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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4. 21. 화요일

멀더요원






지난 418일 밤, 광화문에서 벌어진 세월호법 시행령 폐지 관련 집회 현장을 취재하던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의 트윗이 떠돌았다.

 

시위 진압(용역) 경찰이 서울시의 소화전을 '소방서의 허락'도 없이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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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상호 기자 트위터


순간, 뭔가 좀 앗차 싶었다. 아무리 뛰어난 기자라고 해도 현장에서 모든 분야에 대해 알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뭔가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뜬금없지만 시민의 '공공재'인 상수도의 수량적 분류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1. 유수율


최근 서울시는 보도자료 등을 통해 '유수율'2013년의 94.4%에 비해 0.7% 정도 증가한 95.1%로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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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 '버려지는 수돗물 역대 최저치예산 5조 절감'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수율'이 뭔지는 몰라도 그게 올라가서 예산도 절감했다고 자랑하는 걸 보니 뭔가 좋은 것 같긴 할 거다.

 

상수도 통계상 분류되고 있는 상수도 생산량의 분석은 다음 그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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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일단, 전체 수량인 <생산량>은 물이 무슨 용도로든 간에 사용이 되었느냐 아니냐에 따라 <유효수량><무효수량>으로 나뉜다.

 

다시 말해, 사용되었으면 <유효수량>, 사용되지 않고 버려졌으면 <무효수량>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누수량><무효수량>에 들어간다. 사용된 수량인 <유효수량> 돈을 받느냐 못 받느냐에 따라 <유수수량><무수수량>으로 나뉜다.

 

돈을 받는 수량인 <유수수량>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요금을 내는 <요금수량>과 수도사업자가 다른 수도사업자로 공급하고 돈을 받는 <분수량> 등이 있다(여기서 분수는 분수대에서 나오는 물이 아니다).

 

바로 여기서, <유수수량><생산량>의 비율을 '유수율'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서울시 유수율이 95.1%라고 하면, 100원어치를 생산, 공급해서 95.1원을 받았다는 얘기라고 보면 된다(이것은 전국적으로 5위 이내에 있는 꽤 높은 수준이다).

 

어쨌든, 유수율은 돈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상수도 사업의 경영과도 관련이 있을 뿐만 아니라, 상하수도와 관련된 모든 계획을 수립할 때 지표로 활용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저 그림에서 보면 알겠지만, <유수수량>을 제외한 다른 수량들이 늘어난다면 유수율은 내려간다. 따라서, 다른 수량들을 줄이기 위해 전국적으로 모든 지자체들이 예산을 쓰는 중이다물론, 유수율 통계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어서 본 요원은 지자체 유수율에 대해 상당히 의심스럽긴 하지만 여기선 그런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2. 공공용수

 

위에서 설명한 <유효수량>중 다른 하나인, 사용되기는 했으나 돈을 받지 않는(받을 수 없는) 수량인 <무수수량>에는 계량기가 감지하지 못한 <계량기 불감수량>, 수도 시설물에서 사용하는 <수도사업용수량>, 소방용수 등 <공공수량>, 훔쳐 쓰는 <부정사용량> 등이 있다.

 

여기서 자주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공공수량>이다(이 얘기를 하려고 좀 멀리도 왔다).

 

이 공공수량에 대해서는 법률적으로 특별히 정의되어 있지는 않으나, '상수도 통계 작성지침'에서는 다음과 같이 나타내고 있다.


소방용수소방훈련용비상시 급수차에 의한 운반공급용수 등 공공의 용도로 사용되어 요금수입이 없는 수량으로상기와 같은 공공의 용도로 사용되었다 하더라도 요금이 징수된 경우에는 공공수량에 포함시키지 않고 요금수량 혹은 기타부과량에 포함시킨다.

 

그럼 경찰의 시위진압용 물대포에 공급된 상수도. 그건 어디에 포함되는 걸까?


