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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1.목요일

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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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태가 젊은 여성(그러니까 이 피해자의 말로는 딸뻘이라고 하는)에게 성희롱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고, 이에 공개 사과했다. 두 사람 사이 무슨 일 있었는지 자세히 모르고 유희와 희롱 사이에 수많은 지점 있겠으나, 고은태가 피해자의 주장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한 시점에서 이미 논의의 여지 없이 성희롱이다.



오늘 같은 날은 찌라시 기자가 부럽다. 사건엔 자극적 단어가 난무한다. 명망 있는 인권 운동가의 두 얼굴,  딸뻘의 여자, 유부남, 발가락, 키스, 엉덩이, 성희롱 “특정 신체 부위”, “나체 사진” 등등. 있는 조미료를 아낌없이 쓸어 넣어 끓인 진국을 진상하는 날이다.



새삼 드는 생각이지만 ‘떨어진다’는 표현 참 적절하다. 세상엔 공짜가 없어서 오르는 건 어렵다. 그런데 실족하는 건 순간이고 떨어지는 것도 고속이다. 그리고 다친다. 때론 운이 없어서 낙하 지점에 돌이나 재활용 유리 수거함이 있을 수도 있다.



“세 번째 발가락에 키스하고 싶다”

“다 벗기고 엎드리게 한 후 엉덩이는 올리게 해서 때리게 하고 싶다”



잘잘못을 죄다 떠나 저 문장 만으로도 이미 고은태씨는 강적이 됐다. 누가 공금을 횡령한들 ‘장부조작’, ‘차명계좌’가 어떻게 ‘엉덩이’와 ‘특정 신체 부위’를 이기냐. 벗은 곰은 벗은 20대 여성에 대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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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세 번째 발가락. 각자의 지옥을 경험하고 있을 두 사람한테 미안하지만(진심이다) 이 창조적 표현에서 웃고 말았다. 하긴 이쪽 바닥 사람들이 성적 상상력이 꽤나 풍부한 편이다. 하지만 동시에 드는 생각은, 인생이라는 트랙에서 얼만큼 열심히 달리면 이 현란한 꼬리표를 따돌릴수 있을까 하는 거.(음 근데 따돌리는 게 가능하긴 할까?)



물론 고은태씨를 애써 두둔해줄 이유는 없다. 거기 마침 유리 수거함이 있던 건 안타깝지만 실족한 건 본인의 과실이니까. 그러나 유리 조각에 대해 이야기 못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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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유리 조각의 기본 개념부터.



애초에 SM은 개인적인 성적 취향이다. SM은 사도-마조히즘의 약자이고, 가학-피학 음란증이라고 번역된다. 한 쪽은 때리면서 하악하악대고 다른 쪽은 맞으면서 하악하악대면 그걸 SM이라고 한다. 아님 묶거나, 가두거나, 다른 별의별 방법으로 괴롭히거나. 뭐 많은 분들이 익히 알고 있으실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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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태가 여성에게 제안했던 D-S는 'Dominance and Submission' 그러니까 ‘지배와 복종’으로, SM에 비해 장기적인 인간관계를 뜻한다. 다시 말해 고은태는 피해자에게 한동안의 ‘주인님과 노예 놀이’를 하자고 한 거다.



이러한 성적 취향을 통칭해서 BDSM이라고 한다. B-D는 Bondage와 Discipline으로 ‘구속’과 음... ‘조교’라고 하면 한 번에 와 닿을 하반신 친일파들 많을 거고. D-S는 지배와 복종, SM은 가학과 피학. 하여 BDSM은 서로 어울리는 세 가지 짜웅을 가리키는 복합어다. 그리고 이 세 가지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이 본질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드러나는 외양과 관계의 밀도가 다를 뿐.



그러니까 한동안 상대가 주인님이거나 노예라고 ‘치고’ 노는 걸 DS라고 한다면, 두 남녀(혹은 남남, 녀녀)가 만나 인사하고 커피 한 잔 하면서 조율한 후 모텔에서 약속한 대로 놀고 나와서 술 한잔 하고 악수하고 헤어지는 걸 ‘SM플레이’, ‘플레이’라고 한다. 더 줄여서는 그냥 '플'이라 하고. SM이든 DS이든 대체로 저 두 지점 사이 어딘가에 있을 거다. 누군가에겐 기초상식이고 누군가에겐 영 생소한 얘기일 거다.



