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대만에서의 일본교과서 문제 2001.5.09.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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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라~. 시절이 하수선하야 국내 인터넷 뉴스에 접속하기도 싫어지는도다!
무슨 소리냐구? 독자들이여, 얼마전 우리 정부가 일본교과서 35개항에 대한 재수정을 요구했다는 것을 뉴스를 통해 보았을거다. 근데 씨바 일본은 하루 못가서 "명백한 잘못 없는 한 재수정이 불가하다"고 걍 팽개쳐버린 것도 보았을거다. 이에 본기자 뜨거운 머리와 차가운 마음(?)으로 분노의 역류를 토로하고자 해서 일간지 사이트 토론방에 접속해보았으나... 허걱, 이건 웬 난장판! 한국인들과 니혼진들(몇몇은 니혼진으로 가장했을 것 같다)이 진흙탕 싸움을 하는 판에, 왜곡된 역사교과서라는 주제는 어디가고 온갖 욕설과 잡담들만 난무하고 있어 토론장 폐쇄를 기원하며 돌아섰던 것이다....
독자제위여... 문제를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근데 님덜은 이번 사건은 과거사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판도변화, 신자유주의 체제의 우경화 경향, 동아시아의 불경기, 문화적 제국주의 등의 모든 변수들이 만들어놓은 피치못할 하나의 결과물이라는 것도 아는가? 그런데 다짜고짜 열받은 가슴을 디밀며 민족정서에 호소하는 글 따위나 남발하며 문제점들을 일탈해 버리면 정녕 누가 어떻게 시일야방성대노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단 말이냐. 그럼 안되지...
이에 대만에서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서 살아가는 본 기자, 국제사회적 감각과 인문학적 눈초리를 견지해 걍 이틀에 걸쳐 내려쓴 글로써 시범 케이스를 보이겠노라. 유덕하신 네티즌님들하! 앞으로는 더 진지한 글로 구체적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자꾸나, 졸라~
대만에서 왕따되는 길, 일본교과서 왜곡 문제 거론
애국심은 오퍼레이팅 시스템(OS)으로, 독립정신은 시작프로그램으로, 거기에다 의병정신은 바이러스퇴치프로그램으로, 그리고 그외 선비정신과 화랑도정신이 바탕화면에 세팅되있는 본기자..., 이역만리 대만에서 7천만이 공노할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를 접했노라. 이 민족적 당면 난국으로 치를 떨고 긴밤 지세우며, 어찌 이 한 젊음과 이 한 지성으로 국위선양과 조상의 빛난 얼에 조금이나 보답할까 고심하던 터에 드뎌 미션 파시블에 나섰었다. 대만 대학생들이 많이 모여 인터넷을 즐기는 컴퓨터실 게시판에 전지 크기의 공간에 빨간 글씨로 (빨간색, 걔네 되게 좋아한다)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어린 백셩"을 위해 걍 정음으로 다시 옮긴다...)
대만과 한반도에서 저지른 잔악한 만행을 감추며 과거사를 왜곡하는 일본 역사교과서가 그들 정부에 의해서 승인되었다. 그들은 대만과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침략을 미화하고 과거의 영화를 되찾으려 하고 있다. 진실을 알고 싶은가? 다음을 접속해보라. |
나는 기대했다. 잔인무도한 일제의 만행을 생생히 담고 있는 이 웹사이트를 통해 그들도 함께 이 문제를 처절하게 공감하리라는 것을... 그리고 다시 며칠만에 그 컴퓨터실을 찾았다. 그러나 오호 통재라... 나의 글은 게시판에서 깨끗하게 제거되었고 냉랭한 그들의 표정만 내게 되돌아 왔을 뿐이다. 나의 글이 언제 없어졌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이후에 접한 대만칭구들의 반응에서 나는 그들의 무감각한 역사관과 애매한 문제의식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대만인들이여 역사적 리얼리티를 향해 땡겨봐라! |
우리보다 일본에 의해 약 15년 더 오랜 식민지 경험을 받았고, 동남아 진출의 전초기지로서 이용되었던 대만이지만, 함께 일본욕을 하며 짝짝꿍하리라 하는 기대는 아예 갖지 않았던게 좋았을 터였다. 또한 과거사에 대한 비판과 현재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우려, 군국주의의 부활의 문제로 그들과 진지하게 대화하는 것은 더더욱 힘들기 때문에 대만인들과의 대화 중 그런 이야기 꺼내지 않는 것이 좋을 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자칫 왕따 당할 수 있으므로...
