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문신 유감

2003.6.23.월요일
딴지 사회부

2003년 6월 8일 일요일 저녁

9시뉴스가 시작되는 걸 보며 친구녀석과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맛대가리도 희한한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를 젓가락으로 휘저으며 뉴스를 들여다 볼 제, 노 대통령의 일본 방문 이야기 나오고 과거사가 어쩌고, 노통의 궤변 운운 하다가,

이어서

이런 뉴스가 나오더라. 참 나 원....

아까매 TV뉴스를 볼 때는 "조직폭력배"란 단어까지 앵커의 입에서 나왔었다고 기억되는데,

Web KBS를 검색해보니 없다. 내가 잘못들었나?

문신...

한국사회에서는 문신과 문신을 한 사람에 대한 인식이 아주 껄쩍하다.

난 이 껄쩍함에 대해 껄쩍함을 가진다.

기억해 보자면, 삼청교육대라는 사회계도시스템이 운용되던 시절, 동네의 형들이나 또래집단들이 문신을 하고 있었다는 게 교육대로 끌려간 직접 혹은 간접의 이유가 됐었다.

문신 = 나쁜 새끼 = 조폭, 대강 이런 등식은 우리사회에 어찌하여 자리하게 되었을까?

사회의 인식이 이러할 지라도 뉴스는 매우 올바른 시각을 가져야 할것인데 어쩌면 언론이란 잡것들이 이런 사고를 더욱 부채질하는것은 아닌가 싶으다. 씨벨 것들 가트니...

"문신과 관련해 붙잡힌 사람은 모두 53명, 이 가운데 40명이 구속"

문신과 관련해 사람을 붙잡는다... 말이 되나?

자기 몸에 자기 돈 들여 문신을 한 것이 그것과 관련해 붙잡힐 껀수가 된다는 얘기?

문신이 있다는 이유로 4급보충역 판정을 내리는 법률이 문제인 것이지 문신은 문제가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빠리의 기억.

빠리에는 문신을 한 사람들이 참 많다. 남자보다는 여자가 휠씬 더 많다.

내가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보다 더 시각적 관심이 많아서 그런가는 몰라도 암튼 문신한 여자들이 엄청 많은 곳이 빠리.

신체노출이 자연스러운 빠리라는 도시는, 배꼽을 내놓고 다니든 젖을 내놓고 다니든 지 맘대로다. 특히, 더운 계절이 오면 여성들의 옷차림은 아... 환타스틱.

배꼽이 드러나고 소매 없는 윗옷을 입은 절대다수의 여성들 - 그녀들의 아름다움은 문신이 있어 더욱 빛난다. 배꼽에 문신을 한 앞모습의 여인네, 반쯤 빤쓰속에 가려진 문신을 한 뒷모습의 여인네...

어디냐? 어깨라고 해야하나. 팔뚝 위라고 해야하나. 암튼 우두 자욱이 있는 그자리에 문신...

발목에, 복숭아뼈 위에 문신, 문신.

그중 가장 아름다운 문신을 가졌던 여인은 내 주거래 은행의 창구에 근무하던 그녀.

그녀가 문신을 후빈 자리는 오른쪽 젖가슴의 10시 방향.

젖꼭지만을 겨우 가린 그녀의 여름 옷차림에 엄청 예쁘게 잘 어울리게 새겨진 한마리의 스콜피언.

문신을 하건 말건, 코를 뚫건 말건, 혀를 꿰건 말건, 그런 짓거리들을 함에 무슨 이유가 있건 말건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일뿐 문신=나쁜 년넘이라는 확장된 인식은 문제가 있다.

9시뉴스는 내게 그렇게 보여졌다.

문신은 나쁜 거라는 택도 아닌 썰레바리로 혹세무민하는구나...라고.
군대가기 싫은 얼라들은 어여들 문신 후벼라...라고.

2001년 여름, 친구 녀석과 에펠 잔디밭을 산책하다 만난 프랑스 군바리 쉐이들이 생각난다.

혓바닥에 다마를 박은 새끼한테 묻기를,

"너 왜 혓바닥을 뚫었냐?"

"여자친구랑 떡칠때 좋으려고..."

"혓바닥 뚫었다고 니상관이 머라고 안하디?"

"뚫건 말건, 상관이 무슨 상관?"

국내에 들어와 있는 옛파리 특파원
리키아범 (leekiy@free.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