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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3. 02. 월요일

독투불패







편집부 주


아래 글은 해외불패에서 납치되었습니다. 

딴지일보는 삼진아웃 제도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온 바, 

독투불패(독자투고 게시판 및 딴지스 커뮤니티)에 쓴 필자의 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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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별로 주목을 끌지 못했지만 미국에서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가 큰 성공을 거두었다. 심지어 미국 영화 역사상 가장 흥행한 전쟁 영화라고 하며, 현재 관람 수익금이 3억불을 넘었단다. 미국은 관람객 수 말고 벌어들인 돈으로 집계를 하기 때문에, 한국으로 치면 천만이 넘게 본 영화인 셈이다. 이 영화는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6개 부문 후보로 올랐으며, 음향편집상을 받았다.

 

동명의 자전적 회고록 저자이자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주인공인 크리스 카일(Chris Kyle)은 텍사스 출신의 '전형적인 텍사스 남자'. 영화 소개로 시작했지만, 이 글은 크리스 카일로부터 시작하는 텍사스 남자에 대한 고찰이다. 텍사스 남자들이 갖는 강인한 이미지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알기 위해 쓰는 글이다.

 

 

 

Don't Mess with Tex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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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초반부, 크리스 카일이 부인을 만나기 전에 사귀던 여자친구와 다투는 장면이 있다. 카일 몰래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다 들킨 건데, 난 그들의 말다툼 장면보다 뒷 배경 냉장고에 붙어있던 문구 'Don’t mess with Texas.'에 눈길이 더 갔다. 번역하면, '텍사스를 건드리지 말라' 내지는 '텍사스에 괜한 시비를 걸지 말라'쯤 된다. 우리나라에 벌교 가서 주먹 자랑 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 것과 유사하다고나 할까? 괜히 텍사스 남자한테 시비 걸었다가 주먹다짐으로 번지더라도, 꼬리를 내리고 도망갈 텍사스 사람은 없으니 쉽사리 건드리지 말라는 의미로 볼 수 있겠다.

 

"Don't mess with Texas."

 

라는 말은 원래 텍사스 정부가 고속도로 주변의 쓰레기를 줄이고자 했던 캠페인에서 사용하던 표어다. 주정부의 조사결과, 18~35살의 젊은 남자들이 주로 쓰레기를 버린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들을 겨냥한 이런 캠페인 표어를 만들었다 한다. , 차안에 있는 쓰레기를 창밖으로 버리지 말고 집에 가져가서 버리라는 이야기인데, 이 말 안 듣고 '텍사스(정부)에 까불면 재미없다'고 엄포 아닌 엄포를 놓았던 셈이다. 이 표어 덕분인지 1986~90년 사이 도로 주변 쓰레기량이 70% 가까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어쨌거나, 어깨에 힘들어가고 남성 호르몬이 넘치는 젊은 텍사스 남자들의 쓰레기 투기를 막으려던 표어가 이제는 텍사스 남자를 상징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이 말은 SSN-744급 핵잠수함 'USS Texas'의 표어이기도 하다. '우리랑 싸우면 너희들은 질 거니까 까불면 재미없다내지는 우리한테 싸움 걸지 않는 게 낫다' 쯤 되려나? 텍사스 이미지가 좀 거칠긴 거친 모양이다.




텍사스 남자에 대한 고정관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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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텍사스하면 떠오르는 게 로데오·풋볼·총인데, 모두 강하고 남성적인 것들이다.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주인공 카일 역시 로데오 카우보이였지만, 경기 중 심각한 부상을 당한 이후 로데오 커리어를 접고 해군에 입대한다. 아직도 텍사스에서의 로데오는 건재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텍사스 관광 상품에도 로데오는 빠지지 않으니까.

