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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3. 22. 금요일

메리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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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대선이 쪽박을 차는 동안, 전에도 후에도 별 일을 못 했어. 간신히 투표만 했지. 쓰리다 하기에도 미안한 지금. 변명을 하자면, 10월 말 처음으로 나한테 애기가 생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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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들 알겠지만 출산 준비, 후엔 멘붕의 첩첩산중 육아때문에 정말, 이런 hell of the hell 이 다 있나 싶더군. 그 간의 지옥적 경험에 대해 절규를 남기고 싶으나, 피나는 인내로 생략.

 

5개월 다 돼가는 시점, 한 숨 돌리면서 아기를 낳을 준비를 하는 때에도, 낳은 후에도 딴지에 꼭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나누려고 적어본다.

 



1


임신 기간은, 남들과 다를 게 없었어.

 

남편이 들려주는 클래식을 반 강제로 듣고, -_-; 애가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를 설명한 책들을 읽고, 무슨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좋은지 알아보고. 뭣보다 대체 어떤 육아용품을 준비해야 하는지 조사를 하고 또 했지. 필요한 게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느새 할인쿠폰을 찾고 있는 내공을 쌓는 데 피땀 나는 시간을 몇 달이나 보냈어.


그러면서 이런 것들이 아기를 맞이하는 최선의 준비라고 생각했어.

 

사실 내가 선택해서 한 임신이지만 몸의, 마음의, 생활의 전격적인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처음엔 혼란스럽더라고. 그래서 현명한 여성들이 온 역사를 통해 집대성해 놓은 지혜를 빌리고 싶었어. 아이의 성장, 임신 중의 영양에 대한 조언, 그 외에 심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 같은 거.  정말 찾기 힘들더군. 그래서 그런 것은 저절로 알아지거나 스스로 알아내는 방법 밖에는 없는가 보다 생각했지.

 

뭐 상투적인 위로와 조언은 있었어. 엄마가 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입덧도 축복으로 여겨라, 엄마가 되는 데 그것도 못 참느냐, 그렇다면 너는 엄마가 될 자격이 없다 하는 식의 위로인지 협박인지 모를 말들.

 

여자로서, 아내로서의 역할을 정해놓고 따르지 않으면 '너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는 세상의 강요가 임신이라는 특별한 상황에 놓은 여성들을 위해서도 당연한 듯 마련돼 있었던 거야.

 

어쨌든.

 

8개월의 임신기간이 끝나기까지 그냥 그렇게 시간이 흘렀어.

 



2


그리고 이제 9개월 차.

 

슬슬 출산이 좀 걱정되기 시작했어. 나는 애를 낳는 게 얼마나 아프고 무서울까를 중학생 때 부터 걱정해왔던 사람이야. 가정 시간에 출산에 대해 배우며 선생님의 출산 경험담을 듣고난 후엔 며칠동안 악몽을 꾸기도 했지.

 

출산뿐만이 아니라 사실 아픈 건 정말 정말 싫어. 아픈 게 좋은 사람 없겠지만 나는 통증을 정말 끔찍하게 못 견뎌. 근데 그런 내가 하늘이 노래지고 두 쪽이 나게 아프다는 출산을 앞두고...



젠장,

뭘 할 수 있었겠어.

안 낳을 수도 없고!

 


게다가 지금 외국에 나와 있어서 '의료진과 영어로 의사소통 해야 되는데, 아파 죽겠는데 더 안 아프게 제대로 안 해주면 얼마나 짜증날까' 불안한 마음에 안 해도 될 걱정까지 하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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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도살장 끌려가는 심정으로 임신이나 육아가 아닌, 출산에 관련된 책 몇 권을 사 읽기 시작했어.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게 되면 그래도 겁은 덜 나지 않을까 하는 간절한 기대가 있었지. 사실 그나마도 의식적인 생각이었고, 내심은 절망으로 구겨져 발버둥치고 있었던 것 뿐. 책 따위가 통증을 없애주리란 마술적인 기대, 조금도 없었어. 책 읽는다고 다리 묶인 돼지가 도살장 안 갈 방법 안 생기는 거니까 말야.

 

헌데 책 몇 권을 읽은 뒤, 정말 아이가 나오기까지 삼 주 동안 그 이전과는 정말 판이하게 다른 임신기간을 보내게 됐어.

 



3


이것은 그러니까 요즘 흔히 말하는 자연출산에 관한 이야기야.

 

딴지스들 중에는 아는 분들이 많을 것 같지만 설명하자면, 약물이나 의료행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여자의 몸이 가진 자연적인 능력에 기대 아이를 낳는 것이지.

