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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3. 25. 월요일
멀더요원


연일 계속되는 1만시간 야근 랠리를 위해 저녁식사를 하던 며칠 전, 간만에 뉴스를 보게 되었다. 한 타임 지나간 줄 알았던 한반도 위기 관련 뉴스가 또 나온다.

그 주요 내용은 미국의 B-52 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폭격 훈련을 했다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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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발생하면 '정밀유도폭탄' 등을 이용해 북한의 '주요군사시설'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내용을 말하면서 평양을 폭격하는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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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원자폭탄의 150배 위력에 해당하는 핵무기를 이용해 북한 전 지역을 제압할 수 있다고 한다. 와우, 미국의 핵우산에 들어가니 좋기도 하겠다.

이러한 기사들에서 '역시 우리의 영원한 혈맹 미국은 우리를 버리지 않고 우리가 위험에 처했을 때, 우리를 구원해주실 고마운 분들이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면 내가 이상한건지도 모르겠으나.

어쨌든 뭔가 대단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다.

그런데, 우리나라 언론사들이 지금의 상황을 보는 관점이나 태도가 나와는 몹시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 쯤, 얼마전 봤던 '재미있는 것'이 하나 떠올랐다.

페이지를 열어보는 것만으로도 88년 이전으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기적의 싸이트 '뉴데일리' 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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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물의 절반이 북한과 관련된 것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뉴데일리'는 종북 싸이트임이 확실하다. 제목과 줄곧 주장해왔던 기조를 볼 때, 영국의 전 수상 '마가렛 대처'처럼 박대통령도 북한과의 전쟁을 결단할 것을 주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내용을 읽어보니 역시나 그러고 있다.

쓸데없이 긴 내용을 요약하자면,


<영국 경제가 개판되고, 정권 지지율이 한참 낮을때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를 침공해서 전쟁을 했고, 지지율이 올라 대처의 보수당이 재집권했는데 그것은 다 대처의 결단력이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노조가 '자숙 기미'를 보였다... 라고도 주장한다.>


참고로, 이 글을 쓴 사람은 전두환정권 시절 통일원 장관까지 했던 '허문도'다. 전 통일원 장관 출신 허문도가 여러 명이 아니라면 그 '허문도'는 아마도 '5공비리 허문도', '언론통폐합 허문도'일 것이다. (노무현을 스타로 만든 '5공 비리 청문회'를 기억하는 정도의 나이라면 다들 알만한)

포클랜드 전쟁이야 알만한 사람들 다 아는 내용이라 아주 대충 정리하자면, 원래 누구 땅이든, 이유야 어찌됐든 아르헨티나가 군대를 보내 점령했고, 영국이 군대를 보내 2개월만에 영국이 이긴 전쟁이다. (너무 대충인가?)


Falklands,_Campaign,_(Distances_to_bases)_1982.jpg



지도에서 보다시피 포클랜드와 영국 본토는 꽤나 멀리(약 13,000km) 떨어져 있기 때문에 아르헨티나 군이 쏘는 재래식 무기가 영국 본토까지 날아올리가 없다. 또한, 영국은 섬나라라서 히틀러의 지상군도 상륙하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아르헨티나의 지상군이 본토를 점령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영국은 모병제였기 때문에 무작위로 징병된 누군가의 자식들이 먼 나라까지가서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기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문도는 박대통령에게 이 전쟁을 결심한 대처를 참고하라는 주문을 한다.

서울시청에서 차로 한시간이면 임진각이고 바로 그 건너에 우리의 '주적'인 '북괴'가 보이는, 몹시 가까운 곳에 우리가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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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그런 주장이야 어제 오늘 일도 아니지만, 이런 '북진통일'을 주장하는 세력들은 전쟁 자체를 너무 가볍게 생각한 나머지 마치 자신은 미국 어디쯤 살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일부 언론사 기자들의 관점마저도 지금 자신들이 다루고 있는 현장이 바그다드나 아프간의 어느 소도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외국출장으로 인해 상황에 대한 인식 자체가 제대로 안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진짜로 전쟁이 나면 우린 어떻게 될까.


상상력 부족한 사람들한테는 백날 말로 떠들어봐야 소용없는 일이므로, 우리가 늘 보는 전투액션영화가 아닌 민간인들이 실제로 겪었던 전쟁범죄와 관련된 영화들을 보면 좀 이해가 쉬울 것이다.



