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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종합격투기 백서 - 2회


2009.7.3.금요일


지난 기사를 통해 우리나라에 격투기 붐을 일으킨 이유들과 퍼져버린 PRIDE, PRIDE 퍼진 다음에 드러난 찌질함들을 얘기하며 MMA의 대권 자체가 미국의 UFC로 완전히 기울었다는 썰을 풀었었다. 그런데 어디까지나 남의 나라 얘기들인데 이번 기사를 통해서는 우리나라 현황과 그 동안의 실패한 모델과 아이디어에 대해 논해볼까 한다. 미리 하는 얘기지만 본 우원, 나름 중심 쪽에서 일했던 쪽이라 자기 고백적인 내용도 많고 가슴 아픈 현실도 언급할까 하니 갑갑해도 읽어주길 바란다.


실현 가능한 희망은 냉정한 현실 직시를 통해 발견하는 법이다.







자아비판


무턱대고 남 따라 하는 거 위험하다. 몸매는 씨름 백두장사급인데 레이니즘 비처럼 옷 입어서는 곤란하다. 그러면 봐주기 괴롭다, 몸매가 틀리다. 문신은 반다레이 실바인데 갑빠가 한민관이라면 심히 곤란하다. 둘 다 잘 보이고 싶고 강해 보이고 싶은 욕구는 이해하건만 애초부터 롤 모델을 잘못 잡은 셈이다.


그런데 우리가 그랬다. UFC처럼 극강의 대결도 보여주고 싶었고 특히 PRIDE나 K-1처럼 아이돌 콘서트를 방불케하는 화려한 규모의 대회를 하루라도 빨리 도입하고 싶은 욕구가 강했다. 워낙에 성공한 모델이었으니까. 그러나 우리 정서와 우리 환경을 이해하지 못했고 거기에 시간과 돈이 투자되면 대중이 따라 줄 것이라고 감히 착각했었다.



무조건 남 따라하는 거, 남 보기에도 부작용 심하다


외국의 사례를 분석함에 있어서 모델의 성공 외에, 그 나라의 환경을 무시했던 것은 자아비판의 소재가 될 만하다. 본 우원도 그랬지만 당시의 기획서들을 보면 하나 같이 (일본 등의) TV 시청률, 중계료, (미국의) PPV 수입, 머천다이징의 규모 등을 언급했다. 또 국내의 환경을 분석할 때는 반드시 인터넷 까페 회원수를 거론했다. 몇 십만 대군이 팬을 자처하며 뒤에 버티고 있다는 식이었다. 우리랑은 아무 상관도 없고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인터넷 관심 등에 눈이 팔린 결과였다.


그러나 우리가 도외시했던 것은, 일본이라는 나라가 원래부터 좋아하는 가수가 앨범을 발매하면 MP3 파일로 다운로드 하기보다 앨범 자체를 당연히 구매하는 쪽이고 도서의 판매량도 높은 나라이며 팬이라고 할 때는 적극적인 행동과 적극적인 소비를 갖추는 쪽이라는 부분이었다. 또 미국은 고등학교 농구 경기를 하더라도 식구들이 경기장에 나들이 할 정도로 스포츠가 활성화 되어 있다는 거였다.


남의 환경만 무시한 게 아니다. 장미빛 희망에 젖어 우리네 현실도 제대로 볼 줄 몰랐다. 갈비도 뜯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애초부터 이런 링 스포츠 관람하는 문화가 없다는 것을 너무 무시했다. 프로레슬링이라도 활성화되어 있으면 좋으련만 프로레슬링은 이미 70년대에 추락해버렸다. 스타TV의 무에타이라도 보면서 눈이라도 높아져 있으면 좋겠는데 국회의원 아줌마의 되도 않는 말 한 마디에 케이블 TV의 격투기 프로그램도 없어지는 나라였다.



일본 사람들은 대체로 뭘 좋아하든 이렇게 줄 서면서 구매 한다


그런 상황에서 무조건 K-1처럼 PRIDE처럼 따라 하려고 했으니 될 리가 있나. 돈만 꼴아 박았지. 게다가 돈 대는 사람들도 노름판에 밑천 대주는 것도 아니면서 한 번 연 대회에서 당장 원금+수익을 바랬으니 돌아가는 꼴이 아니었던 게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암만 급하고 아쉬워도 그런 돈은 앞으로도 안받는 것이 낫다. 젊은 애들 피땀을 야매로 팔아 당장 제 주머니만 채우려는 양심없는 개또라이 새끼들...