더 길게 얘기할 지면이 아까우니 궁금하면 남로당 시절 연재 되었던 한 칼럼을 읽어보면 된다. (여기를 누지르덩가 말덩가. 참고로 나의 의지와 아무 상관 없이 유료가 되어 있다. 세상의 많은 건 공짜가 아니다.) 필자가 누군지는 밝힐 수 없지만, 딴지일보 인사들 중 가장 미남이라고 한다. 필자가 확인해 본 결과, 과연 신빙성 있는 소문이었다.



그러니까 BDSM이란 건 처음부터 끝까지 개인의 성적 취향과 2인 이상의 당사자 사이의 합의의 조합일 뿐이다. 정말 여러가지 합의의 방식이 있겠지만, 사(私)적 약속이라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즉 BDSM 취향자들, 그러니까 SMer(통칭 ‘에세머’)들은 강제적 상황을 설정하지만, 결과적으로 강제성을 연기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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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바 묶고 때리고 가두고 “다 벗기고 엎드리게 한 후 엉덩이는 올리게 해서 때리”는 걸 진짜 강제로 하면 그건 그냥 범죄지. 거기 취향이 어딨고 프라이버시가 어딨냐. 이런 강력 범죄는 당하지도 방관하지도 말고 당장 신고하도록 하자. 타인에게 저지르고 싶다면 일단 정신과 상담을 받는 게 좋겠다.



에세머들은, 그 용어가 가리키는 취향의 특이성으로는, 욕 먹을 이유가 일절 없는 사람들이다.



청바지에 흰 티셔츠를 입고 긴 생머리를 휘날리는 여성을 좋아하는 것과 밧줄에 묶여있는 나체의 여성을 좋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동등하다. 물론 후자의 여성이 정말로 납치돼서 강제로 그런 꼴을 당하고 있는 거라면 졸라 큰일이지만, 그건 생머리 아가씨를 협박해서 강제 결혼하면 안 되는 것과 같다.



타인의 취향을 좋아해 줄 필요는 없다. 따뜻한 시선을 보내줄 필요도 없다. 걍 늬덜은 그렇게 살라는 의미로다가 인정하기만 하면 된다. 똘레랑스라는 게 어차피 ‘인내’잖냐. 고종석의 말이 맞다.



- 난 DS라는 거 역겹지만, 둘이 합의하고 하는 거면 누가 뭐라 그럴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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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겹지만 봐주겠어♡



에세머들한텐 그냥 이 태도면 된다. 더 이상 바라지도 않고. 아, 가학/지배 - 피학/복종 성향인 게 무슨 특권 유전자를 가진 양 착각하는 에세머들도 있다. 그리고 BDSM을 종교나 철학처럼 추상적으로 떠 받드는 그룹도 있다. 즉 자기애(愛)가 적정선을 넘은 나머지 에셈 취향과 일반적 취향을 동등하게 보는 게 아니라 아예 에셈이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건데...



타인을 무시하는 건 자신을 사랑하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이런 에세머들은 바보 취급 좀 당해도 되니, 에세머 비(非)에세머 할 거 없이 굳이 손가락질을 참을 필요가 없겠다.





2



에세머임이 드러난 고은태씨. 커밍아웃을 (당)하는 방식 중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케이스이지만, 에세머들은 이럴 때 무척 재미있어한다. 사실 에세머가 바닐라(일반적인 성적 취향자를 이렇게 부른다.)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적절한 비유일진 모르지만... ‘필독미남조’라는 어떤 새가 국내에 자생하는 걸 뻔히 알고 있던 조류학자가 있다고 치자. 이 학자는 모종의 이유로 필독미남조를 세상에 알리지 않고 있다. 그러다가 이게 최초로 발견되었다고 세상이 떠들썩해지고 방송팀이 출동하고 리포터가 상기된 목소리로 보도하는 걸 보고 있으면 꽤 흥미롭지 않겠는가. 느긋한 구경거리랄까, 여유와 결합된 묘한 즐거움이 느껴지는 거다.