 

다음은 풋볼인데, 텍사스에서 풋볼은 종교에 가깝다. 텍사스인들이 열광하는 이 격렬한 스포츠는 경기를 하는 선수들이나, 구경하는 관람객들에게서나 테스토스테론이 뿜어져 나온다. 경기 도중의 필드에서는 신사도라는 게 없다. 공 가진 선수를 덮치고, 치고, 넘어뜨리며, 반면에 공 가진 선수는 그것을 다 돌파하고 다른 선수들을 놀리듯 달아난다. 강하고 빠른 자만이 살아남는 생존의 법칙을 필드에서 그대로 볼 수 있다. 텍사스 남자들은 어려서부터 풋볼을 하며, 경기 보는 걸 즐긴다. 경기 볼 때도 그냥 얌전히 보는 게 아니라, 맘에 안 드는 판정 나오면 심판한테 소리 지르고 난리난다. 그만큼 거칠다.

 

총도 빠질 수 없는 텍사스의 상징이다. 텍산(Texan, 텍사스인) 남자들끼리 거리감을 줄이면서 유대를 다지기 위해 함께 총을 쏘러 간다. 같이 사격장에 가든지, 아니면 사냥을 같이 가든지 하는 것만 봐도 어떤 분위기인지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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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neck의 전형적인 패션은 멜빵 청바지와 캐머플러지 무늬 옷 그리고 총

 


또한 텍사스는 사람들에게, 적어도 유색인종에겐 Redneck State(빨간 목 . 백인은 피부가 하얘서 덥거나 화가 나면 피부가 빨갛게 잘 변한다. 'Redneck'은 보통 보수 백인 우월주의를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는데, 오늘날은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가난한 백인을 일컬을 때도 쓰인다.)라는 통념이 존재한다. Redneck의 보편적 특징은 근본주의 기독교인에, 가부장적이며, 도덕적·이념적으로 보수주의를 따른다. 기독교 근본주의는 성경을 문자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백인 우월주의 및 남성 우월주의를 하나님의 뜻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구약에 있는 하와가 아담의 갈비뼈로 만들어진 이야기며, 흑인의 조상인 함이 백인의 조상인 셈과 야벳을 섬기게 되는 이야기를 토대로 말이다.)

 

 


매체를 통해 본 텍사스

 

 

① 빅뱅이론(The Big Bang The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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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에서 방영되기 시작하여 올해로 여덟 번 째 시즌을 맞은 시트콤 '빅뱅이론'은 캘리포니아 파사디나(Pasadena)에 위치한 칼텍(Cal Tech)에서 근무하는 네 명의 nerd(공부는 잘하는데 좀 어벙하고, 사회적 교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일컫는 말) 과학자들이 벌이는 코믹한 일상사를 다루고 있다. 여기에 나오는 쉘든 쿠퍼(Sheldon Cooper. 사진에서 가장 키가 큰 남자)는 이미 십대 초반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에 입학하여 박사학위를 딴 천재이자 무신론자로 동부 텍사스 출신이다.

 

극중 쉘든 쿠퍼의 어머니는 독실한 기독교신자이자 보수주의자이며, 아버지는 과음을 일삼고, 풋볼 및 사격을 매우 좋아하는 텍사스의 강한 남성이다. 쉘든의 회고에 따르면, 그의 부모는 자주 싸웠는데, 그때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아끼는 차이나 세트의 그릇을 세트 벼롤 하나씩 총을 쏘아 깨뜨렸다고 한다.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풋볼을 싫어하며, 수학문제나 풀고 있는 쉘든을 나약하고 남자답지 못하다고 여겼는데, 이걸 보면 텍사스란 동네가 어떤 곳인지 짐작이 된다. 공부를 최고의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한국 부모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광경이다. 그나저나, 텍사스의 보편적인 남성상과는 거리가 먼 쉘든을 보면 그는 텍사스 내에선 생물학적 돌연변이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그리고 종교적 돌연변이인 셈이다.

