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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일망타진 이너뷰 제 3탄 - 노무현







2001.4.9.월요일
딴지총수






 

 


뽕빨스피릿으로 무장하고, 작은 손 동작 하나에서 순식간에 스쳐갔던 느낌까지 최대한 정밀하게 다시 복원하여 독자제위께 딜리버리하는, 그 유명한 거의 대선후보 일망타진 이너뷰, 오늘은 그 세 번째 민주당 노무현 상임고문이다.



라이벌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인제 위원과의 직접적인 비교를 위해 이인제 위원에게 했던 질문들 중 많은 질문을 그대로 다시 필요가 있었기에 이인제 위원의 인터뷰가 본지를 통해 공개 되기 전인, 2001년 2월 22일 목요일 오후 4시,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 12층 해양수산부 장관실에서 보좌관 2명의 배석 하에 인터뷰가 이뤄졌다.





 


노고문은 사석에서 김중권 당대표를 기회주의자라 언급한 일과 언론의 조폭성에 대한 발언이 불러온 일련의 상황들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본지와 인터뷰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자들이 본지와의 인터뷰 내용 자체를 취재의 대상으로 삼겠다고 했다며 인터뷰 말문을 이렇게 열었다. ( 3.26개각에서 장관에서 물러나기 전이므로 인터뷰 중 호칭은 장관 )  


노: 대강대강 합시다마.. (웃음)
김: 안됩니다. (웃음)
노: 딴지의 취재 상황이 또 다시 다른 매체의 취재 소재가 되는, 그런 상황이 됐으니 내가 얼마나 말을 조심하겠어요.
김: (웃음)
노: 이제 우리 그, 인터넷 매체라는 속닥함이 있잖아요? 그쵸? 이제, 마음도 편안하게 얘기하고..
김: 볼 사람만 보고..
노: 그쵸. 볼 사람만 보고. 거기에, 그 매체의 독자는 좀 특수하잖아요. 그쵸?(웃음) 그러니까 거기에 맞게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데, 그런데 지금, 이거 보고 타 매체에 쓰겠다고 하니까.. 우리 밋밋하게 좀 합시다.(웃음) 

김: 저희가 이.. 제목이 뭐냐면 일망타진 대선후보 인터뷰입니다.
노: 대선후보 일망타진해버리면, 대선에선 누가 하나.. (웃음)
김: 대선후보와 일망타진 사이에 궁금증이라고 조그맣게 쓰여 있습니다.(웃음)  가능하면 여러 가지 형식의 인터뷰를 해서 모든 궁금증을 일망타진하겠다는 건데... 사실 딴지일보는 편파적입니다. (둘 다 크게 웃음) 그러나, 딴지일보가 어떤 편파적인 견해에 도달하는 과정 자체는 최대한 객관적입니다.

노: (고개를 끄덕이며) 음, 좋습니다.
김: 그러니 노장관님도 다 털어놓으시죠. (웃음)
노 : 알겠습니다. (웃음) 

김: 혹시 생선 반찬 좋아하십니까? (웃음)
노: 글쎄.. 이제 생선도 좋아하고.. 생선을 좋아하는 건 맞는데, 생선만 좋아하는 건 아니고..

김: (웃음) 이 질문을 드린 이유는, 전임 장관이 어느 TV 프로에 나와서, 해양수산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을 했더니, 답변이 나는 생선 반찬을 좋아하기 때문에 해양수산에도 관심이 많다 라고 해서, (웃음) 웃음거리가 됐었는데... 노 장관님에게도 해양수산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가 돼 있다고 지적을 할 수 있는데..

 

노: 전장관 그 얘기는 위트라고 생각하는데요. 장관 업무에 관해서 전문성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있으면 좋지만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이 장관직이라는 게, 한 전문 분야에 국한된 것만 다루는 것이 아니고, 그 영역 전반에서 많은 일들을 종합해서 균형 있게 조정해 나가고, 또 그 업무를 국정 전체에서 조화롭게 맞추어나가는 것이거든요. 

전체 국정의 일부로서 업무를 조화시켜야 하고, 또 이 소관 업무에도 여러 가지 다양한 전문 분야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통합해서 조정 운영해나가는 그런 업무입니다. 균형 감각이 아주 중요하지요. 그래서 전문적 분석력보다는 일반적 종합력이라든지 균형 감각, 이런 것이 중요합니다.

김: 행정적 운영력 자체가 더 중요하다..
노: 그렇습니다, 예.


어느 분야나 장()의 위치는 전문적 분석력보다는 종합적 균형감각을 더 요구한다. 백번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해당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최소 일정 수준에 이른 후에야 그런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거다. 전문성이 전혀 없으면서 그리 말하는 건, 구차하다. 


김: 최근 노장관님의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지 않습니까, 정치인들은 대부분 외교적인 수사를 사용하는데, 노장관님의 경우엔 에둘러 가지 않고 직설적으로 발언하시는 데… 예를 들면 김중권은 기회주의자 어쩌구 하신다거나... (웃음)
노: (웃음)

김: 죄송합니다, 어쩌구라고 해서. (웃음) 하여튼, 이런 발언들이 물의를 일으키고 그러면 보통은 사과를 하거나 수습, 축소하려고 하는데, 그 일이 있은 후 월간중앙에서 인터뷰한 걸 봤더니, 뭐 별로 안 물러서신 것 같더라구요. 솔직하고 허심탄회하다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습니다만, 그게 정치적 쇼맨십이다, 정치적 기반이 없으니까 주목 받기 위해 오바를 하고 있다 라고도 할 수 있는데.. 

노: 그 저기, 이런 거라고 봐야 됩니다. 예식 할 때, 예를 들면, 예식이나 행사를 할 때 입는 옷이 다르고, 작업할 때 작업복이 다르고, 놀이할 때 놀이옷이 다르고 등산복이 다르듯이, 우리 얘기도 공식적 업무와 관련해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하는 얘기와, 또는 편한 자리에서 술 마시며 하는 얘기와 또는 집에서 가족들이 하는 얘기는 내용과 품위를 다르게 하게 돼 있거든요. 

저는 이제 기자들과 그 공식성 없이 편안하게 서로 대담도 하고 논쟁도 하는 자리에서 한 어떤, 그런 얘기였거든요. 그런 얘기기 때문에 소위 그, 품위와 격식을 갖추지 않고 그렇게 얘기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 표현이 다듬어져 있질 않았지요. 그런 그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아주 그 자극적인 문구만, 대화 전체의 흐름보다는 자극적 문구 중심으로 전달되다 보니까 좀 우습게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편안한 자리라고 해서 전혀 근거 없는 얘기를 한 건 아니니까. 그걸 또 부인할 수는 없는 일이죠.. 부인할 수는 없는 일이고, 그러다 보니 아주 좀…(웃음) 그렇게 됐습니다, 예.

김: 다시 고쳐 질문을 드리자면, 그러니까 그게 정치적 계산이 있었던 발언은 아닌가 하는 겁니다. 
노: 내가 만약에 의도적으로 했다면 좀더 세련된 표현을 썼을 겁니다. 좀더 조심스럽게, 좀더 세련된 표현을 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김: 김중권대표의 급부상, 이인제의원의 움직임 등 여러 요인 때문에 초조해서, 그랬다 라고도 하는데..

노: 제가 비교적, 제가 비교적 멀리 보는 사람입니다. 제 정치 행적을 보아도 아시겠지만,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지 않고 좀 더 멀리 내다보면서 정치를 해온 사람인데, 뭘, 그거 급급해서 그렇게 무리한 짓을 하겠습니까. 

그리고 사실 그것이 저한테 이익이 될 건지 손해가 될 건진 나중에 봐야 알겠지만, 누가 봐서라도 그것이 이득이 될 거라고 판단하진 않았을 겁니다. (첫 번째 담배에 불을 붙임)

김: 그럼 김중권 당 대표는 결국 기회주의적인가요.(웃음)

노: 논리로 설명할 일은 아니지요.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제가 그 분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평가의 일단입니다. 일단이고, 뭐, 그분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 고려해야 될 전부는 아니지만, 그러나 일단인 것은 틀림없고. 그걸 또 뭐 설명을 하는 것은 너무 복잡한 일이예요.