1. 작은 연못

이 영화는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한달 뒤 1950년 7월 26일~29일 사이에 충남 영동군 노근리 인근에서 수백명의 민간인이 미군의 폭격 및 총격에 의해 살해당한 사건을 다룬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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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진통일을 주장하던 사람들이 정권을 잡았던 시절. 어수선하지만 나름 평화로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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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선생의 말대로 한국에 대해 전혀 모르던 미군은 일본어 통역을 데리고 와서 피난을 명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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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통에도 숙직 교대할 사람이 안와서 학교를 비울 수가 없다는 초등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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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들이 피난가라고 해놓고 '수상한 사람들' 취급하는 미군님들.
한홍구 교수에 따르면 영화에서와는 달리 통제가 잘 안되자
미군은 여기서 어린이 두명을 포함한 7명을 사살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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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리 쌍굴 인근, 행렬을 멈춘 미군은 짐수색을 하다 사라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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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미군기의 폭격 :
"어떤 피난민도 전선을 넘지 못하게 하고, 전선을 넘으려는 자는 모두 사살하라"
(제1기병사단 제8기병연대 통신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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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인 걸 알면서도. 까라면 까는 미군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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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은 후퇴하고 인민군이 오고 나서야 정신차리는 생존자들.
(인민군이 구해주니 이제 빨갱이 영화라고 할거냐)>



이후 생존자들은 기나긴 싸움 끝에 55년이 지난 2005년에서야 218명의 희생자를 인정받았다.

누군가는 그런 일이 1950년 한국이었으니까 일어났던 것이지 지금의 G20을 개최한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2. 전쟁의 사상자들(Casualties of War,1989)

1980년대는 베트남전에 대한 미국의 반성이랄까, 뭐 하여간 플래툰, 머나먼 정글 등등 베트남전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쏟아지던 시기였고, 이 영화는 마이클 J폭스가 한참 잘 나가던 시절인 1989년에 만들어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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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1969년 '뉴요커'라는 잡지에 공개된 내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1966년에 베트남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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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영화에서 늘 보던 장면. 군인들 죽어나가고 전혀 평화롭지 않은 그냥 그런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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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대장 숀펜이 작전을 설명하며, 지루함을 덜고 사기진작을 위해 마을에서 여자 하나 데려와서
같이 다닐거라고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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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한 마이클. 설마 진짜 그러겠냐. 말년이 구라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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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들어가 자는 소녀를 잡고. This is the one...sarge..she's the pretty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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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대원들이 마을 주민을 위협하며 소녀를 데려갈 때... I'm sorry.. 라며 혼자 착한척 하는 마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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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대장부터 시작된 강간은 밤새도록 이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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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마이클이 풀어줬으나 전투 중에 살해되는 죄없는 민간인>



누군가는 그런 일이 1966년의 베트남이었으니까 일어났던 것이지 지금의 G20을 개최한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지구상 어딘가에 전시가 아닌 평시에 자국민이 미군 헌병에게 수갑이 채워지고, 각종 범죄가 벌어져도 수사할 의지마저 없는 어떤 이상한 정부가 있다는 것 쯤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3. 하디타의 전투(Battle for Haditha)

이 영화는 2005년 이라크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2007년에 다큐멘터리의 형식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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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이라크 하디타에서 폭탄공격을 받은 미군은
그 마을의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24명의 민간인을 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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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중심지'인 필라델피아에서 빠져나오려고 군대 왔는데 그게 이라크의 하디타라는 동네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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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전쟁인만큼..콘트롤타워에서 헤드셋을 끼고 주둥이로 전쟁하는 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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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을 들고 가는 사람을 폭탄을 묻고 가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만약이라도 전쟁나면 삽들고 다니는건 위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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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기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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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은 무장한 반군으로부터 폭탄공격을 당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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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있던 시민을 끌어내려 누가 폭탄을 터뜨렸는지 말하라며 모조리 사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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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로 들어가 한바탕 신나게 '화풀이'를 한 후 분대장은 훈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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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아들 부씨는 '격노'하시고>



이 사건으로 미군 8명이 기소됐지만 6명은 기소유예, 1명은 무죄, 1명은 이등병 강등에 3개월 구금 및 감봉의 처벌을 받았다.

전쟁은 정치의 마지막 수단이고, 정치를 못하는 놈들은 전쟁을 일으킨다.

그리고, 이 땅에서 전쟁이 나면 우리는 영화의 구경꾼이 아니라 그 속의 인물이 된다.

히로시마 원폭 150배 위력의 폭탄이 북한에 떨어지면 우리는 괜찮은거냐?



전쟁...

니들 그거 너무 쉽게 얘기하지 마라...

서울에서 차로 한시간이면 휴전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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