잠깐! 이쯤해서 혹시 성마른 독자가, "아직 IMF의 고통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외화를 낭비하며 외국에 나갈 수 있단 말이냐, 그런 주제에 어찌 이 민족적 번민을 왈까왈부할 수 있단 말이냐" 하고 비아냥 거릴 수 있겠다. 그렇게 매서운 비판을 염두해, 본기자 한가지 밝힐 사실이 있다. 자랑스런 한국인, 딴지스가 선택한 "초절정 하이코메디 씨니컬 패러디 황색 싸이비 싸이버 루머 저널리스트"인 탁월한 본기자, 대만 나가는 뱅기표부터 먹고 입고 자는 데 쓰이는 쌈지돈 뿐아니라 등록금까지 민족자본을 끌어 쓴 일 결코 없다. 머리 회전 빠른 독자는 눈치해셨겠지만, 대만의 한 대학이 본기자를 방석에 앉아있는 채로 고스란히 모셔갔다는 거시다... 대한독립만세!
사실, 이 사적인 이야기를 꺼낸데는 다른 이유가 있어서다. 학교측에서 장학혜택도 흡족히 주고 또 때때로 관광도 시켜주므로 내심 대만에 빚을 지고 산다는 기분도 들곤 하는데, 어찌 배은망덕하게 대만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가 있으랴 하는, 의리 내지는 보은정신 때문이다. (오, 눈물이 고량주 잔속으로 별처럼 지는도다!) 때문에 방대한 접속수를 자랑하는 딴지일보에 그들의 부정적인 면모를 드러내기가 한스럽다 이거다. 허나, 본보기를 보여 민족적 난관을 타개해 나가야한다는 일념으로 본기자, 그뎌 비수같은 분석정신으로 대만을 난도질하며 타산지석의 고인돌을 세운다. 자... 이제 쏜다!
대만이 중국이라고? 글쎄...
대만사람들... 대개 친절하고 부지런하며 낙천적이다. 그리고 정서도 우리와 비슷해서 그런지 현재 한국 드라마("불꽃", "가을동화", "이브의 모든 것", 심지어 92년작 "질투" 등등)에 목 매단다. 특히 "불꽃"은 대만 아줌마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차인표가 그들의 우상으로 뜬 것은 물론이고 그 드라마의 여파로 은근히 불륜이 조장된다는 혐의까지 받는 것이다. 가을동화는 젊은 세대의 감수성에 파란을 일으켰고 특히 한국의 가을 경치에 대한 환상을 심어놓았다(한국에서 대만의 TV 프로그램 무척 드문 것에 비해 상당히 대조적이다). 암튼 이러한 분위기로 인해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는 꽤나 제고되었다. 한국인을 점잖고 멋지게 보고 있고, 내 경우는 튀김가게 아줌마에게도 좋은 대접을 받고 있을 정도니까. (믿거나 말거나, 특히 젊은 것들에게서 내가 차인표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난 까무러칠뻔했다... 뇬들... 정말 보는 눈있으셔!)
이거이 대만 아줌마들를 |
그런데 과연 대만인들은 누구인가? 우선 국민들의 민족 성분을 분석해 보아야 하겠다. 명나라가 망한 이후 청나라 때부터 수세기에 걸쳐 중국 남부지방으로부터 주민들이 이곳에 대거 진출하여 현재는 대략 80% 이상의 국민이 중국계가 되었다. 물론 그 이전에는 무주공산에 지나지 않았지만, 청나라때 복속되어 정식으로 하나의 성(省)으로 편제되었던 것이다. 졸라~ 배아파라... (홍길동은 뭐했냐...)
