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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6. 25. 월요일

나는아빠다 필자 정우성


 


 


바야흐로 시즌이 시작됐다. 극심한 가뭄이 농민들의 애간장을 태운다. 목마름은 강바닥에만 있지 않다. 밑을 드러내며 쩍쩍 갈라진 정권교체의 열망에도 타는 목마름이 있다. 옛날 우리 농꾼들은 하늘이 내려준 빗물을 귀히 여겨 천수답을 일궜다. 예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가뭄은 왕이 정사를 잘못해 내리는 하늘의 천벌이라고 생각했다. 2012년의 모든 정치일정은 목마름을 해갈하기 위한 기우제다. 손학규는 세종대왕 앞에서 ‘저녁 있는 삶’으로 기우제를 올렸다. 문재인은 독립문 앞에서 ‘우리나라 대통령’이라는 수사로 축문을 읽었다. 김두관, 정세균, 정동영도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다. 사람들이 안철수, 안철수 하는 것도 목마름의 표현에 다름 아니다. 누가 이 국민들의 영혼을 해갈할 것인가? 누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적셔줄 것인가? 이 인터뷰도 기우제의 일환이다.


 


나는 누군가를 따뜻하게 빛내주는 재주가 있다. 누군가를 날카롭게 찌르는 재주가 나인들 없겠냐만 내 몫은 아닌 것 같다. 가뭄이 오래 지속되고 사람들이 온갖 정신공격에 노출되자 예민해졌다. 귀를 세우기보다는 입술이 성급해지고 험해졌다. 정치인들은 가장 만만한 험담의 대상이었다. 그렇지만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극심한 가뭄이 있을 때에는 함부로 부채질하지 않았다. 이 가뭄의 근원이 정치이며, 또한 정치를 통해서만 이 가뭄을 해갈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나는 딱 그 정도의 마음으로 야권의 대권주자 모두를 응원한다. 그들이 저마다 따뜻하고 빛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보잘것없이 인터뷰어로 나서 봤다. 그중에서도 특히 세력은 있으나 지지율이 낮은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먼저 만나봤다. 판이 뜨거워지기 위해서는 의외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성이 모두 ‘정’이므로, 인터뷰어는 ‘딴지’로, 인터뷰이는 이름을 표기했다. 인터뷰 말미에 에필로그로 내 느낌을 술회한다.


 




 



 


# 칭찬은 세균을 춤추게 한다


 


딴지(딴지 <나는아빠다> 정우성): 인터뷰 전에 이미지 검색을 해봤습니다만 ‘넥타이가 매우 잘 어울린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세균: 넥타이가 잘 어울리는 것이 아니고 넥타이 걸이가 좋은 거지.


 


딴지: 맞습니다(웃음).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의원님의 책 두 권을 읽었어요.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


 


보좌관: 수고하셨네요.


 


딴지: 이 책(정치에너지 2.0)은 별 다섯 개,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99%를 위한 분수경제)은 훌륭했는데, 제 아내가 말하길 분수경제가 뭐냐고. 그래서 분수경제란 이런 뜻이다 말해주니까, 제 아내가 좀... 그 단어 자체에서 버블경제에 대한 안 좋은 느낌이 든다고요.


 


보좌관: 네. 거품?


 


딴지: 네. 내용은 좋지만 단어 자체에서 풍기는 냄새가 그래서… 그럼 얘는 별 네 개.


 


정세균: 허허허.


 


딴지: 죄송합니다. (웃음) 둘 다 훌륭한 책이었고 공부가 됐습니다.


 


정세균: 고맙습니다. 그 책을 다 읽으셨어요, 그래?


 


딴지: 다 읽었어요.


 


정세균: 대충 읽으셨겠지 뭐.


 


딴지: 다 읽었어요. 보시죠. 줄까지 그어져 있어요. (책장을 넘기며) 뒷부분에도 줄이 있어요.


 


정세균: 이야... 그러네. 최초의 열독자가 된 거 아닌가 모르겠다.


 


딴지: 검색해보니까 좋은 평이 많던데요.


 


정세균: 그렇습니까?


 


딴지: 예. <99%를 위한 분수경제>도 재미있지만, <정치에너지2.0>이 정치인의 담백한 이야기, 진솔한 이야기, 상당히 들을 만했습니다.


 


정세균: 그랬어요?


 


보좌관: 제가 회사에 있을 때 모시던 상무가 한 분 계신데,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이고 정치에 관심이 많고, 기업에서는 주로 언론 쪽 공보 일을 하셨던 분이에요. 그분이 대표님에 대해서 항상 저한테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래서 책을 꼭 한 번 읽어봐라, 그랬더니 나중에 전화가 왔더라고요. 야, 미안하다, 다시 봤다. (웃음)


 


딴지: 선거기간이 되면 정치인은 으레 책을 많이 출판하잖아요. 그런 책을 저도 몇 번 읽어봤는데 내용이 매우 빈약했었어요. 그런 류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거예요.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PART I. 인간 정세균


 



 


딴지: 혹시 점을 보신 적이 있나요?


 


정세균: 아… 본 적이 있지요.


 


딴지: 어땠습니까?


 


정세균: 원래 저는 점을 안 보는 사람인데, 제가 기업에 있다가 정치를 처음 시작할 무렵 선배님들하고 만났는데, 그 선배님 중에 한 분이 다짜고짜 저를 점집으로 데리고 가서 (웃음) 점도 현대점(신내린 곳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그 무슨 점집이라고 세워놓고 이런 데가 아니고, 철학관, 현대판 점집에 데리고 가서 한 번 갔던 적 있습니다.


 


딴지: 점괘는 어땠습니까?


 


정세균: 짱.짱.하다. 라고 하더군요.


 


딴지: 용한 점집이었네요.


 


정세균: 나는 그쪽 분야에 대해서 지식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내 인상 보면 그렇게 보지 않았겠어요?


 


딴지: 그건 점이 아니라 관상. (웃음) 얼마 전 총선에서 종로를 접수하셨는데요. 종로가 오랫동안 야당 국회의원이 나온 적이 없었다고…


 


정세균: 그렇죠. 13대부터 소선거구제가 됐는데, 그 이후에 총선이 여섯 번 있었고 보선이 두 번 있었어요. 그랬는데 정시선거에서는 한 번도 된 적이 없었고, 보선 두 번 중에 한 번은 노무현 후보가 됐죠. 우리 입장에서 보면 1승 7패 지역이고, 보선에 당선된 것도 아마 1998년이었을 겁니다. 그러고 나서 우리가 내리 패하다가 이번에 승리를 했으니까, 당원들은 매우 감격스럽게 생각하죠.


 


딴지: 원래 지역구가 진안/무주/장수/임실, 거기서 국회의원 4선을 하셨잖아요?


 


정세균: 그렇죠.


 


딴지: 이번에도 거기서 나오시면 당선은 보장된 건데, 야당이 당선되기 어려운 종로를 선택했고 결국 성공을 했는데요. 일종의 대통령선거를 바라본 승부수? 이렇게 볼 수 있나요?


 


정세균: 아니 그건 나중 이야기이고, 사실은 나 혼자 해먹으면 그쪽 지역에 우리 후배들은 영 기회가 없을 거 아닙니까? 그래서 후배들한테 길도 터주고, 또 지역주민들이 16년 동안이나 제가 그 지역 대표 아니었어요? 지루했을 거 아닙니까. 분위기도 좀 바꿔 드려야 되고. 제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도전, 뭔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그런 욕심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지역주민이나 지역의 젊은 후배들에게 저의 선의를 잘 나타내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딴지: 의원님께서는 한 국회의원이 너무 오랫동안 국회의원을 함으로써 그 지역의 길을 막고 있는, 그런 것을 기본적으로 좋아하지는 않는 입장이군요.


 


정세균: 예외는 있을 수 있겠지만, 너무 오래 해먹는 건 좀 그런 거 같아요.


 


딴지: 의원님의 매력은 인터뷰를 통해서 드러날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렇지만 여기서 정치인으로서 정세균의 매력을 한 줄로 요약하면?


 


정세균: “진정성이 있고 균형감각이 있다.”


 


딴지: <정치에너지 2.0>에서는 의원님의 유년시절 삶이 조금 나옵니다. 가난, 화전민, 나무지게 같은 단어들이 키워드더군요. 독자들을 위해서 의원님의 유년시절을 좀 말씀해주세요.


 


정세균: 지금 신세대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했죠. 세 끼니를 걱정해야 되었으니까.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으니까 그 이후에 교육문제라든지, 문화생활이라든지, 여가라든지 이런 것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상상할 수 있지요. 참 어려운 유년생활을 보냈는데, 특별히 너무 가난해서 기초생활, 국민들의 기초생활까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삶을 살았는데. 그런데 다행스러운 것은 나 혼자만 그런 게 아니라 내 주위도 다 그랬던 것 같아요, 그 지역이.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어려웠지만 용기를 잃지 않고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을 했다, 그게 제 유년생활이지요.


 


딴지: 중학교는 정식으로 졸업 못 하시고 검정고시로?


 


정세균: 검정고시. 고등공민학교를 다녔지요.


 


딴지: 고등공민학교가 지금의 초등학교와 다른가 봐요?


 


정세균: 지금도 야학 비슷한 것이 있죠.


 


딴지: 예.


