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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녹화장에서 16살의 소녀가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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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까지만 해도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겠지만 결국 이 쯔위라는 소녀는 검은 옷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서야만 했다. 그렇게 쯔위는, 약 1분 30초라는 시간 동안 카메라 앞에서 직접 '나는 중국인이며, 하나의 중국을 지지한다'라는 요지의 사과문을 읽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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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ube에 올라온 쯔위의 사과 영상


이번 쯔위 논란은 '양안관계'에서 기인한다. 중국은 '하나의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원칙 아래 대만을 자국의 범주 내에 넣고 있다. 반대로 대만은 '중화민국'이라는 관점 하에서 중국 본토를 미수복된 중화민국의 영토로 보고 있다. 가볍게 말하니 이 정도지, 60년이 넘는 시간동안 '양안관계'는 중국과 대만 사이의 첨예한 갈등의 역사를 담고 있는 가장 뜨거운 개념이다.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 지식백과를 링크해드리니 참고하시길.)


많은 이들이 이번 쯔위 논란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촉발되었다고 얘기한다. 일부 언론에서도 나왔듯, 무리다. 대만의 대표적 친중파 작곡가인 '황안'이 웨이보에 쯔위가 대만 국기를 흔드는 사진을 올리기 전에도 이미 중국 내에서는 몇 번 더 쯔위를 둘러싼 논란이 소소하게 이루어졌다. 대부분 쯔위가 예능에서 서툰 한국말로 '대만에서 왔다'는 소개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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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에브리원 '주간 아이돌' 중


쯔위가 소속된 트와이스는 2015년 10월 데뷔한 JYP의 걸그룹이다. 한 케이블 음악 방송사의 오디션 예능을 통해 먼저 알려졌지만,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선보이게 된 지는 불과 3달 정도다. 당연히, 그녀들은 카메라 앞에서 자신들을 홍보해야 했고, 외국계 멤버가 많은 그룹의 특성상 어떤 나라에서 왔는지를 얘기하는 것 역시 당연한 수순이었다.


문제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쯔위는 이제 막 18살(만 16살)이 된 미성년자다. 멀리 볼 것 없다. 한국에서 18살이면, 아직 고등학교 2학년짜리 학생이다. 거기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한국에 건너와 연습생 생활을 했다고 한다. 중2에 외국에 나가버린 한국애에게 남북 관계의 특수성과 특정 국가와의 외교 관계에 대해서 정확히 아냐고 물어보면,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정치? 외교? 어쩌면, 그것들에 대해서 대답하지 못하는 게 '당연할' 수도 있는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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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프로그램 당시의 쯔위


쯔위 역시 이 선 상에서 얘기해야 한다. 연습생 생활을 하는 다른 한국 애들도 제대로 받기 힘든 게 정규 교육 과정인데, 외국인인 쯔위가 자국에 대해 정확한 교육을 받는다? 절대 쉽지 않다. 당연히 쯔위 본인은 '대만에서 온 쯔위'라 자신을 소개했을 것이며 '마이 리틀 텔레비전' 제작진이 준비한 대만 국기를 '우리나라 국기'로 인식하고 펄럭였을 것이다. 정치적 감정이나 양안관계에 대한 습득 혹은 자각, 있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JYP에 있었다. 쯔위를 대만에서 스카웃해 온 이상 그들은 양안관계와 그 특수성에 대해 충분한 고민을 했어야 한다.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그런걸 고민하냐'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사업은 지금, 한국을 넘어 범아시아와 세계를 향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대만 태생의 아이돌을 데뷔시키면서 양안관계를 고려하지 않았다? 있을 수 없는 얘기다.


비슷한 상황이 SM에서 벌어진 적 있다. SM의 걸그룹 f(x)에 소속된 엠버는 대만계 미국인이다. 대만에서 살았고,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 그런 엠버는 예능에서 '저는 중국 사람이다'라는 말로 자신을 소개한다. 두 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본인이 이런 양안관계의 민감성을 알았을 수 있고, 몰랐다면 SM에서 이 사안을 교육했을 수 있다. 어느 쪽인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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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진짜 사나이 중 엠버의 발언


지난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한국은 중국과 수교를 맺으면서 기존의 한국-대만 수교를 단교하기로 결정한다. 이후 한국과 대만은 비공식적 선상에서 양국 간의 교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여전히 공식적인 수교 라인은 대만이 아닌 중국에 위치해 있으며, 이러한 문제 때문에 한국은 공식적으로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 하에서 대만과의 비공식적 수교를 진행하고 있다.


대만에서 '양안관계'에 대한 교육이 아무리 잘 실시되었다 하더라도, 본인이 소속된 국가가 아닌 제3국에서 '저는 중국인입니다'라는 얘기를 하기는 쉽지 않다. 조국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에서 엠버가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도중 '저는 중국 사람입니다'라는 얘기를 했다. 만일 특별한 교육이 없었던 상황에서 엠버가 반사적으로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었을까? 개인적 추측으로는 '아니올시다'다.


JYP의 역할 또한 같은 맥락에서 얘기되어야 한다. 엄밀히 따지면 JYP는 중국도 대만도 아닌 한국이라는 '제3국'에 위치한 회사다. 당연히, 회사 소속의 아티스트에게 양안관계에 대해 교육시키고, 한국이 두 국가에게 가진 '공식적 입장'을 바탕으로 활동을 진행했어야 한다. 쯔위 본인에게는 미안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JYP는 한국 회사이며, 한국의 입장이 그렇다는데. 그러나 JYP는 그러지 못했고, 일은 이 지경까지 왔다.


