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통신원] 위구르족은 왜 거리로 나서나 2009.7.7.화요일 중국 신쟝성(新疆)에서 폭동이 나서 140명이 죽었다는 기사가 7월 6일자로 떴다. 위구르족이 살고 있는 신쟝에서 경찰에게 사람 죽었다... 첨 듣는 소식도 아니다. 정확하게야 세어본 일 없지만 때 되면 으레 나오는 소식이다. 구태여 헉 하고 놀랄 이유가 없었다. 이쯤이야 넘겨버려도 되지 않겠는가 할 즈음 딴지에서 전화가 온다. "뉴스 봤지? 근데 안 쓰냐?" 그렇다. 필자는 이미 이런 문제에 대해 너무 둔감해져 버렸다. 티베트와 신쟝의 독립 조짐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닌지라 한국에서도 새삼스럽지 않다. 현 시점에서 이들이 중국의 무력 진압을 이길 가능성은 제로다. 더구나 국제 사회에서 달라이 라마가 직간접적으로 티베트 문제를 끊임없이 환기시키며 리처드 기어를 포섭한 것과 달리, 미국에서 위구르 독립을 부르짖는 레비야 카디르는 그만한 인지도가 없고 스타 제자도 없다. 한마디로 계란으로 바위 치기, 혹은 SCV만으로 벌처 한 부대와 싸우기. 그것이 위구르족의 시위를 보는 솔직한 심정이다. 약자인 위구르족에게 심정적 동조를 해봤자 돌아오는 건 처참한 현실, 그리고 안타까움. 그런 심정을 외면하려고 둔감을 가장했는지도 모르겠다. 잘 모르는 분들 위해 설명을 해보자. 우선 7월 5일 사건에 대한 중국 신화뉴스.
눈썰미 있으면 짐작하시겠지만 대체 왜 이 시위가 발생했는지 이유가 명확하게 나와있지 않다. 하지만 중국인들도 안다. 위구르인들의 독립 요구가 얼마나 치열한지를. 이번 사건은 워낙 대규모라 중국 뉴스에서도 보도가 됐지만, 대개는 뉴스에 나오지 않을 거라고 그들도 말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유혈 시위로 140명이 숨지고 828명이 부상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상자 규모는 늘어나고 있으며, 시위대와 경찰이 각각 얼마나 포함됐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번 시위의 목적은 물론 신쟝의 분리 독립 요구이지만, 그 도화선은 지난 6월 광둥(廣東)의 한 완구 공장에서 발생한 한족과 위구르족 종업원 간의 패싸움이라고 한다. 여기서 두 명의 위구르 노동자가 죽었지만, 이에 대한 중국 당국의 조사가 편파적으로 진행됐다고 판단한 위구르 사람들이 쌓아두었던 분노를 폭발시킨 것이다. 위구르족이 왜 중국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지는 짐작하시리라 믿는다. 위구르인들은 생김새, 문화, 종교, 언어 등등 한족과 동일시될 이유가 거의 없다. (신쟝에 위구르족만 살고 있는 건 아니지만 편의상 이 글에선 위구르로 통칭하겠다)
신쟝 지역은 역사적으로 선비, 돌궐, 거란족의 땅이었으며, 원나라와 청나라 시기에 중원에 복속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한족과는 무관한 제국의 흥망을 거쳤다. 그 역사를 따지자면 삼국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니 너무 복잡한 얘기는 패스. 근대사만 보면, 위구르족은 1864년 청나라를 축출하고 동투르키스탄이란 독립국을 세웠고, 다시 청나라는 1884년 동투르키스탄을 침공해 신쟝성으로 복속시켰다. 위구르족이 다시 독립을 얻은 건 1944년이었으나, 1949년 중국 인민해방군에 의해 점령되고 1955년 신쟝위구르자치구가 설립되어 오늘에 이른다. 그러니까 거의 150년 동안 위구르족은 중국에 대항해 나라를 쟁취하고 빼앗기는 역사를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2000년 전 살았던 땅도 자기네 역사에 포함시키는 나라도 있는데, 하물며 위구르족에게 있어서 독립 요구는 까마득한 예전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경험하는 현재진행형의 투쟁이었던 거다. 또 신쟝위구르자치구는 중국 전체 영토의 1/6, 한반도의 7.3배에 이르는 광활한 땅이다. 중국 서남부에 많은 소수민족이 있지만, 그들이 차지했던 영토나 영향력을 위구르족과 비교한다면 크게 자존심이 상할 것이다. 이 지역은 몽골,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파키스탄, 인도 등과 국경이 접하며 실크로드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중국에 꿀릴 게 없는 입장에서 남의 지배를 받으려니 불만이 없을 수 없다. 