김: 뭐 별로 복잡한 거 같진 않은데.. 설명해주시진 않을 것 같군요..(웃음)
노: (웃음)

 




 


스스로도 그렇게 말하고, 또 실제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지역감정 해소의 최적격자라는 주장에 정면으로 시비를 걸어보기로 했다. 가장 자신 있어 할 부분을 확 깨물면, 어찌 반응할지.. 


김: 호남에서 얼마나 득표할지 생각을 해보셨습니까? 만약에 출마하신다면. 

노: 그것은 제가 뭐라고 대답하더라도, 정확할 수가 없지요. 별 의미도 없고, 다만 적어도 저는 인간적으로, 상당히 신뢰를 받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제 진심을 이해하실 거라 보고, 또 신뢰성에 있어서 높이 평가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말씀하신대로 호남지역에서 신뢰를 가질 행보를 해오셨고, 상당한 득표를 하지 않을까 저희는 예상합니다. 근데 그렇게 생각을 하다 보면, 한편으로는 이것이 또 다른 형태의 역설적인 지역감정이 아닌가 하거든요. 소위, 호남이 지지하는 사람이 이제는 영남출신으로 바뀌는 것일 뿐, 특정 지역이 특정 후보를 비상식적으로, 배타적으로 지지한다는 지역감정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아시다시피 영남 지역감정의 구실 중 하나가 호남의 몰표인데... 봐라 호남 뭉치는 거, 그러니 우리도 뭉쳐야 한다... 이런 식의. 

그런데.. 만약 노장관님이 출마해 호남의 민심이 뭉친다면 뭉쳐있는 구심점이 영남출신 인사일 뿐 본질은 바뀌지 않아서, 노의원의 강점 중의 하나인 지역감정의 돌파구가 될 거라는 기대가 무색해질 수도 있다.. 결국 노장관님으로도 상황이 바뀌지 않는 게 아니냐, 해결책이 아닌 거 아니냐.. 라고 할 수도 있는데..

노: 네, 그런 점 있다는 거 동의합니다.  


" 네, 그런 점 동의합니다..." 라는 발언은 상당히 의외였다. 자신이 십여 년에 걸쳐 힘들게 획득한, 중요한 정치적 상징성에 대한 의문제기에 이렇게 쉽게 수긍한다는 건, 정치적으로 너무 순진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맘 먹고 던지는 정면공격에 대해 이렇게 맥 빠질 정도로 손쉽게 고개를 끄덕여버리는 경우는 이후에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이게 도대체 정치인으로 좋은 건가 나쁜 건가.. 


이제.. 제가 십 년간 지역감정과 부대끼면서 얻은 결론은, 지역정서는 논리적 설득으로 바꿔지는 것이 아니다. 어떤 정치적 구도와 계기에 따라서 극복될 수 있는 것이다.. 계기와 구도에 따라서 변화될 수 있는 것이지 합리적 설득만으로 우리가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렇게 봅니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앞으로 이 지역감정을 극복하는 것은 결국, 제도의 문제도 있지만, 제도를 바꾸는 것도 쌍방이 호응할 때 제도가 바뀌는 거니까 의식이 먼저다.. 의식과 정서가 문젠데, 영남에서도 정서적으로 호감이 있고, 호남에서도 정서적으로 호감이 있고, 영남에서도 어느 정도의 신뢰가 있고 호남에서도 어느 정도의 신뢰가 있는 집단이나 사람이 지도자가 된다든지, 이렇게 됐을 때, 지금과 같은 상황은 해소될 것이다. 

정치에 있어 편가르기가, 편가르기의 기준이 지역도 있고, 정책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정책에 의한 경계선이 지역 정서 때문에 무력화되어 있거든요. 근데 만약에 어떤 계기로, 어떤 정치 집단이 영남에서도 정치적 거부감이 없고, 호남에서도 정치적 거부감이 없거나 덜하고 신뢰성도 어느 정도 확보가 된다면, 그때는 이제 정책에 의해서 편가르기가 되는 그런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 것을 우린 전선이 바뀐다,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것은 그런 방향입니다. 

김: 그렇다면, 스스로가 그런 여건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적임이라고 생각 하십니까.

노: 처음에는, 처음에는 말하자면 이치로서 그리고 정당성으로서 싸워서 설득을 하려고 시도를 했었는데 그걸 실패했고... 그런데, 그 결과로 제가 지금 현재 선 위치가 그런 여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위치와 가장 가깝지 않느냐... 말하자면 저는 현재 어떤 의미에선 지역감정을 역이용해서 지역감정을 해소할 계기를 만들어낼 수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김: 조금 더 설명해 주십시요. 지역감정을 역이용할 수 있다는 말…

노: 예를 들면 그렇죠, 그건 이제 말하자면 역지역감정을.. 영남에선 제가 영남 사람이기 떄문에 그래도 호감을 가지고 있고, 어떤 신뢰를 가지고 있거든요. 호남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그 동안에 호남당을 열심히 했으니까. (웃음)
김: (웃음)

노: 그리고 정치적 정당성을 추구하다 희생도 치렀으니까. 호남도 신뢰를 갖고 있거든요. 그것이 말하자면 호남에서 저를 지지하는 것이 지역감정이 아니냐고 지적하셨는데 그것이 지역감정이라면, 영남의 지역감정과 호남의 지역감정을 하나로 뭉쳐버리는, 지역적 차별성을 좀더 희석시킬 수 있는 위치에 제가 있지 않으냐..

김: 그러니까 호남이 지역감정으로 지지하는 사람과 영남이 지역감정으로 지지하는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는 자가당착적 모순을 만들어, 유권자들을 순간 혼돈스럽게 만들어 그 어지러운 사이 당선돼 버리는 작전입니까…(웃음)

노: (웃음)
김: (웃음) 글쎄, 그게 말로는 되는 것 같습니다만..
노: 그럴 수 있다고, 그래서 나중에 정책으로 전선이 갈라질 수 있다고,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 지난 총선에 출마하실 때 비장하셨고, 당선되었을 상황들에 대해 청사진을 그렸겠지만, 결국 낙선되었고 그래서 큰 정치적 타격이다, 대권 도전에 적신호다... 하는 말들도 있었습니다. 근데 실제 지나고 보니, " 정형근 의원은 당선이 되고 노무현이 떨어졌다 이건 좀 심했다.." 하는 정서가 영남에서도 자연발생적으로 생기고, 그러니까 영남민심에 일종의 부채 의식을 안겼고, 그래서 오히려 심정적인 반대급부로 인해 차기대선에서 과거보다 유리해지는 것이 아니냐.. " 이번에는 노무혀이 함 밀어주자 " 하는 영남식 의리론이 등장할 수도 있겠다.. 하는 것이 저희 나름대로의 분석입니다만, 그런 상황 생각을 해보셨는지..

노: 저는… 희망사항이기도 하고, 그럴 거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김: 그럼 그동안 부산에서 고의로 떨어지신거군요. (웃음)
노: (웃음)


최소한 지역감정에 관한한, 국내 정치인 어느 누구보다도 그는 떳떳할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


 




 

김: 정치인 노무현의 옆엔 사람이 없다고 하는 평가가 있습니다. 노무현 옆에서는 떡고물도 없고 깨끗한 정치를 한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또 한 편으론 정치적 리더쉽의 부재 아니냐, 혼자서 현실정치 돌아가게 할 수 있는 거 아닌데... 이건 집권 능력에 대한 의구심으로 확대할 수도 있는데.. 

노: (고개를 끄덕이며) 그건 이제, 표면적으로 그렇습니다. 그, 표면적으로 어떤 뭐, 드러내놓고 계보로 움직이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게 가능성이 있을 때 지지의사를 표명할 심정적 동조자는 많다고 생각합니다. 또 실제로 그 정치 계보로써 그렇게 뭉쳐있는 것이 당내에서 이런저런 경쟁을 하는 데에는 다소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이 국가적 지도력을 창출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적 지도력이란 것은 많은 사람들, 많은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어야 되고, 그리고 공정, 공정한 과정을 통해서 형성되는 것이지, 몇몇 사람들을, 이해관계로 똘똘 뭉치게 하는 능력.. 그게 성공한 지도자다, 이렇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김: 지금까지는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이인제 최고위원 쪽이 가능성은 더 높은 것 아닌가 싶은데요. 그러면서도 이회창 총재를 상대 축으로 했을 때 가상 대결을 보면 오히려 노장관님이 득표를 더 많이 하기도 하고... 그런데, 어쨌든 결국 이인제 위원이 됐다. 이럴 경우에 승복하실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게다가 하필이면 이인제 위원일 경우. (웃음)


그의 이인제 무시는 뿌리가 깊다. 삼당합당에 동참한 이인제위원의 정통성 결여와 철학 부재를 탓하며 지난 대선에서 이인제가 출마하면 나도 나가겠다고 했던 노무현이었다. 궁금했다. 지면 어쩔지.


