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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은 아무나 하나 - 2

 

2009.7.6.월요일

 

 

 

 

지난 번에 명박의 골수에 젖은 2인자 마인드와 그것이 가져오는 폐해에 대해 한참 썰을 풀었었다. 오늘은 지난번에 이어 2편이다. 혹시 1편 못 읽은 분들은 여기로 가서 보고 오시기 바란다.

 

좀 더 일찍 쓰려 했지만 다른 시의성 있는 기사들에 우선순위가 밀린 것이니 양해하시라. 머 요즘 본지 읽을꺼 많지 않냐.

 

그럼 본론 들어간다.

 

 


 

 

 

대통령이 2인자 마인드에 절어 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부작용이 다른 나라에 대한 부적절한 자세 낮춤과, 비판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라는 두 방향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다는 것은 지난 번 이야기한 바와 같다.

 

대통령은 헌법에서 규정하는 우리나라의 국가원수다. 민주주의 국가의 원수는 다음의 두 가지 입장에 투철해야 한다.

 

1. 대외적으로, 국민이 뽑은 나라 전체의 대표로서의 권위와 주체성
2. 대내적으로, 국민이 가진 주권을 대리한다는 민주적 자각과 겸손

 

이 두 가지 상충되는 듯한 가치를 제대로 구별해서 융합, 소화하지 못하는 자는 한 나라의 대통령 자격이 없는 거다. 전자에 충실하지 못한 자는 나라의 위신과 이익을 떨어뜨리고, 후자에 충실하지 못한 자는 독재를 향해 가기 때문이다. 이건 우리 나라뿐 아니라 전세계 어디에나 통하는 황금률이다.

 

그럼 우리의 이명박 대통령은 어떠신지 함 보자.

 

 

대통령과 영부인께서 고개 숙여 예절 바르게 인사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일본의 아키히토 왕 내외다. 왕과 왕비는 아랫사람을 대하듯 자애로운 표정으로 그런 명박 내외를 응시하고 있다.

 

이 사진 자체는 본 분들도 있을 거고 굳이 반일의 관점으로 명박을 다시 비난 하자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일국의 국가원수라는 사람이 다른 나라의 국가원수에게 부부 동반으로 머리를 숙이고 있는 상황을 이 글의 맥락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는 거다.

 

이 모습이 대통령 내외가 조깅이라도 하다가 동네 영감님께 인사하는 광경이었다면 얼마나 아름다웠으랴. 하지만 지금 이 사람들은 개인으로서 만나고 있는 게 아니라 서로 각자의 나라와 국민을 대표해서 만나는 거다. 따라서 다른 나라의 국가원수에게 이렇게 머리를 숙이는 것은 5천만 국민 전체가 함께 머리를 조아리도록 은연중에 강요하는 거나 다름없는 일이다.

 

머 그렇게 까지 생각할 필요 있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 관점을 바꿔 열분들은 저 사진의 이명박 자리에 미국의 부시가 고새 숙여 인사하는 모습을 대입하는 게 가능하신가. 중국의 후진타오는? 더 나아가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라면...?

 

어림 반푼 어치도 없는 소리 아니냐. 근데 우리나라 대통령만 괜찮다면 그건 니들도 관점이 잘못된 거다. 암튼 명박은 이 택도 없는 상황을, 아무도 시키지 않는데 자발적으로 구현해 보이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그것은 명박이 국가원수로서의 스스로가 가지는 의미에 대한 자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갑, 을 관계가 엄연히 존재하는 기업체의 사장이라면 회사의 이익이나 계약을 따기 위해서 큰 회사 사장에 고개를 숙일 수도 있다. 그것은 비즈니스고 전략일 뿐이며 그런다고 직원들이 분개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대통령은 CEO가 아니다. 명박 본인이 일왕을 존경하든 미워하든, 갑을 관계로 느끼던 그런 개인 감정은 우리가 알 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일국의 대통령이라면, 자기가 대외적으로 하는 행동들이 정치적, 사회적, 역사적, 외교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기본 인식이 있어야 한다. 명박이 국가원수로서 이런 철학이 전무한 사람이라는 점을 바로 저 한 컷의 사진이 증명하고 있는 거다.