 


정세균: 야학은 아닌데 중학교 과정을 가르치지만 정식 중학교가 아니어서 검정고시를 봐야 중학교 졸업자격을 인정해주고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그런 학교를 제가 다녔었죠. 옛날에 고등공민학교라고 하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든, 아니면 나이를 너무 많이 먹어서든, 그 지역에 학교가 없어서 정식중학교를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교육시설이에요.


 


딴지: 그러면 상당히 작고, 그런...


 


정세균: 그렇죠. 아주 작을 뿐만 아니라 시설도 열악하죠. 그런데 그 학교도 우리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게 아니고 8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데 있었어요. 그러니까 아침에 8킬로를 걷고 저녁에 8킬로를 걷고 하루에 16킬로미터를 걸어 다닌 거예요. 그런데 제가 고등공민학교 1학년 때 28일 결석을 했어요. 열흘에 하루 씩 결석을 한 거죠. 제가 어디가 아프거나 아니면 다른 거 때문에 그런 게 아니고, 그 산골은 비가 많이 오거나 눈이 많이 오면 학교를 못 가요. 8킬로를 걸어가야 하는데 비가 많이 오면 냇물 불어서 못 건너고, 눈이 많이 오면 산길을 갈 수가 없어서 학교 결석하고. 참 힘들었지만 또 낭만도 있었어요. 친구들하고 끝나고 집에 가면서 산으로 들로 헤메고 먹을 것 찾아다니고. 다 들에서 하는 것이지...


 


딴지: 같은 시절에 주위의 모두가 가난하고 그러면 말씀하신 것처럼 낭만도 있고요, 성장소설이나 시에 나오는 듯 한 그런 분위기도 있잖아요. 그런데 도시빈민 같은 경우, 아니면 요즘같이 상대적으로 가난한 경우, 이런 경우는 낭만도, 희망도, 용기도 갖기 어렵지 않습니까?


 


정세균: 그렇죠. 제가 생각해도 제 유년시절은 다행스러웠던 것 같아요. 보통 그렇게 힘들고 가난하면 증오심이 생긴다든지 분노한다든지 그러면서 경우에 따라서 좌절하거나 이렇게 해서 성격이 비틀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제 경우에는 매우 높은 자부심이 있었어요. 그리고 내가 성년이 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하는 그런 희망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절대 옆으로 비뚤어지거나 딴길로 가지 않고 바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큰 복이었던 것 같고, 그것은 아마 가정교육이나 이런 부분에서 연유된 측면도 있다….


 


딴지: 몹시 가난하지만 은근히 뼈대 있는 가문임을 책에서는 말씀을 하시던데요.


 


정세균: 그렇죠.


 


딴지: 가정교육은 예전의 유교식으로?


 


정세균: 네.


 



 


딴지: 유신독재 시절에 학창시절을 보내게 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의원님께서는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을 했고, 독재에 항거하던 시기였는데, 당시 대통령의 딸이 지금 유력한 여권의 대선후보지 않습니까? 역사적인 아이러니도 있는데, 당시 시대적 분위기와 유신독재에 맞섰던 경험에 대해서…


 


정세균: 그때, 박정희 치하에는 기본적인 인권이나 이런 게 말살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에 저항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청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요. 그래서 저항하는 방법은 나름대로 여러 가지 있었지만, 모두가 독재정권에 항거하면서 지냈는데,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잖아요?


 


딴지: 네.


 


정세균: 우리는 분명 박정희 대통령 그룹은 가해자고 우리는 피해자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같은 편이 똑같이 반복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좋지 않은 역사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고. 저는 나름대로 고대신문 기자를 하면서도 저항정신을 키웠고, 또 학생회 회장을 하면서 나름대로 투쟁을 했는데, 그렇다고 아주 선두에서 대단한 투쟁을 하지는 못했죠.  그러나 그런 친구들도 있었어요. 그때 모든 걸 걸고 헌신적으로 희생한 그런 동료들에 대해서는 존경심을 갖고, 또 그런 노력들이 있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었고, 그래서 저도 지금 정치를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그런 친구들에게 빚진 느낌 같은 것도 가지고 있고, 그 대신 내가 좋은 정치를 통해서 빚을 갚으면 할 일을 다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요.


 


딴지: 대학 졸업 후에 쌍용그룹에 입사하지 않았습니까. 입사한 계기, 그리고 짤막한 직장에서의 경험에 대해서…


 


정세균: 원래 제가 법대를 갔을 때는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 가지 않았겠어요?


 


딴지: 네.


 


정세균: 그랬는데 10월 유신 때문에 법조인이 되는 걸 포기하고, 그리고 학생회 활동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까 고시공부가 부실했죠. 그래서 언론에 갈까 그랬었는데, 그때 또 언론에 대한 압력이 있을 때였고. 그래서 언론사에 가는 것도 여의치 않아서 기업에 갔는데, 기업에 가면서 내가 종합무역상사를 갔어요. 좀더 개방적이고 세계를 상대로 뭔가 좀 해보자, 그래 가지고 종합무역상상에 가서, 미국에 가서 근무하고 할 수 있는 시초, 시발이 거기에서 이루어졌죠.


그러니까 원래는 법조인이나 언론인이 되었다가 마지막에 정치를 하고자 하는 것이 저의 인생설계였는데, 그때의 시대상이 그런 코스를 허용하지 않았죠.


 


딴지: 기업, 쌍용그룹에서 상무까지 하셨는데, 정치하실 때 도움이 되나요?


 


정세균: 그렇죠. 많이 도움이 됐죠. 왜냐면 결국은 여러 가지 중요한 일들이 있지만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 중요하지 않습니까?


 


딴지: 네.


 


정세균: 기업은 실물경제를 직접 체험하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국회도 우리 경제가 매우 중요하고, 상임위도 경제상임위원회들이 많잖아요. 그런 데서 제대로 활동하려면 전문분야, 실물경제 분야에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매우 유리하지요. 그래서 저는 기업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저의 의정활동에 많은 도움이 됐고, 초재선 시절에 경제상임위에서 나름대로 두각을 나타내는 데 결정적으로 도움이 됐지요.


 


딴지: 의원님께서는 스스로를 진촌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정세균: 네.


 


딴지: 진촌이 진짜 촌놈?


 


정세균: 한자로 쓰면 진한 촌, 한글로 쓰면 진짜 촌놈. (웃음)


 


딴지: 전라도 진촌이 경상도 재벌집, 인터넷에 조사해 보니까 이렇게 나오던데요, 아무튼 부유한 경상도 가문의 따님과 결혼하게 된 스토리?


 


정세균: 대학 다닐 때 미팅을 했어요. 대학 처음 들어가서는 종로에서 가정교사를 했어요. 삼청동 바로 옆에 팔판동이라는 데서, 대학 들어가자마자 입주 가정교사를 해서, 집에 들어가서 거기 있다가, 종로에 숭덕학사라고 하는, 생활형편이 좋지 않은 우수한 학생들에게 무료로 숙식을 제공해주는 기숙사가 있었어요. 제가 거기에 가서 있었는데, 그때 미팅에서 만났어요. 그랬는데 미팅에서 만난 여학생의 어머니가 저에 대해서 호감을 갖고 그래서 결혼까지 가게 된 거지요.


 


 


# PART 2. 정치인의 덕목


 


딴지: 어떤 상상 속의 나라가 있는데 거기가 아주 혼란가득하고 엉망인 세상인 거죠. 그런 나라에 의원님이 세 가지를 가지고 그곳에 가기로 되어 있다고 가정하죠. 그래서 예컨대, 구원해준다, 도와준다, 이렇게 가정한다면 어떤 세 가지를 가지고 가는 게 좋을까요?


 


정세균: 우선 사람들을 잘 교육시켜야 하겠죠. 그러니까 우리의 학교, 교육제도를 가지고 가서 잘 가르쳐서... 그리고 또 무질서를 바로잡으려면 법치가 잘 돼야하지 않겠어요? 그 다음에 그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스스로 자치를 하려면 좋은 지도자를 뽑을 수 있으면 좋겠지요. 그러려면 선거제도를 가지고 가면 괜찮겠지요. 우리나라 선거제도가 그래도 굉장히 건강한 편이에요.


 


딴지: 네. 교육제도, 법치와 선거제도 이 세 가지를 가지고 가면 혼란이 사라지지 않겠느냐는 말씀이신데요. 제도만 필요한 게 아니라 사람도 필요하잖아요. 그러면 그 상상 속의 나라에 세 명의 사람을 데려간다고 하면 어떤 사람을? 실명 거론해도 좋고요, 유형도 좋고요, 어떤 분과 같이 가시겠습니까?


 


정세균: 혼란을 극복하고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지도자가 필요하지요. 그러려면 우리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또 한 분이 없네? 한 분은… (잠시 생각함)… 뭐 이명박 대통령을 모시고 가서...


 


딴지: 오히려 아비규환이 벌어지는 거 아닌가요?


 


정세균: 아니요. 두 분 대통령이 하시는 거 배우고 와서 제대로 하시라고.


 


딴지: 예. (웃음)


 


정세균: 그럼 어떻겠어요?


 


딴지: 괜찮겠습니다.


 


정세균: 거기는, 이명박 대통령은 플레이어로 모시고 가는 게 아니고, 구경꾼으로, 아니면 견습생으로 모시고 가는 거지. 가서 역할을 하는 게 아니고.