 

 

후라이데이 나잇 라잇(Friday Night L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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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은 텍사스인에게 종교와 같은 것이라고 이미 언급하였다. 이걸 잘 보여주는 영화를 한 편 꼽으라면 아마도 2004년 개봉한 '프라이데이 나잇 라잇'이 아닐까. 이 영화는 1988년 텍사스 주 오뎃사(Odessa)라는 작은 도시에 위치한 퍼미안 고등학교(Permian HS) 풋볼 팀이 주내 다른 고등학교 강팀들을 물리치고, 주 챔피언쉽 대회 결승전까지 올라가는 과정을 그린 스포츠 영화다. 참고로 실화에 기초한 이야기다. 미국 사람들 실화 엄청 좋아한다.

 

국가 대표 축구팀이 월드컵 예선전을 펼치는 것도 아닌데, 오뎃사 시민 전체의 관심은 금요일 밤 벌어지는 퍼미안 고등학교 풋볼 팀 경기에 쏠려있다. 영화 제목 '프라이데이 나잇 라잇'은 금요일 야간에 벌어지는 경기를 위해 켜는 조명을 말하는데, 흔히 금요일 저녁 벌어지는 야간 풋볼 경기를 칭할 때 흔히 사용한다. 우리 동네에서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플랙 풋볼(Flag Football. 우리가 알고 있는 풋볼은 태클 풋볼로 플랙 풋볼보다 더 격렬하다.)리그가 있는데, 금요일 저녁마다 경기가 열리는 관계로 그 경기를 프라이데이 나잇 라잇이라고 부른다. 아무튼 선수 가족이 아니더라도, 많은 시민들이 경기장에 시합을 관람하러 가기 때문에 시합 날은 큰 행사 날이다. 가게들도 일찍 문을 닫고, 풋볼 시합 보러 간다는 팻말을 남겨놓는다. 그런 이들 대부분은 사회 저소득 계층이다. 아니, 오뎃사라는 시 자체가 그리 부유한 도시가 아니다. 현실이 그리 녹록치 않은 이들에게 고등학교 풋볼 경기는 삶의 활력소이자, 그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 이렇듯 오뎃사 시민 전체의 관심과 성원을 받기에 시합에 지기라도 하면 지역 라디오에선 전날 밤 시합에 대한 분석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거기다 중요한 시합에서 지기라도 하면, 지역 주민이 집까지 찾아와 귀찮게 하기 때문에 풋볼 코치들은 빈번하게 이사를 다닌다. 아무리 풋볼을 사랑한다 하지만, 가끔 도가 지나칠 때도 있다.

 

 

③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Dallas Buyers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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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50개 주 가운데, 37개 주가 동성결혼을 허용한다. 미국에서 결혼은 주정부 소관이기에 연방정부는 이에 대해 왈가왈부할 권한이 없어 동성결혼이 되는 주도 있고 안 되는 주도 있다. 기독교적 세계관에 입각한 이 지역 사람들의 결혼관을 살펴보면, 예상한 대로 역시 보수적이다. 동성연애, 동성결혼은 텍사스에서 꿈도 못 꿀 일이다. 막말로 남자답지 못하다는 거다. 몇 달 전, CNN에서 방영된 게이 로데오 카우보이에 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봤는데, 1990년대엔 동성연애를 혐오하는 사람들로부터 살인의 위협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미국처럼 개인의 자유가 존중되는 나라도 터부시되는 게 있다. 그 터부 중의 하나가 텍사스에서는 동성연애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매튜 맥커너헤이가 출연했던 댈라스 바이어즈 클럽(Dallas Buyers Club)이 영화화 된 것이다. 1980년대 중반, 텍사스에서 그것도 더욱 보수적인 동부 텍사스 지역에서 전기 기술자이자 로데오 카우보이가 동성연애자들이나 걸리는 병인 에이즈에 걸렸다.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고울 리가 없다. 게다가 그 자신 역시 동성연애자들을 경멸했던 터라 더더구나 환장할 노릇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론 우드루프(Ron Woodroof)는 자신이 에이즈에 걸림으로 인해 동성연애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론 우드루프는 자신과 대부분 동성연애자인 동료들의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 미허가 치료제를 주정부 몰래 밀수하여 공급한다. 이것은 실화로, 이 이야기를 통해 그 당시 텍사스의 사회상이 어땠는지 짐작 할 수 있다. 더불어 텍사스인이 가지는 동성연애에 대한 인식도.