그렇지만 국가와 정치의 역사만 갖고 위구르족의 불만을 다 설명할 순 없다. 모든 사람들이 제나라 제민족 같은 거대담론을 위해 사는 건 아니다. 나라야 어쨌든 자기 먹고 살기 좋으면 되지 않느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대통령을 뽑아놓으니 도덕성도 없고 부자들만 위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하지만, 좀 다르게 보면, 우연하게 경제 상황이 좋아져서 먹고 살만 했다면 전과가 몇이든 2인자 마인드가 치료 불가하든 간에 정권 비판의 목소리는 작아지기 마련이다. 위구르족도 마찬가지. 독립의 욕구가 아무리 강렬한들 잘 먹고 사는 환경이 갖춰졌다면 얘기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그러니까 신쟝 지역의 독립 요구는, 그들의 먹고 사는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서 그런 거다. 위구르족의 경제적 불만은 중국이 안고 있는 도시와 농촌의 격차 때문이 아니다. 신쟝성 정부가 발표한 공식 자료를 보자.
중국 대도시 먹자골목에 가면 종종 위구르족을 만날 수 있다. 양꼬치구이 때문이다. 양꼬치구이를 엉터리로 만드는 인간들이 가끔 화제가 되는데, 이슬람교를 믿는 회족이나 위구르족은 엄격한 이슬람 방식으로 양을 잡고 또 먹는 걸로 장난치지 않기 때문에, 중국인들도 이슬람 교도들이 파는 양꼬치구이는 확실히 믿고 먹는다. 여러분들도 중국 여행 갔을 때 위구르족의 꼬치구이를 먹는다면 안심할 수 있다. 꼬치구이야 중국 어디서든 즐겨 먹으니 많은 위구르 사람들이 이걸로 생계를 꾸리곤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들은 그렇게 외지로 떠나 돈을 벌지 않아도 되었다. 위구르족이 독립만 되었다면, 땅에 묻힌 지하자원만 팔아도 아주 넉넉하게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인천공항을 파는 마당에 동북아 허브가 우리 소망이라지만, 위구르족은 실크로드의 영광을 재건해 지금쯤 중앙아시아 허브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걸 중국 정부가 그냥 놔두었겠는가. 위구르족들은 중국 연해의 도시들이 엄청난 발전을 이룬 건 중앙 정부가 자기네 땅의 자원을 맘대로 퍼주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또 거기서 나온 이익은 고스란히 국유 기업의 차지가 되었다. 최소한 지하자원을 팔아 얻은 세금이라도 신쟝에 되돌려주었다면, 우루무치는 벌써 상하이를 넘고 남았으리라고 그들은 생각한다. 최소한 자원 개발권이라도 위구르족의 손에 있다면, 그들의 형제가 힘겹게 타지에서 일하다 공매맞고 죽진 않았을 거라고 여긴다. 한마디로 우리가 국사 시간에 배운 일제의 조선 자원 침탈, 그 상황이 바로 신쟝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위구르인들은 굳게 믿고 있다. 믿고 있다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은, 그들의 생각을 근거해주는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에너지 자원의 개발과 판매를 중국 국유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런 자료가 있을 턱이 없다. 그렇다고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위구르족의 독립 투쟁을 누군가의 선동에 놀아난 불순세력의 질서 유린 행위로 보진 않겠지만. 그러나 위구르족은 실제로는 그렇게 치부되고 있다. 위구르족의 분리독립운동을 벌여온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은 1990년대부터 독립을 목표로 무장 시위 활동을 펼쳤다. 이 단체는 2002년 UN에 의해 테러조직으로 지정됐다.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서였다. 이들은 알 카에다나 탈레반 등으로부터 자금과 무기를 공급받고 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이들을 지지하는 공인된 국제 사회의 동료는 아무도 없으니까 말이다.