물론 에세머들은 ‘바닐라’들이 자신들의 취향을 얼마나 역겨워하는지 익히 알기에, 고은태처럼 아닌 밤중에 커밍아웃으로 워프한 이가 인간쓰레기로 매장되는 모습을 봐도 별 감정 없다. 슬프거나 비참한 건 어불성설이고, 안쓰럽긴 하지만 어쩐지 재밌기도 하다. 다 안다, 에세머 니네 이 사건 보면서 속으로 한 번 쯤은 웃는 거.



고은태가 우스워서가 아니라, 사건이 대략 어떤 프로세스를 거쳤는지 빤히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드러나지 않은 내막을 기정사실화해서도 안 되고, 제멋대로 심리학을 펼쳐서도 안 되니 그냥 일반적인 경우만 훑어보자.



만약 멜돔(지배/가학 성향의 남성)이 이성애자라면, 펨섭(복종/피학 성향의 여성)을 만나야 짝꿍이 맞을 거다. 어떻게 만날까. 설마 백화점 앞에서 피켓 들고 광고할까. 답은 대체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있다. 요즘엔 SNS로 번지는 추세고. 하여간 익명성이 일정 수준 이상 보장되는 통신망이 아니면 현실적으로 힘든 게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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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기적처럼 나에게 딱 맞는 짝을 현실에서 만나는 경우도 있다. 마침 ‘에세머 안테나’가 고성능으로 작동하는 행운까지 겹친다면 신나는 영화 한 편을 찍을 수 있으리라. 허나... 그런 경우는 존재하되, 그 행운아가 당신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만화 <정글고>에서 이사장이 ‘혹시 나는 머리가 좋거나 숨겨진 재능이 있어서 조금만 공부해도 멋진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하는 학생들에게 하는 말과 같다.



“천재? 물론 있죠. 하지만 넌 아니에요.”



결국 인터넷과 여타 통신망이다(합쳐서 편하게 ‘웹’이라고 하자. 통신’망’이니까.). 지금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웹의 곳곳에서는 자신의 짝을 찾기 위한 에세머들의 고독하고도 지루한 탐색전이 면면히 계속되고 있다. 탐색전의 무기와 대상은 텍스트. 그리하여...



저 텍스트 너머에 과연 누가 있을까.



에세머들은 기본적으로 의심이 많다. 그리고 의심이 많아야 한다.




- 멜돔이라고 주장하는 쟤가 밀폐된 장소에서 갑자기 강간범으로 돌변해 폭행을 저지르고 사라질 '변바(변태 + 바닐라)'가 아니라는 보장이 있는가?


- 펨섭이라고 주장하는 쟤가 나중에 대화록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할 비열한 낚시꾼이 아니라는 보장이 있는가?

- 내(돔)가 하고 싶은 것과, 상대(섭)가 당하고 싶은 게 얼마나 잘 매치될까?


- 저 인간 저거 어디까지 뻥치는 거지?


- 취향은 들어맞는다손 쳐도, 이성으로서(혹은 동성으로서) 그 이전에 내가 좋아할 만한 매력적인 사람일지?
펨섭이라고 주장하는 저 사람은, 섭인 건 확실히 알겠는데 과연 여성이 맞는지?


- 난 멜돔을 모시고 싶은 펨섭인데, 취향이 서로 맞아야 하는 건 너무 당연하고, 과연 인간적으로 존경할 만한 지성과 품격을 지닌 사람인지?


- 난 펨돔을 모시고 싶은 멜섭인데, 저 사람은 사회에선 마초적이고 신체도 강인하며 경제적 지위도 있는 나를 고개도 못 들게 만들만한 카리스마와 잔혹함을 갖고 있는지? 약속장소에 청초한 처자가 나와서 “난 피는 못 보는 체질이에요~”하면 곤란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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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등 의심해 마땅한 것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나 순진한 초보 섭일 경우, 특히 여성인 펨섭일 경우는 쉽게 상상 가능하다시피 경계해야 할 게 수 배로 늘어난다.



결국 웹을 통해 상대를 만난다는 건, 서로를 파악하고 호감을 키우며 의심을 줄이는 지루한 과정을 견디는 일을 뜻한다. 그러면서 흔히 ‘온플’이라고 부르는 걸 하게 된다. 아직 얼굴 보지 않은 상태에서 시험 삼아, 혹은 아직은 조심하기 위해 거리를 두고 플레이를 하는 거다. 고은태가 “특정 신체 부위 사진 찍어 보내라”고 한 게 이런 거다. 물론 즐기기 위해서도 하는 거고.