 

시중에 자연출산에 관한 책이 좀 있어. 집에서 정말 우아하게, 심지어 화장까지 하고 아이를 낳은 연예인들의 책. 다른 사람들은 어땠는지 몰라도 나는 그런 책들이 정말 재수 없었어. 돈 있으면 뭔 짓을 못 해, 했지. 병원 놔두고 조산사에 의사에 산소 탱크까지 집에 다 불러놓고 애를 낳다니 웬 유세야, 별 꼴이야, 했었다고. 나는 당연히 병원에 가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진통제와 약물을 다 사용해서 애를 낳을 결심이었지.




그러다가 마음을 바꾼 복잡한 이유들을 한 이미지로 축약해서 전달하면 이거야.



39초에서 59초 사이를 보면 수중분만 중인 여성이 나와.

소리 안 지르지? 아프다고 안 하지? 대신 웃어? 뭐 하는 거 같아?

아이를 낳는 도중 오르가즘을 느끼는 중이야.



아이가 나오는 산도는 여성이 섹스를 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부분과 정확히 일치하지. 그리고 우리 뇌는 쾌감과 통증을 동시에 느끼지 못하게 돼 있다고 해. 보통은 통증이 워낙 압도적이라 쾌감이 아닌 통증을 느끼지만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잘 준비된 여성의 경우 일부는 출산 중 오르가즘을 느끼게 된다고 해.




4


위의 영상은 출산이 고통으로만 이루어진 과정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이고 강력한 장면이야. 하지만 오르가즘을 동반하지 않는 자연 출산은?


마찬가지. 고통을 느끼기는 하겠으나 남편 상투를 쥐어 뜯으며 땀 범벅이 돼 악을 쓰거나 병원 침대에서 다리를 벌려 올리고 회음부를 잘라가며 울고 불며 치뤄야 할 고문... 


아니다. 여자들의 몸은 네안데르탈인이라던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시절이라던가 하는 원숭이 반 인간 반 시절부터 출산을 해 왔잖아. 그래서 애를 어떻게 낳는지는 우리 유전자 안에 다 기록이 돼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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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출산을 공부한 의사보다, 그리고 나 자신보다 내 몸의 유전자가 애를 낳는 방법을 더 잘 알고, 잘 할 수 있다고.


실제로 코마 상태의 임산부가 출산할 때는 제왕절개를 하거나 촉진제를 쓰지 않고 그냥 가만히 산모를 놔 둔다고 해. 여자의 몸이 알아서 애를 다 밀어내거든. 의료진이 무리하게 개입할 이유가 없는 거지. 심지어 우리가 알고 있는 '힘주기'도 할 필요가 없단 말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용하는 여러가지 촉진제, 진통제는 출산에 어떤 역할을 하느냐.



내가 아는 바로 흔히 사용하는 진통제는 두 가지.


하나는 자궁 문이 충분히 열리기 전에 사용하는, 수면제 기능이 강한 진통제고 다른 하나는 자궁문이 충분히 열린 후에 척추를 통해 주사하는, 흔히 말하는 에피듀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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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듀럴을 맞으면 타이밍에 따라 효과가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천국 문이 열린다고 하지. 애가 다 나와서 힘주기를 하기 전까지 산모가 통증 없이 쉴 수 있어. 아이를 낳을 때 조차 하체 감각이 전혀 없어 힘주기를 상상으로 해야 하지만 아이가 다 빠져나오는 그 느낌마저 느끼지 못한다고 해.


안 아프면 좋지. 그치만 여성의 몸은 자궁을 수축해 아이를 밀어내는 등 출산을 진행시키는 호르몬 뿐 아니라 진통을 줄이고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모든 호르몬을 인생의 그 어느 때보다 콸콸 쏟아내게 되는데 약물의 투입은 이 호르몬들의 분비를 전격적으로 방해하거든.

 

그 상황에서 기댈 것은 이제 자연적인 호르몬 분비를 방해한 주범인 병원의 약물들이 되는데, 한 가지 호르몬이 복합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과 달리 약물이 줄 수 있는 도움은 한정적이지. 따라서 애를 잘 낳으려고 사용한 약물에 의해 여성의 몸은 제대로 출산할 수 있는 자연적인 능력을 일정부분 상실하고 애가 제대로 나오지 못하게 되는 만큼 석션컵(진공으로 아이를 빨아내는 기구) 같은 걸 써서 무리하게 아이를 빼내려는 시도를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무리가 간 엄마 몸과 아이가 버티지 못하니 제왕절개 위험성이 높아지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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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내!