 


딴지: 배우는 것도 중요하죠.


 


정세균: 배우시라고.


 


딴지: 일전에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저렇게 좋은 사람이 국회의원을 하고 저렇게 좋으신 분이 대통령을 하는데 왜 이렇게 사회에 문제가 있고 충돌이 있고 개혁이 안 되나? 역시 사람보다는 시스템이 중요한 것 같다.’ 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이게 아니라, 시스템이 있으면 뭐해, 사람이 바뀌니까 엉망이 돼버리네, 그래서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요즘 헷갈리기도 합니다. 시스템이냐 사람이냐, 둘 중에 어떤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정세균: 둘 중에 하나를 꼭 고르라고 하면 ‘사람’이 제일 중요하죠.


 


딴지: 네.


 


정세균: 제도가 설령 미비하더라도 사람이 똑바르면 제대로 실천하고 역할을 할 테니까. 사람이 중요해요.


 


딴지: 19대 국회가 시작한지 얼마 안 됐는데요, 이런 사람은 국회의원하면 정말 안 되겠다, 라는 게 있을 것 같은데요?


 


정세균: 그렇죠. 대화와 타협이 불가능한 사람은 국회의원을 하면 안 되죠.


 


딴지: 네. 그럼 반대로 좋은 정치인이 되기 위한 소양이 있다면?


 


정세균: 우선 열정이 있어야 하고, 자기가 맡은 일에 헌신하고 책임의식이 있어야 하고, 균형감각이 있어야지요.


 


딴지: 열정과 책임의식, 균형감각, 좋은 말씀이신데, 이런 것을 갖고 있는 정치인을 예를 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분이 이런? 열정과 책임의식, 균형감각을 갖고 있는 모범사례로 이런 정치인 괜찮지 않겠냐?


 


정세균: 사실 그것은 매우 아이디얼한 덕목들을 얘기한 것이요. (잠시 생각을 함) 한 번 찾아보세요.


 


딴지: 예. 알겠습니다.


 


정세균: 있을 거니까, 틀림없이, 그런 사람이 있을 테니까.


 


딴지: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 이것도 국회의원 할 때 같이 대화와 타협이...?


 


정세균: 국회의원하고 대통령은 달라요.


 


딴지: 네.


 


정세균: 대통령은 파이널 디시전 메이커(Final Decision Maker)거든요. 그리고 대통령의 의사결정이 국가의 미래와 국민 전체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굉장히 파급력이 큰 의사결정이에요. 그리고 수시로 대통령들은 의사결정을 해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이 될 사람은 건강한 상식도 있어야 하고, 또 국정 전반에 대해서 정통한 사람이어야, 국회도 알고, 행정도 알고, 국민의 마음도 잘 받들 수 있는 이런 사람.


 


딴지: 그 말씀은 대통령은 열정만으로 안 되는 것이다. 균형감각만으로 안 되는 것이다. 대통령만의 리더십이 있어야 하고 상식이 있어야 한다?


 


정세균: 네.


 



 


딴지: 김대중 대통령이 야당 총재 시절에, 1995년에 정치에 입문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민주통합당에서는 여전히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큰 영향력(그림자)가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짧은 평가를 부탁합니다. 그리고 어떤 분이 ‘참여정부의 황태자는 정동영이 아니라 어찌 보면 정세균일 수 있다. 왜냐하면 참여정부 시전에 당의장 2번 하고 장관을 하고 그렇게 해서 정치적으로 빛나지 않았나?’ 그런 말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얼마 전에 어떤 신문사하고 인터뷰하실 때는 의원님께서는 노무현을 그만 놓아주자는 취지로 인터뷰하신 것 같은데요. 어쨌든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어떤...


 


정세균: 김대중 대통령은 항상 앞서가는 정치인이었어요. 우리보다 훨씬 더 진보적이고, 앞서가는, 시대를 바라보고 미리미리, 예지능력을 가지고 봤다고 그럴까, 그렇게 앞을 바라보는 정치를 하셨고.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가 무엇을 해야 되는지를 잘 아신 분이다, 그렇게 나는 평가를 하지요. 그래서 두 분 다 정말 탁월한 지도자들이었다. 그래서 우리 쪽이, 우리 민주진보 진영이 항상 소수파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이 그렇게 특출한 분들이었기 때문에 국민들의 선택을 받았다고 보죠.


 


딴지: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가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 아시는 지도자였다고 평가하셨는데요. 며칠 전에는 정권교체를 위해서 우리가 노무현을 잊어야 한다는, 기사 타이틀은 그렇게 되어 있고 내용은 그 비슷한 취지인 것 같았습니다.  그건 어떤 말씀이시죠?


 


정세균: 그러니까 김대중, 노무현, 두 분의 철학과 사상, 그분들이 남긴 유언은 우리가 잘 승계하고 더 계승 발전시켜야 되겠지만, 더 이상 두 분께 기대는 정치로는 안 된다고.


 


딴지: 추억하지 말고 자기 비전을 가지고 싸워야 한다?


 


정세균: 그렇죠.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좀, 속된 말로 여러 흉악한 표현들이 있지만 저는 그런 표현은 원래 제가 잘 안 하는 사람이니까, 기대지 말자, 우리 스스로의 홀로서기와 나름대로 비전과 철학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고 승부를 해야 된다, 그런 취지였죠.


 


 


# PART 3. 정세균에게 정치란?


 



 


딴지: 의원님의 정치철학에 대해서 묻겠습니다. 의원님은 역사의 발전을 믿습니까?


 


정세균: 예쓰! 그러나 역사는 전진도 있고 후퇴도 있는데, 길게 보면 역사는 전진한다.


 


딴지: 2012년 지구종말론 이런 것도 있잖아요. 인류가 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있나요?


 


정세균: 언젠가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까지 절망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아요. 저출산 문제나 환경문제 때문에 지구촌에 사는 인간들이 매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만, 또 과학기술이나 문명의 발전을 통해서 극복해 나갈 것이기 때문에, 그래도 인류는 명맥을 유지할 거라고 믿는 측면이 더 강하죠.


 


딴지: 정세균 의원님에게 정치는 무엇입니까?


 


정세균: 세상을 바꾸는 힘이지요. 이 세상을 힘들고,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과도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많은 것을 바꿔야 되는데, 그것을 바꿀 수 있는 힘은 정치, 정치 에너지다.


 


딴지: 정치에너지를 바꾸는 길에도, 급진적으로 바꿀 수 있고, 그러니까 다소간의 충돌과 대립이 있더라도 급진적으로 바꾸는 경우가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충돌을 피하고 대화와 타협을 해서 나가는 두 가지 길이 있지 않습니까? 두 가지 중에 의원님께서 선호하는 방법은 후자?


 


정세균: 어, 귀신이네.


 


딴지: 책 좀 읽었죠.


 


정세균: 그렇죠. 그렇지만 믹싱을 해야 해요. 기본적으로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저는 후자를 고르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그렇게 합리적이고 온당한 어프로치를 가지고는 성공하지 못할 부분도 있어요. 그런 것들은 전광석화처럼 해야지요. 그렇지만 일반적으로는 순리대로 그렇게 하는 게 오히려 더 빠르다. 어떨 때는 돌아서 가는 게 더 빠를 때가 있잖아요?


 


딴지: 네.


 


정세균: 우격다짐으로, 힘으로 밀어부치는 것이 아니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하는 것이 더 빠를 경우도 많다.


 


딴지: 네. 의원님께서는 스스로 진보냐, 중도냐, 보수냐, 놓는다면 어느 쪽?


 


정: 저는 진보적 중도지요. 제가 민주당의 이념좌표를 중도개혁주의에서 중도진보라고 바꿨지요. 민주당에서 공식적으로 진보주의를 표방한 것은 제가 첫 번째에요.


 


딴지: 그게 2009?


 


정세균: 2009년도에 뉴민주당플랜에서 민주당의 이념적 좌표는 진보다, 그래서 진보라고 하는 것을 처음부터 등장시켰죠.


 










<이너뷰 참고자료1>


 


뉴민주당플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평가가 있다.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은 뉴민주당플랜에 대해서 비판적이었다. 당내에서도 비판이 많았다.


“민주당판 뉴라이트 선언이다. 한나라당의 선진화와 민주당의 현대화가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다(천정배 전의원).”


“뉴민주당 플랜 자체가 노무현의 좌파신자유주의 프레임에 갇혀 있고 한나라당 2중대로 착각할 정도다(추미애 의원).”


“민심과 유리된 민주당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경향신문 사설, 2009.5.20 사설).”


당시 김효석 전의원이 뉴민주당비전위원장이었다. 김효석 전의원은 옳은 방향이라면 한나라당 3중대여도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철수는 뉴민주당플랜에 대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도 한다(진실은 모름). 진보진영에서 뉴민주당플랜을 비판했던 것도 맞지만 민주당이 그 이전에 진보적인 정책을 골간으로 표방했다거나 역사적으로 진보정당이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을 보면, 현실과 바람 사이의 간격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논쟁을 거친 뉴민주당 플랜의 결과물은 여전히 민주당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비전과 정책을 볼 때마다 빈약한 상상력과 부족한 수사를 느낀다(결국 사람의 문제이지만). 그러나 무엇이 진보인지에 대해서는 언제나 논쟁적이다.