노: 답변하기 전에, 아까 내가 좀 미흡했던 답변. 그 계보가 많다는 것이 그것이 곧바로 지도력이 아니다라고 말을 했지만, 제가 그 내놓고 계보처럼 뭉친, 이해 관계나 연고로 뭉쳐있는 사람은 없지만, 서로 존경하고 신뢰하고 힘을 합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은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항상 위로, 선배를 모시고 정치를 해왔어요. 존경하는 선배를 모시고 정치를 해왔고. 그 점에 있어선 모자람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요. 

그 다음에 이제, 다음 꺼 말씀을 드리면, 아무튼, 요 부분에 대해선 어떻든 제가 그 게임을 하는 이상, 게임의 결과에 대해선 승복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게임을 할 땐 게임 결과에 승복해야 하고. 그 다음에 이제, 저로서는 역사성과 정통성 같은 것을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정치인인데, 그럴 경우 어떻게 할 거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고민하고… 여러 가지 상황들을 가정하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고 있을 뿐이지,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 결론을 내리긴 참 어렵다 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김: 간단히 말해, 이인제 위원에게 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노: 질 수도 있습니다.


" 질 수 있다. " 
이런 답변을 그냥 망설임없이 해버리는 데, 묻는 사람이 놀란다. 


노: (담배에 두 번째 불을 붙임)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어쨌거나 게임의 결과에는 승복합니다. 

그러나, 진심으로 모시고 선거운동에 뛰어들어, 말하자면 우리 지도자로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당원으로서의 의무를 충실히 할 것이냐.. 라는 것에 관해서는 정확한 예측을 하기 어렵고, 또 제 마음이 그때 어떻게 될지는 명확한 결론을 못 내리고 있습니다.

김: 승복하신단 말씀은, 어쨌든……

노: 막 뛰쳐나와서 출마를 한다든지, 이런 일은 없다는 거죠. 불복하고 뛰쳐나와서 출마를 하고 이런 일은 없지만, 그 다음의 문제... 진심으로 그를 지도자로 만들기 위해서 당원으로서 의무를 다 할 것이냐, 아니면, 뭐.. 이제, 정치는 (왼팔을 들어 내저으며) 여러분들끼리 잘 해라…
김: (웃음)

노: 정치는 여러분들끼리 잘 하고, 내가, 나는 마, 당을 떠나겠다... 해야될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결론이 없습니다. 
김: 똑같은…
노: 이 문제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미리 정해놓은 게 없습니다.

김: 똑같은 질문을 이인제 위원에게 했더니, 최우선은 국민의 지지가 아니냐, 이렇게 답변을 하던데. 그래서 어.. 이 쪽은 안되면 또 나가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웃음) 

노: 당원에 대한 위협이지요. 전략상의, 전술상의 위협일 수도 있지요. 저 역시 그 전략상의 위협, 전술상의 발언을 한 번 해볼까 하는 유혹을 여러 차례 받았습니다. 전술상의 발언을.. 그런데, 뛰쳐나간다.. 라고 했을 때 당원들로서는 굉장히 당황스런 상황에 빠집니다. 그런데, 난 그런 행동은 국민들에, 당원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 알겠습니다. 대중적으로는 청문회 스타, 그 한 이미지로 지금까지 먹고 살았다 할 수 있는데.. 

노: 맞습니다. 


또 맞단다. 나름대로 아프라고 찔렀는데 이렇게 그냥 인정해버리니.. 속으로 아 씨바.. 했다. 반박하고 재반박하면서 그 와중에 허점도 드러나고 그래야 하는데 말이다.. 


김: 이제는 청문회를 못 본 소위 인터넷 세대가 유권자로 등장했는데, 혹시 인터넷 세대에게 어필할 나름의 전략이 있으십니까.

노: (왼손으로 무릎을 쓰다듬으며) 딴지일보가 많이 힘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둘 웃음)

김: 저희가 좀 늙었습니다. (웃음) 386세대들입니다. 

노: 사이버 스페이스에선 여러 가지 활동을 좀 늘려나가려고 합니다. 

김: 그럼 이렇게 질문하겠습니다. 인터넷 세대에게도 계속해서 지키고 싶은 이미지 같은 거 있으십니까? 이회창의 대쪽처럼..

노: 음... 선거에서 표는, 단순한 이미지에 의해서 좌우되지만, 그러나 정치인의 자세는 그런 것하곤 좀 달라야 합니다. 소위 체계적으로 잘 짜여진 철학과 소신이라든지, 그런 게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정치인은, 아니 누구나 적어도 지도자가 되려면, 젊은 세대의 정서에 감성적으로 다가가려는 노력도 해야 하지만, 그러나 그것 말고, 자기가 지켜나가야 할, 갖고 나가려고 하는 확실한 철학과 가치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철학과 가치라는 것이 좀 더 깊은 사고와 판단을 거쳐야 이해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저는 삼십대, 사십대의 판단에 맞춰나가는 방식으로 정치를 해나가야 하는 것이 맞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 이십대가 들으면, 무시하는 거냐? 하겠는데요. 

노: 실제 자기 생활의 구체적인 이해관계, 삶의 경험으로부터 요구하고 있는 정치적 조건들이 있거든요. 직장과 가정에서 사회 생활을 책임 있게 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자기 책임으로 가정을 거느리고 경제 구성원으로 역할 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실제적, 삶의 고민들에 맞추는 것이 원칙이죠, 원칙이고... 이십대들에 대해선 그 정서에 맞게, 꿈을 제시하는 그런 감성적인 접근이 필요하지만, 그것에 맞춰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20대에 맞춰 정치하면 안된다 " 이렇게 답하는 거, 그만의 스타일이다. 보통은 " 젊은이에게 꿈을 주어야죠.." 여기까지만 말하는 게 모법답안이다. 이건 정치인으로 장점도, 단점도 될 수 있겠다.





 


노무현 언론관의 정체를 알고 싶었다. 언론을 조폭적이라 했다가 워낙 공격 당하는 중이라, 쉽게 입을 열지 않을 것 같아 변죽부터 울리기 시작했다. 


김: 혹시 최진실씨가 임신 못한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노: 예?
김: 최진실씨가 임신을 못 한다는. 
노: 처음 듣는 얘긴데요.
김: 며칠 전에 그 스포츠 서울 제목이었습니다. 왜 그러냐면, 너무 바빠서. (웃음)
노: (웃음)
김: 제목은 최진실 임신 못한다 였는데, 내용을 보면 너무 바쁘다. (웃음) 아시다시피, 이건 우리나라 언론들이 아주 잘 하는 짓인데 전후맥락은 다 빼고 특정 문구만 뽑아 선정적이고 의도적으로 오바하는.. 이 분야에서 전통의 최강자는 조선일보이고(웃음)... 그런데, 안티조선 운동 있지 않습니까.
노: 예.

김: 그게 뭐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려는 운동도 아니고, 무슨 물리력을 사용할 수 있는 집단도 아니어서 실제적인 힘이란 관점에서 아쉬운 점도 있는데, 혹시 이런 안티조선 운동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노: 우리 사회에, 다양한 경향, 그 다양한 경향이랄지 다양한 방향의 운동들에 대해서 다 의미있게 보고 찬성합니다. 그러나 국가적으로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그 모두를, 그 모두가 함께, 조화롭게 공존하면서… 파괴적인 어떤 균열을 일으키지 않고 좀 더 통합돼 나가게 하는 그런 일들을 해야 되는 사람이기 때문에. 설사 내심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김: (웃음)이런 소심한...