 

한편 아래는 이런 경우의 모범 답안이다. 같은 아키히토와 악수를 나누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비록 환한 웃음을 짓고 있지만 조금도 머리를 숙이지 않은 채 당당하게 서 있다. 그래서인지 일왕의 태도도 오히려 다소 겸손해 보인다.

 

 

일국의 국가원수라면 서로간에 이 정도의 간지는 나와야 된다. 그게 단지 간지와 갑빠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은 국가의 위신, 나아가 외교적인 이익 등의 현실 문제로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고 고개 숙이며 인사나 하고 공손한 척이나 하다가는 결국 우리 올림픽 유치 포기하고 일본 도와준다는 식의 하이퍼 개삽질로 귀결되게 마련인 거다.

 

그럼 아래는 뭘까. 고이즈미 총리는 왜 노무현에게 고개를 푹 숙이고 있나. 이 넘도 명박처럼 생각이 없어서 그럴까?

 

 

천만의 말씀. 이 관계에서는 이게 사실 정확한 행동이다. 고이즈미는 일본 헌법상 국가원수가 아니다. 입헌군주제 국가에서 나라의 수장은 왕이기 때문이다. 총리는 단지 내각의 수반으로서, 정확하게 말하자면 총리 대신으로 불리는 신하의 입장일 뿐이다.

 

그에 비해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국가원수이기 때문에 고이즈미가 그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행동은 국제 관계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비록 동양적 사고방식이 다소 포함된 거긴 하지만 말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런 것들은 단순히 의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위신 및 이익과도 관련된 거라서 어느 나라 국가원수든 철저히 숙지하고 있다. 그럼 명박은 대체 왜 이런단 말인가?

 

바로 고질적인 2인자 마인드 탓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자기보다 높은 넘 앞에서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습성이 골수까지 박혀 있다. 이명박에게 아키히토는 강대국 일본의 왕이다. 그의 머리와 가슴 속에서 종신제인 왕은 5년제 대통령 따위와는 다른, 진짜 한 나라의 보스다.

 

따라서 그 보스 앞에서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것은 설사 자기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고 해도 어쩔 수가 없다. 한마디로 명박이 그저 나쁜 넘이라서 이러는 게 아니다. 그릇과 자질이 심히 부족한 거다. 

 

일본 올림픽 유치 건도, 앞서도 말했지만 무슨 계산이 있고 생각이 있어서 한 말이 아니다. 그저 상대를 기분 좋게 해주려는 2인자의 립서비스 정신이 일국의 대통령으로의 위신, 국익 등 보다 본능적으로 앞서다 보니 튀어나와 버린 것일 뿐이다. 그러나 그 책임은 이제 우리 국민 전체가 뒤집어 쓰게 되었다.

 

이 사람이 지금 우리 대통령이다.

 

한편 아래 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 대드는 넘에게 무자비한 것은 2인자 콤플렉스의 또 다른 면이다. 그래서 원래 조폭도 중간 보스가 더 무섭고, 선배도 바로 위 선배가 더 깐깐한 법이다. 이들에게는 도무지 아량이라는 것이 없고, 아니다 싶으면 주먹이 먼저 올라오지 않던가.

 

오야붕의 손에 가죽 장갑이 껴질 때 아랫넘들 장갑에는 징이 박히고 쫄자들한테는 쇠파이프나 회칼이 들리게 되는 법이다. 이들의 이런 모다구리 주먹질은 물대포나 최루액, 삼단봉과 방패찍기는 물론 체포와 구속으로 드러나고 최악의 경우에는 부엉이 바위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들이 그러는 이유는 단순하다. 스스로에 대한 진정한 자신감과 그에 따른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채워지지 않는 마음 한 구석의 빈 자리... 나는 진짜가 아니라는 스스로를 향한 근원적인 의심.

