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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4.월요일

 

 

테츠

 

 

 

 

 

  

 

 

합조단 발표만으로는 북한이 했는지 안했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심정적으로는 북한이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원래 '세토기와 외교'는 북한외교의 전매특허다. 심심하면 나오는 핵실험이나 노동미사일 발사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세토기와 외교는 긴장을 높혀 상대국의 양보를 얻어내는 외교전략을 일컫는 말).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북한이 왜 그랬냐는 것, 그리고 한국군 수뇌부의 대응이 왜 느렸냐는 것인데, 전자만 보자면 천안함을 노릴만한 이유는 아주 많다.

먼저 작년 서해안에서 있었던 북한의 일방적 패배로 끝난 총격전의 복수극이다. 북한은 군의 나라다. 군의 사기진작을 위해서 언젠가 한번은 복수해야 하는데 시기를 언제로 해야할까 하다가 이번 독수리 훈련이 걸렸다. 주미 통일학 연구소의 한호석 소장에 의하면 "이 훈련 안에는 평양선제타격훈련도 들어가 있었다"고 한다.

북한군의 이번 공격(어뢰인지 뭔지는 차치하고)이 설령 현장에서 우발적으로 이뤄졌다 하더라도 정찰은 충분히 할 수 있다.

강릉 잠수함 사건때도 그랬다. 그땐 지금과 180도 다르게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94년 제네바 합의를 실현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고, 또 클린턴 정부 역시 북한에 융화정책을 펴고 있었다. 그런데 북한은 잠수함을 동해에 보냈다. 이유는 당시 열렸던 한국 해군의 해상기동훈련 때문이었다.

코리아리포트 변진일 편집장은 "당시 한국 해군의 해상기동훈련은 9월 16일부터 18일까지 구축함, 전투기, 초계함은 물론 잠수함 탐지를 주된 임무로 하는 P3C초계기와 헬기(LYNX)까지 동원된 것으로 사실상 북한의 잠수함을 대상으로 한 대잠훈련"이 열리고 있었다고 한다. 북한 잠수함을 대상으로 한 기동훈련이니 당연히 잠수함이 정찰을 할 수 밖에 없다. 주위 분위기가 아무리 좋아도 군에는 군의 규율 및 체계가 있는 법이다.

한국군 역시 마찬가지다. 국제사회 분위기가 평화적으로 무르익는다고 해서 훈련을 안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사람들이 잊고 있는 것 같은데 이 훈련들은 모두 북한을 대상으로 하는 군사작전이다. 여전히 우리의 주적은 북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훈련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북한 역시 감시, 정찰활동을 할 수 있다. 이것 역시 그네들에겐 훈련의 일환이다.

물론 나는 이번 천안함 공격을 북한이 실제로 했을지 안했을지는 모른다. 정보가 워낙 없으니 더 이상 말할 수도 말해서도 안된다고 본다. 다만 북한이 공격을 가해왔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볼 뿐이다.

문제는 후자다. 왜 군 수뇌부는 갈팡질팡했을까라는 부분이다. 나는 몇몇 수뇌부는, 합조단의 이번 발표가 나오기 전에, 아니 사건 발생 직후에 이미 전부 파악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조선일보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초지일관 북한 소행이라고 밀고 나갔다. 공식발표가 없을 때부터 그랬다. 국방부 및 군에 퍼져있는 조선일보의 고급정보원(빨대)들이 초기부터 정보를 주지 않은 이상 불가능한 보도자세다. 조선일보는 취재원의 발언의도를 왜곡하거나 자기네들의 기획의도에 맞는 코멘트만 따는 짓은 해도 '팩트'에 대해서는 매우 철저하다.

그럼 군 수뇌부는 전부 알고 있었는데 그럼 왜 좌초니 뭐니, 희생자 구출이 먼저라니 하면서 시간을 끌었던 것일까? 처음부터 사실대로 말해버리면 자기네들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부하들을 죽이고 자기네들만 살아남은 패장은 더더욱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교묘하게 시간을 끌다가 이제서야 북한 짓이라고 발표했다. 그러자 원래대로라면 이들이 책임을 져야하는 것까지도 모조리 북한 몫으로 돌아갔다.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해 왔다고 한다면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이 도발에 완벽한 패배를 당한 패장도 책임을 져야 한다. 군대에 대해 잘 모르는 이명박 대통령이 예의 프렌들리 정신을 발휘해 "괜찮아, 괜찮아. 다음에 잘 하면 되지"라고 말하지만 않았길 빌 뿐이다.

 

 

 

 

 

 

 

 

 

 

 

 

 

 

 

 

 

본인이 번역한 '일본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 에도 나오지만 미드웨이 해전이 그랬다. 제국해군은 패장에게 처벌을 내리는 게 아니라 복수하라고 오히려 독려했다가 해전사에 남을 완벽한 패배를 당했다. 노몬한 사건의 장본인이라 할 수 있는 쓰지 마사노부 참모는 노몬한, 과달카날 등 일본군의 역사적 대패전의 중심에 있었지만 계속 출세가도를 달렸다.

신상필벌이 엄격하지 못한, 인정주의에 빠진 조직은 종국엔 파멸한다. 지금 한국해군과 한국정부가 그렇다. 북한소행을 처음부터 일관되게 보도한 조선일보도 지휘관 문책은 말하지 않는다. 북한에 대한 적개심이나 친북세력만 강조하지 우리 내부의 원칙은 제대로 검증하지 않는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게 원칙이라면 언젠가 크게 한번 당할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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