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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집어치우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왜 한명숙 후보가 범야권 단일후보인가.  선거 열 번 정도 하는 동안 단 한 번도 1번을 찍은 적이 없고 선거 때면 청바지나 푸른색 잠바도 떨떠름하게 입는 내가 그럼 범여권 지지자에 속한단 말인가.    자신이 지닌 원투펀치조차 활용하지 못하는 못난 진보정당의 불운한 후보로서, 그래도 불을 찾아 헤매는 불나비처럼 어찌되었든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여 보겠다고 거리를 헤매는 노회찬 후보는 예전에 민노당 떨거지들이 잘 쓰던 말대로 '한나라당의 프락치'란 말인가.  



아전인수(我田引水)는 사람들을 실소케 하고 견강부회(牽强附會)는 보는 이들을 짜증나게 하며 호가호위(狐假虎威)의 여우는 얄미움 내지 분노의 대상이 될 뿐이다.   한명숙 후보는 민주당과 아예 후보 내지 않은 국참당과 내는 시늉만 하다가 잔머리 굴려서 실속 차린 민주노동당 세 당의 연합 후보이지 범야권 단일 후보가 아니라는 뜻이며, 한 후보가 그를 참칭하시는 건 스스로 쌓아온 소중한 이미지에  몸소 먹칠을 하시는 일에 다름이 아니게 된다.  


나는 한명숙 후보에게 일점 유감이 없다.  그분이 살아오신 이력이나 고 노무현 대통령이 칭찬했던 부드러운 리더쉽이 언젠가 빛을 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멀쩡한 사람들을 유령으로 만들고, 있는 것을 없다고 하고 자신이 천상천하 유야독존(有野獨尊)이라고 선포하신다면 없던 유감도 이렇게 푸릇푸릇 솟아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이계안 후보가 그렇게 토론 한 번 하자고 해도 신비주의 전략으로 일관하시다가 정작 본선에서 오세훈 시장에게 처절하게 짓밟히시는 모습은 참으로 안스러웠다.   선거 캠프에 어떤 분들이 앉아 계시는지 명함들 확인하고 싶을 정도로 화도 났었다.   하지만 그나마 한명숙 후보에 대한 조마조마함이 덜했던 때를 기억하실 것이다. 바로 노회찬 후보가 참석했던 MBC 토론 때였다.   노회찬 후보가 오세훈 시장을 공격하고 논리의 각을 세울 때였다.  


"나한테 반대하는 사람들은 7-80년대 빈둥거리던 사람들"이라고 가카께서 말씀하실 때 한명숙 후보 열뻗쳐서 머리칼이 곤두섰으리라 확신한다.  결혼하자마자 신랑 빼앗겨 십수년을 지내야 했던 세월도 떠오르셨을 것이고, 그 많은 피눈물을 국으로 '빈둥빈둥'이라고 무시하던 가카의 뻔뻔스러움에 어찌 노하지 않을 수 있으셨겠는가.  


그렇듯 '존재감'에 대한 도전만큼 사람의 빈정을 상하게 하는 일도 없다.   너희들? 별 거 아니야.   찌그러져 있어.  나 일하는 데 방해나 하지 말고 쫌~~~이라고 말하는 것도 수백번 욕을 먹을 일일진대  옆에 버젓이 앉아 있는 사람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은 자칫하면 칼 맞을 일이 아니겠는가.  


어차피 서울 시장 선거는 게임 셋이 되었다고 개인적으로 판단하는데 한명숙 후보 캠프도 그런 모양이다.   어차피 진 선거에 노회찬 후보쪽에 아양을 떨 일이 뭐 있겠느냐 그런 심산이라고밖에는 생각할 도리가 없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범야권단일후보" 따위의 무리한 벨트를 칭칭 감을 수 있단 말인가.    이 말을 하면 또 어떤 분들은 분명 그럴 것이다.  "쳇 3프로 주제에 디게 떠드네."   다행이다.  최소한 그 입으로 "노회찬 후보, 제발 사퇴해 주세요. 반 MB전선의 승리를 위해서."를 부르짖을 염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나는 노회찬 후보가 완주를 하든 힘에 부쳐 포기를 하든 무조건 이번 선거만큼은 노회찬 후보에게 내 한 표를 걸 것이다.   노회찬 후보가 한명숙 후보를 지지한다면 그때는 기꺼이 범야권단일후보에 한 표를 행사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한명숙 후보는 범야권단일후보가 아니다.  범민주단일후보도 아니다.  천상천하 유야독존은 절대로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