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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막말 후회 안한다, 반성했다, 왔다 갔다 하는 차명진 전 의원님아.

 

다시 한 번 세월호는 왜 기억되어야 하는지 말씀드릴게요. 세월호와 다른 참사가 왜 다른지, 간단하게 말씀드릴게요. 세월호는 멀쩡한 배가 침몰하는 걸 온 국민이 실시간으로, TV로, 지켜 봤습니다. 사고 후가 아니예요. 그 전부터, 일어나는 모든 과정을, 모두가, 천천히, 지켜봤어요. 

 

주변에 세월호 때 뭐했는지 한 번 물어보세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전부 기억합니다. 당시 중고등학생들, 그리고 그만한 아이를 키우던 사람들, 감히 유가족에 비할 순 없으나 그 분들의 감정을 작든 크든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세월호를 수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추모하는 겁니다.

 

 

2.

차 의원님에게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 사회, 공동체 안에서 그 일에 대해 보기 불편하다는 사람이 있고, 그 일 때문에 가슴이 미어지고 찢어지게 아프다는 사람이 있어요. 그러면 이 일에 대해 누가 양보해야 할까요. 아, 예민한 사안이라 답변하시기 불편하실 거 같으니, 제가 그냥 길가는 초등학생한테 한 번 물어보겠습니다.

 

차라리 세월호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분들이 이런 말을 하면 어떻게 이해를 해보겠어요. 하지만 자신의 철저한 이해관계 때문에 타인의 불행을 조롱하고 이용하는 건 어떻게 해도 이해가 안 돼요(저는 이렇게 느껴요). 삼풍사고 생존자로 말씀드리자면, 삼풍사고는 흔히 말하는 사회 인프라 안에서 그나마 건강하던 파이프가 터진 겁니다. 대한민국을 집으로 보면 안방에서 파이프가 터져서 난리가 난 거지요.  

 

당연히 버틸 줄 알았던 건강한 파이프가 터져서, 그렇게 대단하게, 대대적으로 사후처리를 한 거 같습니다. 하지만 이십 년 노후된 세월호는 약한 파이프였어요. 집으로 연결되는, 노후된 약한 파이프가 터지니까, '안방에 사는 사람들'이 약한 건 언제든 터지기 마련이니 잊자고 해요.

 

그런데요, 건강한 파이프를 받쳐주는 건 그런 약한 파이프고 약한 파이프가 터져서 누수되면 난방시스템이 무너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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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꾸 돈 얘기하시면서 조롱하는데 인간이 돈을 받으면 내 아이를 바다에 빠뜨릴 수 있을까요? 세월호 때문에 정권이 교체됐으니 그만하라고요? 왜 그만해야 하나요? 세월호에 탄 사람이 누구였나요? 그저 날 좋은 봄날, 제주도로 가던 일반 국민이었습니다. 그게 두려운 거예요. 그 때 배에 타고 있던 게 내가 될 수 있었고 당신도 될 수 있다는 걸 다들 본능적으로 느끼는 거예요. 아이들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요? 왜요?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라도 기억하고 또 기억해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3.

다른 국가적 사고는 왜 기억하지 않느냐고 물으시는데, 추모하고 싶으시면 하세요. 이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단식투쟁을 하는 유족들 앞에서 폭식투쟁을 할 수 있는 민주주의 국가예요. 그러니 할 말 있으면 피켓에 또박또박 적어 들고 나와 말하시고 기억하세요. 말리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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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에 앉아 받아쓰기 하는 여러 언론들에게도 말하고 싶어요. 

 

저는 4월 초에 딴지일보에 관련 원고를 송부했고, 편집부에서 원고를 다듬어 12일 글을 게시했습니다. 그리고 서울신문사 이하영 기자와 KBS 안다영 기자가 제게 조심스럽게 이 일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이분들은 슬픔을 겪고 불행을 당한 사람에게 예의를 지켜주었어요. 

 

한데 어제(16일), 연합뉴스를 비롯한 10개 넘는 언론사에서 제가 쓴 글의 원문을 올렸더라고요. 딴지일보에 확인해 보았는데 그 누구도 물어보지 않았어요. 그뿐만이 아니죠. 클릭수를 유도하기 위해 자극적인 말들로 교차편집까지 했어요. 어떤 건 도대체 뭐가 내가 한 말이고, 뭐가 내 한 말이 아닌지 모를 정도로요.

 

아니, 기자분들, 이렇게 쉽게 일하시면, 제게 연락주시고 조심스럽게 인터뷰하시는 분들은 뭐가 돼요? 왜 이렇게까지 화가 나는지 이상하시죠? 기자 분들이 세월호 때, 그리고 그 이후에, 유족 분들에게도 똑같이 했거든요. 지금도 그러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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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자신의 권력욕, 유명세를 위해 유족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사람들을 사회가 냉혹하게 거르지 않고 계속 기회를 주는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에 대해 시민사회가 엄중하고 명확하게 대처하여 다시는 제 2, 제 3의 차명진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고,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들을 빼앗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긋지긋하게 해쳐먹는다? 누가 할 소리? 뭘 했다고 지긋지긋합니까, 국가적 재난 상황 하나 제대로 컨트롤 못해서 '사고' 를 '사건'으로 만들어 버리고, 온 국민이 4월에 아프게 만들어 버린, 당신들, 그때 그 51% 정권은 하나도 책임을 지지 않았는데요? 

 

이게 어떤 고통이고 슬픔인지 이해를 못하시는 것 같아 다시 한 번 말씀드릴 테니,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아프구나' 를 꼭 기억하세요. 그리고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입 밖으로 꺼내지 마세요. 그 때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닌가요?

 

인간이 짐승과 다른 이유가 모르면 배우고, 배워서 나아지려고 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르면 배우고, 안 되면 적어서 외우세요. 그래도 모르겠다 싶으시면 계속 저에게 물어보세요. 그런 일을 겪는 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 그 후로 얼마나 아팠는지. 저는 하나도 지겹지 않고 매일 새로워서 계속 말해줄 수 있으니 끝까지 찾아와 물으세요.

 

우리 같은 사람은 당신들 같은 사람 때문에 계속 상처가 덧나고 아파요. 그러니까 이제는 옛날처럼 아무말 하지 않고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우리도 계속 말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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