노: (웃음) 그런 거 모두를 함께 인정하면서 자유로운 공간을 마련하고 그러면서 그 어떤 통합된, 균형 잡힌 관점들을 유지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 정답만 말씀하시니까 재미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웃음)
노: (웃음)

김: 언론들이 특정 정치인을 딱 찝어서 일부러 험하게 다루어서 언론의 힘이 이 정도이니까 알아서 조아려라, 뭐 그런 길들이기를 하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노: 예.
김: 또, 당파적이면서, 물론 당파적인 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척..
노: 저는 언론이 당파적 견해를 가진 것에 대해서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 아닌 척 하는 게 문제..

노: 오히려, 그렇습니다. 아닌 척 하는데 문제가 있고, 그 다음에 아무리 당파적이라 하더라도 사실을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보도하고, 그 위에 팩트를 토대로 해서 자기의 의견과 평가를 실어야 하는데, 그러니까 의견과 사실은 분리해줘야 하는데, 그런데 이게 의견이 다르면 사실까지 뒤집어엎어 버려요. 이런 것이 문제가 있죠. 그런 것은 대단히 무책임하고 비신사적인 행위다...

김: 근데, 궁금한 게, 왜 그렇게 조선일보는 노무현 장관님을 물고 늘어질까요? 지치지도 않고. (웃음)
노: 그거는 제가 답변을 다른 방향으로 할께요. 저, 많은 사람들이 좀 잘 지내보라고 합니다. (웃음)
김: 노장관님은 직업이 정치인인데 잘 좀 지내시지.. (웃음)

노: 저도 개인적으로 잘 지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잘 지내도 달라지지 않는 것이 그분들도, 공정하게도(웃음), 개인적 호불호와는 관계없이 그들이 옹호하고자 하는 일이 있습니다. 비호하고, 관철하고자 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것을 자기들이 양보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아무리 친한 정치인이라고 해도. 거기에 도전하는 사람은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 이익은, 짧게 말해서 수구적 이익입니다.

또, 어떤 분은 이렇습니다, 그런 이익에 대해서 애착과 향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일컬어 주류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소위 주류적 이익, 한국 사회에 주류적 집단이라고 스스로 자처해온 수구 기득권 세력. 멀리 올라가면 친일파의 맥이 나오고, 가까이 오면 독재정권과 항상 결탁해오고. 항상 강자와 결탁하면서 특권을 누려왔던, 부당한 이익을 누려왔던 집단이지요. 

 소위 한국의 주류라고 하는 사람들의 정신적 기초가 거기 있습니다. 전쟁 나면 아들 군대 안 보내고, 법 위에 군림해왔던 사람들입니다. (이 대목에서 목소리가 가장 높았다

그것이 소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소수 수구 언론이 옹호하려고 하는 가치이고 이익이고, 바로 그들이 그 세력이고 그 이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건 양보하지 않습니다. 유감스럽게도 김대중 대통령이 거기에 도전해서 성공했고, 겁도 없이 노무현이 초선 의원이 돼가지고 거기에 도전한 것이지요. 

역시 그만의 스타일이다. 
중도의 정치인, 아닌 것이다.


김: 그, 말씀 중에 연상되는 내용인데요, 서정주씨가 사실. 순수 예술인으로 친일했던 경력이 있지 않습니까. 물론 예술인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그게 청산되거나 또는 지적되지 못하고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황석영 선생이 동인문학상을 조선일보에서 주는 걸 거부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예술을 너무 정치적으로 다루는 거 아니냐고도 하고, 예술은 예술이라며 황석영 선생을 비판하는데. 예술과 정치를 따로 놓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노: 그, 옛날에 그때 그걸 뭐라고 하지? 경향문학이라고 하던가. 순수 예술과 그 당시.. 참여예술. 순수 예술과 참여 예술, 그 어느 쪽에 대해서도 그것은 각기다, 예, 각기 다 경청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점에 대해서는 어느 편을 들지는 않습니다. 않고, 에.. 또..  저는 개인적으로, 과거에 친일을 한 사람이라도, 과거에 친일한 일이 있다고 해서 이 땅에 살 자격도 없고 또 그 사람들이 기여하고 있는 만큼의 대우를 받을 자격도 없다, 이렇게 생각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또한 그 친일의 행적에 대해서 사과한 일도 없고 반성하지도 않고 공개화되지 못한 체 여전히 자기가 사회 지도층입네 하고 군림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 또 어떤 국민 정서의 상징적 존재로서 남으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것은 곤란하다.. 그래서 우리는, 과거에 잘못이 있는 많은 사람들을 함께 포용하고 함께 가야하지만, 그러나 우리나라 각 분야에서 지도적 상징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 많은 사람들의 어떤 본보기가 될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과거를 반성함도 없이 그대로 계속해서 군림해오려는 그런 자세에 대해서 동의할 수 없습니다..

우리 역사, 우리가 우리 역사를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그런 그 반성의 과정 없이 그들이 그냥 주류로서 한국 사회에서 계속 군림해왔다는 것이 가장 고통스러운 부분이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반성이 없었던 역사의 맥락에서 지금이라도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바른 것인가에 대해서 끊임없이 경고할 필요가 있다, 그런 메시지를 황석영씨가 내놓은 게 아니냐. 그런 점에서 황석영씨의 얘기는 우리가 귀담아들을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 얘기하자면, 언론과 제가 갈등을 겪고 있지만, 언론에 대해서도 역시 마찬가집니다. 언론에 대해서도, 과거의 것을 반성할 건 반성하고, 그렇다고 신문사 없어지라는 것도 아니고, 신문사 그냥 하란 말입니다.. 그러나 과거에 대한 반성과 올바른 평가의 토대 위에서 그리고 새롭게, 그야말로 좀 더 대중화하는, 새로운 시대에 맞도록, 그렇게 함께 새로운 시대에 동참하자는 말입니다. 왜 자꾸 과거에, 과거의 향수에 젖어가지고 시대의 흐름을 자꾸 저지하려고 하느냐. 왜 역행... 심지어 역행까지 하려고 하느냐. 

그런데 그런 힘에 대해서 우리가 너무 그 위력을 두려워하고 있었잖느냐. 그러니까 맞서는 사람들이, 거기에 대한, 그, 전쟁이란 말도 나오고 (웃음), 나온 거지요. 저는 그들이 말살, 말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일이 없습니다. 

제자리로 돌아가라. 제 자리로 돌아가란 말이다. 언론은 언론대로 제자리로 돌아가고, 권력은 권력대로 제자리로 돌아가고. 시민도 제 자리에 똑바로 서자. 왜 눈치보고, 권력 눈치보고 언론 눈치보고 이렇게 살아야 하냐. 주눅들어 살지 말고 제자리로 가자. 그것이 지금 아직까지 정위치가 안돼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황석영씨 얘기도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정위치로 가지 않고, 제자리로 각자의 위치가 제자리로 복원되지 않은데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의 언론관이다. 





 

김: 영화를 보면 가끔, 하트가 둥둥 떠 돌아다닙니다. 
노: (고개를 들어 무슨 뜻이냐는 표정)
김: 뭐냐하면은 그.. 치모가 노출되거나 성기가 노출되거나 하면 장면상 짜를 수는 없고..
노: (입을 벌려 알았다는 표정)
김 : 그렇게 하트를 넣어서 가리는 건데,
노: 참, 봤으면 좋겠네요 (웃음)

김: (웃음) 그런데, 우리 국민들 문화 수준으로 볼 때, 이제 치모가 보인다든지, 또는 성기가 자연스럽게 노출될 부분이 있어 노출된다고 해서, 과연 문화적인 충격을 받고 성적 수치심을 유발해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것인가 의문이 듭니다. 혹 그런 걸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계실 때 어떤 결정을 내리실 겁니까. 

노: 전 그런 위치에 아마 갈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웃음)
김: 이런 무책임한...(웃음) 

노: 우리 사회에서 어느 자리가 그 자리일까, 난 그런 자리가 없는 것 같거든요. 김: 영상물 등급위..

