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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직업윤리


Fault[fɔ:lt] : 잘못, 책임, 결점, 고장

갓 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이 저지르는 실수들은 직업인으로 커나가는 과정에서 나름 성장촉진제의 역할을 하지요. 그래서 신입사원들의 실수에 대해 기존의 조직원들은 배우는 과정, 조직에 적응하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너그럽게 용인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 기간은 짧습니다. 조직에 따라 다르지만 프레시맨에 대한 너그러움은 어디에선 한 달, 어디에선 길어야 일 이년입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실수였어.”라는 안일한 자기변명이 반복되서는 안 될 일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잘못에 책임을 지려하고,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며, 현재의 내 행동이 미래에 불특정한 누군가에게 끼칠 피해를 사려 깊게 따져보려고 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실수는 관용으로 용해될 수준이 아닌 ‘참사’를 불러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실수(mistake)와 잘못(fault)을 혼동합니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딱 하나로 정의하기 쉽지 않습니다. 계획했던 목표를 부족함 없이 달성하는 것,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는 것, 최소한의 자원으로 난제를 해결해 내는 것. 사람마다 다른 직업관을 갖고 있고, 처한 조직의 환경이 다르기에 일 잘하는 사람의 스키마는 같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책임감 있게 일하는 사람, 자신의 결점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 있는 직업윤리는 결코 그를 무능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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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장관이나 높은 자리에 앉을 분의 인사청문회가 열리면 우리는 그네들의 윤리의식을 도마 위에 올리고 난타합니다. 이쯤에는 사회가 들썩이고 SNS가 시끌법석해집니다. 도덕군자가 필요한 게 아니라 능력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 사람의 살아온 과정이 미래의 모습을 가늠케 한다, 사회지도층과 서민은 도덕적 잣대마저 다른 것인가? 갑론을박으로 온라인은 활활 타오르다 어느새 잦아들고 또 다시 인사청문회가 열리면 반복되죠. 적어도 제 기억으로는 2000년 국민의 정부에서 인사청문회가 처음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도 계속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틈나는 대로 회사에서도 팀장, 임원, 사장의 도덕성을 비판합니다. 회사 법인카드를 맘대로 쓰고, 규정을 무시하고 부정한 청탁과 사사로운 관계에 공금을 끌어 쓰는 그들 때문에 우리만 죽도록 고생이라며 울분을 토하죠. 이렇듯 울분을 토하는 사원, 대리들이 갖고 있는 정의로움과 도덕성이라면 그들이 팀장이 되고 임원이 됐을 때는 기업의 문화가 바뀌어야 맞겠죠. 그런데 별로 바뀌는 것 같지가 않네요.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90년대에 저와 함께 경영진의 부도덕성에 울분을 토했던 팀장은 소식을 들어보니 어느 새 잘나가는 CEO가 됐다가 얼마 후 다시 들려온 소식에는 회사 공금을 횡령해서 미국으로 도피했다는군요.


이런 일은 왜 일어날까요? ‘그러면 나는? 우리는?’ 이란 질문을 하지 않아서는 아닐까요? 또한 그런 질문이 당연히 아프게 다가와야 하지만 먹고사니즘이라는 절대명제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살다보니 직업윤리라는 잣대가 불쌍한(?) 나에겐 예외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큰일입니다. 이대로라면 ‘내로남불’은 언젠가 4자성어집에 포함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시대의 아픔에 민중이 던진 조소, 그 냉소와 울분이 만들어낸 단어들은 묘하게 오랫동안 전래되니 있을 법도 한 일이겠죠.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단죄를 내린 박근혜 정부의 실정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 중 눈여겨 볼 것 중 하나가 바로 직업윤리의 부재입니다. 박근혜 정권의 범죄 사실들을 쫓아가보면 공직자, 금융인, 기업인, 의료인 할 것 없이 수많은 직종에서 매우 많은 사람들이 직업윤리를 위반했습니다. 그들의 부도덕성과 무책임함으로 세월호가 침몰했고, 공권력으로 인해 농민이 사망했으되 전문가에 의해 그 사망원인 마저 부정당했습니다. 예술가들의 꿈은 짓밟혔으며, 직업윤리에 충실했던 언론인들은 되레 회사에서 쫓겨났습니다.


되돌아보면 정말 끔찍한 시간이었고 다시는 그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가 이 장에서 어쩌면 불편할 수도 있는 직업윤리를 꺼내 든 이유는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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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우리들의 직업윤리

내가 맡고 있는 일이 어떠한 것이든, 나의 조직 내 권한이 아무리 작더라도 지켜야 할 직업윤리는 있습니다. 그리고 광의의 윤리와 달리 직업윤리에서는 행동의 결과가 바로 드러나고 그 파급효과의 확인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이 정도 쯤이야, 위에서 시켜서 하는 일인데, 그 동안도 아무 문제 없었는데... 라는 생각으로 행했던 일들을 직업 윤리적 관점에서 복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 기업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예를 들어보지요.


