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 공포의 괴 전화... 그 정체는? | |||||||||||||
2001.4.25. 수요일
길고 고통스러운 세월이었다. 어디선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 것 같은 누군가의 두 눈, 잊혀질 것 같으면서도 어김없이 되살아나던 공포, 무의식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린 심리적 압박감.... 그 악몽에서 벗어나고픈 일념에 필자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되살려 지난호 기사를 썼었다. 괴전화 사건의 전말이 보도된 후, 전국 방방곡곡은 물론 미주와 중동지역에서까지 필자를 동정한 수많은 제보 메일이 답지하였다. 쏟아지는 메일의 홍수속에는 나름대로 사건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한 많은 노력이 깃들어 있었으나, 대부분의 경우는 별로 도움이 안되는 것들이었다. 좀 초자연적인 현상과 관련지어 말하겄슴다. 그전에 가위에 눌리셨다고 하셨죠? 그라믄 뻔하네용 원귀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일단 가는군요 너무 뻔하다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함다 그럼 이만...... 전 미국에서 사는 X창모라구 하는데요 신기한 경험을 하셨군요. 혹시 아는분중에 억울하게 죽으신분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 저는 왠지 이게 사람의 짓이 아니라고 생각하네요. 그럼 안녕히 게세요 위의 제보들은 전형적인 귀신원인론으로, 논지의 시작부터 마지막 인사말까지 한 호흡으로 귀결되는 간결한 문장이 압권이긴 하나 문제에 대한 아무런 근거나 대안도 제시해주지 못함으로서 필자를 또 한번 좌절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던 제보들이었다. 한편, 해당 조직에 관여된 분의 메일을 기대한다는 필자의 간청은 다음과 같은 제보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위의 글은 문학적으로 뛰어난 작품으로, 특히 김박사에 대한 응징 직후에 삽입된 어머니와 부침개 단락은 제임스 조이스의 의식의 흐름 기법을 온전히 계승한 절정부라고 할 것이다. 또한 결론부의 극적 반전과 그 결과 밀려오는 무라까미 하루끼 적인 허무의 카타르시스 또한 글의 품격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내용은... 그래, 외계인도 좋고 강간범도 좋다. 근데 필자에게 걸려온 괴전화에 대한 이야기는 도대체 어디 있는거냐? 아무리 눈 씻고 봐도 덩그라니 첫 문장 하나 밖에는 없다! 필자는 문어대가리 강간외계인에게는 아무 관심도 없다. 그저 내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받고 싶을 뿐... 이어 다음의 제보를 보자.
이 글은 보는 바와 같이 맥락을 알 수 없는 난해한 의미구의 연결로 점철되어 있다. 일제시대의 천재시인 이상을 연상케 하는 면도 없지는 않으나, 개인적으로는 상상력이 지나쳐 일상생활이 곤란한 지경에 이른 듯한 제보자가 걱정되는 심정이다. 이같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에 머리를 쥐어뜯던 중 전해져 온 아래의 제보는 지금까지의 것들과는 조금 색깔이 달랐다.
비상 이라는 단어를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한 독특한 감각 및 발상의 전환과 나름의 진지함을 배가시키는 현학적 문체가 돋보인 수작이었으나, 걱정해 주는 척 하면서 실은 주변의 모든 인간관계를 이간질하는 이 메일이야말로 극한의 외로움과 의심으로 필자를 내몰아 자살케 만들려는 살인미수의 의도가 아닌지 극히 의심스럽다. 그러나, 진실을 향한 염원과 어두운 과거의 극복을 위해 몸부림치던 필자에게 드디어 모든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듯한 놀라운 제보가 한편 날아들었으니... 아래를 눈여겨 보시라.
아아. 이 얼마나 놀라운 사실인가? 단어와 단어사이의 노이즈... 그렇다. 분명 필자가 받았던 괴전화에는 그런 잡음이 끼어 있었다. 56K 모뎀을 사용하는 유저들이여, 지금 전화기를 함 들어봐라. 전혀 무의미해 보이는 괴상한 노이즈를 마음껏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정교한 디지털 정보도 소리로 바뀌면 쓸모없는 노이즈로만 들리는 법...
과연, 이렇게 그 비상전화의 정체는 밝혀지는 것인가? 김구선생과 히틀러, 존 레논의 암살도 배후 조종했다는 거대조직 KOROM의 감청 정보... 결국 나는 그들의 비밀암호를 매일밤 들으면서도 놓쳐 버렸단 말인가. 세계평화가 내 눈앞에서 사라지고 만 것인가...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필자, 본지의 조직망을 총동원하여 비밀 조직 KOROM 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하였다. 미국의 CIA, NSA 는 물론이고 이스라엘의 모사드, 러시아의 KGB, 독일의 게슈타포, 중국의 홍위병 등 전세계의 모든 정보기관에 암약중인 본지 조직원들을 풀가동하는 본지 창립 이래 최대의 작전이 시작될 찰라였다. 바로 그때였다. 아래의 메일이 날라온 것은.
글타... 시도때도 없는 전화, 녹음된 듯 합성된 듯한 목소리, 아무 내용도 없는 경고, 모든 정황이 다 여기에 들어맞는 것이다... 해머로 머리를 두들겨 맞은 것 같은 충격에 휩싸여 있던 필자는 즉시 전세계 조직원들에게 급전을 보내어 KOROM 관련된 지상최대의 작전을 긴급히 중지시켜야 했다. 미국의 미드웨이 항모는 북태평양에서 움직이지 않았고, 러시아의 수호이 37 편대는 블라디보스톡에서 이륙 직후 귀환하고 만다.
하지만... 5년전 나를 공포에 떨게 하고, 악몽에 시달리게 하고, 온갖 추측과 괴기한 상상을 유발시키고, 급기야는 이렇게 금쪽같은 본지 지면을 통해 제보까지 받게 만든 괴전화의 발신자가... 겨우 어느집 보/일/러 였단 말인가? 여하튼 이제 밤마다 필자를 짓누르던 공포는 사라질 것이다. 나를 감시하는 눈동자 따위는 없었고, 전세계적 감청을 자행하는 국제 괴조직의 음모도 상상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안도의 한숨을 쉬어야 마땅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의 잃어버린 5년 세월에 대한 회한과 허탈감은 그 공포와 맞먹는 무게로 다시금 나를 압박하고 있다.
* 다음편 공포의 가락동 무당귀신 을 기대하시라...!
어느 기름집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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