노: 그러니까.. 그 판단이 참 어려운 것입니다. 에.. 분명 음란물이 있고, 또 음란물이 아닌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구분이 대단히 어렵고, 구분을 법의 잣대로 재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부당한 게 아니냐. (담배에 불을 붙임. 세 번째)

김: 음란물의 구분을 어떻게 하느냐가 아니라, 유명 영화가 극장에서 그런 모양새로 걸리는 경우도 있단 말입니다. 단지 성기 노출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노: 아이들하고, 딸아이와 함께 영화를 보다가 그런 장면에 부닥쳤을 때 참 난감하더라구요. 그러나 그냥 모른 척 하고 (웃음) 보곤 합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 아이들이 음란물을 보는지 안 보는지에 대해서 감시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을 못 보게 하는 것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거기에 대해서 잠시 호기심을 느끼더라도 다시 평상으로 돌아와서, 호기심은 호기심으로, 건전한 상식으로 정서로 극복해나갈 수 있는, 뭐랄까요, 건전한 판단력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 우리 사회가 그것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 그렇습니다. 건전한 판단력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성기 노출을 할 수 있게 할까요, 막을까요.(웃음) 

노: (웃음) 저는 그렇습니다, 보기 흉하고, 막을 수 있는 건 막으면 좋겠지만, 막으려고 했을 때 생기는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법으로 제한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생각합니다. 


성 문제에 있어 그는 그 어떤 사안보다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 와중에 " 법으로 제한할 수는 없다.. "는 발언은 문화정책의 기본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발언이다.


김: 알겠습니다. 최근 국내 교육 문제 때문에 삼,사십대 층이 이민을 많이 가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와는 다르게 교육문제 때문에 이민들을 가는데, 그런 이민에 대해서 한편에서는 그래도 나라안에서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니냐.. 배신이다, 이렇게 말도 하고. 또 한편에서는 우리나라에 더 희망이 있냐, 가야지, 이렇게도 얘기를 하고.. 이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노: 저는 교육 때문에 이민 간다거나, 한국에 희망이 없어서 이민 간다는 사람들에 대해서, 그 이유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습니다. 교육에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한국에 희망이 있습니다. 다만, 이유야 어떻든 간에, 이민을 많이 가는 것에 대해서는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왜 그렇습니까. 

노: 그, (담배를 끄면서 기침) 국경의 의미라든지, 국경을 기준으로 한 애국심이라든지, 이런 것은 이제 점점 문화적 적대감으로 발전하는 위험이 있고, 심하게 말하면 국가 지상주의의 시대에서 세계주의의 시대로 세상이 변화해가고 있는데 사람들이 살고 활동하는 범위가 전세계를 대상으로 확대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한국만 국수적 애국주의 같은 것을 주장하고 하는 사고는 한국의 발전도 가로막는다. 뻗어나가는 것은 좋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 뜬금 없는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혹시 사람이 작두를 탈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노: 작두?
김: 네. 왜 무당들 보면 작두 타지 않습니까.
노: 예.
김: 진짜로 사람이 작두를 탈 수 있을까요? 아니면 눈속임이거나 고도의 훈련에 의한 것일까요?
노: 저는 고도의 훈련 아닐까 싶은데. 
김: 초자연적인 상황이 아니라?

노: 저는 이제, 신비적 현상에 관해서, 저게 그 사기다, 그렇게 단정하진 않습니다. 우리가 해명할 수 없는 신비의 영역도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 스스로는 거기에 의존해서 어떤 신비적인 현상을 제 행동의 기초로 삼지는 않습니다, 예... 진짜 뜬금 없었어요.(웃음)
김: (웃음)
노: (웃음) 있을 순 있다.

김: 알겠습니다. 최근에 이스라엘에서, 극우라고 할 수 있는 샤론 총리가 당선됐습니다. 미국 일부 언론에선 그런 빌미를 제공한 팔레스타인쪽이 오히려 잘못했다.. 식으로 풀기도 하는데, 저희는 이스라엘 문제와 같은 국제적 이슈에 대해 우리 정치인이 나름의 독자적인 시각으로 견해를 펴는 것을 본 적 없습니다. 한국의 정치인으로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해야 하는지 그 견해가 궁금합니다. 

노: 저는, 제가 책임 있는 자리에 있다면, 국가적 이익이라든지 국제적 관계 때문에 말을 조심하겠지만, 그냥 한 인간으로서 생각을 얘기하라 한다면 그 시오니즘이 국수주의다. 인류의 공존에 방해가 되는 사고다, 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전체를 통털어, 옳고 그르고를 떠나, 가장 파격적인 답변이었다. 이스라엘의 민족주의가 인류 공존에 방해가 된다는 시각..


김: 거기서 출발해 이 사건을 이해해야 한다...
노: 예, 그렇습니다.

김: 달라이 라마 방한이 무산됐습니다. 연장 선상에서 질문인데, 그것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계신다면 어떻게 하실 건지.

노: 그건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철학이 중요하지만, 한 나라의 지도자가 개인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철학대로만 행동할 수 없는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그 제약 또한 현실적인 것이므로 그것은 때로는 그 제약을 받아들일 땐 받아들여야 되고, 때론 제약을 깨기 위해서 노력해야 됩니다. 

그런 과정에, 그 현실적 과정 속에서 달라이 라마의 방한에 대해서 선택을 내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그 당시의 여러 가지 상황과 함께 판단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죠. 지도자 철학대로만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 있고, 때론 상황에 따라서는 방한을 허용하지 않는 그런 판단을 할 수도 있다.. 고 생각합니다.
김: 국가적 이익의 관점에서? 

노: 그렇습니다. 링컨 대통령은 노예 해방론자의 입장에서 보면 보수주의자로 엄청난 비난을 받았고, 노예 제도 옹호론자들이 볼 때는 급진주의자라고 비난을 받으면서 굉장히 많이 시달렸습니다. 

시달렸는데, 이 링컨이 죽고 난 뒤에, 11년 뒤, 그 목사 (보좌관쪽을 보며) 이름이 뭐지. 그 당시 흑인 지도자, 잭슨 목사 아닌가 싶은데. (다시 고개를 김 쪽으로 돌리며) 하여튼 흑인 지도자 목사가 링컨의 조그만 초상을 만들어서 링컨의 영전에 봉헌하면서 그 얘길 합니다. 

그는, 그는 정말 우리 흑인들에게 섭섭하게 했다. 왜냐면 흑인들의 요구를 너무 더디게 들어줬고, 때로는 남부 주를 해방시킨 북부 사령관이 노예해방 조치를 했을 때 그것을 다시 취소하기까지 했다. 노예 해방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인 여러 가지 조치가 있었다. 그런데 대한 섭섭함을 다 얘기하면서. 그러나 나중에, 그 사람이 죽고 난 시점에서 보니까 그가 결국엔 많은 노예를 해방시켜 놓았더라.. 흑인들이 푸른 군복을 입고 군대도 가고, 행진할 수도 있었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렇게 이야길 하면서 링컨의 노예 해방자로서의 공을 아주 높이 기리는 그런 연설을 합니다. 

그것이 정치입니다. 링컨은 노예 해방론자이지만 그는 그 시기의 정치적 상황을 이해하면서 결국 아주 합리적인 속도, 속도 조절을 한 것이거든요. 노예 해방의 속도를 아주 정교하게, 뭐라고 할까요, 아주 현명하게 디자인해냈단 말이에요. 그것이 정치입니다.




한 국가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자로서, 과연 나름의 정치적 아젠다가 있느냐 그리고 통일시대를 열어야 할 지도자로서의 대북관은 어떠한가, 당연히 확인해보지 않을 수 없는 항목이다. 또한 인터뷰의 후반부에서는 라이벌 이인제 위원과의 직접 비교를 위해 많은 질문을 노무현 고문에게도 거의 똑같이 던졌다. 

반드시 지난 이인제 인터뷰와 비교해 볼 일이다.


김: 링컨이 그런 속도조절을 통해 이룩한 가장 큰 과업 중 하나가 노예해방이라면, 노장관님은 스스로 속도조절하며 이룩해야 할 과업 첫번째가 뭐라 생각하십니까.

노: 동서 통합이 우선 순위 1번 아닐까 싶습니다. 그 다음엔, 철학과 노선에 있어서 지금 이 정부의 노선을 계승해나갈 겁니다. 계승하고 보다 더 완성시켜 나가도록 노력하겠다.. 그러나 정치의 풍토와 행태에 관해서는 지금 이 시대의 정치 풍토를 극복해 나가야 된다..

김: 우선 순위는 동서 통합.
노: 예.
김: 현정권 경우는 남북통일에 더 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것 같은데.