 

그 숨겨진 상처를 공격하는 듯한 비판의 목소리에 이들은 욱한다. 그리고는 한 서린 눈물을 흘리며 조용히 서랍에서 징 박힌 가죽 장갑을 꺼내는 거다. 너희들이 내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 알아 새꺄. 내 맘을 알아. 까라면 깔 것이지...

 

 


 

 

 

이렇게 개인적인 컴플렉스가 국가원수로서의 자세보다 앞서는 사람에게서 제대로 된 국가 경영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라는 점, 더 설명하기도 입 아픈 일이다.

 

그런 사람이 지금 우리나라의 대통령 자리에 올라 있다는 것만으로 비극인데, 더 큰 문제는 이게 외국 국가원수를 상대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래를 보자.

 

 

위 사진은 명박이 대통령에 선출되고 난 후, 2008년 1월 22일 조선일보 방 모 명예회장의 팔순 기념 회고록 출간 기념식에서 찍은 소중한 한 컷이다. 대한민국 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한달 후 취임할 그가 일개 언론사 사주에게 고개를 조아리고 있다.

 

머 키 작은 사람하고 눈높이 맞추는 김에 살짝 숙여 준 거네... 하는 넘들을 위해 아래 다음 순간의 장면을 하나 더 보여 드린다. 방 회장 눈이 발등에 붙어 있지 않는 한, 그런 오해의 여지를 일거에 날려 버리는 한 컷 되겠다.

 

 

한 달 후면 대통령 될 넘이 이랬을 때 절 받아먹는 넘은 어떤 느낌을 갖겠으며, 또 그걸 옆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은 먼 생각이 들겠나.

 

우우 조선일보. 과연 쎄구나. 이 정도만 되어도 이후의 나라 꼴에 대해 우려가 드는 상황이지만, 천외천이라고 하던가.

 

아래를 보시라.

 

 

... 도미노처럼 엮여진 이 일련의 광경들은 2008년 명박 집권 이후 우리나라의 현실을 단적으로 예언하고 있다. 국민에게 머리를 숙여야 할 대통령이 현실에서 머리를 조아린 자들이 누구였는지. 5천만 국민의 위신과 안녕, 이익, 그리고 어렵게 얻어낸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할 차기 대통령의 마인드와 자세가 뭐였는지 말이다.

 

미국산 쇠고기 사태, 이어진 촛불 탄압, 언론 탄압과 미디어 악법 추진, 부자 감세와 서민 증세, 용산 참사, 민주세력 박멸, 노무현 서거, 한예총 사태, 전교조 토벌, 4대강 재정비 등등은 알고 보면 모두 이 사진들이 만들어내는 역학 관계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아니냐.

 

옛날 자기가 노점상할 때는 관에서 뭐라고 하면 끽소리도 못했는데 이제 끽소리는 하니 세상 참 좋아졌다는 전직(前職) 서민 이명박. 그러나 저 기득권자들의 연회 속에 일반 서민의 설 자리가 어디 있으며, 저 사진들 사이에 시장에서 오뎅 먹는 회심의 한 컷이 낑겨들 틈이 어디 있는가.

 

단언하지만 명박은 절대 국민을 섬길 수 없는 사람이다. 원래 어느 회사던 CEO가 직원을 섬기는 법은 없다. 그저 회장님을 섬길 뿐이다. 진짜로 나라를 다스리는 자들, 세상을 움직이는 세력에게 고개 숙일 뿐이다. 그렇게 충실한 마름이 되어 그들의 재산과 힘, 지위를 관리하고 월급과 권력을 할당 받는 자. 그게 월급쟁이 CEO의 역할이고 의무다.