어쨌든 첫 단추부터 끼우기가 힘든 것이 우리나라인지라 이미 5년이 지났는데도 MMA 업계 자체가 제대로 형성되지를 않는다. 나중에 따로 언급하겠지만 요즘 우리 선수들은 그저 외국 대회에 출전하기를 기다린다. 운동은 열심히 하지, 세월은 안 기다려주지, 뛸 수 있는 국내 대회는 없지, 있어도 가뭄에 콩나듯이지, 그러니 조건 따질 거 없이 외국 대회라도 빨리 가고 싶은 것이고 마음이 급하니 무리한 오더에도 덜렁 응하는 안타까움이 계속 발생한다. 나 역시 그렇게라도 젊은 놈들을 보낼 수 밖에 없는 처지인지라 대전 상대를 구한다는 오퍼를 받을 때마다 언제나 마음에는 아픈 소나기가 내린다.


본 우원, 가만히 생각해봤더랬다. 뭣부터 해야 하는 거신가? 어떻게 하면 이 바닥에 크건 작건 자금의 흐름이 어느 정도 유기적으로 흐를 것이며 어떻게 해야 대회를 진행하는 부담이 적을 거신가? 어떤 방식이 선수를 양성할 수 있으며 어떤 체계가 미래에는 외국 대회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거신가? 어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인가를 내내 고민했더랬다.


그리하여 우선은, 소위 말하는 업계 관계자 중 한 명으로써 과거를 먼저 짚어보고자 하며, 이 시간을 통해 과거에 뭔 뻘짓을 했나, 그 뻘짓은 왜 안통했나를 생각하며 자가똥침의 시간을 가져볼까 한다.


 
뻘짓도 뻘짓 나름이다


 태국 가니까 무에타이 열기 장난 아니데?


보긴 제대로 보셨다. 당연하다. 돈 걸린 갬블이니까. 입식을 표방하며 등장한 스트라이킥, 코마는 지금 생각해도 아까운 대회들이다. 최근 무신이라는 입식 대회가 생겨서 기대를 받고 있지만 특히 스트라이킥은 03년도에 이미 K-1 스타일로 세상에 데뷔했던 앞서 나간 대회였다. 스피릿MC와 나름 경쟁하며 한국의 K-1과 한국의 PRIDE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 흥행의 한계, 수익 구조의 한계, 자금의 한계를 첫 대회부터 절감하며 없어져버렸다. 스트라이킥의 실패에 대해 관계자들이 착각한 것이 하나 있다. 대중들이 이미 MMA 방식의 종합격투기에 입맛을 뺏긴 이상 입식 대회는 어렵다는 판단이 그것이다. 철저한 착각이다. 종합격투기건 입식 격투기건 우리나라의 대중은 격투기를 대회장에 가서 돈 주고 보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 진실이었다. 또한 스피릿MC와 달리 스트라이킥은 대회측이 너무 순수하게 대회만을 준비했던 것이 당시 상황이었다. 스피릿MC처럼 방송국의 후원을 등에 업었다거나 처음부터 자금이 빵빵하지 않았다. 결국 당일 대회장 흥행에 모든 것을 건 것 자체가 모험이었다.


그와 달리 코마(KOMA)는 K-1이라기보다는 무에타이 자체를 도입하려던 대회였다. 그런데 이건 너무 빨랐다. 그리고 너무 생소했고. 무에타이를 생각할 때는 두 가지를 항상 같이 생각해야 한다. 태국에서의 무에타이와 그냥 무에타이. 태국의 무에타이는 갬블 스포츠다. 경마나 경륜처럼 배팅이 적용되는 장르기 때문에 대회장의 열기는 UFC나 PRIDE에 비할 바가 아니다. 장난 아니다. 그걸 현지에서 보고 있노라면 거의 머리는 무에타이 특유의 살라마 음악과 엄청난 포스의 관중 함성과 함께 완전히 중독 상태에서 멍~ 해진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어디까지나 그 열기의 원천 중 하나가 갬블 스포츠라는 것에 있다. 물론 갬블을 떠나 무에타이 자체 역시 가장 원초적인 형태의 구조로 진행되기 때문에 선수들의 성공의지가 높거니와 경쟁률 또한 치열해서 정말 수준 높은 레벨의 격투기로 손꼽힌다.



