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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이 꼭 빼놓지 않고 듣는 음악 포드캐스트가 몇 개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추천하는 포드캐스트가 아마 NPR의 음악 포드캐스트들일 거다. NPR은 National Public Radio의 약자로 1967년 공영방송법안의 통과로 세워진 공영 라디오 방송국이며,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라디오방송국 중 하나다. 그러니까 NPR의 포드캐스트를 들으면 당연히 라디오를 듣는 느낌이 날 수 밖에 없다. NPR의 많은 프로그램들이 포드캐스트로 올라와있는데, 이 방송들은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질 높은 라디오 프로그램들이다. 라디오 프로그램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여기에 대한 이야기는 현재 끄적거리고 있는 "포드캐스트로 영어공부하기" 시리즈 에서 더 자세하게 다루기로 하겠다.

  이번에 NPR의 음악 프로그램 중 하나인 All Songs Considered에서는 2000년대의 가장 중요한 앨범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여기서의 키워드는 "중요한" 이다. 단순히 좋은 앨범이 아니라, 중요한 앨범이라는 거다. 2000년대를 규정짓고, 다른 아티스트들에게, 그리고 앞으로 등장할 아티스트들에게 지대할 영향을 미친/미칠 앨범들을 돌아보는 작업을 했다. 총 50장을 뽑았는데, 방송에 등장한 앨범들을 중심으로 한 번 썰을 풀어보도록 하겠다. 50장의 풀 리스트는
여기서 볼 수 있다. (직접 방송도 들어볼 수 있다)

  물론 2010년대를 앞두고 피치포크(Pitchfork)를 필두로, NME 등 유명 음악매체들이 모두 2000년대를 돌아보는 특집 기사를 실었다만, 이번 NPR의 기획이 특별한 이유는 영향력을 중심으로 리스트를 구성했다는 측면 뿐만 아니라, 락 혹은 인디음악에만 머물지 않고 클래식, 힙합, 재즈 등 다른 매체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는 장르까지 포함하여 음악 전반을 폭넓게 다뤘다는 점이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기획은 평소에 관심이 없는 장르에 2000년대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음악적 지평을 넓히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관심이 없던 장르에 빠져들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1시간 20분의 방송시간 동안 지난 10년간 해당 장르를 팠던 전문가들이 나와서 수천, 수만장의 앨범 중 한 두장의 중요한 앨범을 소개하는데 어찌 좋지 않을 수 있겠나.

  첫번째 파트는 클래식, 힙합, 일렉트로닉, 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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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부문]

* 2000년대에 대한 전반적인 코멘트: 인터넷의 영향으로 클래식계는 기성 클래식 음악에만 머무르지 않고, 더욱 다양한 음악들을 받아들였다.

* 중요한 앨범
아티스트: 오스발도 골리호프Osvaldo Golijov
앨범: La Pasi?n Segun San Marcos (Saint Mark's Passion)
발매년도: 2001




아르헨티나 출신 유태인인 오스발도 골리호프는 2001년에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몰아넣으며 이시대의 가장 중요한 현대 작곡가로 부상했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앨범은 예수의 고난을 그린 패션The Passion을 기반으로 한 작품으로 바흐Bach의 패션의 족적을 따르고 있지만, 거기에 쿠바 음악, 브라질 음악, 탱고를 집어넣으며 그만의 작품세계를 만들어냈다. 클래식 음악이 18세기에서 박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시도에 화가날 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은 서양의 전통 클래식과 남미의 음악이 완벽한 화학적 결합을 이룬 역작이다.

샘플: "El Cordero Pascual"




[힙합 부문]

* 2000년대에 대한 전반적인 코멘트: 2000년대 초반은 힙합에 있어 정말 환상적인 시기였으나, 소울쟈 보이Soulja Boy같은 가벼운 힙합을 기점으로 후반부에는 구려지기 시작했다.

* 중요한 앨범(2000년대 초반)
아티스트: 아웃캐스트Outkast
앨범: Stankonia
발매년도: 2000

Cover for Stankonia


  이 앨범은 2000년 가을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2000년대의 가장 중요한 앨범이라고 뽑는 작품이다. 음악적인 스타일이 신선했음은 물론, 가사적으로도 2000년대가 미국의 이라크전을 대표로 한 부시의 패권주의로 물들면서 말 그대로 2000년대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B.O.B."는 힙합 문외한인 본인이 들어도 환상적이라고 느낄 수 밖에 없는 타이트한 랩과 멋진 비트를 가지고 있는 곡이다. 상업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Ms. Jackson"같은 히트곡은 앨범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준다.

샘플: "B.O.B."



* 중요한 앨범(2000년대 후반)
아티스트: 릴 웨인Lil Wayne
앨범: Tha Carter III
발매년도: 2008

cover for lil wayne

  17세의 나이로 갑자기 등장해서는 2000년대 후반에 수백만장의 앨범을 팔아치우면서 힙합계의 슈퍼스타로 등극한 릴 웨인 최고의 앨범이다. "A Milli"는 너무나 특별하고 특이해서 등장한 즉시 수많은 랩퍼들이 따라하기 시작했다. 아래에서 곡을 들어보라. 이런 힙합곡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는 어떤 비트에서도 랩을 할 수 있고, 그만의 라임을 만들어낸다.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완벽히 즐기기는 어렵지만, 그는 단어의 의미를 뒤틀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능력으로도 유명하다.

