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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중국이 너무 시끄럽다. 그리고 엄청 바쁠 줄 알았던 회사는 아직 연초라 아직 상사들이 업무 파악하느라 바쁜 눈치다. 이때야말로 중국발 위기를 좀 더 디벼볼 좋은 기회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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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7% 인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로 중국 증시가 폭락했다는 건 다 알거다. 근데 왜 하필이면 둘 다 딱 러키 7 % 만큼만 증시가 떨어졌는가? 올 해 도입한 '서킷 브레이커 제도' 때문에 그렇다. 서킷 브레이커 제도란 증시가 5% 정도 급상승하거나 하락하면 장을 한번 멈추고, 다시 재개했는데 추가로 2%가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그날 거래를 멈추는 제도이다. 중국이 처음 도입한 건 아니고, 우리나라도 하루 최대 15% 이상 못 움직이게 하는 비슷한 제도가 있다.


근데 이게 좀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게, 일단 최초 서킷 브레이커 발동 조건인 5%라는 범위가 너무 작다. 예를 들어 증시가 악재가 있어 1~2% 정도 빠졌다고 치자. 그럼 투자자들은 “아 ㅅㅂ 오늘 또 닫히나 보다. 빨리 팔고 나오자 ㅠㅠ” 라고 벌써 패닉하는거다. 최초 5%가 떨어져서 증시가 멈춘 뒤 재개된 장에서 매번 여지없이 2%가 추가로 내리는 것만 봐도, 이 제도 자체가 투자자들에게 오히려 심리적 불안감을 주고 있다는 분석에 일리가 있는듯하다.




2. 그건 글코, 한동안 잠잠하다가 왜 지금 떨어지느냐?


첫 번째 연초에 증시가 폭락한 원인은, 대주주 전매제한 쪽에서 원인을 많이 찾는 것 같다. 이게 뭐냐면, 작년 7월 8일에 증시가 하도 떨어지니까 중국 정부가 주식을 많이 보유한 (5%) 대주주들의 경우 주식투매를 금지시킨 걸 말한다. 대주주들은 한마디로 지금까지 반년 가까이 주식 쪽에 돈이 완전히 묶인 거다. 근데 영원히 묶어둘 수는 없으니까 1월 8일부터 풀어주기로 했는데 이 과정으로 인해 시장에 패닉이온거다. 지금도 주식시장이 위태위태한데 대주주들까지 주식을 팔 수 있게 되면, 엄청난 매도물량이 나올 것이라는 불안감에 기반해 연초부터 증시가 쫘악 빠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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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두 번째 주식시장 폭락에는, 위안화 가치 폭락과 관계가 깊다. 위안화 가치가 계속해서 하락하면, 중국 시장에 투자해놓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가만히만 있어도 투자금의 가치가 계속 깎이는 사태가 발생한다. 그런 불안심리때문에 외국인들의 자금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증시 폭락이 발생했다고 보는 분석이다. 




3. 위안화는 왤케 떨어지냐?


중국은 2008년도 이후, 한번도 브레이크 없이 성장만을 위한 정책을 추구해왔다. 그러다 작년부터 과잉 투자, 과잉 생산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했고, 이에 따른 구조개선이 필요했다. 버블이 꼈으니 생산을 줄이고,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구조조정을 해서라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 당국이 이런 개혁에 많은 부담을 느낀다는 점이다. 기업이 줄줄이 도산하고, 많은 실업자가 발생하면, 그 분노가 모두 정부로 향할 수 있음으로 공산당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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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대한 차선책으로 취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위안화의 가치를 계속해서 떨어뜨리는 것이다. 가격경쟁력이 생기면 기업들이 버틸 여력이 조금이라도 생기니까 말이다. 문제는 이렇게 시작된 화폐 가치 하락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환율이 1,200원대를 넘겼지만, 브라질, 호주, 캐나다, 아시아권 다른 국가들 역시 화폐가치가 연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이렇게 동시에 화폐가치가 떨어지면, 그에 따른 가격경쟁력도 사실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삼성전자가 가격을 내려도, 샤오미도 가격을 내릴 테니까 말이다.




4. 그래서 어디까지 내려가냐?


위안화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위안화는 달러에 사실상 페깅되어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지나치게 가치가 많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좀 복잡한 얘기를 해야 한다. 먼저 '페깅'이란 게 뭐냐. 고정환율제 즉 환율에 정부가 말뚝을 딱 박아둔다는 거다. 중국 정부는 이 제도를 이용해서 그동안 환율을 통제해왔는데, 지난 5년간 위안화의 가치가 너무 올라갔다. 요즘 이렇게 많이 떨어졌는데도, 아직 2010년에 비하면 30%가량 위안화가 달러 대비 과대평가되어있다고 한다. 이 정도는 언제든지 다시 내려갈 수 있다고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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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동안은 그럼 왜 문제가 안되었냐?