하지만 정작 수천년전부터 살아온 원주민들이 이들의 차별과 박해로 인해 깊고 깊은 산간 오지로 쫓겨났다는 사실을 아는 독자들은 얼마 없을 것이다. 사실 대만의 산들은 얼마나 깊고 험한지 가장 높은 산들은 옥산(玉山, 약 3990 미터)처럼 3000미터가 넘는다만(밍주 산악회! 너거뜰 이런 산 등반이나 할 수 있어?), 그런 험준한 산간지방으로 피신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 원주민들은 오히려 고산족이라고 치부되고 멸시당하고 있다. 이들은 결코 중국인과 닮지 않았고 오히려 태평양 섬나라들의 주민과 가깝다. 큰 머리, 검은 피부, 두꺼운 쌍커풀, 진한 눈썹 등등 (물론 그동안 피가 많이 섞였지만)...
이들 원주민들은 각각 루카이, 파이완, 부눈, 트로코, 아미 등등 으로 불리는13개 부족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 다른 언어를 사용하며, 과거의 원시적인 생활과 검은 피부색으로 인해 지금도 차별과 경시를 당하곤 하니 적반하장을 이런 경우에 두고 하는 말일 거다. 정말 측은한 사실은 원래 이들의 영토였던 대만이 이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중국(Republic of China, 중화민국)으로 불리며, 중국 공산당 정부도 끊임없이 대만은 중국 본토에 속한 미수복지역이다 라고 주장하여 더욱 이들의 염장을 지른다 이거다. 특히 일제시대에는 원주민들이 중국계들보다 더욱 심한 노동력 착취와 박해를 받았다. 왜? 니혼진들은 이들을 야만인들로 보았으니까...
너거뜰은 아직도 내가 야만인으로 보이냐? |
요컨데 대만에는 중국계의 주민들과 말레이-폴리네시야 계통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본기자, 중국인이라 하지 않고 중국계라고 했는데 왜 인지 아는지... 만약 양넘들이 "오우, 한국 사람~ 몽골리안, 몽골리안!"이라고 하면 수긍하겠는가? 아무리 비슷한 인종이라 하더라도 영국인이 독일인과 다르듯, 수세기에 걸쳐 특히 본토 중국의 남부지방에서 건너온 이들은 결코 한족(漢族)이라 볼 수 없는 것이다. 즉 대만의 대부분의 중국계들은 본래부터가 베이징의 한족과는 피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다.
그리고 세 번째 구성원, 짜잔... 한족 만다린! 대만 민중에게 있어서 천덕꾸러기들... 이들은 모택동 군대에게 완패당해 중국본토의 보물들만 짊어지고 피신해온 국민당과 그 똘마니들이다. 이들의 인구도 무시 못하지만 여하튼 진작에 독립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대만을 이모양 이꼴로 발목잡아 놓은 장본인들이다. 인종적 조건으로부터 언어, 사고, 민족의식까지 완전 중국인인데, 일제 패망 후 일찍부터 대만의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분야에 헤게모니를 쥐고 있어서 이들의 영향력은 가공할 만하다.
음... 이쯤하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한 일차적인 세팅이 된 것 같다. 오늘 역사, 지리 공부 한번 확실히 해보자꾸나... 이건 한국의 교과서에도 안나오는 내용들이니라... 아 교과서 소리 나오니까 또 가슴 울컥 하네 !