물론, 여기까지는 JYP의 대처 미스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없던 대만 태생의 아이돌을 데뷔시키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사실, 쯔위 논란이 발생한 직후 JYP 차이나측은 신속하게 사과문을 게시했다.


최근 온라인 상에 확산된 본사 아티스트에 관한 소문은 사실이 아닙니다. 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본사는 하나의 문화 기업으로서 줄돋 한중 양국의 우호적인 문화 교류를 추구하고 발전시켜 왔습니다. 본사(쯔위 포함)는 중국에 대한 정치적 발언과 행위를 한 적이 없습니다.


더불어, 이번 루머 당사자는 겨우 16세 미성년자이고, 이 나이와 경험으로는 자신의 정치적 관념이 형성되기에는 부족합니다.


그러나 이번 루머가 본사가 중국에서 일을 하는 데 영향을 끼친 데다 줄곧 좋은 합작 관계를 유지해온 합작 파트너들에게도 많은 불편을 초래했습니다.


이에 본사는 관련 사실을 분명히 할 때까지 해당 아티스트의 중국 활동을 모두 취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JYP China 측 해명문



당연한 얘기다. 위에서 했던 얘기들을 사실상 압축시켜놓은 표본이라고도 할 수 있다. 회사 차원의 입장을 확인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할 시간을 벌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일이 생각보다 잘 풀릴 것만 같았다.


그리고 며칠 뒤, JYP 엔터테인먼트 측은 쯔위에게 검은 옷을 입히고 카메라 앞에 세웠다. 이 영상에서 쯔위는, 약 1분 30초간 고개를 숙이며 '중국은 하나다. 중국과 대만은 한 몸이다. 중국인으로서 부주의한 언행으로 인해 상처를 입힌 부분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라는 요지의 사과문을 발표한다.



본인의 해명은 분명 필요했다. 사과문 역시 중국인들이 원하던 내용이 모두 들어가 있었다. 문제는 JYP 엔터테인먼트였다. 그들은 쯔위를 카메라 앞에다 말 그대로 '던져 놓았다'. JYP 차이나가 처음 냈던 해명문과는 완전히 다른 어투였다. 열 여섯 살의 쯔위는 본인의 정치적 결단을 '사과'하는 죄인이 되어 있었다. 이보다 중요한 건, 쯔위는 혼자였다.


누군가는 옆에 있었어야 했다. 아니, 쯔위를 보호하려는 모션은 취했어야 했다. 쯔위가 '중국은 하나다'라는 발언을 한 이후, 적어도 공식적인 입장에서는 다시 한 번 '미성년자인 쯔위의 정치적 판단은 아니었다. 신중하지 못했던 JYP 엔터테인먼트의 불찰이다'라며 쯔위를 보호했어야 한다. 그러라고 있는 게 매니지먼트 회사 아닌가. 그러나 JYP는 그러지 못했다. 정치적 잘못을 사과하는 쯔위 뒤에서 '쯔위는 반성하고 있다'며 공식 입장을 냈을 뿐이다.


안녕하세요. 박진영입니다.


우선 상처 받으신 중국 팬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번 사건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 일인지 본사 스텝들도, 어린 쯔위도, 심지어 저 자신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 가장 후회스럽고 죄송스럽게 생각됩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다른 나라와 함께 일하는데 있어 그 나라의 주권, 문화, 역사 및 국민들의 감정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저희 회사와 회사 아티스트들에게는 큰 교훈이 되어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특히 그동안 저와 저희 회사, 그리고 본사 소속 연예인들을 응원해주시고 아껴주신 중국팬분들께 실망을 끼쳐드린 점은 정말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앞으로 여러분들이 받으신 상처들을 만회하고, 여러분들의 지지에 보답하기 위해 더욱 더 노력하여 한중의 우호관계 및 양국간의 문화교류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쯔위는 지난 며칠 동안 많은 걸 느끼고 깨닫고 반성하였습니다. 그녀는 13살이란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나 한국에 왔는데, 쯔위의 부모님을 대신하여 잘 가르치지 못한 저와 저희 회사의 잘못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쯔위의 모든 중국 활동을 중단하고 또한 이번 사건으로 인해 영향을 미친 모든 파트너들과 관련된 사항들을 합당하게 처리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 JYP 공식 사과문



쯔위는 잘못이 없다. 방송을 통해 정치적 입장을 설파하지도, 어떠한 목적을 가진 채 방송에 임하지도 않았다. 그저 아는 바를 아는 대로 얘기하고 깃발을 흔들었을 뿐이다. 잘못이 있다면 그들의 말대로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한' JYP에 있고, 이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대만과 중국에 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JYP는 사과와 반성 대신 쯔위를 내보냈다. 사과 영상을 통해 쯔위를 마치 '정치적 목적을 가진 채 방송에 임했다'는 뉘앙스의 사과를 내보냈으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 논란을 키운 중국과 대만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경고, 아니 부탁도 하지 못했다. 16살 소녀에게 정치적 목적이 있을 리 없다고, 그러니 이 일을 정치적으로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지도 못했다.


논란 속에 소모된 건 쯔위 뿐이었다. 그리고 1월 18일, 대만은 차이잉원을 자국의 총통으로 당선시켰다. 차이잉원 후보가 얻은 표 중 19.5%가 쯔위 논란으로 분노한 젊은 층의 표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 와중에 쯔위를 앞세운 JYP는 사과하는 듯 영리하게 자신들의 포지션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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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 연합뉴스


차이잉원 후보가 당선된 지 이틀 뒤, 쯔위는 '아이돌 육상 선수권 대회' 녹화에 참여했다. 수많은 어른들의 짐을 짊어진 16살 소녀는 팬들에게 찍힌 사진에서 여전히 미소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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