 

 

④ NFL 스타 에이드리언 피터슨의 아동 학대 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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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인들은 자녀교육에 있어서도 엄격한 편이어서 자녀에게 체벌을 가하는 종종 있다고 한다. ABC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미국 사람들은 체벌에 대해 우호적이다. 지난번 뉴스에서 보니, 미국 학교 중 50%가 체벌을 합법적으로 한다. 그렇다고 진짜로 때리는 건 아니지만. 보편적으로 미국인의 체벌에 대한 인식은 spanking이다. 쉽게 말하면 엉덩이 때리기 정도? 회초리를 이용한 체벌은 이들에겐 폭력에 가깝다.

 

그래서 NFL(미 프로풋볼 리그)스타 에이드리언 피터슨(Adrian Peterson)이 네 살(한국나이로 치면 여섯 살 정도)아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회초리를 든 사실이 알려져, 아동 학대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정작 동부 텍사스 지역 출신인 피터슨은 자신 역시 회초리를 맞고 성장해왔으며, 아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관습에 따라 회초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동부 텍사스 출신의 몇몇 유명 인사들이 피터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 실상 피터슨은 이 일로 피소되었으며 자신의 팀으로부터 출장 정지 통보를 받았다.

 


여기까지는 매체를 통해 본 텍사스였고, 이제부터는 텍사스가 이렇듯 강인한 이미지를 갖게 된 역사적 이유를 살펴보겠다.

     



The Lone Star State (홀로 있는 별)

 

 

미국은 50개의 주가 모여서 이루어진 연방으로, 각 주마다 별명이 하나씩 있다. 예를 들어, 워싱턴 주는 초창기 숲이 영토의 대부분을 차지하였던 관계로 '에버그린 스테이트(Evergreen State. 언제나 푸르른 주)', 캘리포니아는 1848년 골드러시를 기점으로 형성되었다 하여 '골든 스테이트(Golden State. 황금의 주)'. 과일 농사가 잘되는 기후대인 남부에 위치한 조지아 주의 경우 '피치 스테이트(Peach State. 복숭아 주)'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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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남성다움을 큰 덕목(?)으로 내거는 텍사스의 별명은 무엇일까? 텍사스 가오와 잘 어울리는 'Lone Star State(외로운 별 또는 홀로 있는 별)'이다. 앞서 언급한 복숭아 주나 언제나 푸르른 주랑은 분위기부터가 다르다. 홀로 떠 있는 별이라니, 여기저기 떠도는 쓸쓸한 카우보이가 떠오르지 않는가? 남자답고 센 척 하는 텍사스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홀로 있는 별'이라는 별명은 텍사스의 역사에서 비롯된다. 텍사스는 미국의 나머지 49개 주와 다른, 독특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사실 텍사스는 10년 가까이를 미 연방에 소속되지 않은 채 공화국으로 지냈던 전력이 있다. 그래서 홀로 있는 별은 독립 텍사스 공화국을 상징하며, 오늘날까지 32일을 텍사스 독립 기념일로 지키고 있다.