샘플: "A Milli"




[
일렉트로닉 부문]

* 2000년대에 대한 전반적인 코멘트: 2000년대 초반 반짝했던 기타음악이 삽시간에 사그라들면서, 2000년대 후반은 전자음에 의해 규정되었다.

* 중요한 앨범
아티스트: 베리얼Burial
앨범: Untrue
발매년도: 2007

cover for burial

  영국의 하위문화인 덥스텝(Dubstep)을 전세계에 알리고, 이후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만든 앨범이다. 그냥 씬 하나를 만들어냈다고 보면 된다. 이 앨범의 매력은 단순히 형식적인 영향력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이 앨범에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슬픔과 고독, 그리고 따뜻함이 깃들어 있다. 이 노래들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다. 베리얼의 음악은 락이나 팝음악이 가지지 못한 세밀하고 환상적인 텍스쳐를 자랑한다.

샘플: "Archangel"




* 중요한 앨범
아티스트: 애니멀 콜렉티브Animal Collective / 판다 베어Panda Bear
앨범: Merriweather Post Pavillion / Person Pitch
발매년도: 2009 / 2007


cover for animal collectiveCover for Person Pitch

  아는 사람만 아는 거지만 2009년의 인디씬은 애니멀 콜렉티브가 지배했다. 비교를 하자면, 소녀시대가 우리나라 가요씬을 지배한 거랑 비슷한 거다. 애니몰 콜렉티브는 2000년에 데뷔했을 때부터 평론가들의 찬양과 경배를 받아왔지만, 2009년에 이르러 그들은 대중적인 지지까지 획득했다. Merriweather Post Pavillion은 2000년에 시작된 이들의 커리어의 진보를 보여주는 완성형 작품이다. 사실 이 앨범에 대해서는 작년 말부터 음악 매체와 블로그들을 뒤덮을만큼 말이 많아서 지금 더 뭐라고 얘기하는 것도 남사스럽다. 더 이상 소녀시대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게 허무하게 느껴지는 것 처럼. 옆에 있는 앨범은 애니멀 콜렉티브의 멤버인 판다 베어의 2007년 솔로 앨범으로 Merriweather Post Pavillion의 모태를 담고 있다. 아래의 곡들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이들과 비슷한 음악조차 하는 아티스트가 없고(그런 느낌이 난다면 그건 이들을 따라한 거다), 그런 동시에 팝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다. 수많은 샘플과 전자음의 텍스쳐 속에 등장하는 영광스러운 코러스의 향연은 그야말로 포스트 모던의 상징이기도 하다.

샘플: "My Girls", "Bros"



[재즈 부문]

* 2000년대에 대한 전반적인 코멘트: 다양한 지역에서 멋지고, 진보적인, 특별한재즈 앨범들이 등장한 멋진 10년이었다.

* 중요한 앨범 1
아티스트: 배드 플러스The Bad Plus
앨범: These Are the Vistas
발매년도: 2003

Cover for These Are the Vistas


  이들의 환상적인 팝/락 커버곡들은 모든 사람들이 이 앨범에 반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너바나Nirvana, 에이펙스 트윈스Aphex Twins, 블론디Blondie 커버곡들은 단순히 떠보려고 만든 곡들이 아니라 정말 그들의 색깔을 입힌 곡들이었다. 감히 누가 무려 "Smells Like Teen Spirit"을 커버하고 그게 단순히 주목을 받기 위한 시도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 낼 수 있는 능력과 담대함을 가지고 있었겠는가? 이 앨범은 아마 역사상 가장 시끄러운 재즈 앨범일 것이다. 흥미롭고, 재밌으면서도 동시에 심각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샘플: "Smells Like Teen Spirit" (특히, 솔로 부분을 주목해서 듣도록)




* 중요한 앨범 2
아티스트: 제이슨 모란Jason Moran
앨범: Black Stars
발매년도: 2001


Cover for Black Stars

  포스트 모던 느낌이 강하게나는 재앨범이다. 재즈의 모든 요소들을 한 번에 섞어내며, 장르의 역사를 되짚는다. 재즈의 역사라고 볼 수 있는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 쎄로니우스 몽크Thelonious Monk의 곡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이 앨범에는 아방가르드의 선두주자인 샘 리버스Sam Rivers도 참여했다.

샘플: "The Sun at Midnight"




  어떤가? 아마 익숙하지 않은 장르라면, '이게 뭐임? 이게 다임?'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거다. 뭐, 그건 당연한 거다. 하지만 이 앨범들은 2000년대를 대표하는 음악들이다. 한 번 애정을 가지고 들어봐라. 먹고 사느라 음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놓쳐버린 사람이라면, 갑자기 그 음악의 매력이 뇌를 뒤덮는 엑스터시로 돌아오는 순간을 위해 약간을 노력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다. 한 번 매력을 느끼기 시작하면, 그 뒤에는 그에 맞먹는 행복감을 가져다 줄 해당 장르의 멋진 앨범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2탄에서는 여기서 커버되지 않은 포크, 팝 등 나머지 장르들을 디벼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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