노: 그렇습니다. 역사를 보는 관점에 있어서, 시대주의적 관점에 있어서 제일 첫 번째는 남북관계라고 생각합니다. 

남북 이야기 먼저 합시다. 남북 관계, 화해와 교류와 협력을 위한 평화의 정착, 그죠? (단어를 헤아려보듯 중얼거리며) 화해, 교류, 협력, 평화… 그런 것의 정착을 위한 포용 정책. 그 다음에 신뢰 구축 정책. 

그걸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시대적으로는 가장 중요하고, 또한 그 남북 질서와 더불어서 새로운 동북아시아의 질서를 구축해가는 것, 이건 남북 관계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세계사의 흐름, 시대의 조류라는 측면에서 클린턴이 주창했던 평화와 공존, 화해와 협력 이런 것들을 새로운 세계의 질서로 상정하고 나가는 그런 관점이 유지되야 한다.. 또한 대통령께서 취임사에서 민족경제의 시대에서 세계경제의 시대라고 경제영역에서의 세계화를 말씀하셨고, 몇 년 전 민족주의의 시대에서 이제는 보편적 세계주의의 시대라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이 관점을 확대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다음에 이런저런 비판에 시달렸지만, 결국 복지제도의 기틀, 생산적 복지제도라는 개념을 정립하고 복지제도의 기틀을 마련해 놨는데 이걸 계승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실업 문제에 대한 현실적이고도 과감한 대책이나 사회 안전망, 보험 제도 정비.. 이런 것들의 기틀을 마련한 것은 중산층과 서민의 당이라는 정당의 노선을 정책으로 현실화시켜낸 것입니다. 물론 아직 기초단계이고 많은 문제점들이 있지만, 이것을 완성시켜 나가야 합니다. 그게 제가 보는 과업입니다. 

김: 아까, 이인제 최고위원이 되면 그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 서포트할 지 모르겠다 하셨는데, 이인제 위원 외에 지도자로서 인정하기 싫은, 기회주의자 같은 후보가 누굴까요.(웃음)
노: (웃음)
김: 그런 사람이라면… (웃음)
노: (웃음)
김: 웃지만 마시고.. (웃음)

노: 저는 우리 사회가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지만, 이만큼 경제 발전을 하고도 자신감, 미래에 관해 확신을 갖지 못하는 이유가 정통성 없는 역사에서 비롯되었다 생각합니다. 정통성 없는 역사. 강자에게만, 양지쪽에만 볕이 들고, 항상 강자에게 줄을 서고 양지쪽을 찾아가는 사람들... 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던 우리의 역사.. 너무 오랫동안 계속된, 이 바뀌지 않고 계속돼 온 역사 속에서 비롯된, 자신감의 결여...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는 데서 우리가 이만큼 경제 성장을 이루어 놓고도 미래에 대한 확신과 스스로에 대한 뿌듯한 자부심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가 정정당당하게 승복하는 그런 그 원칙이 확립돼 있지 않은 사회다.. 우리 사회가 정통성, 역사성과 정통성을 회복해야 한다..

김: (웃음) 음.. 또 돌아 가시는군요. 그러니까 그런 사람이 누굽니까. (웃음)
노: 에.. 그거요.. 또 다른 언론에 인용되면 일파만파… (웃음)

김: 그럼 민주당은 그렇다고 치고, 이회창 총재가 대통령이 되지 말아야 하는 이유 한 가지만 말씀해주십쇼. 
노: 두 가지 합시다.
김: 알겠습니다. (웃음)

노: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 지금의 이와 같은 정치 구도 하에서 영남에 가서 지역감정 부추기는 것 해선 안 됩니다. 설사 앞으로 호남에서 단 한 표를 얻지 못하더라도 지도자가 되고 나서는 호남을 함께 끌어 안고 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나라의 지도자는 자기를 찍지 않은 사람까지 함께 묶어서 한 국민으로 통합해서 나가야 되는데, 그러므로 한 표가 없는 집단이라도 그 집단을 포기하거나 적대하거나 해서는 안 됩니다. 

근데 지역 출신의 몇 몇 정치인이 아닌, 전부를, 말하자면 호남인 전체를 상대로 적대하게 한단 말이죠. 말하자면, 한 지역을 포기하는 지도자는 이미 전국의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죠. 그것은 민을 굉장히 불행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최근에 나온 얘기, 주류가, 정확한 워딩을 모르겠는데, 메인 스트림이 나라를 계속해서 운영해나가야 된다 하고 말을 했는데, 그 주류가 누구인가.. 그 동안에 역사에 있어서 잘못된 길을 걸어온, 설명을 다 하려니까 기네요, 말하자면 부정한 권력과 항상 결탁해 부당한 특권을 누려왔던 그 집단이 아니더냐…… 그렇게 생각되거든요. 그게 또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또 시비가 될 사안이니까 온갖 변명을 다 갖다 붙히는데, 그게 그러면 안 된단 것이죠. 그것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그들은 이 나라를 떠나야 될 사람들도 아니고, 그들이라고 죽어야 될 사람이 아니지만, 망해야 될 사람은 아니지만, 그러나 그들이 계속해서 이 나라의 지도적 권력을 독점해야겠다는 사고는 대단히 위험하다, 시대를 역행하는 사고다.. 라고 봅니다. 

일반 국민들이 당신이 주류인가 하는 질문을 받았을 때 도대체 누가 내가 주류라고 얘기합니까. 

김: 그렇다면, 이인제 위원이 되지 말아야 될 이유는.
노: 같은 당 하는 사람으로서 말할 수 있나요.. 건, 에.. 하여튼, 에…… (고개를 돌리며) 아이 마, 쯧, 이거 말하면 타이틀로 나오겠다, 타이틀로 뽑히겠어요. (웃음)
노: (웃음)

김: 타이틀로 안 뽑겠습니다, 하나만… (웃음)
노: 아니 말고, 다른 데서 보고 타이틀로 뽑을 것 같애. (네 번째 담배에 불 붙임)
김: 한 번 더 해야겠는데요, 인터뷰… 잠잠해지면.(웃음)

노: 그에 대답은.. 음.. 나는, 나와 많은 사람들은 민주당은 우리 당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 그렇군요..
노: 이인제씨를 언급한 건 없습니다. 
김: (웃음)

보: 시간이…
김: 시간이 없습니까?
노: 하세요… 예, (웃음)
보: 저, 한 십분 정도 시간이 더 있으십니다.
노: (고개를 끄덕이며) 음. 
김: 아직 반도 안 했는데… (웃음)
노: (웃음)

김: 김정일이 정치적 파트너라 할 수 있습니까. 그, 북괴의 수괴가. (웃음)
노: 북괴의 수괴인 것도 사실이지만, 그를 정치 파트너로 인정을 해야 하는 것이 또한 현실입니다. 
김: 정치인으로써 김정일을 평가하신다면. 노출된 지가 오래되진 않았습니다만.
노: 건 그…
김: 직업으로 따지면 같지 않습니까 사실은. (웃음)
노: 사실은 아까 이스라엘 문제에 대해서도 말하기가 조심스러웠는데, 이건 정말 함부로 말할 수가 없지요. 조심스럽고, 어쨌든 결론적으로 그는 정치적 파트너입니다. 그건 존중해야 합니다.
김: 자질 얘기까지.
노: 자질에 대한 평가는 그건 조심해야죠. 

김: 국가적 레드컴플랙스때문에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우십니까. 아니면, 평가가 이르다는 말씀이신가요.

노: 이리로 가면 김정일이 불쾌하게 생각하고, 또 반대로 가면 국내에서 이상한 오해가 생길 소지가 있고. 그러기 때문에, 말을 함부로 하기 어렵지만, 판단도 어렵습니다. 북한이란 그런 특수한 조건을 놓고 판단하라 했을 때 하고, 세계 일반의 보편적 기준 위에 그를 세웠을 때 그 평가는 굉장히 달라질 수가 있는 거니까.

김: 노장관님 나름의 평가..

노: 아니 그거는, 내가 평가하더라도, 그 전제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북한이란 특수 상황에서 그가 유능한 지도자이냐 라고 보면 그건 유능한 지도자이죠. 그만큼 권력을 장악하고 유지해나가고. 유능한 정치인이죠. 그러나 세계의 보편적 기준에서, 남한의 보편적 기준에서 보면 지도자가 아니라 폭군이죠. 그 전제를 빼고는 평가가 불가능하겠습니다. 
김: 알겠습니다. 

