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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16. 화요일

범우










재미 교포 신은미 씨의 북한 여행기 뉴스를 인터넷 포털 뉴스를 통해 간간히 읽었었다. 좋은 집안에서 곱게 자란 사람이 따뜻한 마음으로 쓴 순진한 느낌도 드는 글이었다. 보여주는 것만 호의적인 시선으로 봐서 북한사회에 대한 그늘진 곳에 대한 시각은 어두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우선은 나 사느라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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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만 들락거리는 줄 알았는데, 한국에도 들어왔나 보다. 막대기로 쑤신 벌집처럼 종편방송이 시끄럽다. 신은미 씨 아버님이 국가보안법을 만드는 데 관여하신 분이었다. 역사가 재미있게 돌아간다. 북한의 주체사상을 확립하신 故 황장엽 님은 대한민국 국립묘지에 안장되어 계시고, 국가보안법을 만드는 데 일조하신 분의 따님은 북한 여행기를 쓰고 토크 콘서트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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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주 - 국보법 제정에 참여한 신은미 씨 가족은 부친이 아니라 외조부(제헌 의원)였으며,

부친은 6.25 전쟁 당시 국군의 영관 장교로 참전하였음을 밝힙니다.


북한이 지상낙원은 아니지만 그 곳 역시 사람 사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인터넷 게시판에 살인 테러를 예고한 고3 남학생이 화력테스트를 거친 사제폭탄을 던졌다.


예전 폭력조직들이 합숙훈련을 할 때 담력훈련의 일환으로 돼지를 잡았다고 한다. 돼지를 묶어세우고 칼로 찔러 죽이는 훈련을 거친다고 들었다. 날카로운 칼날이 살아있는 생명의 몸을 파고드는 손의 감각과 몸부림치는 돼지의 저항과 비명에 단련되고 나면 눈빛이 달라진다. 살기가 돈다.


원형 표적으로 사격훈련을 한 군인들이 실전에서 조준사격을 하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지금 사격장의 표적들은 사람모형이다. 조건반사적인 사격으로 적군이 죽는 모습을 보고 정신 치료를 받는 미군들의 이야기가 많다. 보통의 사람들은 같은 종의 생명을 죽이거나 상하게 하는 데 심리적 저항감이 크고, 후유증도 상당하다.


소수의 사람들은 타인을 상하게 한 행위에 대해 죄책감 같은 후유증을 겪지 않는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을 느낄 필요가 없도록 태어난 사람들이 아닌 이상 심리적 방어를 한다. 상대가 같은 사람이 아니라고 자신을 설득하거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나 실질적인 명령자에게 책임을 덜어낸다.


신은미씨를 폭사시키는 인생의 목표를 발견했다던 오군은 사람을 상하게 하는 상황이 주는 압박감에 눌렸는지 술을 마셨다. 스스로는 빼갈 한 병 마시고 벼르고 있다고 했다. 폭발력이 더 강한 흑색화약으로 만든 사제 폭탄과 황산은 투척하지 않았다. 오군을 데려온 성인 남성이 있었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후속뉴스는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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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체포된 후에도 인터넷에 수갑사진을 올린 오군은 사람을 상하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고, 단지 연기를 피워 행사를 방해하려고 했다며, 자신 때문에 다친 분들께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오원춘도 죄송하다는 말을 했었고 이번 수원 토막사건의 피의자 박춘봉도 피해자 가족에게 죄송하다는 사과를 했다. 일본과 친일 역사학자들이 테러범이라고 하는 안중근 님이나 윤봉길 님은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고 사형선고를 받아들였다.


언론사들은 필요에 따라 인화물질, 로켓켄디, 사제폭탄 ,폭발물 등의 용어를 사용한다. 경찰은 폭발물이 아니라 폭발성물건파열치상 혐의로 영장을 청구했다. 폭발물 테러의 표적이었던 황선 씨의 집을 압수수색하고, 신은미 씨를 출국금지 조치했다. 탈북단체들이 여럿 포함된 애국단체들이 오군의 석방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한다.