이해할 수 없는 일본에 대한 편애
그런데 지금의 일본 교과서 왜곡문제로 인해 들끓고 있는 한국에 비해, 일본을 대하는 대만인들의 태도는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이 말이다. 대만은 일본의 첫 식민지로서 우리보다 더 오랜 기간동안(약 50년) 식민지 경험을 당했는데도 대체로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들이 그리 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은근히 일본을 동경하기까지 한단 말이다. 씨바, 한 교수에게 직접들은 얘기는, "만약 다시 주변 열강에 복속된다면 중국에 붙을래 아니면 일본에 붙을래?" 하고 길거리에서 사람을 붙잡고 묻는 다면 "100 퍼센트"(분명히 100퍼센트이다!!!)의 절대 다수가 일본을 택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지않는가. --;
개인적으로 케이블 TV를 보고 있자면 한국인으로서 눈이 튀어나올 만한 것들을 보곤 한다. 케이블 TV에는 80여개의 다양한 채널이 있는데 그중 대략 10개 이상의 채널에서 일본방송을 24시간 풀타임으로 내보내고 있다. 씨바, 가뭄에 콩나듯 볼 수 있는 한국 드라마에 비하면 졸라 발기부전된다... 암튼 채널을 돌리자면 여기저기서 "곤니치와", "소데스까", "아리가또 고자이마시다", "오껭기데쓰까" 따위가 들려오고, 사무라이 영화, 성인방송, 각종 드라마, 스모 경기, 여자 프로레슬링 등 왜색이 짙은 프로그램도 여과 없이 쏟아지고 있어서, 내가 지금 일본에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인 것이다... 정말 더욱 가관인 것은 대만인에 의해 만들어진 TV 광고에서조차 일본 글자가 뜨고 심지어 일본어를 지껄인다 이 말이다. 한국에서라면 난리가 날 일이지. 암...
이거이 일본어를 몰라도 볼 수 |
그럼 냄새나는 방에서 디비지 말고 이제 거리로 나가 보겠는가? 오, 이런... 도로 위에는 일본차들이 물결을 치는도다! 아마 70% 이상의 차들이 일제일껄? 토요타, 미쯔비시, 닛산, 혼다, 마즈다, 스즈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일제차들이 본기자를 또 헛갈리게 한다. 씨바, 여기가 중국이야 일본이야...? 상점의 간판은 말할 것 없고, 학생들은 일본풍의 헤어스타일과 복장을 하고 돌아다니며, 거리의 레코드가게에서는 X-Japan의 노래가 쏟아지는구나!
이건 대만인에게 직접 들은 얘기인데, 대만에서는 일본어를 잘 하면 대만인 사이에서 좋은 대접받는다는 것이다. (쏘오데스까~?) 그래서 일상 회화에서도 간단한 일본어를 주절거리는 사람을 많이 본다. 하긴 대만에서 일본어 공부하는 거, 그렇게 어렵지 않다. 나도 그동안 니혼진 졸라 많이 만나봤으니까... 이 기회에 콱 일본어나 공부할까부다...
본기자, 지역사회의 유지이기 때문에 한 번은 잘 알지도 못하는 신랑신부의 결혼식에도 참석해 보기도 했다. 한 테이블에 열 가지가 넘는 산해진미와 살살 녹는 열대과일들에 포만감을 느끼고 있던 터... (부러우면 건너와!) 개탄할 일을 보고 말았다. 연회장 한쪽에다 신랑신부 결혼기념 사진을 전시해 놓고 있었는데, 어떤 사진을 보니 신랑신부가 일본의 전통의상 키모노를 입고 있고 있는 것이다! 씨바, 전통 의상이 없어서 타국의, 그것도 일본의 옷을 입고 결혼기념사진을 찍어?! 나는 어이가 없어서 딴 칭구를 붙잡고 물었다. 하지만 게는 가재편... 대답해주는 금마는 뭐 그리 그게 큰 문제가 되느냐, 그럴 수 있지 뭐... 하는 태도를 보였던 것이 아니었던가!