 


딴지: 2009년도의 민주당플랜은 제가 읽어봤습니다. 제가 다 기억하지는 못하고, 각론에서 정책의 1번이 일자리 창출, 2번이 사람에 투자, 이렇게 되어있었습니다. 2번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사람에 투자, 이거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게 아니었나…하는.


 


정세균: 어떻게 보면 우리가 경제민주화, 또 보편적 복지를 당의 중요한 이념적인 좌표로 설정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 출발점이 중도진보를 표방한 것을 출발점으로 봐도 다르지 않다고 봐요. 그리고 <정치에너지 2.0>인데 원본에는 ‘더 진보적으로, 더 민주적으로, 더 서민적으로’ 이렇게 부제를 달았거든요.


 


딴지: 네. 봤습니다.


 


정세균: 저는 중도적인 사람인데, 진보적인 중도다,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해요.


 


딴지: 이번에 국회의원들이 많이 들어왔잖습니까? 바뀌신 분도 있고 그런데, 전체적으로 성향이 어떻습니까? 민주통합당, 지금 말씀하신, 의원님과 비슷한 중도진보...


 


정세균: 중도진보가 주류죠.


 


딴지: 아, 그게 주류? 중도적인 것보단 조금 더 진보적인 분들도 좀 있는...


 


정세균: 좀 있죠. 좀 있는데, 제가 갖고 있는 정도의 이념좌표가 주류일 거예요. 그런데 더 좌측도 있고 우측도 있죠.


 


딴지: 과거에 80년대 학생운동을 했던 386, 지금 486 그룹, 그분들도 상당히 많지 않습니까?


 


정세균: 그렇죠. 이제 그 사람들이 17대 때 들어왔다, 18대 때 아웃됐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이 많이 있어요. 그래서 17대 때보다 더 잘 훈련되고 건강해져서 돌아왔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 사람들이 우리 대한민국의 허리 아닙니까? 허리가 튼튼해야 사람이 힘을 써요. 그래서 나는 486 정치인들에게 기대를 많이 하고 있죠. 그 사람들이 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고 역량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딴지: 그런 486 그룹들도 의원님께서 말씀하시는 진보적 중도 그룹일 것이다?


 


정세균: 그렇죠. 그렇죠. 네.


 


딴지: 정치인에 대한 평가 중에서, 관료 출신 정치인에 대해서 대단히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관료 출신 정치인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서 의원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세균: 저는 꼭 그렇게 보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대한민국 국회는 다양해야 되거든요. 어느 특정 국민들만 대변하는 곳이 아니고, 전체 국민을 대변하는 곳이 대한민국 국회 아닙니까? 그렇기 때문에 나는 관료들도, 관료 출신들도, 관료로서 성공한 유능한 사람들은 국회에서 할 역할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 당에 관료 출신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몇 분 있는 분들이 나름대로 정책적으로나 역할을 많이 하지요. 너무 특정 그룹을 색안경을 끼고 볼 일은 아니에요.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좋겠고, 또 관료 출신들이 갖고 있는 특성이 있다면 부정적인 것과 긍정적인 것으로 나누어서 긍정적인 것을 살리는 쪽으로 노력해야지, 그렇게 일방적으로 폄훼할 일은 아니라고…


 



 


딴지: 관료 출신 정치인에 대한 공천 문제까지 포함해서요, 국민들은, 야권을 지지한 국민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현 정부에 대한 분노와 실망을 갖고 있는 국민들은 4년을 기다렸는데, 작년에 지방 선거에서도 승리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총선에서도 대선을 맞이해서 승리할 거라고 기대에 부풀었는데…


 


정세균: 그렇죠.


 


딴지: 그런데 총선에서 큰 실패를 했어요. 그래서 사실 많은 사람들이 당 내에서나 밖에서나, 요즘 말로 ‘멘붕’에 빠졌었는데요.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이 실패한 이유가 뭡니까?


 


정세균: 복합적인 이유죠. 우선 공천도 잘못했고, 현안대응도 잘못했고, 국민들한테 비전도 주지 못했고, 잘한 게 하나도 없어요. 점수를 딸 수 있는 게. 그래서 국민이 차려준 밥상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한 게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모습이었지요.


 


딴지: 당시의 현안대응은 과거지사고, 비전 문제도 지금은 대선에서 얘기하면 되니까요. 그러면 공천 문제가 남는데요. 공천은 앞으로도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이랬다는 둥 저랬다는 둥 말이 많더라고요. 공천에 대해서 만약 당시 의원님께서 대표였다면 어떻게, 의원님께서 생각하는 기준은???


 


정세균: 어... 각 지역마다 형편이 다르고 경쟁상대도 다르기 때문에 한 마디로 딱 잘라서 얘기하기는 쉽지 않지만, 아무튼 주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데 하자가 없는 좋은 후보들을 어떻게든지 찾아서 냈어야 하죠. 그런데 이런 저런 흠이 있다거나 그래서 교체는 해야 되겠는데… 그래서 찍지 않은 사람들이 제법 있는 것으로 파악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공천이 과정도 그렇고 또 최종적인 결과물도 그렇고 잘 했다고 평가를 받을 수가….


 


딴지: 예컨대 지방선거 하면서 민주통합당이 박원순 시장이랑 대등하게 경선을 하고, 안철수 씨가 박원순 씨에 비해 자기가 지지율이 훨씬 높음에도 양보를 하고, 이러면서 많은 국민들이 감동을 할 준비가 되었었는데. 이번 공천이, 저도 잘 모릅니다만, 주위 사람들 말에 따르면, 너무나 단독공천이 많았고, 경선의 경우도 어떤 데서는 경선하고 어떤 데서는 안 하고, 어느 계파를 죽이려고 한 게 아닌가? 이런 지적도 있거든요.


 


정: 글쎄, 그건 난 모르겠네. 왜냐면 저하고 가까운 그룹들도 많이 공천 탈락이 됐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음모론적으로 보기 보다는 미숙해서 그러지 않았나 싶어요.


 


딴지: 공천... 아닙니다. 넘어가겠습니다.


 


 


# PART 4. 현안에 대한 정세균의 생각


 


딴지: 통합진보당 사태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종북 프레임과 같이해서 말씀하시면요?


 


정세균: 나는 선거 부정하고 종북하고는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거부정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 아닙니까? 그러니까 어떤 경우에도 용서받을 수 없는 거지요. 정치인들에게는 정치생명이 있잖아요. 그게 결정적인 죄를 지으면 정치생명이 날아가는 것 아닙니까? 그런 차원으로 봐야하는데. 하여튼...  선거부정을 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는 사형선고를 받는 것과 비슷한 게 아닌가, 그러나 무슨 이념을 가지고 박근혜 의원이 뭐라고 그랬더라, 저...


 


보좌관: 국가관 의심받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세균: 마치 (국회의원) 하려면 사상검증을 해야 하는 것처럼 말했잖아요? 그런데 사상의 자유는 헌법 상의 자유 아닙니까? 제가 종북을 칭송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 저는 종북을 반대하는 사람이지만, 그게 국민이 투표로 선택한 사람들에 대해서 불법행위가 아니고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를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봅니다.


 


딴지: 여권에서는 그런 공세를 계속 하고 있는데 대선까지 가지 않을까요?


 


정세균: 그러면 자기들이 대선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은데, 내가 보는 우리 국민들이 의식수준이 굉장히 높아져가지고 그런 것에 잘 안 속아요.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는 새누리당이 당명 바꾸고 색깔 바꾸고 또 이런 저런 정책 프레임 만들어서 우리 비판하고 이러면서 국민을 한 번 속인 거 아니에요? 속아넘어 가시더라고. 걱정이긴 한데, 순간적으로는 속아 넘어가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딴지: 종북 이데올로기 공세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정세균: 부메랑이 되게 만들어야죠.


 



 


딴지: FTA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세균: 나는 FTA 재협상론자에요. FTA 협상을 마무리하고 시간도 많이 흘렀고, 이후에 생긴 변화도 있어서 지금 체결된 한미 FTA는 재협상해서 독소조항을 제거해야 한다…


 


딴지: 재협상 가능할까요?


 


정세균: 가능하죠. 가능한데 의지가 있어야 되는데, MB가 전혀 의지가 없으니까.


 


딴지: 새로운 대통령이 의지만 있으면 다음 정부에서 재협상 가능하다?


 


정세균: 가능하죠. 원래 FTA라는 것은 시행해봤더니 문제가 있더라, 그러면 고칠 수 있는 게 정상이죠. 그리고 우리가 볼 때는 한미 FTA가 별로 플러스가 안 된다고 보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행을 해봤더니 많이 이익이 되더라, 그러면 사실은 재협상 주장이 설득력을 잃을 수도 있지요. 근데 시행해봤더니 손해가 많더라, 그러면 재협상을 더 강력하게 주장할 근거가 생기는 거지요.


 


딴지: 의원님이 말씀하시는 재협상은 현재 관점에서는 독소조항을 없애야 하기 때문에 재협상을 해야 하지만, 일반론적으로 시행해봤을 때 긍정성과 부정성을 고려애햐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리고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


 


정세균: (끄덕끄덕)


 


딴지: 다른 얘기입니다만 정치인에게 현장은 어떻습니까? 여러 사람들이 아픈 데도 있고, 데모하는 데도 있고, 분노하는 데도 있지 않습니까?


