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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에 암 확진을 받고,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았다. 방사선 치료까지 마치느라 몇 개월을 쉬고 나서 딴지 지면에 돌아오는 글이 10.26 기념 논평이라니, 죽음을 맞대면하고 돌아와 누군가의 죽음을 기념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역사는 우리에게 언제나 교훈을 배우길 강권한다. 역사로부터 배운 사람들은 살아남을 것이며,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한 자들은 영원히 실수를 반복하며 망해갈 것이라는 점, 그 자체가 이미 역사적 교훈으로 익히 알려져 있지 않은가? 


돌이켜 보자. 그리고 과거로부터 배운 교훈으로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게 되길 빈다. 



두 번의 10.26


우리에게 알려진 첫 10.26은 1909년이다. 


안중근은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등과 함께 블라디보스톡을 떠나 하얼빈에 도착하였고 우덕순, 조도선 등은 채가 구역으로, 안중근은 하얼빈역으로 이동하여 이토 히로부미를 기다린다. 일본 제국의 전 총리, 제1대 조선통감으로 을사조약의 성립에 크게 기여한 이토는 러시아 재무상 블라디미르 코코프초프와의 회담을 위해 1909년 10월 26일 아침 9시에 하얼빈 역에 도착한다. 


군중 속에 숨어 있던 안중근은 이토가 러시아 수비병을 사열하기 위해 몸을 드러내는 순간 두 발의 총알로 이토의 복부를 명중시켰고 만전을 기하기 위해 주변의 인물 3인까지 함께 저격한다. 이토는 총격으로 고통스러워하다가 30분 뒤인 10시경 숨을 거둔다. 안중근은 러시아 말로 한국 만세, “코레아 우라”를 외치고 체포되어 뤼순 감옥에 (하얼빈 감옥이 절대 아니다) 수감되었다가 이듬해 1910년 3월 26일 교수형이 집행되었다. 


그러나 안중근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았으며, 그의 정신은 오늘날에도 살아남아 우리들에게 매우 중요한 교훈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우리는 그의 정신을 본받아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10.26은 이로부터 정확하게 70년 뒤에 벌어진다. 


군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지 18년, 유신헌법이라는 말도 안 되는 독재적 헌법으로 종신 총통을 꿈꾼 지 만 7년, 박정희의 독재정권은 갈수록 거세지는 민중들의 반독재 투쟁을 막아내지 못해 어지러워지고 있었고, 뜻밖에도 박정희를 최근접거리에서 보필하던 김재규는 박정희 암살을 기획한다. 


1979년 10월 26일, 평소에도 박정희가 즐겨 들러 술을 마시던 궁정동 안가에서는 총성이 울려 퍼졌다. KBS 당진 송신소 개소식과 삽교천 방조제 준공식에 참가한 뒤 경호실장 차지철, 비서실장 김계원, 중앙정보부장 김재규 등과 함께 술을 마시던 박정희는 믿고 신뢰하던 자신의 오른팔 김재규에 의해 암살당하기에 이른다. 김재규의 부하 박선호, 박흥주 등은 김재규의 일을 도와 주변 인물들을 제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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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대한민국을 농락하던 독재자 박정희는 최후를 맞게 되지만, 이어지는 정권을 리틀 박정희 전두환이 또 한 번의 군사 쿠데타로 장악하게 되면서 우리 사회는 다시 암흑기로 접어들게 된다. 


이게 두 번째의 10.26이며 우리에게 더욱 친숙한 근 과거의 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도대체 김재규가 왜 박정희를 쏘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김재규는 왜 박정희를 쏘았는가?


김재규 본인은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암살을 준비했다고 재판과정에서 고백하고 있다. 그러나 그걸 그대로 신뢰하기는 힘들다. 물론 거사 전에 김재규는 장준하 등과 만남을 가지기도 했었고, 다양한 경로로 박정희의 독재적 행태에 비판적인 면모를 보여왔으며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은 사실로 보인다. 다만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니라고 봐야 한다는 것뿐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권력 서열에서 차지철에게 밀리면서 소외당하는 점으로 인해 분노하면서 충동적으로 저지른 사건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 또한 일리가 있는 추정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벌인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사건의 규모가 너무 크고, 사전 작업도 분명히 있었다. 충동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의 개입을 추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박정희의 독자적인 핵개발 추진, 그리고 박동선의 코리아게이트 등으로 인해 한미관계가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었고 동북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놓치고 싶지 않은 미국이 김재규에게 박정희 암살을 요구했다는 분석이다. 이 또한 타당성은 있으나 입증되기 힘들다. 


