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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얼마 전 미국에서 입국했습니다. 제가 돌아올 때쯤 미국 상황은 아직 락다운이 전부 철회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제가 있던 동부는 (민주당 텃밭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비교적 마스크도 잘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제법 잘 지켜지는 분위기였습니다. 다만 모든 다중이용시설이 문을 닫아, 여행은커녕 넷플릭스로 면벽 수행을 했어야 했죠. 

 

고강도 락다운 시절에는 식료품, 의료시설, 약국, 리쿼 (술 판매), 게스스테이션만 영업하다가, 6월 무렵부터는 거의 모든 음식점에서 포장위주 영업을 개시했습니다. 아파트 수영장도 개장을 하긴 했는데, 말만 개장이지, 많은 사용 조건을 달아놓아 결국 아무도 제대로 쓰지 못했습니다. 제 미국 생활이 얼마나 적적했냐면,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파견 나와있는 육군 병장의 인사가 너무 반가워 얼싸안을 뻔했습니다. (진짜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거리두기 소중) 

 

현재는 해외 입국 절차에 따라 자가격리 중에 있습니다. 자가격리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정말이지 할 일이 드럽게 없습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직접 몸으로 겪은 미국과 한국의 코로나 대응의 차이에 대하여 논하는 척하다가, 한국 정부와 질병관리본부를 찬양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미국은 왜 그럴까

 

일단. 캡틴아메리카 미국은 코로나 차트도 세계 캡입니다. 누적 확진자, 사망자 차트의 압도적 1위는 단연 미국입니다. (8월 19일 기준) 천조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요? 일단 가장 먼저 떠오르는 원인은 아무래도 도람뿌입니다. 국가재난 상황에서 리더의 역할과 메시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두 번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그 호된 꼴을 당해본 우리는, 정말 뼈저리게 알고 있는 진리죠. 하지만 오늘도 트형은 “코로나고 뭐고 나 내년에 다시 대통령 할 거야” #2020Trump 놀이에 푹 빠져 국민들의 오만 속을 뒤집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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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물론 바이러스가 전 지구를 헤집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트럼프 혼자만의 잘못은 아닐 것입니다. 미국 땅덩이가 커서 관리가 안 되는 거라는 트럼프의 변명도 먹혀들어갈 만한 구석이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범위의 문제일까요? 미국이 한반도만 하면 좀 나아질까요?

 

제 결론은 그럴 턱이 없다. 입니다. 트럼프의 문제, 즉 미국의 문제는 범위가 아니라 시스템의 오류이기 때문이죠. 한마디로 트럼프는 지금 엉뚱한 오답정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때 아메리카 대륙 체류인으로서의 의리로 트럼프의 잘못된 오답정리를 다시 해보겠습니다. 

 

도람뿌를 위한 오답정리

 

첫째. 미국 질병관리본부(CDC) 의 권한 축소 그로 인한 초기 대응 실패

 

지난 2월 코로나가 전 세계로 퍼질 무렵, 이태리 밀란 패션위크에 다녀온 뉴요커들이 미국에 역병을 퍼트리기 시작했으나, 트럼프는 코웃음을 칩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는 공식적으로 이런 글이 올라옵니다. “페이스 마스크 필요 없다. Hug& Kiss만 하지 마라”. 마스크 착용을 강력하게 권고하는, 한국같은 적극방역국가를 비웃기까지 했지요. 하지만, 우리 모두 알다시피 페이스 마스크는 필요했습니다. 그것도 무지하게 절대적으로.

 

지금 현재도 미국 질본은 재난 컨트롤 타워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대응계획은 주 정부 (State)별로 세워지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우후죽순이라는 얘기죠. 코로나 관련 정보는 미국 질병관리본부가 아니라 존스홉킨스대학에서 제공합니다. 연방제,, 프리덤,, 뭐 좋긴 합니다만, 바이러스는 그런 거에 1도 관심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둘째. 개인주의 문화

 

