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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지만, 퀴즈를 하나 내겠다.

다음 중 집행유예가 아닌 것은?
1. 홍정욱 딸 1급 마약밀매
2. 이재용의 경영권 상속을 위한 국민연금 유용
3. 직원에게 상습 폭언과 갑질을 일삼은 종근당 회장 등 갑질 재벌들
4. 장제원 아들의 음주, 과속, 운전자 바꿔치기, 위증 교통사고
5. 라면 두 개 훔친 사람

 

최근 SNS상에서 여기저기 떠돌았던 이 퀴즈의 정답은 무엇일까? 물론 1~4번이 정답이었으면 이런 문제를 안 냈다. 정답은 당연히 5번이다.

또 하나 물어보겠다.



우리 사회 속 악의 인센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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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스타뉴스>

 

4번 보기로 나온 장제원의 아들 장용준 씨가 어디 술집에서, 어떤 술을 마시고 무슨 차를 타고 가다, 사고를 내고 뺑소니를 한 후, 운전자를 바꿔치기했는지, 아는가?

바꿔치기에 응한 사람이 이름이 뭔지, 직업이 뭔지, 그날 저녁엔 뭘 먹었는지 알고 있는가?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나도 모른다. 사실 관심도 없다.

근데 국민들 눈과 귀의 대리자인 기자들은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조민 씨가 운전을 하는지 안하는지 모르면서 타지도 않은 포르쉐를 탄다고 기사를 쓴 기자들, 원룸 건물에 외제차가 많다는 사실에서 ‘착안’해 조민 씨 집에 외제차 많다고 기사를 쓴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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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데일리>

 

이 자들은 최소한 장용준이 탄 차가 어떤 브랜드이고, 얼마짜린지, 어느 동네에 있는 술집에서 얼마짜리 술을 마셨는지 안주는 뭘 시켰는지 기본 안주가 뭐였고 서비스 안주가 나갔는지 아닌지 취재하고 기사로 써야 하는 거 아닌가? 이게 기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이고 공정성 아닌가?

조국 장관 집에 압수수색 들어간 검사들이 자장면을 먹었는지 짬뽕을 먹었는지까지 취재하는 기자들이 왜 장용준이 타는 차, 마신 술, 먹은 안주에 대해서는 알려주려고 들지 않는가.

조민이 물을 줬는지 아닌지까지 기사로 쓰는 기자들이 나경원의 아들 김현조는 국적이 어딘지, 혹시 이중 국적은 아닌지, 차는 뭘 타고 다니는지를 왜 알려주려고 하지 않는가.

앞에 얘기한 문제에서라면 2개 훔친 사람의 형량은 징역 3년 6개월이다.

1급 마약을 밀수하는 것보다, 음주 운전 후 뺑소니를 하고 운전자를 교체하는 것보다, 표창장을 위조하는 것(심지어 위조했는지 아닌지조차 불확실하다)이 더 큰 범죄가 된다.

대통령에게 뇌물을 주고, 4조 5천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하고, 국민연금을 털어서 상속세를 한 푼이라고 덜 내보겠다고 국민 전체에게 손해를 끼친 사람은 집행유예가 되지만, 배고파서라면 2개를 훔친 사람은 3년 6개월 동안 감옥에서 살아야 한다.

누군가는 큰 범죄를 저질러도 범죄의 규모에 비해 화제도 덜 되고 비난도 덜 받으며 처벌은 거의 받지 않는 반면에, 누군가는 아주 작은 잘못을 저질렀거나 혹은 저지르지 않은 잘못까지 아니 심지어 잘못이 아닌 것까지도 큰 범죄라도 저지른 것처럼 화제가 되고 맹렬히 비난당하고 처벌 또한 크게 받게 된다.

평소에 옳은 일을 하자고 하고 바른말을 하던 조국의 삶은 맹렬히 부정당하고 있지도 않은 일, 하지도 않은 일까지도 까발겨지며 가족들의 인생까지 땅바닥에 처박힌 반면, 자위대 기념행사에 참여하고 룸싸롱이 영업하는 건물을 샀다 파는 비범한 땅 투기를 통해 이익을 본 나경원은 평온하게 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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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링크>

 

우연일까? 우연일 수도 있다. 개별 사안을 하나씩 놓고 보면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 참새가 날아가다 입에 들어올 수도 있고, 심심해서 파본 땅에서 5만 원 짜리 현금이 100억 원어치 나올 수도 있고, 로또에 당첨될 수도 있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땅만 팠다 하면 현금 뭉치가 나오고 복권만 샀다 하면 당첨된다면 우연이 아니다.

반복되는 우연은 누군가의 의도다.

어떤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가난할 수 있고, 어떤 매국노의 후손들은 부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은 거의 다 가난을 면치 못하고 교육도 제대로 못 받고 사는데, 친일 매국노들의 후손은 다들 부자에 사회적 지위도 높다면 어떤 사회적 힘-인센티브-가 작동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안중근의 아들, 안준생
 
안중근 장군의 아들 안준생은 1939년 일제에 충성을 바치겠다고 다짐하고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 이토 분키치를 만나 안중근이 이토를 척살한 일을 사죄했고,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이를 대서특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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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분키치(우)에게 사죄한 뒤 기념사진을 찍는 안중생(좌)>

 

안준생은 자랑스런 아버지를 저버리고 매국노의 길을 걸었다. 용서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한 편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바도 아니다.

4살 때 아버지를 잃고, 불령선인(불온하고 불량한 조선인)으로 낙인찍혀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비참한 삶을 살던 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친일파의 삶을 택했다.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니라고 해서 안준생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이런 생각을 해볼 필요는 있다. 시민들은 다른 매국노들에 비해 안준생을 더 세게 비판한다. 훌륭한 아버지를 두었으면서 어떻게 친일을 할 수가 있냐고 비판한다.

한 걸음 떨어져서 생각해보자.

안준생이 안중근 장군을 아버지로 두었다고 해서 받은 인센티브가 있었나?

없다. 안준생은 불이익만 받았다. 안중근을 아버지로 둔 덕을 보기는커녕 그 탓에 손해만 봤다. 사람들은 이런 일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다. 훌륭한 아버지를 뒀으니 그러면 안 된다. 더욱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안준생 입장에선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익과 인센티브를 좋아하고, 불이익과 디스인센티브를 싫어한다. 그래서 인간은 이익과 인센티브가 있는 쪽을 따르고, 불이익과 디스인센티브가 있는 쪽을 피하게 된다.
 
안준생의 경우도 ‘합리적’인 선택을 한 거다. 자기 아버지처럼 일본에 저항해봤자 총살이나 당한다.

하지만 일본 제국주의에 굴종하면 확실하게 이익이 보장된다. 그러면 어느 쪽을 따르게 될까? 당위,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면 당연히 일본에 굴종하는 쪽을 따르게 된다.

악에 굴종하면 이익과 인센티브가 있고, 옳은 일을 하려고 하면 불이익과 디스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이익과 인센티브를 거부하고 옳은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겠지만, 평범한 사람이 그런 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다.

이 구조를 바꿔야 한다. 악과 불의를 따르면 인센티브가 주어지고, 선과 정의를 따르면 디스인센티브가 주어지는 이 현실을 바꿔야 한다.

바꾸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나라에서 악의 인센티브가 어떤 식으로 유통되는지를 분석하고, 어떻게 그 구조를 바꿀 수 있을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다음 편
 

악의 인센티브가 어떻게 유통되는지 어떻게 유통구조를 바꿀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