그런데 태국에서가 아닌 무에타이는 태국에서만큼의 열기를 띠지는 않는다. 갬블 스포츠가 아니라 그냥 격투기다. 돈 안걸린 경마장에서 그 난리가 날까? 어림없다. 환경이 그만큼 중요한 거다. 물론 무에타이 자체의 격조 높은 경기로 어필할 수도 있겠지만 이 형태는 처음부터 마니아성이 강하기 때문에 대중에게 접근하기 힘들다. 무에타이의 입장에서는 K-1이 우습게 보일 수도 있지만 K-1의 성공 공식은 간단하다. 시청자와 다수 대중이 지루하지 않는 경기 형태를 만들었고 도박과는 관계없지만 락 콘서트장을 방불캐하는 화려함이 시합들을 받쳐주기 때문이다. 대중은 화려함과 박진감에 눈을 뺏기지 눈에 보이지 않는 격조 같은 것에는 크게 관심 가지지 않는 법이다.


 우리는 효도르, 크로캅, 반다레이 실바, 마크 헌트 같은 애들 못 데려오나?


우선 얘네들 케라가 무지 비싸다는 것을 먼저 알자. 이 업계 관행이 얘네들 몸값 얘기하는 게 금물인지라 말은 못한다만(정 궁금하면 미국 쪽 사이트 알아보면 된다. 걔네들은 밝힌다) 아무튼 많이 비싸시다. 본 우원도 업이 업인지라 입 열기 좀 뭣하다. 이해들 하시라.


어느 정도 비싸시냐면 위에서 말한 사람 중 한 명만 데리고 와도 스피릿MC 같은 우리나라 메이져 대회 몇 번 열 수 있다. 몇 년도 할 수 있다. 비싸게 데려와서 장사 잘 하면 되지 뭐가 걱정이냐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미 몇 번 쓴맛 봤다. 예전에는 나도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크로캅의 티켓 파워는 대충 1만은 될 것이다 라든가 효도르의 티켓 파워는 그 이상은 될 것이다 같은 생각을 했더랬는데 그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름만 비싸 보였던 딸라맨(WWF)



효도르 형제. 허름해보여도 비싸시다


올해도 서울에서 열릴 K-1 개막전을 생각해보자. 개막전이라는 것은 도쿄돔에서 열리는 8강 결승전에 진출하기 위한 선수를 가리는 16강 원매치 대회이다. 결승전 못지않게 재미있고 일본에서는 오사카에서 꾸준히 진행하면서 대표적인 대회로 자리잡았다. 당연하지, 전통적으로 스타가 다 모이는 대회니까. 피터 아츠, 레미 본야스키, 세미 슐트, 레이 세포, 바다 하리 같은 선수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게 어디 흔할까? 거기에 우리나라가 K-1 몰라주는 나라도 아니고 몇 년 동안 줄기차게 방송해대는 나라인데.


그런데 결과는 그리 좋지는 않다. 이미 과거에 KBS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두 번이나 K-1 패주기를 통해 알려졌지만 흑자 대회라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그나저나 지나갔으니 하는 말인데 KBS에서는 왜 그리 K-1을 찜빠 줬을까? 차라리 MBC가 그랬다면 납득이나 하겠는데 K-1으로선 생뚱맞게 KBS에게 60분 짜리로 얻어 터졌으니 당황이랄지 황당이랄지. 그것도 두 번씩이나).