여튼, 여기서 오프라인 미팅까지 가지 못하고 파토가 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럼 뭐,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서로 손가락질하고 욕하고 일러바치는 추태가 일어나는 거지.



대표적인 경우만 추려보겠다.




1); 어느 한 쪽이 <취향이 맞는다>는 이유로 관계를 기정사실화하는 경우. 상대가 어처구니 없어서 파토 낸다.  당연한 말이지만 성척 취향과 상관없는 부분에서도 매력을 느껴야 한다. 바닐라라고 해서 아무 이성과 사귀고 결혼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펨섭은 어떤 멜돔을 그냥 남자로서 싫어할 수 있는데, 그걸 월권이라고 생각하고 분노하는 병신들이 심심찮게 있다. 눈에 띄면 때려주도록 하자.



2); 돔이 요구하는 선과 섭이 견딜 수 있는 선이 다른데, 돔이 그 선을 넘는 경우. 예를 들어 섭이 즐길 수 있는 건 “강아지”라고 불리는 것 까지인데 “암캐”란 소리를 들었을 경우. 당연히 이 때부터는 폭력이 된다. 물론 실제 에세머들이 작심하면 그 언어 습관은 위의 예보다 훨씬 현란하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3); 위 2번 경우의 연장. 자 이렇게 한계선을 만났다. 여기서 돔은 빨리 섭의 한계선을 알아채고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그런데 조율하기는커녕 폭압적으로 강요하거나, 외려 감히 앙탈부리는 걸 보니 더 혼나야겠다는 식으로 구는 돔들이 있다.

4) 돔이 돔질(지배하는 행위)을 합의의 결과가 아니라 돔의 특권이라고 착각하는 경우. 답이 없다.

5) 드디어 상대를 만났다는 기쁨에 성급하게 관계를 진척시키려는 경우. 당연히 템포를 빼앗긴 상대는 주춤하게 되고, 이렇게 거리가 벌어지면 결국 파토나게 마련이다.


6); 어느 한 쪽이, 사실은 에세머가 아닌데 본인을 에세머라고 착각하거나 연기하는 경우. 대략 ‘나 이런 것도 할 줄 아는 자유분방한 사람이야’하는 셀프 허세가 착각으로 이어지는 케이스가 많다. 이럴 때는 결과적으로 멜돔이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을 에세머라 착각한 펨섭은 피학/복종 성향이 내재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상대 멜돔의 언행을 폭력적이라고 느낄 수가 있다.


*자신을 에세머라 착각한 멜돔(즉 변바1)은 BDSM이 아닌 단순한 폭력과 권위를 내세워 상대 펨섭을 폭발시키곤 한다.  


*자신이 에세머라고 연기하는 가짜 멜돔(즉 변바2)은 손쉽게 열등감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공짜 섹스를 찾는... 그냥 개새끼다. 웬만큼 눈치가 있는 펨섭은 절대 가만 놔두려 하지 않는다. 여기 저기 커뮤니티에 알려 퇴출작업에 들어간다. 그러나 가끔 순진한 초보 펨섭이 당하기도 한다.



7) 한 쪽이 짝사랑에 빠진 나머지 진상을 부리는 경우. BDSM의 특성상 이런 상대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안전제일이요 몸보신이 최고다.


8); 한 쪽은 재미로, 한 쪽은 진지하게 서로에게 접근했을 경우. 설명할 필요도 없이 반드시 파토나지 않겠냐. 재미로 접근한 쪽이 잘못한 거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진지한 측이 본인의 마음만 가지고 상대방에게도 진심을 요구하는 경우, 대체로 진상을 부리게 된다.




생각나는 건 이 정도다. 장담할 순 없지만, 두 사람의 사건도 위에 제시한 경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결과였으리라 예측해 본다.





3


은태는 잘못했다. 상대로 하여금 모욕감과 공포를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피해자 편을 들지 않으면 우리는 모든 종류의 성범죄에 있어 가해자를 단죄할 근거 상당부분을 잃어버릴 것이다.