일반인이 그렇게 줏대가 없다면 지식인들은 좀 나을까? 학장과 저녁을 함께 먹으면서 들은 얘기인데 그는 일본이 대만을 식민지로 두었을 때 큰 기여를 했고 도움을 많이 줬다고 말하는 것이다! (한국의 영민한 독자들, 이거 완존히 일제의 대동아공영권의 논리와 다를 게 없다는 거 걍 눈치챈다.) 그럼 씨바, 그 기여와 도움이라는 게 뭐냐하면..., 대만의 산업화와 근대화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십여 개의 언어로 나뉜 대만인들의 의사소통의 장애를 일본어로서 해결해 주었다는 것이다... 이거 말이나 되냐? 한번은 그런 애매한 일본관에 대해 불평을 했더니, 어느 교수는 우리는 한국인과 정서가 달라 그렇다는 거시다... (야야~ 이 말, 조심해서 들어야 된다. 대만인들은 타민족의 과오를 용서해줄 만큼 너그러운데 너거뜰은 심뽀가 그게 머냐 하는 말이다. 뒤집어 까보면... ) 근데, 그의 말처럼 대만이 이 모양인 것이 단순히 우리와 정서가 달라서일까? --;
잘못된 공교육의 현장과 정체성의 문제
그럼 이제부터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얘기를 쏟아 놓겠다. 다시한번 정신 차려라. 특히 역사, 지리 공부 싫어하는 거뜰...
대만에서 중국계 주민의 역사는 겨우 몇 세기 되지 않지만, 실제로 대만의 중국계들(핑푸라 불리움)은 "호키안외(혹은 타이위, 臺語)"라는 그들의 언어가 있다. 본토 북경어의 4성조 체계가 아닌 8성조(졸라, 이거 흉내 내기도 힘들다)의 복잡한 언어로서 중국어보다 더 억세고 딱딱하게 들린다. (이거 중국어라고 하지 마라. 네덜란드말이 독일말 하고 다르듯 이것도 서로 다르다) 그런데 모택동 공산당 군대에 대패해서 쫓겨온 장개석 국민당 독재 정권은 지난 반세기동안 대만어를 쓰지 못하게 핍박해왔던 것이다.
각급 학교, 관공서, 방송 등의 분야에서는 공용어로서 엄격하게 북경어만 쓰도록 제한해왔고, 특히 초등학교에서부터 억압적인 교육을 시켰다. 만약 학교에서 대만말을 썼다 발각되면 방과후 청소를 해야 했거나 벌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비교적 젊은 층 사이의 술자리에서 여전히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뭐 연상되는 것 없는가? 있지? 일제의 민족어 말살정책 말이다... 국민당 일당 독재정권도 중국과의 철저한 동화정책의 일환으로 바로 그걸 써먹었던 것이다. 씨바, 근데 이거 누가 누구에게 가르쳐준 정책이야?) 그렇듯 오랜 시간동안 말살시켜온 대만말이기에 이제는 중부, 남부 지방을 제외하곤 젊은이들이 조상의 언어를 잘 구사할 수 없게되어 버렸다. 더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대만의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의 첸수이삐엔의 새정부가 50여년 만에 초등학교에 대만말을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가르칠 교사가 턱없이 부족해 초반부터 차질을 빚는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현재 젊은거뜰의 자국어에 대한 반응이다. 국민당을 비롯한 중국본토인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타이뻬이 등의 북부 지방과 달리, 아직 중부 남부 지방에서는 젊은 세대들도 일상생활에서 대만말을 비교적 잘 구사하지만 이들의 태도는 퍽 브레인 때린다. 이들이 조상들이 물려준 대만말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하면... 졸라 촌스럽고 유치하고 구닥다리라는 생각을 하고 사는 것이다. 중국어(북경어)는 10억인구의 공용어요, 세계적인 언어이지만, 씨바 대만말은 머냐... 하는 것이다. 특히 젊은 뇬들은 더더욱 대만말을 쓰기 싫어한다. 왜냐, 대만말은 시골 아줌마들이나 쓰는 교양없는 말이다 이거다... 그래서 젊은 넘들이 대만말을 쓰는 거는 자주 봐도, 젊은 뇬들이 대만말 쓰는 거 거의 못봤다. (지방에서 상경한 뇬들이 하루 아침에 사투리 싹 고치는 거 연상된다)
역사교육? 그것도 두말할 필요 없다. 자신네 조상들이 대만에서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역사적 사실들을 겪어왔는지 전혀 가르치지 않다. 그저 중국의 문명발생부터 원, 명, 청 그리고 국민당 정부의 역사 따위를 배우고만 있는 것이다. 한가지 우스운 사실은 대만의 독립을 주장하는 지식인들조차, 정치나 사회적인 이슈로 대화를 할 때면 대만의 독자성을 바득바득 주장하다가도, 역사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갑자기 중국인인 척 하는 거다. (으흐, 두 얼굴을 가진거뜰... 너거뜰처럼 하자면 아메리카 양키들은 영국역사에 자부심을 느껴야 하는거냐...?)