과연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 작은 이유를 하나 더 보태고자 한다.


1979년 10월 23일, 즉 김재규가 박정희를 쏘기 겨우 3일 전. 중앙정보부는 박정희에게 문건을 하나 올려 보고를 하게 된다. 문건에는 천주교, 불교, 기독교를 결합한 신흥 종교인 “영혼합일법”을 설파하던 최태민이라는 사이비 종교지도자의 비위 사실에 대한 적나라한 보고 내용이 담겨 있었다.


1975년에 육영수 여사가 자신의 꿈에 현신하여 박근혜를 도와주라고 말씀하셨다는 핑계로 당시 어머니를 잃고 실의에 빠져 있던 박근혜에게 접근하여, 실질적인 퍼스트 레이디의 권력을 등에 업고 “대한구국선교회”라는 정체불명의 단체를 설립하여 온갖 특혜를 받아내고, 14건의 횡령, 사기, 변호사법 위반, 권력형 비리 브로커의 행각을 보였으며 말로 표현하기 민망한 엽색 성추문을 벌여왔던 점까지 적나라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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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규는 왜 이런 보고서를 박정희에게 제출하였을까? 그리고 이 보고서에 대한 박정희의 반응은 무엇이었을까? 독재자에게 당신의 딸이 사이비 무당에게 홀려 권력을 남용하고 범죄를 방조하고 있다고 직접 보고한 김재규도 대단하지만 그런 보고를 직접 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도 않은 박정희도 대단하다. 그런 정도는 별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나이가 들어 판단력이 흐려진 것일까?


어찌 되었거나 박정희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김재규는 이에 크게 실망하게 된다. 일설에는 그런 박정희를 보면서 이렇게까지 판단력이 흐려진 노인에게 더 이상 그 거대한 독재적 권력을 맡겨 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을 김재규가 내렸고, 이 판단이 10.26으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동기가 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충분히 타당성이 있는 주장이라고 판단된다.


그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재규는 우리에게 모든 것을 다 해주었고, 모든 것을 다 알려준 셈이다.


18년간의 장기 군사독재를 이끌어 오던 박정희를 죽임으로써 독재정권을 직접 끝장내 주었고, 그의 권력을 물려받게 될지도 모르는 큰딸은 사이비 무당에게 홀려 일을 그르치고 있는 금치산자에 가까운 사람이라는 점까지도 중정 보고서를 통해 세상에 알려준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리틀 박정희 전두환의 폭거를 막아내지도 못했고, 더 나아가 박근혜의 집권을 막아내지도 못했다. 이제 박근혜 정권이 최태민만큼이나 영험하다는 그의 딸 최순실에 의해 온전히 농락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폭로되었다. 대를 이어 사이비 무당에게 당한 것이다. 21세기의 대명천지에 말이다.


저승이라는 곳이 있다면 김재규는 우릴 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부끄러워서 손발이 오그라든다.



예견된 파국


오늘날의 사태, 전혀 공적이지 못한 일반인에 의해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공적 시스템이 온전히 지배를 받고, 나아가 그런 어두운 지배를 아무도 막아내지도 지적하지도 못하는 무력한 헌정사상 초유의 시스템 붕괴 상황은 예견된 일이었다. 


알만한 사람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임 이명박 정권은 이런 사실, 박근혜는 사실 무당에게 지배당하는 허수아비였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이명박은 당시 한나라당 내부에서 대권 후보 자리를 두고 박근혜와 경합을 벌여 이겼던 사람이다. 그가 박근혜의 약점이라면 약점을 모르는 게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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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여당의 중진들은 이런 상황을 몰랐을까? 선거의 여왕이라 칭송하며 당이 여론상 불리해질 때마다 박근혜를 내세워 세상 물정 어두운 노인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고 그 지지율로 당을 재건하는 맛에 박근혜를 계속 앞자리에 앉혀 둔 거 아닌가 말이다. 


박근혜 대선 캠프에 합류해서 당선을 도왔던 사람들은 몰랐을까? 공식적인 회의 석상에서 결정되는 사실은 하나도 없고, 어딘가 비밀스러운 장소에서 비밀스러운 사람들과의 회동으로 모든 게 결정되는 박근혜 특유의 업무 스타일을 의심해 보지 않았다면 청맹과니에 불과한 것이다. 몰랐던 게 아니라, 알면서도 모른 척 해왔던 거 아닌가 말이다. 저런다 해도 뭐가 문제겠는가, 내 이권만 챙기면 되지, 라는 심보로 방조하고 협력하지 않았던가.