결국 자연스러운 출산의 과정이 출산을 돕는다고 투입한 약물 때문에 복잡하고 위험한 과정으로 둔갑하는 거지.


의술로 위험상황을 만들어 놓고 그 상황을 의술로 해결해버린 뒤, 의술 없이는 위험해서 도저히 애를 낳을 수 없다고 하는 셈인 거야.


다큐멘터리를 통해 우리나라의 한 자연출산 병원 원장의 인터뷰와 출산 장면을 본 적이 있어.


조산사 또는 듈라(메디컬 자격증은 없으나 출산 중 산모의 심리적 안정을 돕는 전문가)와 함께 임산부가 아이를 낳는 동안 의사는 병실 구석에 앉아서 가열차게 졸고 있었어. 의사 말로는 혹시 몰라서 함께 있기는 하지만 자기가 출산 중 끼어들 일이 별로 없다는 거야. 출산 과정에서 위험한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출산 전 진찰 과정에서 대부분 발견되기 때문이래.


실제 과도한 의료진의 개입 없이 조산사, 혹은 듈라와 같은 사람들과 출산할 경우 제왕절개 확률이 확 줄어. 그래서 실제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조산사, 듈라와 함께 아이를 낳고 있어.




5


어쨋든 무슨 짓을 한다고 진통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 진통은 분명히 있고, 괴로워. 하지만 진통이 줄도록 돕는 방법은 약물 뿐 아니라 아주 많아.


우선 침대에 등 대고 누우면 진짜 아파. 나도 진통 오고 나서 있다 애 낳으러 가기 전에 체력 좀 비축해주자 하고 침대 누웠다가 용수철처럼 일어났어. 순간 짧게 하늘이 노래지더군. 근데 병원에선 의사들이 편하니까 산모를 눕게 만들어 아이를 받지. 아이는 중력의 도움을 받아 빠져나올 때 더 쉽게 나오는데 누워 있으면 중력의 도움도 받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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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는 벽에 등을 대고 쪼그려 앉아서 여자가 직접 손으로 아이를 받는다고 해. 아이가 가장 쉽게 나오는 자세 중의 하나라고 하지.


이 외에도 진통을 줄이고 아이를 쉽게 하는 출산 자세들이 많이 있는데 어쨋든, 눕는 건 정말 아니야.



그리고 호흡.

라마즈 호흡부터 그냥 길게 내쉬기 등등 뭐 여러가지 있는데 포인트는 길고 천천히 들이쉬고 내 쉬는 것. 어떤 호흡을 선택하든, 출산 중 아프다고 소리지르거나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호흡을 놓치면 더 큰 멘붕이 온다. 남편 상투 대신 호흡을 잡고 있어야 되는 것 같아.



아로마 등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인데 자궁문을 빨리 열어주거나 통증을 진정시켜주는 등 출산에 도움을 주는 에센스들을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어. 나는 장미 에센스를 준비했어. 장미향을 제일 좋아해서 선택한 건데 더럽게 비쌌어. 근데 못썼어. 자연출산 준비된 산모들은 출산 진행이 빠르다더니 정말 번개처럼 -_- 낳아버렸거든. 초산인데... -_-;



그리고 내가 준비했던 것은 등불 스탠드. 너무 이뻐 ♡ 자랑 좀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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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데서 불 끄고 보면 좀 거지같지만 ㅋㅋㅋㅋ 불 키면 너무, 너무 이뻐 ♡



아이를 낳을 때 너무 밝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낳으면 아이를 잘 못 낳는 경우가 많다고 해. 태어나서 바로 밝은 불빛에 노출되는 아이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말야. 그러니까 우리는 사람이지만 임신과 출산의 과정은 굉장히 동물적이잖아. 동물들 보면 밝은 데서, 다른 동물들 다 있는 앞에서 새끼를 낳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어둡고 아늑한 데서 혼자 낳곤 하지.


그래서 아이를 낳을 때 조명은 어둡게 하고 주변에 어떤 사람이 얼만큼 있는지는 산모의 마음에 편한 쪽으로 선택해야 해. 실제로 의료진이 득실대는 병실에서 진통을 오래하고도 아이를 못 낳던 산모들이 화장실에 문 닫고 들어가 혼자 아이를 낳는 경우가 많대.