김구를 죽인 안두희는 군납사업으로 떵떵거리며 살았다. 오군도 약간의 곤란을 겪은 후 바라던 대접을 받으며 살아가게 될지, 애초 지불 할 의향이 있었던 것보다 큰 처벌을 당할지는 지켜보아야한다.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백색테러가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 강할지, 반발로 인해 위태로운 기존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클지 궁금해진다. 미성년자, 초범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진심으로 뉘우침 등으로 형량 할인을 받을 수도 있다.


애국 보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국가원수가 국기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라며 진노하는 문제에 대해 별반 말을 하지 않는다. 국부의 대부분을 사유하고 특권을 위해 법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동에 대해서도 침묵한다. 이른바 갑의 횡포에 대해 못 본 척 하고, 법을 바꿔 부자들의 세금을 줄이는 뉴스도 못 알아 듣는 척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국가는 권력자다.


경제가 척박해지면 생존을 위한 자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다. 최상위 서열을 차지한 사람들의 끈끈한 네트워크 앞에서 자원배분을 요구하는 노동조합 같은 하위 집단은 치명상을 입고 무너진다. 고위험에 비해 소득이 빈약하다. 대신 소수집단을 공격하는 극단적인 목소리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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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해고 노동자의 굴뚝 농성(2014. 12)


생존을 위한 전략은 경제적이다. 안전이 확보된 작은 자원을 노린다. 노령연금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부를 지적하는 대신 투표권이 없는 학생들의 무상급식을 공격한다. 자국민의 임금을 올려주지 않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수입하는 정책에 저항하지 않고 , 외국인 노동자를 증오한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공격은 무자비하고 끈질기다. 생존을 위한 저항을 포기하고, 체념으로 순순히 소멸을 받아들일 때까지 서열화를 강요받는다.


탈북자 단체는 고난의 행군시기에 국가조직의 방치로 굶어죽는 사람들을 목격했다. 살기 위해 가족을 버리고 고향을 떠날 정도의 강단도 있다. 새로 정착한 곳의 서열관계에 민감하게 반응 하는 것이 정상이다. 소속된 집단의 서열상승을 위해 그중 약해보이는 집단을 공격하고 극한상황에 희생시킬 하위서열을 규정하려는 노력도 인간본성의 어두운 부분 중 하나로 이해는 한다.


그 어떤 절박함으로 물리적 테러를 할 수도 있다. 생존의 기로에서 곱고 순수하게 전기세 결산하며 죽음을 택하는 순한 사람들도 있지만, 곱게 죽어주는 걸 거부하는 사람들도 다수 존재한다. 다만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온전하게 받아야한다. 테러로 얻는 이익이 법이 주는 손해보다 크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테러행위가 늘어난다.


오랜 학습효과로 마음 깊은 곳에서 굴종을 합리화하는 사람들도 많다. 생존환경이 절박하게 변하면 더 이상 안락하지 않은 굴종을 포기하고 투쟁심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 각개 격파 당하지만 운이 좋으면 간간히 성공해서 전후과정을 삭제하고 미담사례로 남기도 한다.


두려움은 통증처럼 생존을 위한 전략이다. 통증을 이겨내기 위해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두려움으로 움츠리고 있는 것이 생존에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을 때는 용기를 낸다. 두려움을 이겨낸 사람들의 용기는 자포자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만용과는 다르다. 토인비가 말한 도전과 응전의 인류 역사는 자연과의 관계에서만 성립되는 말이 아니다.


'나는 개가 아니다. 자존감을 찾고 싶다'던 대한항공 사무장의 공중파 방송 인터뷰도 그렇게 보였다. 어차피 회사에 다니기도 힘들 테고, 운이 없으면 국내에 사는 것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 대한민국에서 재벌의 힘은 때로는 절대적이다. 열심히 살아도 생존환경이 나빠져 가는 것을 조금씩 느끼던 사람들의 분노가 마침 터졌다. 사무장은 운이 좋은 사람 축에 설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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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KBS1>


입바른 소리 조금 하면 골로 간다는 말이 있던 시절이 있었다. 보도연맹 학살 사건 때 별다른 절차 없이 골짜기로 끌려가 떼로 학살당한 사람들이 많아서 만들어진 말이다. 군사정부 시절에도 만만치 않게 많은 사람들이 끌려가고 고문당하고 죽임을 당했다. 역사가 반복된다지만 서북청년단에 의한 학살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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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우


편집: 홀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