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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파이브스타 인증


얼마 전 한국목조건축협회의 ‘파이브스타’ 실사에 대해서 소개를 해드렸죠. ‘처음엔 시공사와 관계가 좋다고 해도 끝까지 좋은 경우는 많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검증 혹은 중재를 해줄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대로 시공되지 않았을 때 책임지고 시정요청을 할 수 있는 기관을 알아보던 중에 찾은 게 파이브스타 인증 제도였습니다.


시공사 측에서 파이브스타에 대해 부정적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인증 때 이런저런 클레임이 들어오면 그것을 고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집을 짓는 건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100년을 버티길 바라며 지은 집인데, 며칠 혹은 한두 달 늦어지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으니까요. 하자를 최소화 하는 게 더 중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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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 준비가 한창이다.


2차 파이브스타 실사를 했습니다. 1차 때는 한 분만 오셨지만 2차에는 여섯 분이 오셨습니다. 건축도면과 구조도면을 참고로 해서, 최상층부터 내려오면서 도면에 나온 대로 시공이 되고 있는 지를 봅니다. 건축주들 입장에서는 평상시 알기 힘든 부분이니 이때 꼼꼼히 체크해야 합니다.


파이브스타 품질 인증 매뉴얼에 있는 “2-9-1. 윗갈도리, 이중 윗깔도리 이음 –1”에 명시된 부분도 체크합니다. 윗깔도리 위의 이음의 경우 스터드와 스터드 사이가 아닌, 스터드 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플레이트 이음이 잘 되어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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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인 난방을 위해 에코 온돌마루를 설치했다.


한 사람의 의견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의 전문가가 검토를 통해서 시정할 부분을 체크했습니다. 현장소장님에겐 모두 보강해야 할 일들이었지만, 싫은 내색 없이 모두 보강할 것을 약속해주셨습니다. 집을 짓는 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디테일 부분에서 부족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문제를 발견했을 때 고칠 것인가 아니면 그냥 넘어갈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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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여러 명 방문해서 실사를 하는 건 매우 객관적이면서도 전문성이 높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집을 짓는 과정에서 들었던 의문을 풀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공사에 전적으로 의지해서 지을 수도 있지만, 건축주는 정보부족으로 인한 혼란에 빠질 수 있습니다. A/S를 받을 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다 만들어지기 전에 미리 바꾸는 게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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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님과 기술위원님


주택의 어디가 어떻게 망가져서, 수백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에 이르는 돈이 또 들 수도 있습니다. (결정적 하자가 있는 집을 지어서는 안되겠지만)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 감리 혹은 인증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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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강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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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주택의 포인트는 힘의 분산입니다. 작은 기둥 하나하나가 촘촘하게 이어져 있어서 한곳에 힘이 쏠리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집의 인테리어나 외관도 중요하지만 역시 골조가 튼튼해야, 후에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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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주택을 위한 꿈을 향해 오늘도 달려본다. 


파이브스타 2차 실사가 끝났습니다. 1차에 비해서 더 많은 분들이 오셔서 긴장되었지만, 새로이 배우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참석해주신 전문가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구스다운 같은 단열재, 에코필


파이브스타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총 세 번의 실사가 필요합니다. 저희는 3차 실사이자 마지막 관문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100년 주택을 짓기를 원하는 우리 부부에게는 중요한 순간인 셈입니다. 그런데 난감한 일이 생겼습니다. 폭염이 며칠이나 이어졌고, 38도까지 올라가는 더위에 안전을 책임질 수 없어서 공사가 며칠 중단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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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현장 앞에 쌓여 있는 에코필


폭염이 조금 가신 뒤 다시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단열재 시공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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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저희는 '에코필'이라는 단열재를 쓰기로 했습니다. 그냥 보기엔 솜뭉치 같고, 날아다니는 것을 보면 구스다운 같은 그 에코필 말입니다. 약 300만 원 정도 견적이 올랐습니다. 집 전체를 단열하는데 300만 원 추가된다는 것이 직영공사에서도 흔한 일은 아니지만, 하얗게 채워지는 걸 보니 ‘믿음직스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보통 인슐레이션으로 집을 짓습니다만 저희는 안정적인 단열성능을 원했습니다. 겨울에 따뜻하게 보낼 생각에 바닥에는 아이소핑크, 에코 온돌마루, 외벽에는 에코필을 분사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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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뭉쳐 있어 단단해 보이지만 흩뿌리기 시작하면 구스다운처럼 날아다닌다. 


기름 값 걱정 없이 살길 원하는 분이 계시다면, ‘꼭 단열재에 투자하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춥지 않은 집을 만들기 위해서도 단열재가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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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벽면에 서있는 스터드와 스터드 사이에 부직포를 붙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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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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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필을 분사하기 전에 여기에 갈아야 한다. 소리는 진공청소기와 비슷하다. 


처음부터 시공이 100%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닙니다. 시공을 하는 입장에서는 충분해 보이나 건축주 입장에서는 부족해 보이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단열재가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도 문제겠지만, 부족해 보일 경우 나중에 처짐 현상으로 인해서 빈 공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외기가 들어올 경우 집이 얼음장이 될 테니 재시공을 요청했습니다.


에코필은 일반적인 에코 베드(인슐레이션)보다 더 꼼꼼하게 채울 수 있지만, 작업자의 숙련도에 따라서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단열재를 채울 때는 건축주가 함께 하는 등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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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외벽이 충진된 모습. 보기만 해도 따듯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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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업을 통해서 부족한 부분을 더 메웠습니다. 다행인 건 크게 문제 될 곳이 적었습니다. 파이브스타 3차 인증에서 ‘충진부족’ 판명이 날 경우 재작업을 해야 할 수도 있었기에, 먼저 보완하는 차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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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진이 부족한 사례.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생길 수 있다(부족한 부분은 툭툭 쳤을 때 쉽게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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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에 부족하다는 건 재보면 알 수 있다. 10인치 두께를 충진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25cm 이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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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업은 번거롭고 힘들다. 찾는데 시간이 걸리고 다시 하는데 또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꼭 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단열비용으로 약 600만 원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입고 다니는 대장급 구스다운 10벌 값에 집 전체를 훌륭히 채운 것이죠. 나무와 나무 사이에 에코필이 꽉 채워져 있으므로 한기가 들어오는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한 번에 보는

'아파트를 버리고 전원주택을 짓다'




양평김한량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