또 기억이나 하실런지 모르겠다만, 몇 년 전에 MFC라는 대회를 MBC ESPN이 중계한 적이 있다. 이 대회는 러시아의 선수들과 한국의 선수들이 단체 대항전 형식으로 한 판 붙는 그런 대회였는데 이 대회의 홍보를 위해 아주 거~한 분이 오셨더랬다. 음악도 장중하신 효도르시다. 효도르 왔을 때 난리도 아니었다. 공항에서부터 기자들이 달라붙고 지상파에서는 유재석이랑 버라이어티 섭외 쇄도 하시고 실제로 길거리에서 애나 어른이나 남자나 여자나 60억분의 1 구경한다고 장난 아니었다. 그 현상은 본 우원도 놀랐지만 효도르 자신도 놀랬다. 그 효도르가 MFC를 홍보하면 뭔가 달라질 줄 알았다. 그런데 대회는 당일 무료입장을 강행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티켓 구매율이 저조, 저조는 개뿔, 아예 안되었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공짜로라도 사람들 들여보내고 관중석이라도 채우고 방송 그림이라도 만드는 수 밖에 없었지. 비참했다. 솔직히 말해 일본에서 효도르를 자주 봤기 때문에 서로 안면은 있었기에 본 우원 친한 사람은 아니겠지만 면목이 없었다.


 
MFC의 홍보를 위해 입국한 효도르의 환영 인파들
결국 이 관심과 대회장 흥행과는 아~무런 상관없었다.


데니스 강은 스피릿MC에서 계속 활약했었다. 의리남이었던 데니스는 PRIDE에 진출하고 나서도 한국 팬들을 잊지 않고 꾸준히 한국에서 활동도 하고 경기도 가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니스 강이 출전하는 대회의 티켓 현황은 그리 강하지는 않았다. 물론 TV의 시청률은 좋았다. 하지만 TV의 시청률이라든가 CF의 진출 등은 현장의 흥행과는 거리가 있다. 실제 머니가 오가는 상황에서는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었던 셈이다.


결국 정리하자면 K-1 개막전도 별로 안돼, 효도르가 와도 안돼, 데니스 강이 설쳐도 변화 없어... 세상에 알려진 스타 플레이어를 데리고 오더라도 흥행이 개선되는 환경이 아니라는 것은 미스터리에 가깝다. 어쨌든 이유를 떠나 결과가 그렇다면 이게 무리하게 돈 쓰는 것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비싼 돈 주고 대형 선수 데리고 와도 크게 변할 건 없다는 걸로 결론 짓고 다음 항목으로 넘어가보자.


 우리는 UFC나 WWE 선수들처럼 강렬한 멘트 같은 거 못날리나?


멋지지. 대결 구도가 눈에 완전히 보이고 시합의 흥분이 가시기도 전에 링에서 마이크로 상대를 도발하거나 자신의 강함을 어필하는 모습. 링 스포츠의 로망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 이거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힘들다.


우선 멘트 자체가 어쩔 수 없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우리 말이 일본어나 영어에 비해 욕은 발달해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선수들은 겸손하고 예의 바른 편이며 패배한 사람에 대한 배려가 앞선지라 미국 선수들처럼 대놓고 비방하거나 비아냥거리는 것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행여 그렇게 하는 선수들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기폭제가 되거나 흥행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단지 당사자만 건방지다는 인상만 심어줄 뿐이다.


언어에 원색적이고 폭력적인 단어가 발달해 있는 경우는 제스츄어가 크게 필요없다. 단어 자체가 위협적이고 도발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언어인 경우는 같은 말을 하되 표정이라든가 톤의 높낮이에 무게를 실을 수 밖에 없다. 말을 함에 있어 테크닉을 쓰는 거다. 예를 들어 일본어에는 욕설이 별로 없다. 개새끼 씹새끼 같은 말 없다. 무리한 욕이라고 해봤자 녀석, 바보, 쓰레기 정도랄까? 그러나 일반적인 문장을 가지고 위협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테크닉이 제법 있다. 단어가 험하지 않으니 방송용으로도 문제 없거니와 나름 분위기를 잡는 효과가 있다.


 
내용을 떠나서 얘들이 말하면 일단 톤이 달라


사실 미국애들이 하는 멘트도 해석해놓으면 그닥 대단할 것은 없다. WWE의 경우 뭔가 파워풀한 내용 같은 데 막상 해석하면, "너 따위는 이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엉덩이를 걷어 차 주겠어!" 따위의 말을 톤 굵게 퍼붓는 정도다. 이걸 우리 선수가 우리 말로 마이크 잡고 거창하게 날리면? 어쩌라고... 썰렁함이 장충체육관을 뒤덮을 거다. UFC 선수들처럼 대놓고 상대 선수 비하하면서 쟤는 같잖고 뭣도 아니라고 표현하면 싸가지 없는 선수로 찍혀버리기 십상이다. (사실 미국애들의 직접적인 표현 방식은 중간이 없는 데서 기인된다. 걔네들은 이것 아니면 저것이지, 난 이렇지만 쟤의 저러함을 이해해, 라든가, 내 생각은 이렇지만 니 생각도 일리가 있다고 봐, 같은 말하면 매우 싫어한다. 그리고 걔들은 대놓고 까더라도 크게 앙금을 가지진 않는다. 처해있는 위치가 입장을 만들고 입장이 태도를 결정하는 것에 익숙한 정서라서 그렇다)