 

우리 국민들이 환상을 가졌던 CEO 대통령의 정체. 그것은 국민을 잘 살게 해 주는 대통령이 아니라 바로 이런 것이었다. 그리고 명박은 현재 그 본연의 자세에 누구보다도 충실하고 있다.

 

아래는 덤이다. 그의 소양과 자질을 보여주는 종합 선물세트니 다들 즐겁게 감상하시기 바란다.



 


 

 

 

명박은 대통령이 되기 전, 정치를 경멸한다는 취지의 말을 자주 했다. 이건 박정희도 수시로 했던 소리다. 정치의 비효율과 불편함이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거다.

 

그럼 애당초 정치판에 뛰어든 이유가 뭐냐... 는 의문이 생긴다. 그러나 실은 여기에 우리의 착각이 있다. 이명박은 정치에 뛰어든 게 아니다. 그의 목적은 애당초 통치일 뿐 정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보인 모든 정치적 행위들은 만년 2인자에서 1인자로 올라서기 위한 개인적 소망과, 그렇게 최고의 자리에 올라 내 맘대로 일 좀 해 보자는 욕심, 즉 통치를 위한 발판에 불과했다. 물론 그런 그를 만들어 준 자들의 이익에 복무하는 원칙 하에서 말이다.

 

통치를 하고자 하는 자는 스스로가 국민이 뽑은 나라의 대표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자신이 대통령으로 존재하는 의미에 대한 역사적인 책임감을 가질 수 없다. 무엇보다도,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점, 그토록 싫어하는 비효율이야말로 바로 인류가 그간 치렀고 앞으로도 치러야 할 민주주의의 댓가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2인자론을 이야기하면서 예전의 3김 같은 보스의 시대가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정주영 같은 조직의 1인자 출신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2인자 출신이건 3인자 출신이건, 하버드 출신이건 상고 출신이건 다리 밑 출신이건 상관없이 그런 자신의 개인사를 투철한 민주의식과 역사의식, 책임감을 통해 극복하고 승화시킨 사람만이 국가원수의 위치에 올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일 뿐이다.

 

진중권의 말마따나 명박이라고 나라를 망치고 싶은 생각은 없을 거다. 문제는 그게 맘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능력이 필요하고, 능력 이전에 자질이 필요하다. 그리고 대통령의 자질은 대학 학력이나 사업 경력 같은 것으로 채워지는 게 아니다.

 

명박은 장사하고 1인자 모시기에 바빠서 국가원수로서, 한 나라의 리더로서의 필수적 자질을 키우지 못한 사람이다. 그렇기는커녕 그의 삶은 온갖 좀스런 전과와 비행, 과오로 얼룩져 있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실은 노무현 시대에 대한 이지메에 가까운 저평가와, 어떻게든 정권을 되찾으려는 극우 꼴통들의 총력전이라는 상황이 우연찮게 맞아 떨어져서 벌어진 일일 뿐이다. 이걸 보면 과연 대통령은 하늘이 내는 거다.

 

민주정부 수립에 수백 년의 세월을 바친 서구에 비해 어쩌면 너무 빠르고 쉽게 그 열매를 얻어낸 우리들(상대적인 이야기일 뿐이니 오해 말자). 그런 우리는 그만 자만에 빠져 소중한 역사 의식과 민주주의의 꿈을 그새 잃어버리고 만 것이 아닌가. 그리하여 눈앞의 이익만을 보고, 이런 사람에게 대통령 자리를 내주는 대 실수를 범한 것 아니냐.

 

한 사람이 나라를 흥하게 할 수는 없지만 망하게 할 수는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 말이 진짜로 우리 땅에 적용되도록 놔둘 수는 없는 일이다.

 

앞으로 세워질 고 노무현 대통령의 아주 작은 비석 받침대에는 고인의 어록 가운데 아래와 같은 글이 쓰여진다고 한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그 말의 의미를 여러 가지로 새겨야 할 때다.

 

 

 

 

딴지일보 논설위원 파토(patoworl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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