노: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는 그와 더불어서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고, 또 신뢰 관계를 구축시켜 나가야 되는 정치적 상대자인 거는, 분명히 인정을 해야 합니다.
김: 그럼, 북한은 주적입니까?
노: 글쎄, 여러 나라가 주적개념을 채택하고 있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주적 개념을 고집할 필요가 있는가. 주적 개념을, 좀 다르게 바꾸는, 그런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동안의 이너뷰 대상 중 가장 허심탄회하게 답변하던 노무현 고문도 레드컴플렉스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었다. 답변들은 망설임 끝에 나왔고, 그리고 수위는 조절되고 있었다. 

우리나라 정말 후지다...


 




 

김: 냅스터가 패소했습니다.

보: 지금 다섯시 삼십분에 약속이 되어 있으십니다.


두 번째 타임 부저. 이번 부저는 10분 전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약속시간이 되어버렸고, 밖에선 누군가 기다리고 있다는 이제 그만 나가라는 부저였다. 이때부터 단 한 가지라도 더 묻기 위해, 만족할만한 답변이 나오지 않더라도 가능하면 후속 질의 없이, 질문들을 전방위로 날려보내기 시작했다. 


노: (보좌관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음… (김을 보며) 누가 패소를 했어요.
김: 냅스터…
노: 이거 망신하겠네. (보좌관쪽으로 상체를 내밀며 웃음) 야, 냅스터가 누구냐?
김: (웃음) 냅스터, 프로그램 이름입니다.
노: 음..
김: MP3라는 음악 파일을 공유하는
노: 예, 예. MP3를 받는.

김: 그런데 패소했습니다, 냅스터가. 인터넷상에서 저작권 문제가 있었습니다. 음반 협회와 냅스터간에. A라는 음악파일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B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각자 교환해버리면 음반 판매가 안된다.. 라며 인터넷 상에서 음악파일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인 냅스터를 고소했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의견이 있으십니까.
노: 그 부분은… 판단이 어렵네요. 
김: 잘 모르시겠습니까.
노: 예.

김: 인터넷 시대엔 이런 것들이 중요한 이슈가 되는데..
노: 제 생각은, 지도자가 너무 많이 알 건 없고..
김: (웃음)
노: 그건 판사들한테 맡기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알면 좋지만, 몰라도 그건 판사들한테 맡겨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르면 판사들한테 맡기고… 알아도 판사들한테 맡겨야 되고, 몰라도 판사들한테 맡겨야 되고..


답변으로 옹색했다. 인터넷시대엔 이런 이슈들이 국가적 이익과 바로 결부될 수도 있는 사안이 될 것이다. 이제 지도자로서 최소한으로 인터넷을 이해하고자 하는 자세는, 결코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김: (시계를 봄)
노: 계속, 하세요.
김: (웃음) 골프 치십니까, 혹시?

노: 예, 배웠습니다. 한 반년쯤 됐습니다. 
김: 골프가 아직 대중적이지 않고 서민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부분도 있는데.

노: 음, 골프 대중화라는 말이 좀 유행을 하던데, 그리고 상당히 많은 계층의 사람들이 골프에 접근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돈이 많이 듭디다, 해보니까. 아직은 돈이 좀 많이 들어서 대중적이라고 말하기엔 이른 것 같다 라는 생각합니다. 골프 좋아하는 사람들의 논리겠지요. 제가 골프를 치는 이유는, 아주 현실적인 건데 골프 치는 사람하고도 좀 교류가 있어야 되겠다, 그, 교류 좀 해야 될 필요가 있겠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부산 가서 일요일날 만나려고 하면 약속이 되질 않습니다. 골프장에 가버려서. 그래서 할 수 없이 (웃음) 가서 만나려고..

김: (웃음)
노: 아주 현실적인 정치적 필요입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되는데, 그 사람들을 만나려고 하면, 만날 수가 없어요, 일요일날. 그래서, 골프장에 따라가서 만나야겠다. (웃음) 그렇게 가서 만납니다. (웃음)

김: 시간이 너무 부족하군요. 차후 인터뷰 더 해주십쇼.
노: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요.

김: 호주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 유명무실한 제도입니다. 폐지해야죠. 

김: 부모성 함께 쓰기 운동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 그건 뭐… 그 운동은, 잘 하는 거라고 생각하구요. 결국 그것을 법제화하는 데는 얼마만큼 많은 국민들이 그 필요를 느끼고 요구하느냐 하는 문제이지, 그 이전에 어떤 그 절대적 원칙이 있다고 보진 않습니다. 그것은 많은 국민들이 그로 인해서 불편을 느끼고 이걸 열어달라고 하면 그럼 열어주는 것입니다. 그것이 판단 기준입니다. 

그 이외에 무슨 선험적이고 개인적인 가치 판단이 개입되는 것은 법제화의 기준이 될 수는 없겠다. 그리고, 제 생각으로는 성을 같이 쓰는 것도 좋지만, 선택하게 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아닌가 생각도 합니다. 아버지의 성이나 어머니의 성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어요.

김: 여호와의 증인이 징집 거부하며, 사회 봉사 활동으로 대체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회봉사 활동이 실제 군 복무 기간보다 훨씬 기간이 길고 힘들더라도 그걸 하겠다, 이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 예, 좋습니다. 병력을 충족할 수 없을 정도로, 국가가 필요한 병력을 충족할 수 없을 정도로, 병력공급에 큰 지장이 생긴다면 그것을 다 받아들일 순 없겠지만, 지금 어차피 공익근무도 있고, 또 다른 여러 가지 제도들이 있기 때문에, 그것은 존중해 줄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김: 그걸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로 볼 순 없을까요. 

노: 지금, 뭐, 하잖습니까. 병역 특례로 제도도 있고, 또 공익근무도 있고, 다른 많은 옵션들이 있지 않습니까. 기초 훈련이 문제가 되긴 하겠지만. (보좌관을 보며) 병역특례할 땐 기초 훈련 안 받지? 산업체 병역 특례할 때 기초 훈련 없죠? 그렇기 때문에, 크게 형평을 벗어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근데 그것을 대통령이 정할 문제는 아니라 봅니다. 이런 질문엔 앞으로 개인적 소신이라고 전제하고 답해야겠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대통령이 다 마음대로 하는 것처럼 느낄 우려가 있군요. 

김: 저희는 한 개인이 아니라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가 궁금한 겁니다.
노: 예, 아..

김: 우리나라 어떤 여배우가 일본에 가서 포르노를 찍고 왔습니다. 이 여배우가 우리나라 극영화에도 출연을 했고, 네티즌 사이에선 상당히 유행했는데, 이걸 두고 말들이 있습니다. 일본이어서 안 된다. 하필 일본에서.
노: (웃음)

김: 이게 포르노라서 안 된다, 또는 괜찮다, 직업에 귀천이 어딨냐.. 등등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 뭐 전 포르노에 대해선 불안하게 생각하고,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포르노가 안 돌아다녔으면 좋겠다. 
김: 포르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가 아니라, 이 여배우가 포르노 출연을 직업적으로 선택했습니다. 어떻습니까.
노: (탁자 위의 물을 집어 마심)
또, 그 대상이 하필 일본인이고. 

노: 그런 직업에 대해서 전 마음이 관대하지 않습니다.
김: 개인적으로.
노: 예. (물을 마심)

김: 성기구 판매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 저도 무슨 성인 사이트를 한 번 들어가 볼까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들어가고 있습니다. (웃음)

김: 호스트바는 단속을 심하게 하는데, 호스티스 나오는 룸싸롱은 묵인을 합니다. 남자들한텐 당연한 것이 여자들에겐 당연하지 않는 것이 많은데..

노: 그렇죠.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 사회의 문화적, 문화적 정서가... 어후, 참(한숨).. 불공평하다, 인정합니다. 

김: 그걸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노 : 그, 참, 그렇다면 호스트바를 봐주란 얘긴데...
김: (웃음)
노: 그것보다는 호스티스바를 단속하는 쪽이… 맞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 만일, 가정입니다. 아드님이 동성애자입니다. 그런데 노장관님은 정치인이고. 현재의 사회적 편견 속에서 아드님이 동성애자일 때 커밍아웃을 권하실 수 있겠습니까.