나는 서방과 둘, 조산사와 간호사들과 아이를 낳기로 했는데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조명이 병실에도 있었지만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등불을 가져가 보면서 고통에 대한 위로를 좀 받고 싶어서 스탠드를 샀어. 저 등불은 마치 내가 서방이랑 연애시절, 겨울 종로에서 두 시 까지 술 먹고 아무도 없는 삼청동 길을 걸으면서 봤던 가로등 불빛 같더라고.(뭐 결국 저 등도 못 켜봤지만... 그러니까.. 너무 애가 빨리 나와서 -_-; 차 트렁크로 돌아가 등불 가져올 시간이...)


그 외에도 흔들의자에 앉거나 짐볼 위에 앉아있으면 훨씬 고통을 줄이는 데 도움이 돼. 피부를 가볍게 터치하는 마사지 등의 방법도 있고. 



무엇보다 전신에 힘을 쭉 빼고 있는 것이 중요. 온 몸을 이완하고 긴장 풀고 그냥 몸이 알아서 하게 냅둬버리는 거야. 힘 주면 애도 잘 안 나오고 더 아파. 몸에 무리도 많이 가지, 회음부도 더 찢어지고. 지인들 경우에도 눈 두덩, 볼 실핏줄들이 죄다 터졌어. 나는 물론 실핏줄들도 다 온전하셨고 이빨 한 번 물지도 않고 애를 낳았지.


흔히 우리가 아는 '푸쉬'도 할 필요가 전혀 없을 수 있어. 나도 힘 전혀 안 주고 있었는데 몸이 알아서 힘을 주고 애를 밀어내더라고.



그리고 샤워.

물 속에 아주 들어가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샤워기로 몸에 물을 뿌리면 정말, 훨씬 살 것 같아. 내가 간 병원엔 분만실마다 샤워실이 있어서 큰 도움 받았어.


지금 생각나는 건 이 정도지만 어쨌든 진통을 줄이는 데 도움을 받을 방법은 아주 많아. 약물 뿐 아니라.




6


표시가 났겠지만, 자연출산에 대해 알고 이해하게 되면서 출산의 고통보다는 그 과정을 어떻게 즐길까에 대해 고민하게 됐어. 정말 신이 나서 아로마를 사고, 전등을 고르고, 분만 때 입을 아주 나이스하고 자연스러운 원피스를 찾아 다니며 시간을 보냈지.


사실 산통이 그래도 너무 무서워서 자연출산하지 말아야 될 이유를 열심히 찾아봤지만, 자연출산에 대해 알게 되면서 자연출산이 주는 이점과 매력에 완전히 빠져버리고 말았지.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근데 못 찾았어.


아이를 만난다는 것 자체도 기대되는 일이었지만 내가 다른 자연출산 여성들처럼 정말 '그런' 출산을 경험할 수 있을까 너무 궁금했어. 내가 얼마나 잘 하는지 얼른 부딪혀보고 싶어서 애야 빨리 나와라 나와라 하게 됐지. 그리고 진통을 줄이는 여러가지 방법들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도 얼른 확인해보고 싶었어.


이런 식으로, 자연출산을 하는 여성들은 출산에 대해 심리적으로 부담이 적어. 어차피 내 몸이 너무 잘 알아서 할 테니까 긴장 풀고 가만히 아이가 나오는 걸 느끼고 있으면 된다는 거지. 통증을 줄일 여러 방법에 대해 숙지가 돼 있으니까 진통에 대한 공포도 크지 않아. 진통에 대한 공포가 없으면 출산 때 몸에 힘이 덜 들어가고 그만큼 출산이 수월해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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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성들의 경우 가진통이 와도 그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도 해. 나도 가진통을 겪지 않았어. 가진통 오면 호흡 연습 해 보려고 했는데 소식이 없더군.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 이전에 보면 8개월의 시간이 정말 너무 아깝고 억울했지. 아니 왜, 아이를 병원에 매달려서 악쓰고 낳는 것 외의 옵션이 있다는 얘기를 내 평생 아무도 해주지 않을 거지?싶어서 너무 화가 나더라고. 이런 중요한 걸 왜 30년 넘는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어. 알았으면 진작부터 출산을 좀 더 신나고 즐겁게 기다릴 수 있었을 텐데 말야.


별 중요하지도 않은 아기 옷이나 침대를 어느 브랜드로 사야 되는지 같은 고민 같은 거 확 줄이고 아이 맞을 준비에 더 집중할 수 있었을 텐데. 그리고 임신과 출산이라는 생애 첫 경험을 하는 내 개인의 시간과 느낌에 대해 좀 더 집중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화도 나고 억울하고 뒷통수 맞은 것 같이 혼란스럽고 화나고 또 이상하게 벅차서 며칠을 정신없이 보냈던 것 같아.