 


정세균: 현장은 가장 생생한 교육장이지요, 정치인들한테는. 현장에 가면 느끼는 게 있고 일거리가 거기서 나오고 정책이 만들어지니까, 현장은 정치인에게 좋은 선생님 같은 것이지요.


 


딴지: 그런 현장에서 이를 테면 쌍용자동차 같은 경우에는 스무 명이 넘게 자살을 했고요, 제주도 강정마을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오랫동안 마을 공동체가 파괴될 정도로 갈등이 있고, 이런 것들이 물론 정책적인 문제도 있을 수 있지만, 공권력에 의한 국민들의 아픔, 용산 참사 이런 것도 있고, 이런 문제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너무 힘들면 많은 사람들은 정치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잖아요?


 


정세균: 그렇죠. 현재 기존의 법과 제도로 해결이 안 될 때에는 정치가 나설 수밖에 없죠. 그렇지만 정치도 한계가 있는 것이니까, 선별적으로 꼭 필요한 데 나서서 사회갈등을 해소하는 데 역할을 해 줄 필요도 있어요. 그런데 다는 못하니까, 정치인이 꼭 나서야 할 때는 나서야지요.


사회갈등은 통합을 해치면서 국가적인 에너지를 약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갈등은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고, 예방이 안 되면 그걸 해소하는 노력을 첫째로 해야 되지요. 그런데 정부나 이차적으로 정치가 그렇게 나서야 하는데, 사실은 그런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지금보다는 선진화된 법과 제도가 필요하지요.


 


딴지: 공권력, 경찰, 이런 부분에 대해서, 경찰의 물리력 사용에 대해서는 통수권자가 강력한 메시지를 주면 그렇게 안 하지 않을까요? 현장에서는 같은 국민인데 (공권력이) 용납하기 힘든 처사를 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그 부분은 최근 들어 극심하게 늘었다고 생각이 되거든요.


 


정세균: 그 정권의 성격이, 이번 정권은 친기업 반노동, 또 필요하면 공권력 동원도 서슴지 않고, 그렇게 하는 정권이니까, 정권의 성격이 그러니까 이제 바꿔줘야죠.


 


딴지: 네.


 


정세균: 이 사람들이 아무 잘못 없이 잘하면 정권을 안 바꿔도 되잖아요. 그런데 너무 각 분야에 문제가 많고 권위적이고 일방통행하니까 바꿔야 한다. 그래서 그쪽 진영에게 다시 정권을 맡긴다는 것은 도저히, 앞으로는 더 심각한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


 


딴지: 선관위는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하는 건데, 작년에 선관위를 테러한 사건이 있지 않았습니까?


 


정: 그렇죠.


 


딴지: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도 정동영 고문이 출마했던 지역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잖아요. 이 일에 대해서 민주통합당 내부에서 너무 온건하게 대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정: 사실 선거부정이 있으면 이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거니까, 그것도 여권에 의해서 그런 일이 자행된다고 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근데 디도스 공격에 대해서는 우리도 충분히 문제제기를 했는데, 사정기관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아서 문제가 생긴 것이고… 강남을에서 생긴 문제는... 사실 나는 도대체 그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나, 뭐 그런 생각이 있어요. 그런데 정확하게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여튼 어떤 형태든 선관위는 한 치의 흠이 없이 선거관리를 해야 된다, 만약에 선거관리 자체에 대한 시비가 생긴다고 하면, 선관위의 행위에 대해 시비가 생긴다고 하면, 그건 아주 치명적인 게 될 테니까, 절대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딴지: 정권교체기에 중요한 대통령 선거가 있다 보니까, 그런 선관위에 대한 공격, 어떤 부정선거의 의혹, 이런 것들이 있을 때, 이것에 대해서 오히려 국정조사를 동원해서나 열심히 대처해야만 대선에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불행한 사태를 예방할 수 있지 않느냐? 온건하게 대응해서는 안 되지 않느냐? 이런 지적도 많거든요.


 


정세균: 그렇죠. 그런데 아직은 제도적으로 저 사람들이 부정한 선거를 한다든지 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다, 이렇게 보고 있는 거죠. 감내하고 있는 거라고 봐야죠.


 


 


# PART 5. 2013년 이후의 세계


 



 


딴지: 사실 4대강 문제도 그렇고, 국가부채도 굉장히 늘었고, 유럽 금융위기의 여파도 세고, 그래서 마치 김대중 대통령이 재임하자마자 IMF의 문제를 해결하는 부담을 많이 진 것처럼, 이후의 대통령도 뭔가 처리해야 할 부담이 굉장히 많을 것 같아요.당장 당선되자마자 그런 위기가 오는 게 아닌가하고 심히 걱정이 돼요. 일반 국민의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 와중에서 정권교체 후에 가장 시급한 문제로 진단하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정세균: 양극화를 해소하는 문제지요. 지금 불균형이 심각하잖아요. 각 분야에 있어서. 그것은 국민통합을 해치고, 갈등을 조장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빼앗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양극화를 해소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딴지: 검찰개혁은 가능할까요?


 


정세균: (한숨) 검찰개혁은 안 하면 안 되죠. 그래서 이제, 검찰총장을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면, 검찰총장을 선임하는 문제까지도 개혁의 대상에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딴지: 말씀하시는 것은 국회가?


 


정세균: 직선을 할 수도 있고.


 


딴지: 아, 직선.


 


정세균: 그런 문제까지 고민해봐야 된다고 생각하지요. 지금까지 공수처를 쭉 생각해봤잖아요? 공수처를 만드는 것은 미니멈이라고 생각해요. 미니멈이다. 그래서 많은 과제들 중에 구체적인 과제로 검찰개혁은 정말 시급하다…


 


딴지: 민주통합당은 복지, 특히 무상복지, 무상의료,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 3+1 정책으로 해서 작년부터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런 복지정책의 재원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정세균: 우선은 부자감세부터 철회해야지요. 그러면 거기에서 재원이 생기는데, 지금 3+1도, 돈이 있어도 한꺼번에 시행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전달체계가 마련이 돼야 돼. 복지전달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어서 누수가 없이 복지가 실현이 되어야 문제가 없지, 만약에 복지전달체계가 미비한 상태에서 복지제도를 실천하려고 하다가 거기서 누수가 생기면, 복지라는 전체에 대한 먹칠이 돼요. 그래서 앞으로 더 못 나가.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많은 돈이 필요한 게 아니에요.


 


딴지: 재미있네요. 지금 말씀은 예산, 재원이 중요한 게 아니고, 더 중요한 건 복지전달체계의 설립이다.


 


정세균: 그렇죠. 능률적이고 국민의 세금이 누수 없이 잘 쓰일 수 있는 제도의 정비가 선행된 다음에 돈이 투입이 돼야 한다. 돈도 한꺼번에 왕창 필요한 게 아니고 조금씩 늘려가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꾸 돈 핑계 대고 필요한 복지정책을 미루지 마라, 그게 내 주장이지요.


 


딴지: 부자감세에는 법인세 인하 없애는 것도 포함되는 건가요?


 


정세균: 그렇죠. 법인세 인하를 원상복귀하자는 거지. 그리고 필요하다면 소득세는 구간을 하나 더 만들고.


 


딴지: 예.


 


세균: 그래서 우선 부자감세부터 처리해서 하고, 그래도 재원이 부족하면 세율을 조절한다든지 생각할 수 있는 거죠.


 


딴지: 흔히 복지정책을 얘기하면 성장이 한 쌍으로 가야 한다. 그래서 성장 없는 복지정책은, 나쁘다는 걸 떠나서 확립될 수 있는가? 이런 지적을 많이 해서, 사람들이 성장을 함께 많이 얘기하는데요. 제가 궁금한 것은 성장과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만, 분단된 체제 하에서 우리가 대한민국만의 성장을 쉽게 다 얘기할 수가 있느냐? 라는 거죠. 남북관계와 성장 문제는 결국 밀접한 연관이 있고 복지와도 연관이 있지 않느냐? 라는 건데요. 분단체제론을 얘기해 오신 백낙청 교수가 주장하는 바인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설득력이 있어서 차기정부에서의 남북정책은 복지나 성장을 위해서도 너무 중요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의원님께서 생각하는 남북정책은?


 


정세균: 원래 저는 96년에 처음 국회에 들어왔는데, 그 해에 첫 개원 국회에서 대정부 질문을 했어요. 거기에서 남북경제협력에 대해서 얘기했죠. 사실 그때는 제가 표현을 ‘대북경제진출’이라고 얘기를 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북한과 경제협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그때부터 했거든요. 지금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매우 중요한 시점에 와 있지요. 거기 기회가 많이 있어요. 또 그것이 통일시대를 대비하는 가장 좋은 길입니다. 그리고 물론 복지를 하려면 재원이 마련되어야 하고, 재원마련을 위해서는 경제가 성장해야지요. 우선 뭔가 나눠먹으려면 파이가 있어야 될 거 아니에요? 그래서 제가 주장하는 것은 질 좋은 성장. 질 좋은 성장은 고용 있는 성장, 균형 있는 성장, 혁신 지도형 성장, 이런 거를 내가 질 좋은 성장으로 내놓았는데, 이따 가실 때 질 좋은 성장에 대한 책이 2008년도에 내가 <질 좋은 성장과 희망 한국>이라는 책을 낸 게 있는데, 질 좋은 성장, 공동체 복지, 유능한 민주주의, 이렇게 3개의 장으로 만든 책이 있어요.