공공용수에 대한 일반적 정의에 따라, 소방용수와 단수 등 비상시 급수차로 공급하는 물만을 공공용수라고 본다면, 이상호 기자의 주장대로 경찰의 '물대포용수'는 물을 훔쳐 쓴 <부정사용량>이므로 '서울시 수도조례'에 따라 서울시장은 경찰을 고발하고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침에서 소방용수 어쩌구 운반공급용수 등 공공의 용도로 사용되어 어쩌구라고 되어 있으므로, 경찰은 자신들의 '시위진압용 물대포 용수'도 공공의 용도로서 ''속에 포함되어 있고, 따라서 자신들도 소화전을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할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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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상호 기자 트위터

 

또한, '소방법 제28(소방용수시설의 사용금지 등)'에서는 금지사항에 정당한 사유 없이 소방용수시설을 사용하는 행위라고 되어 있으므로, 경찰은 자신들의 '물 도둑질''정당한 사유'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고, 법에 대한 해석이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르기 때문에 법원에서 다투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법이 구체적이지 않고 삼권분립이 모호한 어느 나라의 사법부에서는 아주 당연하게도,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경찰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까 싶다어차피 이젠 사법부의 정의 같은 건 별 기대도 안한다.

 

상황과 입장을 약간 바꿔서 만약, 어느 극우 파시스트 집단의 까쓰통 집회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이 물대포를 쓰는 경우에, 그게 공공용수인지 아닌지 판단해 보면 이게 애매하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을 것이다(시위대의 성격과 상관없이 경찰입장에서는 같을 것이다).

 

결국, 물대포 용수를 공공용수라고 봐야 하는 건지 아닌지는 논란이 될 수 있다.



3. 비용

 

세상의 모든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버리겠다는 분위기를 가진 이 사회의 통념에 비추어 생각해보자.

 

만약, 아주 좋은 상황이 되어서 서울시 상수도 사업본부가 경찰을 상대로 '물 도둑질'에 대한 소송을 하고, 대법원이 살짝 미쳐서 '경찰의 유죄'를 선고하는 꿈같은 상황을 가정해서 지난 418일의 상황을 살펴보자.

 

공공용수 1,000톤의 요금은 대략 2백만 원이다. 418일 현장에서 운용되던 10톤짜리 물대포 두 대가 5번을 채워 100톤을 썼다고 치더라도 요금은 20만원을 넘지 않을 것이다.

 

경찰버스 470대가 동원되었다고 하는데, 수도권과 각 지방에서 몰려 왔을 테니 왕복거리를 대략 100km, 연비를 3.5km/L, 기름 값 1,500/L로 치더라도 대략 2천만 원쯤.

 

동원된 병력 12천 명 중 의경은 어차피 시위가 없었더라도 유지하는 병력이고, 직업 경찰들한테 시위진압 수당 같은 걸 주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물 값, 기름 값, 수당 다 합쳐봐야 대략 3천만 원 정도일 것 같다물대포를 동원해서 막아야 할 만큼 큰 시위를 한번 막는 비용이 3천만 원. 1년 내내 주말마다 그런 규모의 시위를 한다고 해도 30.

 

피해 유가족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서 보다 나은 시스템을 구축하고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비용에 비해, 시위를 막는 비용이 너무 싸다는 생각이 나만 드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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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시위를 막기 위해 동원했던 12천 명의 병력 그 중 '의무복무' 아니 '무상복무'를 하기 위해 징집되어 온 경찰에게도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해야 하고, 각종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면, 시위진압비용은 크게 올라갔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많은 병력을 동원하지도 못했을 거고, 경찰의 대응은 다른 방식으로 변해야만 했을 것이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매우 저렴한' 의경제도와 시위발생시 시위대보다 훨씬 더 많은 경찰병력을 전국에서 동원할 수 있는 경찰시스템을 그대로 운영하는 한, 이 나라의 시위현장은 크게 달라지지 못할 것이다게다가, 경찰관의 직무집행에 관한 모든 규정들이 현장에서 전혀 지켜지지 않고 문서로만 존재하는 현장 분위기라면, '경찰의 공권력'은 그 정당성을 잃고 '사적 감정에 의한 폭력'이 될 것이다.

 

경찰이 법과 규정을 지키지 않는 폭력배가 되면, 폭력배를 통해서만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정당하지 못한 권력만 이득을 보게 되는 건 당연한 거고.