출산을 병원이 알아서 해 주는 남의 일이 아니라, 또 손주나 조카를 바랬던 다른 가족의 일이 아니라 아이를 가진 바로 내 일이라고 느끼기 시작한 게 자연출산에 대해 알게 되면서 부터였던 것 같아. 병원이 안전하다고 제시해 준 방법이 아닌 바로 내 취향과 스타일로 출산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었고 말이지. 


우리 나라 결혼은 손 잡는 법부터 숨 쉬는 방법까지 다 정해져 있어서 개인의 행사라는 느낌보다는 가족 행사라는 느낌이 강한데 외국은 노래, 음식, 꽃 기타 등등 전부 신랑 신부의 취향에 따라 결정되곤 하잖아. 내가 준비한 출산도 그런 느낌이었어. 행사가 내것이 되면 더 기쁘고 의미있고 큰 추억이 되는 것 같아. 결혼이든, 출산이든. 그래서 지금도 아이가 나오던 그 날의 추억을 남편과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게 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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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곳에서 어떤 이들은 'birth preferance sheet' 같은 걸 적어서 조산사에게 미리 제출하더라고. 출산을 어떤 식으로 하고 싶은지 병원 사람들에게 미리 알리는 거야. 탯줄은 언제 어떻게 누가 자르고 싶은지, 자른 탯줄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아이가 태어난 다음에 체중계에 올리기 전 특정 노래부터 들려주거나 불러주고 싶은지 같은

굉장히 개인적이고 사소한 취향에 관한 내용까지 말이지.

 

자연출산에 대해 준비가 안 된 병원의 경우 이런 요구사항을 들어주기는 커녕 진통 중에 걷거나 내가 편한 자세를 취하지 못하게 하고 심지어 산모를 지 멋대로 못 움직이게 침대에 묶어놓는 경우도 있다고 해. 진통 중의 산모는 제 정신이 아니니까 의료진이 산모에게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자세와 출산법을 강요하는 것이 정당하다 여기는 거지.


아이에게 큰 무리가 가지 않는 한 더 진통을 견디고 싶은 산모의 의사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의사 마음대로 끌고가 제왕절개를 해버리는 경우도 있대고 말야. 그런 식의 출산을 겪은 후 그 경험이 너무 상처가 돼 시간이 지난 후에도 많이 우는 엄마의 인터뷰도 본 적 있어.

 

나 같은 경우엔 birth preferance를 적을 필요도 없었어. 몰랐는데 우리 동네 병원이 자연출산 전문 병원이더라고.

병원이 지금 하고 있는 방식 그대로가 내가 아이를 낳고 싶은 방법이었지.


정말 운이 좋았어.




7


10월 29일 새벽. 2시 부터 진통이 꾸준히 왔어. 배가 아픈 것이 아니라 뼈가 쑤시는 느낌이라 처음엔 아리송했지. 가진통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예정일보다 빠를 것이란 느낌은 있던 중이었어. 진통 어플을 다운받아 간격 체크해보니 8분, 4분, 9분, 불규칙했지만 30분 단위 평균을 내니 6분 30초로 일정.


오늘 아이가 나오겠구나 했지.



서방은 서둘러 가방을 싸기 시작했어.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 가져갈 게 많지 않아 미리 싸두지 않았거든. 아기 기저귀나 모자 같은 건 병원에서 다 준대서 옷이랑 담요만 챙기고 나랑 서방이 입을 옷이랑 전축(으...응 이것도 들고가려고 통째로 하나 샀어ㅋㅋ) 아로마, 전등, 사진기를 챙겼지. 그리고 서방이 짐 싸는 동안 나는 그 날 저녁에 사 온 메니큐어를 발랐어. 빤짝이가 펑펑 들어간 금색 메니큐어.


찍은 출산 중 사진이 이 백 장이 넘지 않으면 퇴원하고 돌아와 없애버리겠다고 서방을 협박했던 터였는데 애야 쭈글쭈글해도 이쁘겠지만 비교될 나의 미모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어.


매일 설마 설마 했던지라 가지고 갈 담요와 아기 옷이 덜 말랐더군. 라디에이터에 올려 급히 말리고 체력을 좀 쌓아둬야 된다 해서 자려고 누웠더니 헉, 너무 아파서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났다.


