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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에 출전했지만 본선이라고 할 수 있는 생방송 무대에는 서지 못했던 볼빨간사춘기는 이후 2인조로 팀을 개편하고 발표한 [RED PLANET]이 차트를 역주행하면서 요즘 말로 음원깡패에 등극했습니다. 9월에 발표한 신보 [Red Diary Page.1]도 차트 줄 세우기에 성공. 이전 앨범의 성공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언뜻 듣기엔 단조롭게 반복되는 멜로디에 옹알옹알 알아듣기 힘든 발음의 보컬, 라이브 공연에서도 관객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보다는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서는 평범한 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듣기 편안한 음악, 감성을 건드리는 노랫말 정도로 설명하기에는 볼빨간사춘기의 인기를 설명하기에 부족합니다. 무엇이 이 팀을 이렇게 특별하게 만드는 걸까요?

 

흔히 대중음악계에서 머니코드라고 불리는 곡 구성이 있습니다. 머니코드라는 이름은 붙은 까닭은 캐논에서 유래된 이 코드 진행으로 많은 히트곡들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비틀즈의 'Let it be' 나 오아시스의 'Don't look back in Anger' 같은 팝송은 말할 것도 없고 임재범의 '너를 위해', 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 사이' 디즈니 에니메이션의 'Let it go'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머니코드를 사용한다고 모든 곡이 히트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름답기는 하지만 너무나 많은 변주로 사람들의 귀에 익숙해진 머니코드를 사용해서 히트곡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름답지만 익숙한 코드진행에 뭔가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낯섦을 줄 수 있어야 하는거죠.

 

즉 어떤 음악이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익숙함과 새로움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볼빨간사춘기의 곡은 그냥 듣기엔 조금 엉뚱한 가사의 가벼운 발라드 같지만 실제로 연주를 해보거나 노래방에서 불러 보면 의외로 원곡의 느낌이 잘 살지 않거나 따라 부르기가 어려운 거 느끼신 분 혹시 없으신가요?(저만 그런가요? T..T)

 

볼빨간사춘기의 곡은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멜로디가 반복되는 편안한 발라드 같지만 음악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요즘 음원차트의 대세인 힙합과 닮은 부분이 더 많습니다.

 

잉 그게 뭔 소리여? 둥둥거리는 저음이나 강려크한 전자음도 없고 블링블링한 악세사리, 찢어진 청바지에 쎈 언니 화장을 하고 카메라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 보는 언프리티스타의 치타나 제시 같은 여성 랩퍼들과 1도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데? 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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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볼빨간의 음악 어디가 랩과 닮아 있을까요? 랩은 크게 4마디 정도로 구성된 리프를 반복해서 만드는 음악 일명 비트(네 래퍼들이 곡을 시작할 때 외치는 Drop the bit 할 때 그 비트입니다)와 래퍼들이 그 비트를 타고 풀어 놓는 가사로 이루어져 있죠. 볼빨간사춘기의 대표 히트곡인 '우주를 줄께'나 '심술' 같은 곡은 일반적인 가요처럼 도입부와 진행 그리고 싸비라고 부르는 후렴구의 구성이라기보다는 반복적인 코드를 기타 스트록이나 건반 연주로 리듬을 만들고 단조롭게 반복되다 한 번 정도 변형되면서 훅을 만드는 힙합의 비트 구조에 더 가깝습니다.

 

보컬은 어떨까요? 고막여친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안지영의 보컬이 개성 있고 달달한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히 음색이 좋다라고 표현하기에는 다른 가수들과 확인히 다른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바로~~ 안지영의 발음이죠~ 우주를 줄께에서 반복되는 cause i'm a pilot은 아무리 들어도 썸 어 파리 정도로 들립니다. 심술의 도입부에서 '노란 머리 볼에 빨간홍조' 까지는 잘 들리지만 '빼빼 묶은 머리'에서 빼빼 묶은은 잘 안 들립니다.


 실제 가사: Cause I’m a pilot anywhere Cause I’m your pilot 네 곁에 -


 들리는 것: 커암머 파리 애니웨어 커섬 파리 네 겨테에- 



일반적인 가요라면 가사로 곡 전체의 스토리나 감정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묵음 처리하듯이 건너뛰거나 파일럿을 파리로 들릴 정도로 발음을 변경시키면 안 되겠죠. 박진영이 말하는 공기 반 소리 반이 듣기 좋고 부르기 좋은 편안한 발성에 관한 이야기라면 말하듯이 노래해야 한다는 건 편안하게 말하듯이 노래를 해야 가사를 잘 전달할 수 있다는 팁일겁니다. 그런데 볼빨간의 음악은 말하듯이는커녕 한국어 가사임에도 불구하고 가사지를 보지 않으면 무슨 단어인지 알아듣기 힘든 부분도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마치 랩퍼들이 라임과 플로우를 맞추기 위해서 가사의 발음을 이리 저리 일그러뜨리는 것과 비슷해 보이지 않으세요?


https://youtu.be/cZIxx14KTr8

 

볼빨간사춘기의 노래가 쉬운 것 같지만 노래방에서 불러 보면 그렇지 않은 이유가 거기에 있는데요 고음이나 노래의 기교보다는 랩처럼 문장을 일반적이지 않은 곳에서 끊거나 강세, 혹은 반복구를 만들어서 리듬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특징은 자신들의 자작곡이 아닌 피처링과 비교하면 더욱 뚜렸해 집니다. 

 

스무살과 콜라보한 '남이 될 수 있을까'에서는 발음을 일그러트리지도 묵음 처리를 하지도 않습니다.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일명 쿠세라고 하는 자신만의 노래하는 습관이 된 건지는 분명치 않지만 남자사람역의 스무살이 부르는 부분보다는 전달력이 조금 떨어지지만 헤어질 위기에 처한 여자사람의 심정을 달콤한 목소리로 공기반 소리반을 섞어서 말하듯이 전달하죠.

 

정리하자면 볼빨간사춘기의 음악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달콤한 보컬이라는 익숙한 요소에 요즘 대세인 힙합의 랩음악이 가지는 특징을 잘 접목 시켜 자신들만의 특징을 만들어 낸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거지로 음악의 특징을 잡아 이름을 붙인다면 얼터너티브랩? 모던랩? 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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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정규앨범인 [Red Diary Page.1]은 데뷰앨범의 성공에 힘입은 탓인지 다양한 악기편성과 편곡, 세련된 마스터링으로 전작의 풋풋함보다는 세련된 프로의 느낌이 물씬 납니다. 한마디로 음악에 힘이 좀 들어갔죠 하지만 여전히 멤버들이 전곡의 작사 작곡을 해내고 있어서 앞서서 말씀드린 자신들만의 특징도 고스란히 잘 살린 거 같습니다.

 

첫 번째 앨범이 히트하고 나면 두 번째 앨범에서 흔히들 슬럼프를 겪게 되는 일이 많죠 오죽하면 서포모어 징크스라는 용어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볼빨간사춘기는 두 번째 앨범도 성공적이어서 앞으로의 음악 여정이 더욱 탄탄해 진 것 같습니다.

 

이번 앨범뿐만이 아니라 세 번째 네 번째 앨범에서도 자신들만의 독특한 음악으로 K-Pop의 다양성에 한몫하는 멋진 음악가가 되었으면 합니다.





초하류


편집: 딴지일보 coc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