 


딴지: 네. 알겠습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정세균: 빵점이죠.


 


딴지: (웃음) 점수에는 마이너스도 있습니다.


 


정세균: 진짜로 한심하죠. 옛날에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도 그렇게 뒷걸음질 친 대북정책은 없거든요. 7.4 공동성명도 있고, 또 YS 때도 많은 노력을 했잖아요. 근데 민주정부 10년 동안 전진시켜 놓은 대북정책을 완전히 후퇴시킨 것이 MB정권이니까, 최악이죠, 최악.


 


딴지: 정권이 교체되면, 결과적으로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정책으로 다시 돌아가야 됩니까?


 


정세균: 아니, 근데 다 다시 돌아가는 것은 아니고. 벌써 김대중 대통령 시작할 때와는 15년이 지났고 노무현 대통령 집권할 때부터 10년이 지났으니까,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잖아요. 특히 경제환경이. 그렇기 때문에 변화한 경제환경에 잘 적응해야지, 그대로 적용하는 건 옳지 않죠.


 


딴지: 시간이 꽤 지났습니다.


 


정세균: 내가 답변을 너무 장황하게 해서 그런 모양이네.


 


딴지: 아닙니다. 부족한 제 질문 때문입니다.


요즘 평균 초혼 연령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2010년 통계인데, 남자는 32살을 넘고, 여자는 30살을 넘었습니다. 통계에서 29.8세였으니까 지금 아마 30살을 넘었을 건데요. 이렇게 초혼연령이 늦어지니까 당연히 출산율도 낮아지고 전체적으로 힘들어지는 건데, 초혼연령이 높아지는 이유를 어떻게 진단하고 계신가요?


 


정세균: 그만큼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낳아 키우는 일이 힘들다고 하는 것을 반증하는 거지요.


 


딴지: 제 생각으로는 이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결혼을 하려면 집이 있어야 되는데, 우리는 보증금(전세보증금)이 있어야 하잖아요, 아니면 사든가, 목돈이 필요한 거죠. 다른 나라에서는 그런 제도가 없지 않습니까? 둘 다 직업이 분명하면 결혼을 하고. 그런데 우리는 군대도 있으니까 남자는 더 늦어지고, 거기에 집 마련으로 목돈이 필요하고. 목돈이 필요한 이유는 부동산인데, 지금 부동산이 참여정부 시절에는 통제하려고 하는데 계속 올라가고, 이 정부에선 오히려 규제를 푸는데 떨어지고 있잖습니까? 의원님의 분수경제론에서도 부동산 가격의 연착륙을 주장하고 계시는데, 적절한 부동산 가격은 어느 정도가 좋을까요?


 


정세균: 결혼해서 둘이 수십 년을 벌어야 집을 장만할 수 있다면 그건 비싼 거죠.


 


딴지: 그렇죠. 너무 비싼 거죠.


 


정세균: 현재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은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연착륙을 하지 않고 갑자기 버블이 빠져버리면 이게 바로 은행에 영향을 미치잖아요. 부실채권이 양산되면서. 그래서 금융위기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에 꼭 연착륙, 소프트랜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 특히 수도권의 집값은 아파트 가격은 좀 너무 높다고 생각하죠.


 


딴지: 높다는 점에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는데요, 예컨대 일한 기준으로 보면, 몇 년 정도가? 지금은 거의 소비 안 하고 저축을 계속 해야만 20~30년 걸린다고 합니다. 적절하게 소비를 해야 경제가 발전하지 않습니까. 합리적인 소비를 하면서 몇 년 정도 저축을 해야 집을 산다, 서민주택을 기준으로 해서 그게 몇 년 정도가 되면 좋겠습니까?


 


정세균: 그거야 짧을수록 좋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니까, 15년 벌면 살 수 있어야 되지 않겠어요?


 


딴지: 이 15년은 단지 집 구하기 위한 15년이 아니라, 적절하게 소비도 하면서?


 


정: 그렇지. 둘이 맞벌이 해가지고. 그 대신, 우리나라 집들이 좀 너무 크지요.


 


딴지: 네.


 


정세균: 실제로 선진국들에 비해서도 집, 자동차 등 전반적으로 과소비가 좀 심한 편입니다. 그런 것도 적정화 할 필요가 있지요. 우리나라 자동차 보세요. 저렇게 기름 값이 비싼데, 작은 차들이 별로 안 팔리는 대표적인 나라가 우리나라 아닙니까?


 



 


딴지: 재벌개혁을 하면 삼성그룹을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참여정부 시절에 대해 재야나 학자들이 비판하는 걸 읽어보면, 누구는 삼성장학생이다, 이런 말이 많아요. 삼성경제연구소가 청와대 정책을 했다. 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정치인들이 삼성그룹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요. 의원님께서는 삼성그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세균: 특정 그룹보다는 재벌 전체에 대해서, 저는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지요. 그리고 제가 15대부터 재경위에서 활동했는데 저는 그때부터 재벌개혁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사람이에요. 그리고 집단소송제,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를 법제화한 사람이 저라고요. 제가 열린우리당 정책위원장 할 때, 집단소송제를 법제화했지. 그때 전경련이 아주 싫어했지요. 지금도 저는 기업집단법을 만들어서 재벌 총수가 근거 없이 휘두르는 권한 남용을 막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게 제 주장이지요.


그리고 삼성 같은 경우에 사실은 IMF위기를 틈타서 과도하게 비대해진 대표적인 케이스이지요. 그 전에만 해도 몇 개의 재벌들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견제하는 시스템이었는데, 지금은 1강이 돼버렸잖아요. 그러면서 삼성공화국이 돼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있으니까, 이런 부분은 문제가 많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죠.


 


딴지: 국민의 일반적인 상식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 이런 것들이 뭔가 문제가 발생해도 아무 것도 규명되지 않고 은근슬쩍 넘어가는 일이 많습니다.


 


정세균: 그렇죠. 특권경제, 특히 재벌한테 특권을 준다든지 이런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데, 그렇다고 실체를 부인하거나 해체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에요. 재벌은 이제 글로벌 기업으로 유효한 경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크기도 컸고 체력도 강해졌으니까, 이제는 국제시장에 나가서 잘 싸워서 국부도 키우는 데 기여를 하고. 또 국민의 희생 위에 산업화가 이루어졌다는 말씀 드렸는데, 이제는 국민들한테도 국가에 대해서 빚을 갚을 생각을 해야지, 과거에 신세지고 성장했는데 그걸 다 잊어버리고 그냥 다 자신들의 살 길만 찾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죠.


 


딴지: 의원님께서는 우리나라에서 애플이나 구글 같은 혁신적인 기업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정세균: 나는... 조금 시간은 걸리지만 요즘 신세대들이 하도 영특하고, 또 요즘 신세대들은 부족함이 없고 창의력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상태에서 자라고 있지 않습니까? 그들이 메이저 플레이어 같으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은, 지금 이공계 기피현상이 있잖아요. 그런 거 빨리 벗어나야지. 무슨, 전부 다 우수학생들은 의대 가고 그래서야 되겠어요?


 


딴지: 그러게 말이에요. 젊은이들이 호연지기를 잃어버리고, 자격증이라든가 공무원이라든가 이런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경우가 너무 많은 거죠. 반면 창의력을 갖고 뛰어드는 20대 젊은 고객들과 미팅을 해보면, 꿈은 있고 열정도 있고 기술력도 있다고 자기들은 믿고, 또 열심히 하는데 잘 인정을 안 해준다고 할까요. 뭔가 지원 프로그램이 적고, 또 대기업 눈치를 봐야 하니까 어려워하더라고요.


 


정세균: 그래서 분수경제가 대기업의 횡포 안 된다는 거 아니에요?


 



 


딴지: 분수경제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정세균: 특권경제나 낙수경제를 대하는 것으로, 낙숫물이 떨어지는 것에 반대로 분수경제. 한 마디로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을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게서 찾아서 상향식 경제가 이루어짐으로 해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더불어 잘 사는 그런 경제로 만들어가자는 게 분수경제인데, 그 여러 가지 중에 재벌개혁도 핵심 요소 중에 하나죠. 아무튼 우리 젊은이들 얘기가 나와서 했는데, 그... 뭔가 사업에 대한 의욕도 있고, 나름대로 기술력도 있고, 그러면 자금이 가능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벤쳐 캐피탈 같은 게 활성화 돼야 하고. 그리고 기술력이 본인은 기술이 있다고 그러는데, 사실은 시장성이 없고 사업성이 없으면 안 되잖아요?


 


딴지: 맞습니다.


 


정세균: 그러니까 기술에 대해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기관과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어야 돼요. 그래서 창업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자기 기술을 평가받아서, 사업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 거기에 근거해서 벤처 캐피탈이 자금을 집어넣고 기업을 만드는, 그런 게 돼야 양질의 일자리도 만들어지고, 또 젊은이들이 개천에서 용 나듯이 성공할 수 있는데, 지금 보면 기술에 대한 평가 시스템도 미비하고, 그러다 보니까 벤처 캐피탈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어쩌다가 기술이 있어도 싸구려로 팔아넘기든지, 제대로 사업화를 시키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도 많으니까, 그런 부분에 대한 길을 열어 줘야죠.