격투기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봤을 땐 이 항목에선 한국 프로레슬러가 제일 딱하다. 프로레슬링이라는 게 뭔가 그럴싸한 그림을 계속 만들어가야 하는 장르인데 이 장르에서는 마이크 퍼포먼스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외국 껄 보고 있으면 제법 멋있다. 일본 프로레슬러들도 굵직한 야쿠자 톤으로 고노야로~ 하고 외치면 그것대로 오옷~ 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미국 프로레슬러들이야 아무 경기나 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트리플 H 같은 애들이 펌핑된 근육 가다듬으며 거친 톤으로 한 번 멘트 날려주면 그 자체가 필이 팍팍 온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남한테 시비걸거나 한 판 뜰 때 말로 한다기 보다는 주로 욕설이나 은어를 퍼붓는 쪽이라 그게 실현되기 힘든 거다. "야이 씨발놈아, 조또 아닌 개새끼야 다음 대회에서 나랑 함 뜨자!" 같은 말을 TV 카메라가 버티고 있는 링 위에서 어떻게 하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욕빼고 말하면 "너처럼 마음에 안드는 녀석(새끼, 자식 같은 말도 험하다. 안 그래도 방송 잡기 힘든 데 심의에 걸린다)은 다음 시합에서 뭉개주겠어!" 라고 하면 맥빠지기만 한다.


한 걸음 나아가서, 심의에서 깨질 거 생각하고 19금 딱지 붙여서 방송하기로 하고 쎄게 나갔다 치자, 그걸 또 어떻게 받아쳐? 그 시비를 받는데 얌전하게 "녀석, 입이 거칠고 말이 많군. 그 입을 다물게 해주겠어!" 라고 하면 닭살 돋고 손발이 먼저 오그라드는 거다. 그렇다고 해서 같이 막 나가면? 잠깐이야 좋겠지, 호기심에 시청률도 재미보고, 그런데 언제까지 그럴 거냐고... 말 그대로 막장되어 버린다.



이런 얘길하니까 어떤 분이 사투리는 강하게 느껴진다고 말씀하시는데 전라도 사투리건 경상도 사투리건 오십보 백보다. "껄쩍지근한 아그야 다음에는 껍질을 홀랑 벗겨 불랑게~" 같은 말이 어울릴까? 영남 사투리는 더 어렵다. 왜냐하면 말이 짧기 때문이다. 장동건이 칼 수 십방 맞고 한다는 소리가 "마이 무것따 아이가" 정도인데 링에서는 어지간히 말 잘하겠다.


결국 이런 마이크 퍼포먼스도 정서에 안맞다. 선수한테 격투계 중흥을 위해 니가 총대 매고 19금 레벨로 시비 한 번 걸어줘, 같은 부탁을 할 수도 없거니와 해봤자 좋을 것도 없다.


그나마 좋은 예를 들자면 권아솔이랑 김도형 같은 선각자들께서 욕은 아니지만 상호빈정댐으로 분위기를 양껏 고조시킨 선례가 있다. 그 정도가 딱 좋다고 본다. 그 정도만 해도 어디냐. 그 때 두 사람은 욕설은 안썼지만 서로 걘 나한테 안돼 의 멘트를 꼬박 꼬박 날려줌으로써 우리나라 정서에 맞는 적절한 상호갈굼의 선례를 남겼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정도가 딱 좋은 것이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확보하고 흥행의 촉매제로 삼으면 안될까?


이 케이스는 일본에서 먼저 좋은 성공을 보여줬다. 요시다 히데히코가 PRIDE의 기폭제로 활약했고 파웰 나스툴라 같은 이가 등장함으로써 흥행에 상당한 힘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이 케이스로 어떻게든 해보려는 움직임이 이미 있었다.