지리교육은 가관이다. 학생들은 대만에 몇 개 하천이 흐르는지 모르면서 중국 본토에 몇 개의 강하가 있는지 딸딸 외우고, 대만에 몇 개 현(縣)이 있는지 모르면서 중국 본토에 몇 개 성(省)이 있는지 시험 답안에 답을 써야 하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하나의 성(省)일뿐인 대만 |
이것이 바로 그들 교육의 현주소인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대만인 정체성에 혼란이 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으로는 중국 본토와 점점 멀어져 가는데 대만인들은 아직 자신들이 누구인지 헛갈려 하는 것이다. 특히 더더욱 젊은거뜰은 "개념 없음"이다.
그러니 이렇듯 모호한 국민 정체성과 사회 분위기 속에서 왜 짙은 왜색과 일본풍이 범람하는지 우리는 얼추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의미로는, 중국에 복속될 것에 대한 우려와 경계심의 한 반작용으로서 일본에 대한 동경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할 수 있겠다. 그러나 하나의 어엿한 독립국가로서 마땅히 겸비해야할 국민들의 건전한 역사관, 국민의식, 국어관 등등의 정체성은 독립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경제적으로는 여전히 대만은 일본의 식민지이다 라는 얘기를 자주 듣곤 하지만, 그외의 분야 즉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는 자신의 주체성을 찾을 수 있었는데도, 바로 그것을 해내는데 대만인들이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 해서 독자들은 왜 대만에서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문제가 큰 이슈로 자리잡지 못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왜 우리가 역사교육을 바로 해야하며 자라나는 세대에게 민족적 현실을 바로 인식시켜야 하는지 타산지석의 예를 얻었을줄 몸서치게 확신한다. 잘못된 역사교육의 폐해는 바로 그 후손이 직빵으로 지게 된다. 이점은 대만에서뿐 아니라 한국, 일본 더 나아가 세계 모든 국가가 직면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이거다.
가정이지만 만약 우리가 여전히 일본의 식민지로 남아있다 치자. 그럼, 지금은 일본교과서 역사왜곡문제로 분기탱천하고 있는 너거뜰이, 한반도의 왕조들은 대대로 자주적 국가였고, 한민족은 고유한 문화 창달에 우수했던 민족이었다는 사실을 알리 있겠는가? 그리고 집에서는 쓰기는 해도 공개된 장소에서 "조선말"을 쪽팔리다는 느낌 없이 떳떳이 쓸 수 있을 것 같은가? 아님, 더 나아가 그야말로 "만주에서 개장사 하며 독립운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몇 명은 할거다. 아주 예외적인 넘들은... 그러나 대부분은 결코 그럴 수 없을 것이다. 분명히 오늘의 우리는 조상들의 역사교육과 언어교육의 산물인 것이다.