흔들의자에서 잠을 청했어. 7시까지 자다 깨다를 반복했고. 7시부터는 진통이 조금 더 세져서 눈을 떴고 언제 병원에 갈까 서방과 상의했어. 병원에 전화를 하자 초산부는 너무 일찍 병원에 오는 경향이 있는지라 자궁문이 5센티 미만으로 열렸으면 집으로 돌려보내겠다 무서운 소리를 하더군.


차를 타고 있는 동안에 통증이 또 심하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차를 타고 가까운 거리의 병원과 집도 오가기 싫었어. 더 버텨봤지. 30분 지나니 짜증이 났어. 가자고 했어.


가기 전 욕실에 들어가 샤워부터 했어. 뜨거운 물을 끼얹으니 긴장이 풀리고 통증이 줄더군. 이제까지 공부해 온 것들이 들어맞는 것이 만족스럽기도 하고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내가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지 확신이 들어 점점 마음이 차분해졌어.


씻고 나와 거울을 보니 꼴이 가관이더군. 원래는 샤워하면서 자고 일어난 몰골을 다듬어 사진을 이쁘게 찍어볼 생각이었는데 드라이는 개뿔. 산발한 채 집을 나섰어. 손톱만 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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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전에 서방에게 전축을 두고 가라고 했어. 진통이 막상 시작되니 나는 조용하게, 방해없이 집중하고 싶었어.

산모 취향에 따라 다르다는데 출산이 시작되니 나도 어떻게 하는 게 내가 더 집중해 아이를 잘 낳을 수 있는지 그냥 알 수 있었어.


병원에 도착하니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태아는 괜찮은지 확인해야 한다며 모니터 줄들을 꽂게 침대에 누우라고 하더군. 난 침대에는 절대 눕지 않겠다면서 병실에 있던 흔들의자에 앉아 버텼어.


사실 자연 출산에 익숙한 병원들은 모니터하기 위해 산모가 한 장소에 매여있는 시간을 알아서 최소화 해준다고 해. 근데 난 밤에 잠시 누웠던 기억이 끔찍했고 어차피 때 되면 나올 건데 저건 해서 뭐해 싶더라고. 간호사가 좀 짜증을 냈어.


결국 침대를 의자처럼 세워준 다음에 모니터를 시작했지. 벌써 진통주기가 2분 30초였어. 


호흡은, 확실히 도움이 됐다. 가끔 호흡을 놓친 순간엔 통증이 통제가 안 됐고, 심리적으로도 당황스러웠고, 덕분에 긴장하고 움츠러들어 더 아팠어. 어느 순간부터 진통의 강도가 달라지더군. 그러면서 점점 압박감이 느껴졌어. 모르던 사항이라 어리둥절해서 조산사에게 물으니 정상이라더군. 몸이 알아서 푸쉬를 하는 중이었던 것 같아. 나는 그냥 더 힘을 빼고 몸을 이완시킨 채 호흡에 집중했지.


양수가 터지지 않아 내진을 했어. 양수가 터지면 감염 위험이 있어 내진하지 않는 것이 좋대. 조산사가 8센치가 열렸다고 하더군. 아싸, 생각보다 진행 빠르구나. 남편과 하이파이브. 그 때가 10시 가량.


모니터가 끝나자 조산사가 선호하는 분만 방법을 물었어. 원래 진료 중에도 수중분만을 하기로 해 놓았는데 그 날 수중분만실에 산모가 있는지 없는지, 내 마음이 바뀌었는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니 재차 확인한 거지. 수중분만을 하겠다 말했고 조산사가 듈라를 불러줄까 물었어. 이 병원에는 전화하면 병원으로 와 주는 자원봉사 듈라들이 있다더라고. 나는 듈라가 오기 전에 아이가 나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괜찮다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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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분만실 준비하는 20분 동안 나는 샤워실에 들어가 물부터 끼얹었어. 정말 할렐루야였어. 대신 압박감이 더 심해졌어. 아이가 나오고 있구나 느껴졌고. 압박감이 심해지면서 나는 낮고, 전혀 안 우아한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지. 물론 아팠지만, 신음은 너무 아파서 내는 소리는 아니었어. 섹스를 할 때 내는 교성도 집중을 위한 거지 아파서 그러는 건 아니잖아. 마찬가지로 낮게 짐승같은 소리를 깔아주듯이 내는 게 나는 자연스럽게 느껴졌고 읽었던 책에서도 그것이 출산에 도움을 준다고 했었어. 조산사는 옆에서 좀 더 낮게 신음을 더 낮게 해 보라고 계속 조언해줬고 내 몸이 알아서 할 거라고, 잘 하고 있다고 격려도 해 줬어.