  
요시다 히데히코              다키모토 마코토


문대성이다.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 지금은 IOC 위원이자 교수님. 실은 본 우원도 문대성 끌어들이기 프로젝트에 잠깐 기웃한 적이 있었지만 금방 발을 뺐다. 왜 뺏냐고? 안할 거라는 생각이 확실히 들었거든. K-1은 최홍만을 영입한 뒤 최홍만의 성공적인 K-1 입성과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보여주며 문대성도 그걸 보곤 K-1에 입성해주기를 바랬다. 대놓고 K-1이 나서지는 않았지만 관계자들은 모든 라인을 다 동원하여 문대성과 접촉하고 또 설득했다. 하지만 문대성은 태권도인으로 남기로 했고 프로격투기와는 거리가 있는 IOC 위원이 되었다.


안 갈 사람은 안가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메달리스트는 안간다. 격투기가 우대받는 나라인 일본이니까 그나마 유도 선수들이 움직이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그 넓은 미국도 그리 뛰어들지는 않는다. 캐빈 잭슨이라든가 룰런 가드너 등이 시합을 뛴 적은 있지만 결국 시큰둥허니 더 이상 하지도 않는다. 무실점 불패신화 러시아의 알렉산더 카렐린도 딱 한 번 경기 뛰어보고는 흥미를 못느끼는지 아예 말도 없다. 한 말 또 하지만 안 할 사람은 안하는 거다. 그리고 대부분의 전문 종목 경기인들은 그닥 할 마음을 못느낀다.


이미 올림픽 종목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그 자체로서 성공이 되어 있는 상태이며 자신들의 정열을 전력을 다해 이미 한 곳에 쏟아 부은 사람들이다. 그들이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은 대중이 생각하는 것처럼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결국 이 아이디어는 현실적으로 실현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부분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고 게다가 일본이 아니라 체면 중요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더 힘든 아이디어에 속한다.


 그렇게 흥행 안될 거면 유흥업소에서라도 함 해보자.


벌써 해봤었다. 바 파이트. 쉬운 말로 술집 격투기다. 김미파이브가 있었고 제니아도 있었다. 최근에는 부산 코모도 호텔에서 진행된 이름도 가물거리는 대회도 있었다. 대부분의 바 파이트 대회의 이름은 그 업소 이름을 딴다. 제니아는 나이트 클럽 이름이었고 김미파이브 역시 강남에 있는 업소를 말한다.


아,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G-5, 즉 김미파이브는 인사사고가 발생하면서 없어졌다기 보다는 원래부터 흑자 모델이 아니라서 운영 쪽에서는 말이 제법 있었다. 장충체육관을 대여해서 정식 대회를 표방하던 스피릿MC와는 달리 경쟁사인 네오파이트는 돈이 덜 드는 대회장을 필요로 했고, 그 시기 이종격투기 붐을 타던 세간의 유행을 읽은 강남의 김미파이브가 이종격투기를 도입하려는 의도와 잘 맞아떨어졌다. 김미파이브에서 열리던 격투기 이벤트는 네오파이트의 스탭들이 주축을 이뤘고 거기에 MBC ESPN에 방영됨으로써 한 때, 한국에서는 이종격투기=G-5가 되기도 했다. G-5는 PRIDE나 K-1과는 달리 뭔가 토종 쌈마이라는 느낌이 강해 묘한 매력도 존재했다.


김미파이브가 G-5라는 이름으로 방영된 이유는 간단하다. TV로 방영되는 격투기인데 방송으로는 업소이름이 나와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송국 팀장의 아이디어로 G-5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다. 그게 그거지만 DC인사이드의 떼상어들 사이에서는 김미오, 김미5, 김미O 등으로도 불리기도 했다. 아무튼 그 G-5는 생각보다는 장사가 잘 안되어 허덕였고, 결국 경제논리에 의해 오락기 갖다 놓을래 링 그대로 놔둘래 사이에서 고민되다 링이 없어졌다. 그 시기에 인사사고가 생기면서 일이 더 커진 것이다.