회계담당자라면 (역)분식회계를 하는 순간, 회사의 재무상황은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분석이 힘들어집니다. 이것은 회사가 입는 손해는 물론이고, 투자자(주주)에게도 손해를, 기업에게 여러 가지 직간접적인 자금지원을 하는 정부의 정책지원이 헛발질을 하게 만듭니다. 더불어 당신을 포함한 국민들이 낸 세금이 헛되이 쓰이죠. 대우조선해양 등이 버린 분식회계를 통해 얼마나 많은 국고가 낭비됐는지 기억해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회계조작을 하는 회사들 때문에 투명한 회계처리를 하고 있는 정상적인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게 됩니다. 간혹 우리나라에는 왜 좋은 기업이 없는가? 라고 한탄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투명하고 도덕적인 기업이 되레 역차별을 받고 경쟁에서 도태되는 안타까운 현실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거래처에 압력을 행사하든, 기약 업는 반품을 전제로 꼬시든, 개인의 실적을 위해 또는 회사의 분식회계를 위해 밀어내기를 하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인데요. 자신이 영업사원으로 있으면서 밀어내기를 했다는 것은, 결국 몸 담고 있는 회사의 대외 신인도를 떨어트리는 일을 한 겁니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어디는 상종 못할 곳이다라는 소문이 업계에선 돌기 시작하죠. 이런 밀어내기는 내부에서도 자신 또는 지시한 일부만 알고 있는 사실이기에 회사의 시스템은 이 가짜매출을 기반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공장에서는 잘 팔리는(?) 물건을 제때에 공급하기 위해 불필요한 발주를 하게 되고, 재무팀에서는 원자재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에서 이자를 주고 돈을 빌립니다.


사실이 알려진 후에는 부도덕한 행위를 되레 우수한 영업실적이라며 포상을 한 회사의 인사 시스템에 직원들은 불만을 느끼고 사기가 저하되며 누군가는 직장을 떠납니다. 그뿐인가요. 업계에서만 돌던 소문은 언론을 통해, SNS를 통해 몹쓸 갑질로 알려지고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을 시작합니다. 북경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 앞바다에 해일을 만들어낸다는 말은 이런 때를 말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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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직, 생산직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라면 직무특성상 무한 반복되는 스트레스는 제품의 안전성 검증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스트레스 상황을 누구도 관심 있게 봐주지 않습니다. 의사결정권자인 경영진들은 안전보다는 더 큰 매출이 중요합니다. 공인시험기관의 강제승인도 빠져나갈 구멍은 있습니다. 정부에서 실시하는 안전성 사후 검사는 시중에 판매중인 제품 중 일부에 대한 샘플링 테스트이지 전수검사는 아닙니다. 이것도 만만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복불복일 뿐입니다.


이때 직업윤리가 동작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은 식품에서도 전자제품에서도 화학제품에서도 어디든 일어날 수 있고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2006년, 갑자기 발생한 기이한 폐질환은 2011년에서야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임이 밝혀졌습니다. 유가족이 아님에도 어디 나서지도 못하고 숨어서 운 사람도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수십 년의 경력이, 나름 인간답게 살려고 노력했던 그 오랜 시간을 스스로 무너트리고 평생 죄의식 속에 살아야 하는 그들에게 직업윤리를 강조하던 사장, 관리자, 선배가 있었다면 그들의 끝없는 후회는 생겨나지 않았을 겁니다.


나. 나는 시키는 일을 했을 뿐이다

직업윤리를 말 할 때 나오는 반론 중 하나는 자신은 책임질 자리에 있지 않았으며, 지시에 의해 행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적어도 자신의 삶에서 도덕적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으나 조직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복종은 미덕이었다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곱씹어 봐야 할 사례가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가스실이 설치된 기차를 통해 유대인을 (그의 말에 따르면)효율적으로 학살했던 아돌프 아이히만의 이야기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도피생활을 하던 아돌프 아이히만은 결국 1960년, 모사드에 의해 검거되고 재판을 받습니다. 재판 당시 그는 자신은 죄가 없다고 항변했으며, 자기는 시키는 일을 성실히 했을 뿐이라고 항변합니다. 그리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냐는 질문에 “월급을 받으며 일하면서도 주어진 일을 하지 않았다면 양심의 가책을 받았을 것입니다.”라고 답하며 끝까지 자신을 변호합니다만 아돌프 아이히만은 교수형을 선고 받고 1962년에 처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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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에서 일어난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에서 우리가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것은 자신의 소임과 직업윤리에 반할 때는 권력의 온갖 탄압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끝까지 버텨낸 사람들입니다. 일일이 그 분들의 이름을 나열할 수는 없으나 이 나라가 망국의 길로 접어들지 않고 민주적 정권교체를 통해 새로운 기회와 희망을 얻게 된 원인은 부당한 명령에는 순응하지 않고 저항했던 공직자, 언론인 그리고 수많은 직업인들의 양심과 직업적 소명의식 덕분일 겁니다.