한국이 지금까지 전 세계 방역에 기준이 되어 올 수 있었던 비결은, 성숙한 시민의식도 시민의식이지만 사실, 민폐를 끼치는 것을 꺼리는 문화적 배경도 한몫한다고 봅니다. 솔직히, 한 다리 건너면 대충 아는 좁은 지역에서 부주의한 행동으로 지역사회를 위험으로 빠트릴 간 큰 사람은 많지 않지요. 특히 요즘 같은 시국에는, 전 국민이 네티즌수사대원인 대한민국에서 어설픈 자는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공동체 의식 그런 거 없습니다. 남들이 뭘 해도 신경 안 씁니다. 타인에게 관심이 없으니 공공의 안전에 대해서 생각과 행동이 잘 닿지 못합니다. 미국인들은 개인의 사생활을 국가가 통제하는 걸 어떤 이유에서든 받아들이기 힘들어합니다. 그러니 한국같이  CCTV , 신용카드, 통신사 기지국, 교통카드 내역 등을 추적 조사하는 적극적인 방역 방식을 용납하기 어려운 것이지요. 하물며 이동권을 통제하는 자가격리는 조치는, 정말이지 돌아버리는 요구일 것입니다. 그것이 쿨한 자유주의인지는 모르겠으나, 자발적으로 불편을 감수하고 연대하며 돌파구를 찾아나가야 하는 코로나 시대에는 그다지 인도적이지도, 현명하지도 않은 문화입니다.

 

게다가 이들은 마스크 쓰는 걸 극도로 싫어합니다. 코로나 이전부터 그래 왔습니다. 제가 미국에 있을 때 감기에 걸려, 마스크를 쓰면 다들 물어봅니다. 어디가 얼마나 아프길래 마스크 하냐고. 이들에게 마스크 착용은 굉장히 이질적인 '복색'입니다. 그런데 이걸 갑자기 전 국민이 매일 하고 다니려니 미치는 겁니다. 하지만 한국은 어떤가요. 집 앞 편의점에 가다가도 마스크를 깜빡했으면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큰 차이가 생기는 것이죠.

 

셋째. 정부의 거짓말 그리고 앵무새 언론

 

'미국은 잘하고 있다.' '코로나 별거 아니다.' '지난해 독감으로 죽은 사람 숫자가 몇인 줄 아냐' '학교 개학한다.' 밑도 끝도 없는 낭설이 언론의 공증을 타고 마구 퍼지고 있습니다. 근데 희한한 건 미국 사람들은 정부 발표를 또 그런가부다 하고 그 뉴스들을 대강 믿습니다. 저는 다른 모든 이상한 것들 중에, 이 부분이 제일 신기합니다. 이들은 앞뒤가 들어맞지 않는 이야기들 듣고 왜 의심조차 하지 않는지. 한국 언론은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쒔다 해도 '존나 팥으로 쑨 거 아니냐!?!' 하며 일단 어깃장부터 넣고 보던데. 하여튼 참 다릅니다.

 

넷째. 의료보험

 

살인적인 미국의 의료비 이야기는 이전에도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요즘은 주정부 정책에 따라 코로나 관련해서 무료로 검사를 해주는 주도 있긴 합니다만, 코로나 초기에는 얄짤없었습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보험이 없습니다. 일이 이렇게 되니 미칠 노릇입니다. 기침 나고 열 좀 난다고 우리처럼 병원을 찾아갈 엄두가 나질 않는 겁니다. 게다가 또 병원 접근성은 정말 오집니다. 구글맵에서 제일 가까운 병원을 찾으면, "옘병 가다가 죽겠군"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농담 삼아 미국 내 한인끼리 '여기서는 죽기전에나 의사 만나지' 하는 소리를 할 정도니까.

 