 
김미파이브 되게따
이렇게 보면 링이지만, 전체 사진을 보면 관중석 대신 술 테이블이 즐비했다


왜 장사가 안되었냐면 아주 간단했다. 일주일에 치뤄 낼 시합이 너무 많았고 선수들에게 지급되는 파이트머니와 벌어들이는 수입의 균형이 맞지 않았다. 생각해보자. 아마츄어 대회를 하나 하려고 해도 일단 선수를 수급하는 현실에 봉착한다. 하고 싶은 사람 다 받아주면 되겠지 싶어도 결코 간단하지가 않다. 1주일에 4일을 격투기로 도배한다고 했을 때 하루에 선수가 양쪽 코너 합해서 6~8명은 나와야 되는데 이미 게임수가 몇 십 게임이요 선수는 곱하기 2다. 처음부터 감당하기 힘든 갯수 되겠다.


게다가 격투기가 무슨 군대 족구도 아니고 부상자가 없을 수가 없다. 하는 사람이 맨날 하면 될 것 같지만 그게 결코 그렇지 않다. 게다가 격투기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말초적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흥분되고 호기심이 발동하지만 몇 번 보다 보면 마니아층 외에는 그닥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문제는 마니아들은 경기의 수준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 형태의 이벤트는 처음부터 구조상 무리한 스케줄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소재도 약했다. 도박이라도 걸리면 또 모를까 그게 현행법과 맞지 않는 이상은 어쩔 수 없다.


거기에 바 파이트의 치명적인 약점이란 이미지 자체가 나쁘다는 것에 있다. 그럴 수 밖에 더 있나. 본 우원도 줄기차게 까댔지만 술마시고 담배 피우며 구경하는 사람들 앞에서 격투기 하는 그림은 결코 양지에 나오기는 힘든 형태다.


물론 공헌한 바도 있다. 사실 대회장의 티켓 구매를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바 파이트야말로 하나의 윈윈 형태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무리한 스케줄이 문제였다. 매주 TV에 방영해야 될 정도로 시합 수는 많지, 술이랑 안주도 팔아야지, 선수는 한계가 있지, 괴로울 수 밖에 없는 거다. 밖에서 봤을 땐 김미파이브가 화려한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였는지 지방의 나이트클럽 등에서는 몇 번 시도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한계에 부딛히며 모두 내려앉았다.


정리하자면...


최근에 격투기를 알게 된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사실 우리나라의 MMA의 시작은 제법 오래되었다. 메이져 대회 출범이 6년 째니까. MMA 뿐 아니라 KOMA라든가 STRIKICK 같은 입식 대회까지 포함한다면 대회의 숫자도 제법 많았다.


뒤를 돌아보자면, 짧지도 않은 세월 동안 나름은 K-1을 모델로 삼아 시도도 했었고 전면부터 아예 쌈코나 남삭노이 모시고 와선 태국의 무에타이를 한국에 깔아버린 시도도 있었다. 아직까지도 이종격투기라는 타이틀과 성향을 고집하려는 대회도 있거니와 PRIDE를 표방하며 만들어 성공가도를 달리다 어이없게 퍼져버린 모델도 있다.


뿐만 아니다. 처음부터 마련된 몫돈-최소 진행비=남는 돈 이라는 간단 명료한 공식으로 진행한 모델들도 있었다. 나름 안토니오 이노키처럼 호텔 기자회견 등을 통해 허세를 부리고 여기에 유입되는 자금을 모아서 진행해보자는 의도였던 모델도 있다. 티켓 판매는 생각도 안하고 아예 처음부터 술집에서 진행해보자 하고 가열차게 시도했다가 적자보면서 없어져버린 모델도 있다.


 
뒤를 돌아보자 이지 뒤를 보여주자가 아니라능


여러 모델을 언급하던 중 예전에 있었던 총수의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그렇다, 여기에서 잠깐 총수의 선각자 정신을 살펴보자. 03년이었나 04년이었나, 한참 총수랑 격투기 가지고 머리를 자주 맞대던 때였다. 나야 이 바닥 사람이니까 아무래도 생각 자체가 스테레오 타입이다. 그런데 총수는 그 때 특이한 대회를 하나 하자고 맨날 맨날 본 우원을 꼬드겼더랬다. 뭐냐면, 지금 생각해도 깨는 아이디어이긴 한데, 전국 고등학교 짱들을 한데 모아서 쌈을 붙이자는 거다.