 

 


텍사스 초창기 역사와 텍사스 공화국

 

 

텍사스는 초창기 미 대륙이 식민지로 출발하였던 것처럼 유럽 국가의 지배 아래 있었다. 1776,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면서 탄생한 미국은 동부 13개주로 구성된 나라였고, 텍사스는 연방에 속한 13개주가 아니었다. 프랑스에 이어 스페인의 지배를 받던 텍사스는 1821, 멕시코가 스페인과의 전쟁을 통해 독립하자, 자연스레 멕시코령이 되었다. 이어 1824년 헌법에 따라 멕시코는 연방 공화국이 되었고, 텍사스는 코아윌라와 함께 Coahuila y Tejas(코아윌라 이 테하스)라는 새 이름으로 연방의 한 주로 편입되었다. 한편 멕시코령 텍사스 영토는 광활하였던 반면, 거주민의 숫자가 매우 적었던 관계로 멕시코 정부는 이민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이에 따라, 미국 남부지역에 거주하던 백인들이 텍사스 동부 국경을 넘어 이주 및 정착했다. 많은 이들이 정착을 한 덕분에 곧 테하노(Tejano. 멕시코 혈통 텍사스인)보다 정착이민을 한 사람의 수가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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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스틴 비버와 사귀었던 셀리나 고메즈는 대표적인 테하노다.

 

 

당시 미국에서 텍사스로 이주한 백인 대부분은 개신교도였고, 텍사스와 인접한 남부 출신답게 노예를 소유한 노예제 찬성론자들이었다. 이들은 멕시코인이 전통적으로 신봉하는 카톨릭을 멸시하였고, 1829년에 멕시코 정부가 노예제도를 폐지하자 크게 반발하였다. (미국은 1863년 링컨이 노예 해방을 선언할 때까지 합법적으로 노예를 소유할 수 있었다.) 한편, 텍샨(Texian. 멕시코령 텍사스 내 백인을 일컫는 말)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세력이 커지다 보니, 위기를 느낀 멕시코 정부가 1830년 텍사스 내 세금을 올린다. , 노예제를 금지하고, 백인의 텍사스 이주를 더 이상 허락하지 않는 법안을 통과시킨다. 거기다 1832, 안토니오 로페즈 드 산타 아나(Antonio López de Santa Anna)가 쿠테타를 통해 집권한 후, 기존의 연방제 대신 중앙 정부의 세력을 강화하려 했다. 때문에 텍사스 내 백인의 불편은 늘어가고, 원성은 커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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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로페즈 드 산타 아나.

군인이라기 보다는 창백한 귀족에 더 가까워 보인다.

 

 

1836년 텍사스 독립 선언이 있기 전까지, 모든 텍샨이 분리주의자(Secessionist. 이들은 멕시코로부터 독립을 주장)는 아니었다. 텍샨 가운데는 1824년 멕시코 헌법을 존중하여 멕시코 연방의 일원으로 남아있자고 주장하였던 연방주의자(Federalist)들이 있었다. 이들도 현재 미국 50개주가 독립 국가이면서, 미 연방이라는 울타리 안에 하나의 나라로 존재하는 것처럼, 멕시코 연방 정부가 주의 자치권을 허용해 주는 한도 내에서 연방의 일원으로 남아있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1835, 산타 아나가 연방 의회를 해산하고 민병대(militia)마저 해산할 것을 종용했다. 이 사건 이후로 남아있던 연방주의자들 마저 멕시코에 등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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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 제이신토 전투.

스펙타클 해보이지만, 정말인지 화가의 재구성인지?

 

 

의회에서 발언권을 상실하고, 무장 해제마저 당할 위기에 처한 텍사스 내의 백인들은 이를 참지 못하고, 마침내 1836년 자치정부를 세우겠다고 선언을 한다. 당시 멕시코 정부는 의회에 발언권는 텍샨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았고, 주민으로서의 권리를 주지도 않았다. 그에 반해 높은 세금만 내라니, 괄괄한 성격의 텍사스로서 가만히 있기 힘들 노릇이었다. 게다가 민병대까지 해산해 버리고 나면 멕시코 정부 맘대로 할 게 분명한데, 이참에 멕시코로부터 독립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거다. 총 들고 싸우고 싶어 하는 텍사스 남자들을 어르고 달래는 것도 한계가 있었을 거고.

