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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한국군 참전을 반대한다

2003.2.16.일요일
딴지 국제부

독자 여러분들아, 그 소식 들었지? 오사마 빈 라덴이 또 나타나셨다고 한다.


지난 11일, 알-자지라 방송 (쓰면서도 이름 좀 민망하군...)을 통해 오디오 테이프가 하나 공개되었다. 16분짜리 이 테이프에서 오사마 빈 라덴이라고 스스로 주장하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모든 이슬람들이 미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요지의 일장 연설을 했다.



오디오 테이프가 방송될때 나온 화면


이 테이프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오사마 빈 라덴과 후세인이 연결돼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라크를 공격하자!


오래 전도 아닌 바로 일년 반 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전쟁을 했다. 바로 오사마 빈 라덴을 잡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일년반 후, 빈 라덴(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다시 미국과 싸우자는 연설을 했다. 그런데 이번엔 빈 라덴은 안중에도 없고 일편단심 이라크를 공격하겠다고 한다.


빈 라덴은 후세인을 오래전부터 배교자 그러니까 이슬람의 배신자라며 경멸해 왔다. 빈 라덴 뿐 아니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 사이에서 후세인은 변절자이다. 그래서 이라크와 이란은 오랫동안 전쟁을 했고, 이슬람 근본주의를 막기 위해 미국은 후세인을 지원했다.


이번 테이프에도 빈 라덴(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그것을 분명히 했다. 후세인은 배신자이지만 어쨌거나 그가 미국에 맞서 싸우는 한 모든 이슬람은 이라크를 돕자 운운... 물론 미국은 어쨌거나 저쨌거나 둘 사이가 친한게 드러났으니 전쟁해야겠다 한다.


으흠. 정일이 아찌~ 전쟁 반대하는 프랑스 입장을 지지한다고 한 마디만 해 줘. 미국하고 프랑스하고 전쟁하나 보게...


 





 


2월 5일, 파월 미 국무장관은 유엔 안보리에 출석해서 이라크를 공격해야 할 이유를 조목조목 들었다. 물론 대충 틀린 이야기였지만.


알 카에다와 후세인을 연결시키기 위해 미국은 이라크 북부 지방에 알 카에다 훈련 시설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체불명의 인공위성 사진과 함께, 그곳이 바로 자르카위라는 알 케에다 두목급 인사와 후세인이 공동으로 테러리스트 양성소를 차려놓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파월이 까먹고 얘기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으니.. 그 건물이 있는 이라크 북부 지방은 91년 걸프전 종전 이래 후세인의 통치권이 미치지 않고 오히려 미국이 콘트롤해 온 지역이라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 북부와 남부에 비행금지구역이라는 걸 (자기들 마음대로 불법적으로) 정해 놓고 활개치고 돌아다니며 폭격을 해 왔다. 걸프전 종전 이후 이틀에 한번 꼴로 폭격했다는 주장도 있는 판이니, 그곳에 무슨 군사시설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게다가 이라크 북부지방은 미국의 지원을 받는 쿠르드 족의 영향권에 있고 후세인이 다스리는 지역이 아니다. 그곳에 있는 건물 하나를 찍어서 알 카에다와 후세인의 공동 테러리스트 양병소라고 우기면 곤란하다.


또 미국은 다른 건물 하나를 찍어서 화학무기 공장의 위성 사진이라고 주장했다. 사찰단이 오기 전에는 공장이었는데 사찰이 시작되자 얼른 숨긴, 그러니까 이라크가 사찰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증거라는 것이었다. 물론 그 건물은 나중에 사찰단이 가 보고는 전기 시설도 없고 급수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단순한 창고로 보인다고 보고되었지만 우좌지간에 미국은 공장이라고, 아니 과거에 공장이었다고 했다.


또 파월은 이라크에서 도망나온 사람들의 확인되지 않은 증언을 끝없이 나열했고, 통신 감청이라며 정체불명의 테이프도 공개했다. 그러나 과연 그것을 믿을 수 있을까? 미국은 과테말라, 월남 등등의 경우에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항상 거짓 증거를 제시해 왔다.


이라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 이라크 군인들이 병원에 난입해서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기들을 땅바닥에 꺼내놓고 죽였다는 이야기가 나돈 적이 있다. 그런데 그때 자기가 목격했다고 주장한 15세 쿠웨이트 소녀가 주미 쿠웨이트 대사의 딸이었다는 사실은 아주 나중에야 밝혀졌다. 게다가 쿠웨이트 망명정부가 돈을 댄 광고회사의 도움으로... 물론 미국은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선전해 댔고.


또 파월은 과거 후세인의 화학무기 사용 전력을 거론하며 이라크 정권의 사악성을 호소했지만 그것이 이란-이라크가 싸우던 시절 미국에 의해 제공되었다는 것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유엔 안보리 회의 석상.
유엔주재 이라크대사(앞)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뒤)





 


이라크엔 무기가 있어야만 하고, 발견되지 않는 것은 이라크가 안 보여줬기 때문이며, 따라서 이라크는 유엔 결의를 위반한 것이고, 유엔은 이라크를 공격해야 한다는 삼중 사중의 논리적 비약과 궤변... 그리고 별 설득력 없는 증거들...


다행히 지난 15일 한스 블릭스 유엔 사찰단장은 이라크의 태도가 협조적으로 바뀌었고 아직까지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전쟁을 할 이유는 없다는 보고를 했다.


유엔 안보리에서도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지만 미국 영국 스페인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나라들이 공개적으로 전쟁을 반대하고 나섰으며, 주말을 기해 전세계 1천만명이 반전 시위에 참여했고, 전세계 각지에서 인간방패 들이 이라크 현지로 속속 출발하고 있다. 파월 미 국무장관은 유엔 안보리의 이같은 반응에 당황하면서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고, 예상치 못한 반대의 물결에 미국은 당황하고 있다. 물론 그래도 전쟁은 할 거라는 결의를 표명하며...


그런데... 지난주 김석수 국무총리는 국회 답변에서 미국의 요구가 있을 것에 대비해 이라크 참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질적으로 미국이 지배하고 있는 유엔에서조차 동의를 얻지 못하는데 우리는 영원히 미국의 꼬봉으로 남아 있어야 하는가? 아니 세계 여론까지 갈 것도 없이, 한국은 세계에서 아랍권을 빼면 아르헨티나 프랑스 다음으로 반전 여론이 높은 나라이다.


증거도 명분도 없는 전쟁에 한국은 절대 참전하지 말아야 한다. 의료지원반 파견 등의 형식적인 파병이라 하더라도 단호히 반대한다.


설사 미국이 이라크를 무너뜨리는 것이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이익이라 해도 그렇다. 아무리 가족 먹여살리는 게 중요하더라도 사기나 강도 살인이 용납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난 걸프전으로 최소 15만명이 죽었이며 이어진 경제 제재로 수십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번 전쟁은 그보다 훨씬 큰 희생을 예고하고 있다.


이 전쟁은 범죄이다. 얼마 후면 취임하는 노무현 대통령은 범죄 공모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딴지 국제부
킬리만자로의 낙지 (kilinagj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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