뒷골목이나 옥상에서 음습하게 니네들끼리 치고 받지 말고 카메라 들이대 줄 테니까 제대로 맞짱 함 붙어봐라고 부추기는 대회였는데, 본 우원은 그 소리 들을 때마다 아이 시끄러워요 를 연발했다. 그건 현실적으로 진행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너거뜰도 생각해바라. 이 나이에 몇 날 며칠이고 고삐리 애들한테 누가 쌈 잘하니? 하며 물어 물어 쌈 좀 하는 애새끼들 알아냈다 치자, 그걸 어떻게 관리할 것이며 복싱도 아닌 그 맞짱을 인터넷 같은 곳에 공개했을 때의 부정적 시각과 그 파급을 어캐 감당해. 내가 딴 일 찾아볼 사람도 아니고.


어쨌든 그런 아이디어가 있어서 가끔은 내가 다른 술자리에 가서는 "세상에 총수 그 양반이 그런 소릴 하더라니까요?" 라며 흉보기도 했었다. 그런데 씨바, 이게 왠일이야. 일본에서 앞서나가는 안목의 대명사이자 골치 아픈 격투계 인사로 손꼽히는 마에다 아키라가 불량배 격투기 대회를 개최해버렸다? 격투기 경험은 없어야하고(3전까지는 봐줌) 아무튼 폭주족이건 진삐라건 뭐건 양아들 죄다 모아서 기술없지만 조지려는 근성으로 똘똘 뭉친 쉐키들의 대회를 열고 있다. 그걸 소식으로 접한 순간 내가 꽉 막힌거야, 총수가 대단한 거야? 라는 화두에 부딛혔다. 그렇다, 총수가 대단한 거였다.


 
불량배 격투기대회 아웃사이더


아무튼... 그다지 따지면서 생각하고 싶진 않은 여러 모델들을 다시 떠올려보고 또 그들의 현재와 우리나라 격투기 대회의 현실을 쓰고 보니 본 우원 참으로 비통하다. 선수는 많아졌고 수준도 올라갔건만 유일하게 변하지 않았고 발전이 없는 것은 역시 업계 자체다. 이 바닥의 자금이란 눈 먼 돈 아니면 찾아보기 힘들다. 대회가 없다시피하니 선수들은 파이트머니를 기대할 수 없고 저마다 개인 스폰서라도 만나기를 바란다. 새로운 대회가 생기고는 있지만 하는 짓은 6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나라 살림 자체가 허리띠 졸라매는 실정이라 소비도 굳었다. 본 우원, 작년인가 올해 초인가? 한겨례 신문과 인터뷰하면서 그렇게 말했더랬다. "격투계는 다가올 고난의 행군을 준비해야 한다". 힘든 것은 기정 사실이다. 그러나 행군의 목적은 종주에 달려있지 힘든 것 자체가 전부는 아니다.


이윽고 자발똥침


결국 답은 간단했다. 외국의 사례와 여러 형태의 아이디어를 분류하고 적용함에 있어서 사전 작업, 즉 우리나라의 환경과 정서를 먼저 헤아렸어야 했다. 섣부른 희망과 성급한 욕심만 가득했고 구조를 만들면서 진행하자는 마인드가 부족했다. 장사를 먼저 했지 문화를 만들고 받쳐주질 못했다. 그 상황 속에서 이미 많은 재능있는 선수들이 이 바닥을 떠났다. 본 우원 역시 마찮가지였다. 단지 이 장르를 남보다 먼저 알았고 먼저 운동을 경험했다 하여 오로지 대회를 진행하고 운동하는 재미에만 신경을 썼더랬다. 중요한 것, 장르를 움직이는 시스템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다. 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요소들을 망각했고 도외시했다. 그래서... 격투계는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었고 자꾸 처음 시도하는 버거움을 또 만나고 또 만나는 거다.


우리나라에서 격투기가 뜬 이유들도 살펴봤고 퍼져버린 이유들도 살펴봤으니 이제는 다음 기사를 통해 우리의 현 상황에 맞는 타개책을 살펴보도록 하자꾸나. 독자제위들의 가열찬 응원 부탁한다!


MBC ESPN 해설위원 이동기, 그러나 딴지에선
딴지격투구락부 오빠야(yourzinn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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