한국은 무엇이 다른가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한국 입국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일단 미국 공항에서 발권을 하는데, 미쿡 항공사 직원이 대뜸 어떤 앱을 핸드폰에 설치하라고 합니다. 뭐여.. 하고 보니, 대한민국 정부 공식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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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흑, 출발하기도 전에 머나먼 이국땅에서부터 고국의 '관리'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 프로토콜은 아마도 대한민국 외교부와 질병관리본부의 협조 요청으로 이루어진 것이겠죠. 이 디테일 어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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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미국 공항 모습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특별한 풍경은 보이지 않습니다. 거의 분 단위로 살균 소독하는 인천공항과는 다르게 위험한 평온이 흐르고 있습니다. 비치된 손소독제는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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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4시간을 날아, 무사히 인천에 도착해 입국 게이트 앞에 섰습니다. 이제 본격 입국 전쟁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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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미국에서 탑승 전에 작성한 문진표 두 개를 들고 열 체크를 합니다. 증상이 없으면 다음 단계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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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있는 코로나 검사소입니다. 아휴 얼마나 고생들이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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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간에서 대한민국 출입국관리의 미친 디테일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단계를 통과할 때 경찰들이 '자가격리 어플'이 설치된 입국자의 핸드폰이 실제로 통화되는지 일일이 전화 걸어 다 확인합니다. 공폰에 어플을 깔아 입국하려는 만에 하나의 사람들까지 걸러내려는 심산입니다.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지들 모르겠지만, 그들까지 놓치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입니다. 코로나를 대하는 대한민국 방역당국의 자세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미군이나, 외국인 입국자 확인 역시 철저합니다. 같은 비행기에서 내린 외국인들과는 아예 다른 트랙인지, 이곳에서 분리된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단기 체류하는 외국인 입국자 경우, 유료시설에서 14일 동안 격리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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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감탄이 절로 나오는 순간, 짐 찾는 곳입니다. 짐 찾는다고 우왕좌왕하며 발생될 교차 감염을 막기 위해, 항공사 지상직 직원들과 경찰 선생님들이 미리미리 트렁크 내려서 정리를 해놓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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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출국 게이트를 나오면, 이제 각 지방정부가 바통을 넘겨받습니다. 서울,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 각 지자체 캠프의 사람들이 출동하여 입국자 한 명씩 붙잡고 행선지를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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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공항에 자차를 주차시켜둔 저의 경우는, 단기 주차장 주차 번호와 차키 증빙을 요구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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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입국 후, 격리된 자가에서 머물다가 3일 안에 지역구 보건소에 가서 코로나 검사를 받습니다. 다행히 음성 판정.

 

보건소에 다녀와서는 시차 +장거리 비행으로 깊은 낮잠에 빠져듭니다. 얼마간 잤을까. 휴대폰에 불이 납니다. 1339..1339..1339..애타게 나를 찾는 그 번호. 화들짝 놀라 깨서 담당 공무원과 5분 넘게 통화합니다. 안전하게 자가에서 잘 머물고 있는지 이거저거 물어보십니다.

 

끝이 아닙니다. 며칠 후에는 보건소 직원들이 불시에 찾아와 초인종을 누릅니다. 갑자기 문밖에서 애타게 저를 찾길래 알고 보니 확진 이런 건가 싶어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다행히 온전한 자가격리를 확인하는 방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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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에서 야무지게 챙겨준 물품들입니다. 이쯤 되니 쓰레기 봉지까지 챙겨준 섬세함은 이제 놀랍지도 않으려 했는데,,, 전문 업체가 쓰레기를 수거한다는 디테일에 다시 털썩 주저앉습니다. 코로나라는 놈이 귀가 있다면 말해주고 싶습니다. 양심이 있으면 이렇게까지 하는데 머쓱해서라도 좀 꺼지라고. 

 

광화문을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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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히 밖으로 나갈 날을 기다리고 있는 와중에, 믿을 수 없는 뉴스를 접합니다. 일부 보수단체의 광복절 집회. 이토록 모두가 간절하고 절실하게 쌓아 올린 시간들을 한순간에 바닥으로 패대기쳐버리는 광경을 격리된 집안에서 꼼짝없이 지켜봅니다. 공항 직원, 경찰, 의료진, 보건소 직원, 한국으로 돌아오며 마주친 수많은 방호복 속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쏟아지는 절망감과 허탈함에 그들은 이 폭염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요. 광화문광장 역사상 가장 멍청하고 끔찍하고 사악한 집회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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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음날도 어김없이, 늦잠을 자고 있던 저에게 '자가격리 안전보호' 앱이 소식을 묻습니다. 잘 있냐고. 조금만 더 잘 버텨달라고. 코로나 방역에 힘쓰는 모든 사람들, 이들의 일상은 이미 의무감과 사명감을 초월한 것 같습니다. 반년 동안의 전력 질주가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렸는데도, 차근차근 안전벽을 다시 쌓아 올리는 데에 주저함이 없습니다. 

 

일단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안전보호 앱에 제 위치를 재깍재깍 전송하며, 방역당국의 가이드에 충실히 협조하는 것부터 말입니다. 잘 되겠죠. 잘 될 겁니다. 2차 확산 위험에 대한 대한민국의 대응은 또다시 세계의 기준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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