알다시피, 중국 대륙은 늘 통일과 분열을 거듭해왔다. 근대화의 산물로 교통과 통신이 발달한 덕택에 오늘날에는 중앙 집권 체제가 예전보다 효율적이긴 하지만, 분열 조짐 자체가 없어지진 않는다. 당장 공산당의 일당 독재가 비민주적이란 비판이 가능하다. 모르는 분도 많겠지만 중국에도 야당이 있다. 그러나 그건 관제야당으로, 공산당의 정책을 지지하는 역할에 그친다. 주제에 맞추어 민족 분열의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추면, 중국의 골칫거리는 크게 세 군데로 요약된다. 하나가 위구르, 또 하나가 티베트, 그리고 마지막이 조선족이다. 조선족은 중국 내에서 분열 조짐이 없다. 하지만 조선족에겐 위구르나 티베트와는 다른 변수가 있다. 중국의 모든 소수민족 중에서, 자기 민족의 나라가 따로 존재하는 건 조선족이 유일하다. 간단히 말해 스스로 별다른 투쟁을 하지 않아도, 중국에 변동이 생기면 자기 민족 나라로 붙어버릴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는 거다. 더군다나 거기에 통일 한국 같은 명분까지 생겨버린다면 더 심각해진다. 물론 지금 조선족이야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명확하다. 하지만 그 정체성의 역사가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니잖은가. 사실 지금 안 받아줘서 그렇지, 한국이 재중 동포 수용을 확대한다면 한국인 되겠다는 조선족이 설마 적을까. 지금처럼 노동력 수급 차원에서 조선족이 한국으로 유입되는 건 중국으로서 크게 신경쓸 일이 아니지만, 그럼으로써 조선족의 정체성이 변화하고 자치구의 정치적 성향까지 변해버린다면 나아가 영토 문제도 불거지기 십상이다. 그런 보이지 않는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은 중앙 정부의 통치력을 충분히 과시할 필요가 있다. 신쟝이든 티베트든 어디 하나만 물이 새도 다른 곳을 저지하기 어려워진다. 운남성 소수민족들도 원나라의 침공 이전에는 중원과 무관한 나름의 역사를 지켜왔으며, 실질적으로는 청나라 이후에야 중국의 지배를 받기 시작했다. 그들이 연합해 독립 요구를 하면 또 어쩔 건가. 따라서 독립 운동에 관한 한 중국은 애초에 싹을 잘라버릴 수밖에 없다. 이번 신쟝성 사건은 1997년 이래로 가장 큰 규모의 사상자를 낳은 대형 시위였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몇백이 아니라 몇만 명이 죽어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신쟝의 독립 투쟁을 보면서 실패가 예견되고 좌절감이 앞서는 건 그래서다. 중국 옆에 붙어서 겪는 설움이야 우리 조상들이 구구절절이 체감했을테고 아마 우리 DNA에도 남아있을 게다. 그래서인지 상당한 중국빠인 필자도, 위구르족의 사정이 남일 같지 않다. 그러니 위구르인들이여, 살아남아라. 몇천 년을 견뎠더니 중국인들이 우리를 함부로 하지 못하는 날이 오더라. 줄 수 있는 게 마음 밖에 없으니, 겨우 담배 연기 한 모금으로 당신들 잘되길 빌더라도 너무 나무라진 마시라. 아홉친구(ninthpa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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