 


딴지: 기술에 대한 평가는 사업성 평가죠?


 


정세균: 그렇죠. 아무리 좋은 기술도 상업화, 사업화가 안 되는 기술은 소용 없는 거죠.


 


딴지: 예. 맞습니다. <분수경제>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 혁신, 재벌 개혁, 공공부문에서 고용확대, 부자와 대기업 감세 중단, 이런 실천적인 정책을 분수경제에서 많이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하나같이 충돌을 예상할 수 있는 정책들인데, 바로 실천할 수 있겠다?


 


정세균: 그걸 하기 위해서 내가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것이지요.


 


딴지: 개인적으로 분수경제를 읽으면서 좋았어요. 쉽게 말하자면 ‘낮은 곳에서 다시 시작하자’라는 건데요. 개인직으로 여기서 특별히 흥미로운 부분은 ‘공공부문에서의 고용확대’였습니다. 공공부문에서 고용확대에 대해서 좀 더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정세균: 우리가 공공이 담당해야 될 그런 서비스의 영역이 있잖아요. 교육이라든지, 보육이라든지, 노인돌보미라든지, 이런 공공이 돌봐야 하는 것, 플러스 SOC 등 사회간접시설도 이런 것들도 다 공공이 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어떤 서비스가 수익을 내기 위한 것이 목적이기보단, 국민들을 돌보고 국민들의 생활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서비스는, 공적인 서비스는 공공이 맡아야지, 이걸 민영화를 해가지고 돈벌이 수단으로 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생각이죠. 그래서 공공부문이 마땅히 감당해야 될 부분은 공공부문에 맡기는 것이 좋다. 서둘러서 민영화를 하지 말고. 또 그래야 양질의 서비스를 저렴하게 골고루 받을 수 있는 것이지, 능률을 향상시킨다고 해서 민간한테 넘기면, 결국 민간은 거기서 이익을 내야 하고, 과당경쟁을 하다 보면 서비스의 질은 떨어지게 되니까, 그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지요.


 


딴지: 공공부문에서의 고용확대는 결국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작은 정부를 많이 얘기했습니다만, 공무원의 인원으로 보자면 규모가 커지는 것이 맞죠?


 


정세균: 그렇습니다. 우리나라가 국제기준으로 보면 공무원 숫자가 적은 편이에요. 그러니까 당연히 서비스도 적을 것이지요. 경찰관이 순직했다, 동사무소 직원이 순직했다, 그런 뉴스 많이 있잖아요? 실제로 연간 순직하는 사람 숫자가 많아요. 그러니까 공공부문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불신을 받는 반면에, 또 이렇게 과로에 내몰리는 공직자들도 많다는 거죠. 그러면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인원도 확충해주고 해서 양질의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이 낫다…


 


딴지: 일자리 창출은 누구나 얘기하지 않습니까? 4대강 사업 같은 경우에는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좋지 않은 일자리이지 않습니까? 공공부문에서 고용확대를 하면 안정적이잖아요? 좋은 일거리고, 또 국가가 자기 영역에서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지는 않고, 기업에게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는 것도 맞지 않고요. 그런 면에서 공공부문의 고용확대는 재미있었습니다.


 


정세균: 그런데 IMF를 겪고 나서 신자유주의가 물밀듯이 들어온 것 아닙니까? 그전부터 우리에게 강요되기는 했지만. 그러면서 작은 정부론이 득세를 했었는데, 지금은 그것을 반성하는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있지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니까 방만하게 해서는 안 되겠지만, 꼭 필요한 서비스는 그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줄여서 사기업이 감당하게 하는 것보다는, 그 분야는 공기업이 공공부문이 감당해서 하는 것이, 오히려 양질의 서비스를 더 저렴하게 받을 수 있는 것이니까, 그렇게 가야 한다는 주장이지요.


 










<이너뷰 참고자료2>


1. 우리나라 공무원수는 OECD 평균의 1/3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2. 정부통계 (출처)


<인력규모와 관련한 OECD의 일반정부 규모>(비정규직 포함)















































구분



한국



일본



미국



독일



프랑스



인구수

(천명)

(A)



48,297

('06년)



127,451

('06년)



311,666

('08년)



82,343

('07년)



61,373

('06년)



정부규모

(천명)

(B)



1,342

('06년)



4,449

('06년)



22,500

('08년)



4,060

('07년)



6,033

('06년)



인구 1000명당

공무원 수

(명)



27.8명



34.09명



72.2명



49.3명



98.3명



공무원 1인당

인구수(명)

(A/B)



36.0명



28.6명



13.9명



20.3명



10.2명




 


<재정과 관련한 GDP 대비 재정비율(재정규모)>



































구분



한국

(2006년)



일본

(1986년)



미국

(1985년)



영국

(1995년)



1인당 GDP



16,306달러



16,655달러



17,363달러



19,648달러



공무원(천명)



1,342



5,145



16,394



4,914



공무원비율

(%)



2.8



4.2



6.7



8.5




 


3. 노동인구 기준 통계(OECD 통계)





 


 


# PART 6. 일어선 정세균


 



 


딴지: 아까 잠시 나누었던 인류의 위기에 대해서 말하자면 원자력의 힘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원자력 발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세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원자력 발전의 의존도가 제법 높아서 당장 그것을 어떻게 하지는 못하겠지만, 에너지 대책은 에너지 전략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게 제 지론이에요. 어떤 방법으로 많이 생산할 것이냐를 고민하지 말고, 어떻게 적게 쓸 거냐를 생각해야죠. 그러면 신재생 에너지나 대체에너지, 이런 것들이 비용이 좀 비싸더라도 거기에 의존해도 문제가 없고 원자력 발전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죠. 그래서 획기적인 에너지 절감을 통해서 에너지 원단위를 낮추고 원자력 발전으로부터 탈출하는 탈핵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너뷰 참고자료3>


에너지原단위(Energy Intensity)의 개념에 대해서 알아보자. 이것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에너지원단위(TOE/천$) = 에너지소비(TOE)  /  총부가가치(GDP)


흔히 한 국가경제의 에너지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일정량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투입되는 에너지소비량을 나타낸다.


 




 



 


정세균: 아무 대책 없이 무조건 셧다운해라, 이건 안 됩니다.


 


딴지: 공장이 문 닫아야 되니까요.


 


정세균: 네.


 


딴지: 의원님께서는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은 탈핵으로 가야한다는 입장인데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전기를 절약하자는 개념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시스템적으로도 그렇고.


 


정세균: 심각하죠.


 


딴지: 가계 같은 경우에는 누진세를 부과하는데, 산업용 전기는 저렴하니까, 기업들이 전기를 잘 안 아낀다는 거죠.


 


정세균: 그렇죠. 여기도 사실은 저쪽에 있잖아요. (일어나서 현관 옆의 전기 스위치 쪽으로 걸어간다) 나는 이걸 절대 세 개를 다 안 쓰지. (꺼져 있는 두 개의 스위치를 누르는 소리) 이게 너무 과소비다 이거. 이것도 사실은 내 성질 같으면 끄고 지내면… (스위치 모두를 끈다) … 괜찮잖아요?


 


딴지: 여기가 남향이면 더 괜찮을 것 같은데요.


 


정세균: 오늘이 날이 흐려서 그렇지 이 정도 할 만해요, 견딜 만해요. 이 정도만 해도 될 것이고. 그런데 쩨쩨하다고 할까봐서요.


 


보좌관: 저희가 의원님이 하도 불 끄는 거, 몇 번씩 혼났거든요. 그래서 지금 저희도 완전 습관이 됐어요. 나가시면 불 끄고, 불 끄고 나가시니까.. 사실 더 끌 것도 없는데(웃음) 저쪽에 회의실이 있어요, 사람도 없는데 불 켜져 있는 것 보면 그래서 가서 끄고. 저희도 덩달아서…  습관이 굉장히 무서운 거예요. (웃음)


 


딴지: 에너지 정책은 이것도 재벌개혁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데, 한전의 적자는 삼성전자 등 대기업에 특혜를 준 거에도 책임이 있다라는 지적이 있더군요. 그러고는 일반 국민에게는 누진률을 적용해서 수익을 내고 이렇다고 해서. 그런 것을 포함한 원자력 발전을 얘기해야 하지 않은가…


 


정세균: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과정을 알아야 돼요. 초기에 우리가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이 기업을 위해서 희생을 많이 한 거예요. 공산품 가격은 비싸게 허용을 해주고, 수입은 금지하고 수입관세는 높이고, 전기는 산업용은 싸게 공급하고 가정용은 비싸게 공급해서 실질적으로 국민들이 돈을 부담하게 해. 환율도 높이 해서 수입 소비재의 값은 비싸고 수출품은 돈을 많이 벌게 하고. 또 저임금, 저곡가, 쌀값도 굉장히 낮게 누르고 있었거든요. 쌀값이 낮아야 근로자, 노동자의 봉급이 낮아도 견딜 수 있는 거니까. 그렇게 저임금을 가져가고.