다. 리더의 직업윤리

팀장급 이상의 관리자들에게 리더의 직업윤리를 특히 강조하고 요구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직원들이 자신의 상사를 보고 배우니까요.


언젠가 HR계에서 꺼내 놓은 OJT(On the Job Training, 직무를 수행하며 신입사원 교육을 가름하는 것)가 각광 받았던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오리엔테이션 형태의 신입사원 교육은 쓸모가 없다는 기업들의 경험적 체득, 그리고 일하면서 배우는 게 짱이라는 신념(?) 때문이죠.


이런 현상이 오리엔테이션을 준비할 여력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은 기업의 욕심 때문이라는 의심을 내려놓을 수 없지만 적어도 직장 내에서 학습은 이론적이고 시공간이 꽉 짜여진 교육 프로그램 보다는 선배와 상사를 보고 배우는 게 더 강한 학습효과를 발휘한다는데 저는 충분히 동의합니다.


인간은 학습을 통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합니다. 모든 직원들이 학교에서 직장학 개론, 사내정치의 이해와 활용, 직업윤리론 등등의 커리큘럼을 배우고 입사하지 않습니다. 결국 그들의 선생님이자 교과서는 선배이며 상사입니다.


회사에는 사규가 있습니다. 또한 특정한 업무에 대해서는 정확한 지침을 수록한 매뉴얼도 존재하죠. 그럼에도 현업에서는 사규와 지침의 허점이 수없이 드러납니다. 이때 직원들은 혼란스러워 하거나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을 선택하고 결정합니다. 이런 공백의 상황에서 관리자는 상황해석과 행동지침을 제시해야 합니다. 윤리적 이상과 현실은 다르기에 리더의 판단은 지혜로워야 하구요.


예를 들어보면요. 외근 후 사무실로 복귀하지 않고 출장지에서 바로 퇴근하는 경우가 있지요. 대부분 관리자의 판단은 아래 A, B 둘 중 하나입니다.


A라는 팀장은 업무시간이 남았더라도 일찍 퇴근해서 쉬라고 지시합니다.

B라는 팀장은 무조건 복귀해서 업무시간을 채우라고 합니다.


A팀장의 경우, 사회경험이 적은 팀원들 입장에선 A팀장의 배려보다는 원래 그래야 하나보다로 판단합니다. 혹시 A팀장과 같이 해야 한다면 가끔 있는 소소한 보상적 개념으로 접근해야겠지요. 만일 이 빠른 퇴근을 특별한 이벤트로 인식시키지 않으면 조직은 흔히 말하는 근태가 문란해집니다.


B팀장의 경우, 직원들은 불만스럽습니다. 출장지에서 회사로 복귀하면 5시 30분인데 들어가서 무슨 일할 시간이 있겠냐는 거죠. 직원들 입장에서는 별게 다 직업윤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B팀장과 같은 판단을 할 때는 조건이 붙으면 좋습니다. 6시 퇴근인데 출장지에서 복귀해봐야 1시간도 일하기 어렵다면 퇴근을 하고 1시간 이상 일할 시간이 된다면 그때는 복귀하라는 거죠.


출장지에서의 퇴근도 이렇듯 여러 면을 고려해야 할진대, 다른 사안들은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법인카드의 사용범위, 하청사와의 식사, 회사차량의 사용, 업무 중 SNS의 사용, 비품 및 문구류의 구입, 직장 내에서 업무와 관련 없는 공부를 하는 일 등등 말이죠.


당장 해야 할 일도 많고, KPI를 맞추기도 바쁜데 무슨 직업윤리냐고 관리자가 두 손을 들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아래 사람이라고 해도 직원들이 반항하고 심지어 자신을 왕따 시키는 상황까지 가는 건 싫습니다. 그러니 좋은 게 좋은 거다 넘어가고 싶은 마음도 들죠. 리더가 직업윤리를 솔선수범해서 지키고 윤리적 방향을 제시하는 일을 고되게 생각하는 더 큰 원인은 사람들이 바뀌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더더욱 포기하게 되는데요.