일본도 더더욱 마찬가지다. 지금의 극우적 경향의 교과서가 중장기적으로 후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다시 고심해야 한다. 씨바 또다시 군국적인 색채의 교육이 강화되면 두 번째의 태평양전쟁 혹은 동북아전쟁이 나지 말란 법이 어디 있겠는가. 제아무리 니혼의 신세대들이 또라이 같은 짓을 하며 옛 향수에 젖어 사는 구세대의 속을 박박 긁고 있어도 새로 만든 교과서가 왜 그모냥 그꼴인지...
그렇다.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교육은 우리의 미래를 좌우한다. 조지 오웰의 <1984년>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Who controls the past controls the future. Who controls the present controls the past.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제어하는 자는 과거도 제어한다. |
졸라 멋있지 않냐? 사실은 이거 무서운 말이다. 전체주의 국가의 세뇌교육에 관한 이야기니까. 그치만 그런 걸 일단 떠나서 일반론으로 볼 때 과거를 어떻게 교육하는가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거, 만고불변의 진리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도 뭐 일본을 때려부수자는 극우적 역사교육을 시키자는 얘기는 아니다. 아니 그럴래야 그럴 수도 없다. 독자여러분들, 일본패망 후에 친일 반민족 행위한 것 때문에 처벌받은 사람의 이름을 딱 한 사람만 대 보라. 친일 부역행위 때문에 사형을 당했거나, 아니 징역을 살았던 사람이라도, 단 한 사람이라도 이름을 대 보라. 독립운동가를 죽이고 고문하던, 일본편에 붙어서 같은 동포의 고혈을 빨아먹던 악질들 중에 처벌받은 사람 단 한사람이라도 얘기해 보란 말이다. 있냐?
그런 반민족 범죄를 저질렀던 악질분자들이, 대일본제국에 충성을 다하는 데 앞장섰던 자들이, 처벌은 고사하고 지도자요 정치인이요 사회지도층으로 목에 힘주고 다닌 게 우리나라였다. 그때 천황폐하에 충성을 부르짖었던 좃선일보는 단 한 마디 반성도 없이 민족정론지 운운하는 꼴깝을 떨고 있다.
씨바 이거 말이 되는 건가.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후손들에게 대체 무슨 면목으로 고개를 들고 민족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단 말인가. 얼마전에 문제가 된 친일 사이트 만든 고딩, 그 친구에게 대체 무슨 낯으로 민족을 얘기할 수 있단 말인가. 무슨 근거로 그를 나무랄 수 있단 말인가. 독립운동가를 욕되게 하면 왜 안되는데? 일제시대 저항했던 게 왜 훌륭한 건데? 그거 설명해 줄 수 있냐? 살인범 처벌한 적이 없는 사회에 사는 사람에게 사람 목숨 구하는게 왜 훌륭한 일인지 납득가게 얘기해 줄 수 있냐?
졸라 쪽팔리지 않냐?
친일했던 좃선일보 없어지라는 게 아니다. "누구나 그땐 다 그랬어" 하는 자기 합리화 말고, "미안해 잘못했어" 하는 말이라도 단 한번이라도 해 보라 이거다. 그러고선 민족을 운운해? 그러고서 일본 극우를 욕해? 독립투사들이 지하에서 비웃는다. 아니 피눈물을 흘린다.
이런 말하면 꼭 이상한 말 하는 넘들이 있다. 어차피 과거의 지나간 일인데 이제와서 어쩌자고 운운... 한 마디 하겠다. 조까기 바란다. 우리나라는 졸라 이상한 나라다. 일본에서 식민지 과거를 미화했다는 말에는 온 나라가 죽끓듯이 부글부글하면서, 정말로 식민지 과거에 친일했던 사람 얘기에는 별로 관심을 안 가진다.
다시 반복이지만 잘못된 역사교육의 폐해는 그 후손이 직빵으로 지게 된다. 대만의 얘기,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가 우리 후손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지부터 생각해 보자. 일본도 안하는 <국정> 교과서 만드는 짓이나 하지 말고, 정작 중요한 모범을 보이자 이 말이다 씨바.
딴지일보 대만특파원
산동네 (orospoli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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