단, 고은태는 잘못한 와중에 그래도 한 가지는 잘했다. 애초에 잘못을 하지 말았어야 하지만...



고은태는 자신의 언행에 상대가 불쾌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파악한 순간 문제의 행위를 멈췄다. 해당 내용이 담긴 고은태의 사과문은 피해자와 조율한 결과라 하므로, 의심할 필요는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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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머들은 이 지점에서 정신 못 차리고 질주하는 인간들을 하도 많이 봐 와서, 아마 고은태가 내내 실수하는 와중에도 그나마 최소한의 자제력과 현명함은 갖췄다고 판단하고들 있을 거다.



즉 고은태가 저지른 잘못의 핵심은 이거다. 되도록 에세머 식으로 말해보겠다 :  고은태는 위에서 설명한 ‘합의의 과정’에 실패한 거다. 그리고 상대의 욕구와 의지를 파악하는 ‘감’이 떨어졌다.



‘감’ 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가 부도덕하고 폭력적인 인간이라고 상정하기엔 그나마 수습을 잘 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야 어쨌든 우기지 않았다. 가해를 멈추는 순간, 죄다 드러내 놓고 사죄하는 순간을 피하지 않고 감수했다. 에세머 사이에서는 요정도 하면 더 욕먹지는 않는다. 칭찬하는 게 아니다. 개중에 다행이라는 거다.



음... 그럼 고은태를 욕하지 않으면 되는 거냐?



에이 설마. 그렇지는 않다. 어쨌든 본인의 언행에 의해 피해자가 발생했잖아. 욕 먹고 혼 나야지, 뭘 어쩌겠어. 그리고 또 하나...




4


가장 큰 문제인 또 하나의 그게 뭐냐면, 고은태가 유부남이라는 거다.



물론, 고은태가 피해자에게 저지른 짓은 진행단계상 법적으로 간통이라고 할 순 없다. 그리고 고은태의 외도(일단 외도라고 하자)는 사회적으로 그를 두들겨 패서 해결하기 이전에, 일차적으로 고은태와 그의 부인이 해결할 일이다.



허나 고은태는 간통의 목적을 갖고 있었다고 판단된다. 법적인 문제는 크게 없을 것 같고, 원칙적으로도 부부 양자 사이 바깥에 있는 남들이 판단하거나 ‘응징’할 일은 아니지만...



이런 행동이 욕 먹는 건 그것대로 너무 당연하다. 


고은태에 해당하는 가해자가 에세머가 아니라고 치자. 북미나 서유럽에서 유명한 유부남인 인권운동가가 외간 여성에게 사귀자고 제안한 사실이 폭로되었다고 치자. 거기다 해당 여성이 성적 수치심을 느껴 피해자가 되었다고 하자. 그 동네가 선진국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그런갑다~”하진 않을 거 아니냐. 그를 존경하던 사람들이 실망하는 건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개인의 성생활에 남들이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는지는 다른 지면에서 논의해도 될 것 같다.). 



단, BDSM 취향으로 욕하진 말자. 그 유리조각은 실족의 본질이 아니다. 이 기사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이 이거였다. 고은태를 어떻게 판단하든 개인의 자유일 것이다. 하지만 판단의 근거로 그의 성적 취향이 동원되는 것은 오류다. 엉덩이와 나체 사진, 세 번째 발가락이라는 말이 아무리 휘황찬란할지언정.





PS. 마지막으로, 고은태가 겪을 한 가지 현상을 예측해보겠다. 고은태는 이제 펨섭들로부터 팬레터를 받을 것이다. 아마도 ‘고은태 취향’일 일부 펨섭에게만 해당되는 일이겠지만 말이다. 멜돔이라 주장하는 남성들을 의심하고 경계하는 게 당연한 펨섭들의 현실상 고은태처럼 ‘검증된’ 멜돔은 상당히 탐나는 상대다.


물론 부럽지는 않다. 부인과 집에서 어떤 대화를 하고 있을지 상상하면...

안전 제일, 몸보신이 최고다.

더불어 바닐라와 에세머 모두는 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나만큼이나 타인도 보호 받아야 함을 잊지 말도록 하자. 그리하여 명랑사회 창달을 위해 모두 힘차게 손잡고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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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 @ddanzifieldd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