10명의 직원이 있다면 그 모든 사람을 모두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마시구요. 단 한 사람의 직원이라도 건질 수 있다면 충분히 잘 한 일입니다. 그 한 명의 직원이 주변을 변화시키고 또 새로운 리더가 되면서 조직원들은 어느덧 월급쟁이라는 자기비하를 내려놓고 당당한 직업인이라는 자존감을 되찾습니다. 그런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조직에 대한 자부심도 생기고 회사 내에서는 더 쉬운 언어로 직업윤리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직업윤리라는 게 난해한 철학적 단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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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다.” 라는 시구를 들어보신 분들이 있을 겁니다. 굴원의 시 ‘어부’의 일부인데요. 이 시는 굴원과 이름 모를 어부의 대화로 되어 있습니다. 굴원이 타협할 수 없는 선비의 고고함을 고수하자 어부가 웃으면서 한 말이 바로 창랑지수로 즉, 현실에 따라 지혜롭게 대응할 일이이지 꼿꼿하게만 살 수 있겠는가 라는 일침이죠.


그런데 이 시에 대해 신영복 선생님은 새로운 해석을 내놓습니다. 사실 이 시는 굴원이 혼자서 자문자답한 것이고 어부는 없었다는 것이죠. 굴원은 뜻 높은 이상과 도덕적 당위가 무너져버린 시대에 아파하기도 했지만 현실적인 대안을 고민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 고민의 과정에서 자신과 반대편에 서 있는 상상의 어부를 등장시켜 자문자답을 했다는 거죠.


“직업윤리? 아! 진짜 이 진지충! 술맛 떨어지게”, “직업윤리? 그거 먹는 거야?”, “성공한 사람이 결국 윤리적인 거야!” 사람들은 어떨 때는 가벼운 농으로 회피하고 또 어떨 때는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자신을 변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굴원이 그러했듯 끝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답을 구하는 자세를 견지하는 직업인들이 많은 조직에 있었고 그분들 덕에 이 세상은 아직 돌아가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 그건 이래요


대휴(代休)


대휴는 휴일에 쉬지 않고 일을 한 경우에 다음 근무일 중 하루를 대신 쉬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 기업들이 시행하는 제도 중에는 법에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기업들이 경영상의 이유로 시행한 것들이 나중에 법원의 판례나 행정해석을 통해 제도가 굳어진 것들이 있는데요. 지난 장에서 설명 드렸던 포괄임금, 반차 휴가와 같이 대휴 또한 이런 경우입니다.


휴일에 일을 시키는 경우에는 기본임금 + 가산임금(50%)이 추가적으로 발생합니다. 하지만 대휴를 활용하면 기업은 평일과 휴일을 바꿨기 때문에 휴일근로에 따른 임금이 아예 발생하지 않지요. 악덕사장 입장에선 요즘말로 개이득인데요. 너무 좋아하기는 이릅니다. 민주사회의 사법부와 국가소관부처가 이런 불합리를 보고만 있지는 않았기에 무분별한 대휴에 대해 제동을 걸어놓은 것들을 보면요.


■ 대휴에 대한 노사 간의 합의가 취업규칙 등을 통해 전제되어 있어야 합니다. 24시간 이전에 휴일의 대체를 통지해야 합니다.(금요일 퇴근 시간에 내일 나와서 일하고 다음 주에 대휴를 쓰라는 지시는 부당하죠.)

■ 일주일에 한 번 유급휴가를 주도록 한 근로기준법에 따라 대휴는 휴일 대체 후 일주일 이내에 쓸 수 있게 해야 합니다.(잦은 휴일 대체근무로 대휴가 며칠씩 쌓여 있어서는 안 되죠.)

■ 근로자의 날은 법률로 정한 특별한 유급휴가이므로 휴일대체를 하면 안 되고, 만약 근무를 지시했다면 대휴를 적용하지 말고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기업에는 1분, 1초 사이에도 많은 일이 일어나고 어쩔 수 없는 추가근무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휴일이라고 해서 기업에 급한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고요. 그렇다면 소중한 휴일을 회사를 위해 사용한 노동자에게 대휴를 하루가 아니라 이틀을 주면 어떨까요? “남들 쉴 때 쉬었어야 친구나 가족들이랑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텐데 대휴라고 해봐야 평일에 늦잠 밖에 더 자겠나? 고생했으니 이틀 쉬게.”라고 말이죠.


이런 생각은 저만의 판타지일까요? 아낌없이 퍼주는 인심 좋은 식당은 맛집으로 소문이 퍼질지언정 원가관리도 못하는 감성적 경영자라고 욕을 먹진 안잖아요. 직원에게 뭐 하나 더 주는 것이 아까운 회사나, 한 그릇, 한 접시에서 어떻게든 식재료를 아끼고 빼서 장사하는 식당이나 잘되는 걸 본적이 없어서 드려본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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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장이 될 수 있지만, 누구나 경영을 잘 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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