 

 

4. 결론

 

1) '수도법 제 45(소화전)'에서는 <일반수도사업자는 해당 수도에 공공의 소방을 위하여 필요한 소화전을 설치·관리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으므로, 소화전 관리의 주체는 '서울시 상수도 사업본부'라고 할 수 있다.


소방기본법 제10(소방용수시설의 설치 및 관리 등) ① ·도지사는 소방활동에 필요한 소화전(消火栓급수탑(給水塔저수조(貯水槽)(이하 "소방용수시설"이라 한다)를 설치하고 유지·관리하여야 한다다만수도법」 45조에 따라 소화전을 설치하는 일반수도사업자는 관할 소방서장과 사전협의를 거친 후 소화전을 설치하여야 하며설치 사실을 관할 소방서장에게 통지하고그 소화전을 유지·관리하여야 한다

소방기본법에서도 똑같이 규정하고 있다 


이상호 기자가 제기했던, '경찰의 물 도둑질 의혹'에 대해서는, 그것이 논란이 될 수는 있으나 소방당국보다는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쪽에서 뭔가 나서서 경찰 쪽에 항의를 하든가 물 값을 받아 내든가 해야 할 것 같다.(문의를 하려면, 종로소방서가 아니라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 했어야 했다.)

 

기껏 유수율 올렸다고 자랑 질하고 다녔는데, 자꾸 빼 쓰면 물 값 못 받잖어!!(박원순 서울시장의 의지에 달렸겠지)

 

물론,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판결난 '차벽'을 보란 듯이 설치하며 헌법을 아주 '개똥'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경찰당국은 '물 도둑질 사건'에 대한 사법적 판단에 상관없이, 어차피 그 물 계속 퍼다가 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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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상호 기자가 지적한 '불나도 속수무책' 이건 약간 오바한 측면이 있다. 서울시에서 하루에 쓰는 용수량은 평균 약 3백만 톤 정도로 매우 많고, 그 일대에는 그것 말고도 소화전이 많이 설치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소화전은 별도의 저장탱크에 연결되어 있거나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배수관로(수도관)에 연결되어 있고 설계 당시부터 그 수량을 고려하여 설치하기 때문에, 도시 전체가 불타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물을 빼서 쓴다고 해서 소방용수가 모자라거나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경찰 차벽에 막혀서 소방차 진입이 안 된다면 몰라도 물이 부족해서 '속수무책'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차라리, '소방기본법 제 21(소방자동차의 우선 통행 등)'의 <모든 차와 사람은 소방자동차(지휘를 위한 자동차와 구조·구급차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가 화재진압 및 구조·구급 활동을 위하여 출동을 할 때에는 이를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를 근거로, 만약 그 시각에 광화문 일대에 화재가 발생했다면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속수무책'이라고 하는 게 더 적절했을 것이다.

 

2) 나라 운영 매뉴얼인 '헌법'<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를 한 번 읽어보면 우리 국민은 졸라 많은 권리를 갖고 있으며, 그걸 보장하도록 되어 있다.

 

누가? 국가가!

 

그런데, 지금의 경찰 시스템으로는 '권력의 안전'을 효과적으로 지킬 수는 있겠지만 '시민의 권리'를 지키기는 매우 어려울 것 같다. 왜냐하면, 지금의 경찰 시스템도 역시, 독재세력들이 그 시절에 만든 시스템이거든. ㅆㅂ

 



P.S.

 

1.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스케줄은 주로 4.19, 5.18, 6.10 등으로, 주로 봄인 4,5,6월에 몰려 있었는데, 55년 전에 일어난 4.19가 거의 잊혀 질 무렵이 되니 또 다시, 기억해야 할 4.16이 생겨나고 말았다. 세월호 사건을 통해, 독재추종세력은 사고를 대참사로 만드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각종 민주화 운동 이벤트를 '창조'하는 능력을 증명하고 있다. 7H^H77I

 

 

2. 유가족을 화장실에도 못 가게 막은 경찰은 "저희도 지시를 받고 일한다, 자리를 지켜야한다."라고 변명한다. 그런 변명으로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박스에서 용변을 봐야 했을 정도로 유가족은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했다. 욕 한번 먹는 일과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도록 최소한의 권리를 지켜주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 것 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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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4.16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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