노: 개인적으로 말리고 설득은 해 보겠지만, 그러나 그게 잘 말려질 일인지는… 자신이…
김: 동성애자들은 그러니까 성정체성을 개인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선천적으로 타고났는데, 문제는 그걸 숨기느냐 드러내느냐 인데...

노: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은, 경험하지 않은 일이라 이해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경우에 따라 무모한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고, 또 대단히 사회생활에 불편과 고통이 있을 수 있을 것인데, 내 아이라면 개인적으론 말려볼 겁니다. 그러나 그것이 말려질 수 있는 일인지에 대해선 확신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호주제 문제를 딱 잘라 폐지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으로서, 부모성 같이 쓰기 정도가 아니라 아예 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으로서, 성문제에 대해선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보수적이었고, 동성애에 대한 이해도 거의 전무했다. 개인의 성적취향을 묻는 건 아닌데 말이다. 아무래도 이건 뭔가 언밸런스다..


김: 만약에 사고를 당하셨습니다. 그래서 기능을 상실하셨어요(웃음). 보형물을 삽입하시겠습니까? 
노: (못 알아들었다는 표정)

김: 성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궁금한데, 그걸 구체적으로 따지자면, 그래서 보형물 삽입하시겠습니까. (웃음)

노: 인간의 자연적인 욕구는 그야말로 소중한 것으로 존중해야 합니다. 그.. 그런 문제를 놓고, 그,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김: (웃음)

노: 말하는 것은, 좀, 그... 다 말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조심스럽게 해야 된다... 그러나, 인간의 본능적 욕구란 것은 존중해야 합니다. 그 욕구는 잘난 사람 못난 사람 훌륭한 사람 훌륭하지 않은 사람, 그런 구분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차별도 있을 수가 없고. 그러나, 그걸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좀 (웃음) 민망스러운 문제이기 때문에..

김: 성인 비디오를 보십니까.
노: 옛날에, 요즘처럼 흔하지 않을 때, 옛날에 비디오를 봤죠. 요즘은..

김: 혹시, 사창가에 가보신 적이 있습니까.
노: 비밀입니다.
김: (웃음)
노: (웃음)


혹시.. 하며 다른 각도에서 몇 차례 더 성문제를 스쳐가듯 찝적였지만 결과는 같았다. 


김: (웃음) 남자들을 보면, 이십대가 넘어가면 삼각팬티를 입거나, 또는 사각팬티를 입거나, 둘 중 하나만 입습니다. 희한하게도.
노: (고갤 끄덕임)
김: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어떠신지. 저희가 사회적으로 삼각파와 사각파를 좀 나눠볼려고 합니다.
노: 저는 사각입니다. (웃음)
김: 왜, 사각을 입으십니까. (웃음)
노: (양손으로 바지 앞에 삼각 팬티를 만들어보이며) 불편해요. 
김: 그쵸? 통풍이라든가.
노: 하여튼, 불편해요. 삼각은. 쫄립니다. (웃음)


전국의 사각파들이여, 커뮤니티에 한 명 추가해라. 
노무현도 사각파란다.. 


김: UFO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노: 모르겠어요. 
김: 존재하는지 안 하는지 모르겠다는 겁니까.
노: 예. 
김: 안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도 아니고
노: 예.
김: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도 아니고.
노: 예.
김: 비겁한 답변이었습니다, 그거는. (웃음)

노: (웃음) 정말 그.. 제가 대단히 실리적인, 그런 면에 있어서는 실리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 아직은 저하고 별 관계가 없는 일 아니냐, 그리고 뭐, 인류의 운명에도 별 관계가 없는 일 아닌가…

김: 글쎄의 인류의 운명과는 관련 있을 수도.. 지구 방위 사령부가 존재해야 할지도 모르고, 그렇다면 국민들 납세부담도 생기게 되고...(웃음) 
노: 글쎄, 그것이 위협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조금 더 현실화됐을 때 대책을 세워나가는 것이 맞겠죠. 

김: 장기 자랑을 하라고 하면 뭘 하십니까. 차력이라든가.. (웃음)
노: 그게 없어요. 장기가 좀 없어요. 

김: 삼국지 중에 가장, 스스로를 닮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또 다른 거로는, 가장 이상적인 정치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노: 생각을 안 해봤어요. 

김: 버스비하고, 지하철비를 합한 다음에, 영화비까지 합치면 얼마가 될까요.
노: 모르겠는데, 한 만이천원쯤 하나… (고개를 흔들며) 모르겠네.
김: 국회에 가려면 지하철을 몇 호선을 타야 되는지 아십니까. 
노: 5호선이죠. 5호선인데 한참 걸어가야 돼요. 

김: 거의 시간이 다 된 것 같은데, 한 가지만 더 여쭙겠습니다. 랜디 존슨, 캐빈 브라운, 마르티네스, 이 사람들의 공통점을 아십니까.

노: (고개를 흔들며) 모르겠는데요.
김: 투수. 스포츠에 관심이 있으신지 궁금했습니다. 

김: 하나만 더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입양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노: 음?
김: 입양.
노: 입양. 참, 그, 정말, 꼭 필요한 거다 라고 생각을 하는데.
김: 그 이유는? 그, 국내 입양 말고 해외 입양을 말하는 겁니다.

노: 아까 제가 그 이야길 했습니다. 국제적으로 뻗어나가야 한다고, 그러나 입양에 관한 한은 국내에서 구했으면 좋겠습니다. 꼭 필요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나올 때마다, 그 말을 주저하게 되는 것은, 제가 아직 실천을 못 하고 있기 때문에... 

김: 해외 입양은 어떤가요.
노: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김: 어떤 사람은 편견 심한 우리나라보다 편견없는 외국에서,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충분한 교육기회를 제공받는 것이 그 개인에겐 더 기회가 되고 좋은 게 아닌가, 그렇게 이야길 하기도 하는데. 
노: 솔직히 말해서, 듣고 보니까… (고개를 끄덕이며)그런 부분이 있네요…

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엔 언제 또……
노: 뭐 실컷 해 놓고.
김: 이걸루는 어림도 없습니다..(웃음)


여기서 인터뷰는 끝이 나고, 이미 한 참을 기다린 다음 손님에게 후다닥 장관실을 넘기고는 빠져 나왔다..  






 

노무현... 그 역시 몸을 사리는 답변도 했고, 그 역시 두리뭉실하게 넘어가려는 부분이 있었으며, 그 역시 레드컴플렉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다른 인터뷰 대상들과 분명히 달랐던 점 한가지는, 한 쪽을 적으로 돌려세울 지언정 대부분의 사안에 호오가 분명한 자기 나름의 기준을 제시하더란 것이다. 

20대를 기준으로 정치 안 한다는 발언은 정치인으로 결코 쉽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좋게 말하면 자기 철학이 있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그만큼 적을 만들어 내는 정치인이다. 그렇게 해서 한국 사회처럼 "보수우익"의 뿌리가 깊은 곳에서 과연 대통령 해먹을 수 있을까.. 물론 계속해서 "개인의 견해"와 "지도자로서의 처신"의 분리를 얘기하고는 있긴 했지만 말이다..

다음 인터뷰때는 좀 더 들들 볶아봐야 겠다...

 

자, 오늘도 본 이너뷰의 목표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넘어가자. 목표는 뽕빨.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육, 섹스, 통일... 실제 인간이 일상을 살아가며 부딪히는 모든 분야에서 전방위로 질문을 던지고, 또 던진 질문은 어떻게 해서든 답변을 받아내려 악착같이 물고 늘어진다. 

또한, 이 한 번의 이너뷰로 부족한 독자제위는 2차 이너뷰를 기대하시라. 그리고,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들을 게시판에 와장창 남겨들 주시라. 본지가 반드시 그 의문을 풀어 낱낱이 보고하리라. 

풀어낼 궁금증이 단 하나도 남지 않을 그때까지, 이 이너뷰는 끝나지 않는다.

 

우린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 더 이상 뽑지 않는다. 졸라!

 



- 일망타진 연쇄이너뷰 추진위원장
딴지총수 ( chongsu@ddanz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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