 

, 멕시코 정부의 무능한 대처로 텍사스 독립전쟁은 샌 제이신토(San Jacinto)전투에서 산타 아나가 패배하면서 싱겁게 끝났다. 그 후 1845년 연방 하원의 결정에 따라 미국의 한 주로 편입되기 전까지 약 9년 동안 텍사스는 독립된 공화국으로, 대통령과 의회는 물론이요, 런던과 파리에 대사관까지 설치하였다.

 

 


남북 전쟁과 텍사스 독립 운동 (Texas Nationalist Movement)

 

 

1836년에 멕시코로부터 독립하여 자치정부를 수립한 텍사스는 1845년에 미 연방의 일원으로 합류하였다. 그런데 1861, 노예제의 존속문제를 놓고 남북전쟁이 일어나, 텍사스는 다시 한 번 독립의 목소리를 높인다. 텍사스는 노예제를 찬성하는 주였기 때문에 미 연방을 탈퇴하여, 남부 11개주와 더불어 남부 연맹(The Confederate States of America)을 만든다. 처음 하는 독립 선언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그것도 쉬워지나 보다. 아니, 도둑이 자기 버릇 남 못 준다는 말이 더 적절한 비유일까? 어쨌든 텍사스가 속한 남부군이 1865년 아포막토스(Appomattox Courthouse)에서 항복하면서, 텍사스는 다시 미 연방의 일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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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1년 남부 연맹 국기.

7개는 초창기 남부연맹을 구성하던 일곱 주를 의미한다.

텍사스도 그 중 하나.

 

 

라고 하지만,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면 터프한 텍사스가 아니지. 자기들 맘에 안 들면 들이받는 텍사스 전통이 어디 가겠는가? 이들에겐 한 번이지만 독립 텍사스 공화국을 수립하였던 엄연한 역사가 있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Texas Nationalist Movement'라는 단체가 미연방으로부터 독립하려는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특히 2012년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하자 보수적 텍사스인의 절망은 하늘을 찔렀고, 텍사스 주민 십만 명 이상의 서명을 첨부한 텍사스 독립 청원서를 백악관에 제출한다. 멕시코와 벌인 독립전쟁이나 남북전쟁 때처럼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평화롭게 미연방으로부터 떨어져 나오겠다는 청원에 대해 오바마는 간단히 거절하였다. 뉴욕 타임즈가 TNM 한 임원과 한 인터뷰를 보면, 보수적인 텍사스인에게 현재 오바마가 벌이는 일련의 진보주의적 정책이 어떻게 비춰지는 지 알 수 있다. 텍사스인들은 오바마의 정책들을 공산주의의 그것처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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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독립을 외치는 표어

 


미미하긴 하나, 미국 내 다른 주들의 독립 움직임이 없는 건 아니다. 그 중 유독 텍사스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텍사스의 역사와 그 경제적 위상 때문일 것이다. 텍사스는 영토·인구수·경제 규모 측면에서 미국 50개주 가운데 2위를 차지한다. 알래스카에 이어 두 번째로 넓은 영토에 인구수와 GDP가 캘리포니아 바로 다음이다. 미합중국에서 텍사스를 제외시켜 버리는 것은 사람으로 치면 팔 하나 혹은 다리 하나 잘라내는 것과 유사하다.

 

텍사스는 확실히 터프하다. 텍사스가 독립을 위해 총을 들고 싸웠던 역사 때문이든, 근본주의 기독교에 입각한 보수적 세계관 때문이든, 터프하다. 텍사스 남자들은 요리조리 계산하고 따지는 것보다 보고 배운 대로 행동한다. 시비 거는 사람한테 오른쪽 뺨에 이어 왼쪽 뺨까지 내미는 박애주의자가 아니라, 시비건 사람의 오른쪽 빰과 왼뺨까지 때려준다. 맘에 안 들면 들이 받는 게 바로 텍사스다.

 

"Don't mess with Tex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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