잠시후 간호사가 와서 젖은 몸을 감싸고 수중분만실로 안내해줬어. 물에 들어가도 되냐고 묻자 조산사가 잠깐 머뭇거리다 오케이. 사실 오케이 하기도 전에 난 벌써 발 한 쪽을 물에 담그고 있었어. 다음 진통이 막 시작되려는 순간이었거든. 편한 상태에서 진통하고 싶었어.


물에 들어간 순간 양수가 터졌다. 물풍선을 작은 바늘로 찌른 것 같은 소리가 나더군. 소리가 귀여워서 속으로 웃었다. 물 속에 들어가니 정말 샤워 물 받는 것 이상으로 편했어. 진통은 꾸준했지만 진통 사이의 시간 동안 정말 충분히 쉬었어. 마라톤 뛰다가 꿀휴식 취하는 기분이랄까. 몸 어느 한 구석 아무 통증도 없었고 기분도 정말 좋았어. 말하고 눈을 뜨려면 얼마든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 땐 그냥 다음 진통 대비해서 눈을 감고 늘어져 쉬고 잠깐씩 졸기도 했어. 


기분 좋은, 통증을 덜 느끼게 하는 호르몬들이 펑펑 쏟아진다더니 약에 취한 것처럼 몽롱하고 아주 희안한 기분이 들더군. 남이 찍어놓은 영화를 내 눈으로 보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들이 평소같지 않고 현실감이 없더라고. 장소가 태어난 아이에게 편하도록 무척 어두웠다는데 그것도 기억이 없어.

 

남편은 욕조 밖에 쪼그리고 앉아 내 팔다리를 우리가 준비한 대로 가볍게 터치하며 마사지를 해 주려고 했어. 내가 열심히 준비시킨 건데, 막상 출산 중에 누가 건드리니까... 귀찮아. 


누구들은 도움이 엄청 됐다던데 나는 음악도, 터치도 필요없이 그냥 조용히 혼자 하는 게 편했던 것 같아. 진통이 바로 와서 길게 말할 기운도 없고 해서 그만 마사지 해주려는 고마운 사람한테 "비켜!" 외마디 질러버렸어.


진통이 가시고 쉬는 시간이 올 때면 '참을만 하네, 뭐.'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는 아프지 않더라고.


말했다시피 진행이 빨랐어. 조산사와 간호사도 초산부의 출산이라 느긋해 하다가 아이 머리가 금새 보이는지 뭔가 서두르기 시작하더군. 역시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는구나, 다시 한 번 확신이 들었고. 금방 끝나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내 몸이 다 잘 알아서 하겠구나, 점점 더 마음이 편안해졌지. 만족감, 자신감 같은 것도 들었고. 시간이 정말 비현실적으로 빠르게 지나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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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 아이가 물 속으로 미끄러지듯이 빠져나오고 탯줄을 끊지 않은 채 내 가슴 위로 올려졌어. 지금이라면 다른 거 다 팽개쳐두고 아이 얼굴만 보고 또 보고 있을 것 같은데 그 당시에는 아이가 반가운 한편 계획한 대로 출산을 마무리 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


왜 첫째가 태어나면 경황없고 정신이 너무 없어 아이에 집중을 못하고 둘째 때야 제대로 감격이 온다는 말을 들었는데 나도 그랬던 것 같아.


어쨌든 아이가 되도록 덜 울기 바라서 조용히 달랬어. 아기는 두 번 정도 앙 소리만 내고 곧 안정됐고. 정말 편안하게 태어난 아이 중 일부는 태어나서 울지 않은 채 조용히 폐호흡으로 넘어간다고 해서 우리 아이도 그러길 바랬는데 다행히 거의 울지 않았어.


이후 간호사들에게 태맥이 사라지기 전에 탯줄을 끊지 않도록 지켜봤어. 탯줄을 성급하게 자르면 순간적으로 아기에게 무호흡 상태가 닥칠 수도 있다고 해. 제대혈을 하려면 급히 탯줄을 잘라야 한대서 서방과 고민하다가 우리는 탯줄 속 혈액이 아이의 몸에 다 흡수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늦게 탯줄을 자르는 쪽을 택했지.


또 아이가 몸무게를 재기 위해 끌려가기 전, 나와 충분하게 오래 시간을 보냈어. 사실 이런 식의 출산을 아주 잘 하는 병원이라서 내가 부탁하지 않아도 조산사, 간호사 모두가 내가 원하는대로 출산을 마무리지어주고 있었어.

