기 위해 성룡 영화를 찾는다고 할 정도로 그 쭉쭉빵빵함을 만천하에 과시했던 성룡 영화 속 그뇨들... 장만옥, 글로리아 입, 종초홍, 엽청문... 꼴깍 항간에는 성룡 영화에 출연하지 않으면 그 미모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할 정도로 성룡 영화는 그야말로 이쁜 뇨배우덜이 보고였다 하겠다.
그랬던 여배우덜의 미모가 아쉽게도 지금에는 거의 실종되부렀다. 아예 등장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있거니와 등장하더라도 루시 리우처럼 별로 안 생긴 배우를 줄줄이 캐스팅함으로써 예쁜 여배우를 보러 성룡 영화를 찾는 관객덜의 여린 마음에 대못을 박아버리는 사태에 까정 이르고 있는 거시다.
엔쥐장면에 이르러야만이 비로소 화룡점정된다는 성룡 영화. 그만큼 성룡 영화에서 엔쥐가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엄청나다 하겠다.
그럼으로써 영화 내내 성룡 엉아를 곡예사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받아들였던 관객은 그런 살 떨리는 엔쥐 장면을 똥꼬에 땀을 쥐어가며 지켜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씨바, 어케 저렇게까정... 저게 사람이라고라... 허걱이라고 읊조리며 결국 경외감의 감정으로 성룡 엉아를 대하게 되니, 그것이 바로 성룡 영화의 엔쥐가 맡은 중차대한 역할이었던 거시다. 허나 지금의 성룡 영화 엔쥐를 보라. 성룡 엉아가 나이 먹고 노쇠화되니 엔쥐장면까정도 노쇠화 됐다.
흐미~ 성룡 엉아 나이 먹는 거 지켜보는 것도 서글퍼 죽겠는데 엔쥐까지 저러구있으니 그 서글픔은 두 배가 되는 구나. 이 용솟음 치는 눈물은 누가 닦아줄런지... 이렇게 성룡 엉아의 과거 작품을 살펴보니 명절만 되면 마포 굴다리 밑의 경보극장에 앉아 하염없이 바라보았던 성룡 엉아의 화려한 액숀덜이 미끄럼 돌 듯 머리 속에서 돌아가누나. 특히 성룡 영화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이 단 3분의 런닝 타임에 다이아몬드 결정체처럼 영롱하게 집약되어 있던 <용형호제 2>의 마지막 장면...
<용형호제 2>를 보고 있자니 비록 성룡 엉아가 최근 개봉작 <메달리온>에 이르러 간땡이 부은 노가다 액숑을 멀리하고 씨쥐와 동반자적 위치로 자신을 격하시킴으로써 팬덜을 실망시켰지만 이제 곧 과거의 몸동작을 회복하시어 성룡 엉아 팬덜의 가오를 다시금 곧추 세워 줄 것만 같고 헐리웃에 편입되어 안타깝게도 쌈마이적 행보를 보임으로써 본 우원 조카 쉐이처럼 룡 엉아를 단순 B급 액숑 배우로 치부하고 있는 어린 관객에게 참 모습을 선사해 주실 것만 같은 기분이 마구마구 든다. 앞서도 말했듯, 성룡 엉아는 죽지 않는다. 다만 나이를 먹을 뿐이다. 그러니 세월아, 어서 빨리 성룡 엉아를 돌려다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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