이렇게 해서 우리나라의 박정희식 경제개발은 국민의 희생 위에서 이루어진 경제발전인 거예요. 그래도 안 한 것보단 좋죠. 국민의 희생이 아니고 정상적인 경제발전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국민의 희생이라도 경제발전을 이룩한 건 인정한다 이거지. 그렇지만 정치적으로 독재를 하고, 경제적으로 재벌을 위한 특권경제를 하는 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거예요. 그래서 오늘날에도 그런 잔재들이 남아있단 말이에요. 산업용 전기 가격이 가정용보다 훨씬 싼 것을 비롯해서. 그러니 이런 것은 정상화하는 것이 옳다. 대한민국이 저 최빈국에서 중진국을 넘어서 선진국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반칙도 있고 부조리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었다면, 이제는 이런 거 다 청산하고 정상화해야 될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지도자도 정상적인 지도자가 나타날 때가 됐다, 이상하고 색다르고 이런 지도자가 아니고, 정상적인 생각을 가지고 정상적으로 교육도 받고, 정상적으로 모든 것을 사고하는, 그런 지도자가 필요한 시기가 됐다고 나는 봐요.


 


 


# PART 7. 정세균의 리더십과 대선주자 인물평


 


딴지: 그러면 비전과 관련해서요, 대선 후보를 뽑고, 2012년 일정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2013년 이후의 시대에서 요청되는 리더십, 이 시대가 요청되는 리더십이 무엇인가?


 


정세균: 나는 대한민국에, 지구촌에, 큰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과거에는 경제위기 같은 것도 국지적으로 발생했는데 지금은 글로벌하게 발생하는 것 아닙니까?


 


딴지: 네.


 


정세균: 그래서 위기를 잘 관리하고, 극복한 연후에 국민에게 희망까지 줄 수 있는, 유능한 민주주의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딴지: 그러니까 의원님께서 말씀하시는 리더십은 결국은 위기를 타개하고 희망을 줘야 하는 리더쉽이다? 여기서 말하는 지구촌 위기는 유럽에서 발한 경제적 위기뿐만 아니라, 다른 정치적...?


 


정세균: 후쿠시마 원자력 보십시오. 거기다가 지구 온난화 현상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금융위기도 있지요. 그 다음에 환경 재앙도 양극의 빙하가 자꾸 줄어들고 있지 않습니까? 거기다가 사람들 또, 빈국에서는 그렇지 않지만, 선진국에서는 사람도 잘 낳지 않죠.


여러 가지 복합적인 위기가 함께 몰려오고 있는데, 그것이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글로벌 위기가 함께 몰려오고 있어요. 그러면서 지금은 각국이 국경이 있지만 국경이 없는 그런 시대 아닙니까? 그렇기 때문에 각국의 지도자는 자국 뿐 아니라 세계를 함께 걱정해야 하는 그런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과거의 고전적인 의미에서 좋은 지도자보다 훨씬 더 유능하고 균형감각이 있는 그런 리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딴지: 그런 리더십을 누구보다 의원님이 더 갖고 있다?


 


정세균: 그걸 잘 모르셨던가요?(웃음)


 


딴지: (웃음) 다른 대선주자 인물평을 부탁하겠습니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어떻습니까?


 


정세균: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죠. 지방자치단체장도 했고, 국회의원도 했고, 장관도 하고 그랬으니까 경력이 풍부하죠.


 


딴지: 단점에 대해서는?


 



 


정세균: 단점까지 내가 굳이...


 


딴지: 알았습니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정세균: 문재인 상임고문은 사람이 바르고 깨끗하다고 보죠.


 


딴지: 김두관 지사는요?


 


정세균: 김두관 지사는 이제 불모지에서 지사로 당선이 되었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지요.

 


 


딴지: 김두관 지사는 경쟁력 부분이... 정동영 상임고문은 어떻습니까?


 


정세균: 최근에 한진중공업 문제 등을 비롯해서 열정적으로 노력한 부분이 돋보입니다.


 


딴지: 예. 이런 분들이 다들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로서 훌륭한 분이라고 해도 되나요?


 


정세균: 에... 장점만 얘기한 거니까. (웃음)

 


 


딴지: (웃음) 안철수 씨는 만나보신 적 있나요?


 


정세균: 만나본 적 있지.


 


딴지: 이 분은 어떻습니까?


 


정세균: 안철수 씨도 건강한 상식을 가지고 있는 좋은 재목이라고 생각해요.


 


딴지: 박근혜 의원?


 


정세균: 거기까지 내가 칭찬해야 하나요?


 


딴지: 안 하셔도...(웃음)


 


정세균: 우리 쪽 사람들은 다 칭찬해 놓고 거기만 그러면, 그건 좀 쩨쩨하잖아요.


 


딴지: 맞습니다.


 


정세균: 박근혜 의원은 하여튼, 높은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의, 그것도 장점이죠.


 


딴지: (웃음) 그렇다면 의원님은 어떻습니까?


 


정세균: 저는 저평가 우량주 아닙니까? 장이 제대로 서면 평가받을 것이지요. 그리고 저는 당과 정부, 노사정위원까지 많은 경험을 하면서 성과를 낸 사람이지요.


 


딴지: 현 정부에 정치적 이념 등과는 무관하게 분개하는 것은, 현 정부 특유의 국어오염전략, 아니면 국어의 개념을 흔드는 전략 같은 건데, ‘거짓말, 정의, 공정성, 도덕,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부, 공정사회, 선진화’ 이러면서 좋은 말들을 다 오염시키고 있어요. 오늘 (새누리당 의원들이) ‘무노동 무임금’ 그래 가지고 세비를 반납한다 그래서 ‘반납’하면 사전적 정의는 준 데 갔다놔야 하는데, 그걸 당에 줘서 언제 받을지 모르는, 이렇게 만드는 거더라고요. 이렇게 하나같이 국어를 오염시키고 헷갈리게 만드는 것은 염치없는 짓이다…


 


보좌관: 실제로 경제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게, 카피라이터들이 굉장히 힘들어 해요. ‘정의’가 좋은 말이잖아요. 그런데 정의라고 하면 다른 게 연상이 되어가지고 정의 말고 다른 말을 찾아야 해서 카피라이터들이 힘들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딴지: 맞아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부, 공정사회, 막 이래 버리니까, 너무나 좋은 말을!


 


정세균: 딴지일보가 득세를 하면 돼요. 언론이 제대로 역할을 안 해주기 때문에 그런 오염이 되는 거예요. 그걸 그대로 비판 없이, 그냥 수용하고 활용되기 때문에 이렇게 문제가 생기는 거 아니에요?


 


 


# 에필로그


 


딴지: 그러면 의원님께서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전할 메시지를 말씀해 주시죠.


 


정세균: 저는 좋은 정치를 통해서 세상을 바꿔보고자 많은 노력을 해왔고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결심을 하고 국민과 잘 소통하려고 합니다. 부족한 점은 부족한 대로, 또 제 강점은 강점대로, 잘 그대로 국민한테 전달이 되어서, 이 시점에, 이 시대에 필요한 정치인인가 아닌가, 국민에 의해서 잘 판단되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장단점이 모두 고스란히 국민에 의해서 평가받기를 희망합니다.


 


딴지: 귀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는 지난 수요일(6/20) 낮, 의원회관 718호에서 이뤄졌다. 인터뷰 내내 분위기도 따뜻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이 인터뷰에 ‘Killer’가 아니라 ‘Healer’로 투입된 것이기 때문이다. 12월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이 판에 뛰어든 야권의 대선주자들이 줄곧 ‘힐링’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이미 충분히 힐링되어 있었다. 이것은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다. 인터뷰 내용에서 그대로 드러났지만 그는 인품도 온화할 뿐만 아니라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그의 정치철학이나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법이나 정책까지도 온건하고 온화하다. 일관성 있는 온화함이 강점이다. 그는 온화한 낙관론자다.


 


게다가 2시간 내내 자기 정책이나 가치를 드러내는 부분에서는 단어표현 하나하나 정확하게 말하는 것을 보면 내공도 있다. 이것이 그를 어느덧 민주통합당 최고 실세 중의 한 사람으로 만든 원동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갈등에 피곤함을 느낀 사람이라면 그의 옆자리에 앉아도 좋으리라. 그렇지만 이 장점은 그의 낮은 대중적인 지지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대중들은 온화한 이미지보다는 카리스마를 뿜는 이미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잘 기억되기 때문이다. 특히 상처투성이인 사람들은 적에게 더 큰 펀치를 날려줄 시원하고 통쾌한 정치인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이 정세균진영의 가볍지 않은 숙제일 것이다.


 


인터뷰가 끝나자 그의 보좌관이 의원회관 건물 옆 도로에 장시간 방치된 인터뷰어의 차가 있는 곳까지 함께 내려왔다. 인터뷰어의 차가 견인되지 않았을까 염려해서다. 보좌관은 키도 훨씬하고 덩치도 있다. 정세균 상임고문을 10년간 보좌한 그는 영락없이 정세균 보좌관이었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그 보좌관도 온화하고 모난 데가 없었다. 유유상종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내가 말했다.


 


“녹취를 풀고 편집작업을 끝내면 기사 올리기 전에 보내드리겠으니 확인해 주세요.”


 


그러자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런 거 안 하셔도 돼요. 저희에게 보내주시지 마시고 그냥 하셔도 됩니다. ”


 


이렇게 해서 나는 죽지않는돌고래 기자와 보조관과 의원회관 밖에서 담배 연기를 교환한 후 벙커로 돌아왔다.


 


 


이너뷰어 : 나는아빠다 필자 정우성

사진 : 죽지않는돌고래

녹취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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