사실 애가 태어날 때 몇 키로인지는 너무 작아서 인큐베이터같은 게 필요한 게 아니면 급히 알아야 될 일은 아니잖아? 그리고 체중계가 너무 차가우면 태어나는 동안 엄마보다 더 힘들었던 아이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해.

이 병원에선 아기 체중계가 전기담요처럼 따뜻하게 데워져 있어서 안심하고 아이를 건넸어.

 

여러 보고서에 의하면, 어린 아이들은 뱃 속에 있었을 때와 태어나는 상황의 순간을 기억한다고 해. 곧 까먹거나 오래 기억하거나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말을 막 시작한 3, 4살 정도 아이들에게 물으면 절반 정도가 기억을 한다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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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이가 머리를 아래로 향하고 엄마 뱃속에 있는 사진을 보고 "이상하다, 내 머리는 위에 있었는데"라고 말하던 역아도 있고 엄마보다 아빠가 태담을 더 많이 해 줬던 아이의 경우 자신이 아빠의 뱃속에 있었는데 왜 엄마의 뱃속에 있었다고 사람들이 말하는지 의아해하기도 했었대. 태어나는 과정에서 제왕절개나 집게 등을 이용해 힘들게 태어난 경우 그 때의 고통스러웠던 경험을 7살 정도 성장한 후까지 괴롭게 기억하고 있기도 했다고.

 

이런 저런 이유로 아이가 힘들지 않은 방법으로 출산하려고 했고. 기대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순조롭게 아이를 낳았어.

 

출산은, 자체의 경험을 다시 하고 싶어서라도 아이를 더 갖고 싶을 만큼 정말 훌륭한 경험이었어. 사실 첫 날 아이낳은 바로 다음엔 '뭐야 준비 많이 했는데 너무 별 거 아니잖아.'하는 기분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날의 짧은 한 순간 한 순간이 정말 너무 큰 추억으로 떠오르고 무엇보다 내 몸과 내 자신에 대해서 꽤 큰 신뢰가 생겼어.


아니 뭐, 진짜로 너무 뿌듯하더라고.


임신 기간을 통틀어, 아이를 만났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가장 괜찮은 날이었다고 생각해.




8


사실, 이상했어.


여자들은 제대로 된 사람이기 전, 네안데르탈인이라던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던가 원숭이 반 사람 반 시절부터  출산을 해 왔는데 출산이 촉진제 등 의술의 도움 없이는 해낼 수 없는 그토록 위험한 과정이라면 정말 많은 여성들이, 더구나 옛날처럼 피임이고 뭐도 없이 애를 무지하게 많이 낳는 시대라면 대부분 출산 과정에서 한 번은 크게 잘못돼서 죽을 가능성이 아주 큰 거 아냐?


그렇다면 중년 이상의 나이가 된 여성들은 반 이상 다 죽어서, 노년층 여성은 아주 심하게 적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어디서도 그런 기록을 본 기억은 없는데?


왜지?


그러나 궁금증을 풀 데가 없었고 설마 병원에서 안 위험한데 위험하다고 뻥을 칠 것 같지도 않고. 곰곰히 생각하던 나는, 오래 전부터 이렇게 결론을 내린 상태였어. '아, 뭐 이유가 있겠지!' 다행히 가장 중요한 순간에 답을 알았고 내가 원하는 줄도 몰랐던, 그러나 원했던 방식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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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말했지만. 자연출산이 출산을 하는 여성이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가장 최선의 출산 방법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어. 중요한 것은 '산모가 원하는 방식'이 무엇인가 하는 거지. 아무리 좋은 방식이라 하더라도 겁먹은 산모에게 남편이 자연출산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게다가 하고 싶다 해도 우리나라에서 자연출산을 하기가 쉽지 않아. 자연출산을 돕는 병원 자체가 많지 않을 뿐더러 조산사나 듈라같은 전문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지.


뭣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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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분만 같은, 우리나라에선 일반적이지 않은 출산 방법들은 의료보험 지원을 못 받는다. 전문 인력을 구해서 집으로 부르는 것도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지. 그러나 행복한 출산을 위해 투자하기로 마음 먹는다면 좋은 유모차나 유기농 배냇저고리를 사 입히는 것보다 아이에게도 좋고 엄마 자신에게도 돈과 바꿀 수 없는 귀한 경험이 될 수 있을 거야.

 


그대들에게, 그대들의 아내에게 출산이 나에게처럼 정말 멋진 기억이 되길 바라며.

 

안녕.







메리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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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사회는 주부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주부가 생산하는 국가 인류적 성과를 실물적으로 보상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