통 이렇게 페그제가 과대평가가 되어있으면 소로스형 같은 헤지펀드 매니저 혹은 환투기자본이 들어가서, 공매도(주식이나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주문을 내는 것)를 엄청 때린다. 시세차익을 노리기 위함이다. 이런 공매도를 통하여 적정환율로 돌아가곤 한다. 그런데 실탄, 즉 달러를 무지막지하게 쥐고 있는 중국이기에, 그동안 국제자본도 그걸 알고 감히 공격하진 못했는데, 작년에 중국에서 스스로 페그제를 포기한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위안화의 'IMF SDR'(special drawing rights : 국제통화기금 IMF의 특별인출권) 편입이다. 국제통화기금에서는 항상 세계 주요 통화들을 준비기금으로 가지고 있다가 필요한 국가에 돈을 인출해주곤 하는데 그동안은 달러, 유로, 파운드, 엔화 딱 4개만 가지고 있었다.(왠지 통화계의 UN 상임 이사국 포스가 느껴지지 않는가?) 그동안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미는 중국 정부로써는, IMF SDR로 위안화를 편입시키는 게 숙원사업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IMF랑 딜을 했는데, 그것이 바로 페그제를 포기하고, 위안화의 가치를 시장에서 결정하게 냅두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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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전작업으로 중국 정부는 외환개입시장을 줄였고, 마침내 11월에 SDR에 위안화를 편입시켰다. 그 대가로 위안화 가치는 작년 여름부터 급락에 시달리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위안화의 위상을 끌어올릴 수 있는 조치지만, 펀더멘탈(Fundermental 경제기초 : 성장률, 물가상승률, 실업률 등의 주요 거시경제지표)과 단기적 차원에서 봤을 때는 참 아픈 조치이다.




6.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거냐?


지난 2008년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돈놀이를 너무 심하게 한 미국 투자은행사들이 망함으로부터 야기되었다. 그리고 수많은 기업의 도산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것 같지 않다. 기업들은 아직 2008년도의 악몽이 뇌리에 박혀있는 터라, 현금을 쟁여놓고 버틸라 할 거고, 당국도 일찌감치 환율을 포기하고서라도 기업들이 안 망하게 도와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시아국가들의 화폐가치가 폭락했던 1997년도가 좀 더 비슷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아시아 국가들의 화폐가치, 자산가치가 연쇄적으로 하락하고, 미국과 선진국 쪽은 좀 더 여유가 있는 그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러다가 또 잠잠해지면, 싼값에 미국 자본들이 와서 털어먹고, 그러다가 몇 년 또 지나면 가격 오르는 상황을 되풀이 하지 않을까 싶은 거다.




7. 제2의 IMF가 올까?


우선 지금이랑 그때랑 우리 경제의 차이가 크다.


1997년에 우리가 겪었던 IMF 사태는 기업들의 돈줄이 갑자기 막혀 찾아온 위기였다. 기업들이 지나치게 공격적인 운영을 하여 엄청난 부채를 가진 채(종금사 등에서 들여온 단기자금을 가지고) 지나친 장기투자를 해외 등지에 했다. 하지만 정부 재정은 지금과는 비교도 못 하게 좋았고(빚이 없었던 시절이다), 가계도 괜찮았기 때문에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만 넘기면 충분히 털고 일어날 수 있던 사태였다. 굳이 비유하자면, 젊은 나이에 찾아온 빈혈이랄까? 잘 먹고, 잘 쉬면 곧 회복될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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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지금의 우리 경제가 당면한 위기는, 만성 저성장, 소득감소, 가계부채 증가로 인해 찾아온 일종의 성인병이다. 거시지표는 그럭저럭 괜찮지만, 자영업과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세부지표를 보면 너무 안 좋고, 뚜렷한 해답도 보이지 않는다. 비유하자면, 노년기에 찾아온 심장 관련 질환이다. 수술을 통해 소득재분배를 이루고, 사업구조를 생산성 있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 말은 졸라 쉬운데 이게 사실 엄청 많은 고민과 논의를 해봐야 하는 문제이긴 하다. .

 

결론을 좀 내보면, 뭐가 IMF 때 연쇄도산처럼 '와장창' 하고 깨질 것 같지는 않다. 대신 우리모두 병든 것처럼 사는 게 조금씩 더 퍽퍽해질 것 같다. 그럼 진짜 이만.








씻퐈


편집 : 딴지일보 너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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