박근혜 정권 들어 국무위원으로 참여했던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국가의 운영을 결정해야 하는 국무회의 석상에서 무당이 적어준 수첩의 내용을 읽어주는 대통령을 보고도 단 한마디의 반론도 못 하는 국무위원들은 박근혜보다 더 허약한 허수아비들이다. 아무 소리 못 하고 받아 적기에만 열중하던 그 수많은 국무위원들, 다 박근혜와 똑같은 청맹과니들이며 최순실에 대한 조력자들일 뿐이다. 당신들은 아무 말도 할 자격이 없다. 


오히려 박근혜 정권 하에서 장관직에서 짤린 사람들이 왜 그렇게 행복해하는 표정을 지었었는지 이제는 이해가 간다. 


야당이라고 몰랐을까? 물론 현직 대통령이 무당 말만 듣는 이상한 사람이라고 폭로해봐야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랬다면 할 말은 없다. 모든 것이 드러난 지금에 와서도 나 또한 이게 현실인지 잘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러나 알 사람은 다 알고 있었지 않은가? 


권력의 정당성은 끊임없이 지적되고 논의되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모두는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 그 권력이 정당하게 집행되고 있는가를 따지는 위험한 길을 선택하기보다는 권력이 나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를 계산하며 권력에 굴종하기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벌써 몇 년 전에 최순실이 박근혜가 입을 옷을 고르는 영상을 확보하고도 단 한 번도 보도하지 않고 눈치를 보다가 이제 박근혜의 권력이 몰락해 가는 걸로 보이자마자 특종이랍시고 그 자료를 내미는 티비 조선의 행태를 보자.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정의”나 “언론의 임무”가 아니라 권력의 어두운 약점을 가지고 얻어낼 수 있는 “자신들의 이익”이었다는 점을 아주 명확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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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 거의 대부분은 그렇게 “자신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습성이 있다. 그 일반적인 습성이 모두 모여 오늘날의 파국을 불러온 것이다. 누구나 예견할 수 있었다.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


재건이라는 말조차도 박정희 시대의 초입에 유행하던 넝마주이들의 단체 근로재건대가 떠올라 함부로 쓰기가 망설여진다. 그러나 국가 권력을 운용하는 시스템 전반이 붕괴된 지금, 우리는 미래의 재건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앞으로 어찌해야 하는가? 


우리는 살아가는 매 순간순간 현실주의적 합리와 이상주의적 정의 사이에서 선택을 고민해야 한다. 현실주의적 합리에 의한 선택은 좀 더 안전해 보이지만 거대한 옳은 방향을 놓치게 될 공산이 크다. 매 순간 상인의 합리만 가지고 모든 것을 결정한다면 어느 순간 우리는 또 다른 최순실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상주의적 정의만 고집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옳은 주장”만을 외치다가 스러져간 선조들을 보아 왔다. 제아무리 옳은 주장이라 하더라도 현실에서 구현되는 것이 불가능한 이야기는 버리고 미룰 줄도 알아야 한다. 


미래를 제대로 재건하기 위해서는 저 두 가지 극단 중간의 어디쯤 자리 잡고 있는 정답을 찾아야 한다.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정권을 어찌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고려해 본다면, 지금 터져 나오는 여론대로 탄핵을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해볼 수 있다. 


당연한 일이다. 아무런 공적 지위가 없는 사이비 종교인에게 모든 선택을 맡기던 천치적 무능함을 자랑하는 박근혜를 단 하루라도 더 대통령의 자리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탄핵을 하건 자진 하야를 하건 물러나게 만들어야 한다. 스스로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강제로 끌어내리기라도 해야 한다. 이게 이상주의적 정의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구현 가능한 대안은 무엇인가? 없다. 불행하게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심지어 박근혜를 이만큼 궁지에 몰아넣고 초유의 사과라도 하게 만든 공로는 일개 종편 언론사의 보도부문 사장인 손석희에게 있지 그 수많은 야권의 정치인들에게는 하나도 없다. 


탄핵을 하자고? 현재 야권의 의석을 탈탈 모아도 160여 석 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과반이며 결코 적은 수가 아니긴 하지만 이탈표가 하나도 없다고 해도 근 40석에 가까운 추가 의석이 필요하다. 박근혜의 황당함에 질려 버린 비박계 새누리당 의원들 중에 무려 현직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질 의원 40명을 포섭해 낼 수 있을까? 포섭의 주체는 누가 될까? 


또 그렇게 포섭해 내서 200석을 채우고 탄핵을 가결한다 하더라도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된 헌법재판관들이 탄핵을 통과시켜줄 확률은 얼마나 될까? 거기에 탄핵에 실패라도 했을 때 불어닥칠 역풍은 어째야 할까? 또 설사 탄핵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 뒤에 불어 닥칠 온정주의의 열풍은 어쩔 것인가? 그래도 어떻게 대통령을 짜르냐, 옛다 반기문 받아라~ 하게 될 미래는 어쩌라는 것인가? 


이게 상인의 합리성을 가진 판단이다.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우리는 미래를 재건할 수 있을까? 



뭘 해야 하는가?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고,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해야 할 일을 버리고 할 수 있는 일만 한다거나, 할 수 있는 일을 버리고 해야 할 일만 추구하는 것은 찌그러진 선택일 뿐이다. 


의석수를 따지고 헌재의 성향을 따지는 일은 전문 정치인들에게 맡겨 두어도 충분하다. 우리는 그저 무엇이 옳은 일이지, 즉 해야 하는 일인지를 따지고, 그 해야 하는 일 중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서 직접 하면 될 뿐이다. 


탄핵이 불가능하다고? 그게 불가능한지 가능한지를 왜 당신이 고민하는가? 어차피 탄핵이라는 정치적 과정에서 일반 유권자가 도장을 찍을 일은 하나도 없다. 신경 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그 탄핵이라는 과정을 진행할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일을 하면 된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이 무언가를 명확히 밝혀내어 이해하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의 실체가 무엇이었으며 그런 사람을 단 하루라도 더 대통령이라는 가장 강력한 직책에 남겨두면 안 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그 사실을 아직 이해하지 못한 주변의 사람들에게 설득하고 설명하는 일이다. 


그런 하나하나의 작은 설득들이 모여 거대한 여론을 형성하고 이 여론은 국회를 움직이고 헌법재판소를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새누리당 의원들 40명을 설득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그들이 재선되기 위해서라면 박근혜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것은 야당 정치인들의 설득이 아니라 지역구 유권자들의 태도와 분위기이다. 지금 심지어 티비조선까지 나서서 박근혜를 헐뜯고 비난하는 중인데 그게 영원히 불가능한 일일까? 


헌법재판소의 늙은 판사들이 박근혜를 버릴 리 없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이 부결되던 시점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헌법재판관들의 성향을 따져가며 탄핵이 통과될 것이라고 설레발을 떨었다. 하지만 그 노판사들은 시청 앞에 모인 사람들이 켜든 촛불의 숫자를 보고 놀라 탄핵을 부결시킨 것이다. 탄핵을 통과시켰다가는 민란이라도 발생하겠는걸~ 하며 두려움에 떨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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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박근혜에게 우호적인 헌법재판관이라 하더라도, 탄핵안을 부결시켰다간 정말 큰일 나겠다는 여론의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그 누구도 부결안에 감히 손을 들진 못한다. 그게 진정한 권력의 움직임이고, 노회한 사람일수록 그런 힘의 향배에 매우 민감해진다. 


우리 헌법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건 매우 상징적인 문구임과 동시에 지극히 현실적인 문구다. 권력은 사람들이 거기에 있다고 생각하는 곳에 있는 법이다. 즉 권력의 실질적인 주체는 사람들이다. 개헌을 삼십번쯤 한다 하더라도 이 문구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권력자들 걱정하지 마시라. 진짜 권력자는 바로 당신이 일상생활 속에서 만나는 아줌마, 아저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그들을 만나 설득하면 된다. 


왜 박근혜가 얼토당토 않는 사람인지, 권좌에 앉아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인지 말이다. 왜 당신들이 박근혜를 선택했던 것이 잘못된 일인지 설명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돌아왔는지를 보여주면 된다. 왜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전 세계적으로 부끄러워 얼굴을 못 들 지경이 되었는지, 우리가 도대체 뭘 잘못했는지를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된다. 


그리고 이제부터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를 서로 이야기하면 된다. 


그게 두 번의 10.26을 상기하며 새롭게 맞이하는 2016년 10.26의 아침에 여러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이야기이며 내 스스로에게 주는 다짐이다. 


우리는 그렇게 우리의 미래를 다시 새롭게 만들어가야 한다. 






물뚝심송

트위터 : @murutukus


편집 : 딴지일보 coc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