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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지식: 오비츠로이드, 그거 뭔데]

 

오비츠로이드는 ‘오비츠’와 ‘넨도로이드(이하 넨도)’를 합한 말입니다. 여기서 ‘오비츠’는 구체관절 인형의 몸인 ‘오비츠 바디 11’이며, ‘로이드’는 피규어의 일종인 ‘넨도로이드’를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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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츠11: 일본의 구체관절 인형회사 ‘오비츠(オビツ)’에서 만든 구체관절 인형의 ‘몸(이하 바디)’이다. 여기서 ‘11’은 cm를 말하며, 숫자가 커질수록 cm, 즉 크기(키)도 커진다. 참고로 ‘오비츠 바디 150’까지 있는데 진짜 150cm라능... (가격은 약 200만 원)

 

이 오비츠 바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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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넨도로이드: 일본의 피규어 회사 ‘굿스마일’에서 만드는 피규어 시리즈. 일본의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등장인물을 만든다(다 만드는 건 아니고 인기/수요가 많은 캐릭터 위주로 만듦). 얼굴과 몸이 1:1의 비율을 하고 있어 엄청 귀여운데다 가격도 비싸지 않아(한화 약 4만 원) 부담 없이 살 수 있다. 그리고 파산한다. 넨도는 식물도 아닌데 증식하기 때문에...

 

넨도로이드 머리를 붙이면 그게 '오비츠로이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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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츠 몸+넨도 머리가 오비츠로이드입니다.

 

표현할 수 있는 포즈가 한정된 넨도와 달리 오비츠 바디를 사용하면 다양한 포즈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관절을 다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죠.

 

 

※이 글은 ‘나의 최애캐(최고 애정 캐릭터)를 내 손으로 만들어 볼 테다, 근데 처음 해봐서 아무것도 모르겠다’ 하는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전문가가 아니라 일개 오타쿠이기 때문에 후루꾸 느낌이 있습니다]

 

 

어쩌다 오비츠로이드에 손을 댔나

 

① 굿스마일(넨도로이드 만드는 회사)이 최애 넨도를 안 내줘서 (부들)
② 지인들 오비츠로이드가 너무 귀여워서

 

그렇습니다. 저도 남들처럼 최애 피규어, 최애 넨도로이드 하나 갖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잡는 최애마다 넨도로이드가 나오지 않는 불운을 타고 났지요.

 

지인 분들은 아주 귀여운 오비츠로이드를 데리고 계십니다. 이분들을 만날 때마다 아무것도 없는 무일푼 오타쿠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황망하게 옆집 애들을 구경하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엄청 부러웠다는 뜻입니다.

 

...어쩌겠어요. 오비츠로이드에 손을 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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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혼>의 카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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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혼>의 긴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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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의 루리카와 유키

 

제 최애들입니다. 위부터 차례대로 <은혼>의 카무이, <은혼>의 긴토키, <A3!>의 루리카와 유키인데요, 예, 이들 중 아무도 넨도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괜찮아요. 없으면 만들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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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 오비츠로이드 친구들입니다. 왼쪽부터 <은혼>의 카무이, <은혼>의 긴토키, <A3!>의 루리카와 유키입니다. 아마 글에서 가장 많이 볼 애는 첫 오비츠로이드이자 가장 손이 많이 간 카무이(맨 왼쪽)가 아닐까 싶네요.

 

물론 최애가 세 명밖에 없는 건 아닙니다만 다른 아이들은 쉽게 도전할 수 없었습니다. 머리 모양 때문입니다. 머리 모양을 휘황찬란한 친구들은 일단 포기하고 그나마 만들 수 있었던 아이들부터 만들게 되었습니다. 담담한 척 얘기하지만 다른 친구들을 오비츠로이드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고통과 눈물이 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오비츠로이드를 만들어보자

*만약 공식(굿스마일)에서 최애의 넨도를 내줬다거나 내줄 계획이 있다고 하면 이 글을 보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넨도를 사서 오비츠 바디에 붙이세요!

 

오비츠로이드 만들기에서 제일 핵심이 되는 건 아무래도 머리겠죠. 앞서 말했듯 머리는 넨도로이드에서 가져오고, 바디는 오비츠11을 씁니다.

 

넨도로이드의 머리는 앞머리, 뒷머리, 얼굴,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 하나하나를 ‘파츠(Parts)’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구해야 할 건 앞머리 파츠/뒷머리 파츠/얼굴 파츠인데요, 이 파츠는 넨도로이드 제작회사인 굿스마일 사이트에 들어가면 볼 수 있습니다. 이 사이트에서 최애와 생김새가 가장 비슷한 애를 찾으면 됩니다.

 

1-4.png

http://www.goodsmile.info/

<굿스마일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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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ねんどろいど(넨도로이드)’를 클릭하면 발매된 넨도로이드들이 주루룩 뜹니다. 번호별(넨도로이드마다 번호가 있음)로 보면서 최대한 구현하고자 하는 최애와 머리 모양이 가까운 넨도를 찾습니다.

 

헤어파츠츠츷.jpg

앞/뒷머리 파츠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헤어 파츠(앞머리+뒷머리)는 색보다는 모양 위주로 봐주세요. 오비츠 개조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부분이 머리 모양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도색은 비교적 쉬우니 '최대한 모양은 그대로 두고 색만 바꿔주는 쪽'을 최우선으로 두는 게 좋습니다. 비슷한 모양이 없다면 그때 조형(머리의 형태, 모양을 일컫음)을 한 뒤 도색합니다. 조형 개조하면 도색은 필수이니 머리 색은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슌스케쨩.jpg

만약 이런 캐릭터를 만든다고 하면,

(*편집자의 최애를 월권으로 삽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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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이들을 후보에 넣을 수 있겠지요.

왼쪽을 택하면 앞머리를 없애주어야 하겠고, 오른쪽을 선택하면 도색만 하면 되겠죠.

 

얼굴 파츠는 헤어 파츠를 보신 다음에 찾아주세요. 머리 조형보다 얼굴 리페인팅(원래 얼굴을 지우고 새 얼굴을 입히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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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파츠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최애와 얼굴이 똑같은 넨도가 있다면 그 넨도의 얼굴 파츠를 그대로 사용해도 되지만, 리페인팅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입 모양과 얼굴색만 보면 됩니다. 얼굴 파츠에서 입은 조형이 들어가 있는 상태라 바꿀 수가 없습니다. 리페인팅 할 수 있는 건 눈과 눈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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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나루토라도 입 모양이 여러 가지입니다

 

주의하실 점은 넨도로이드 상자에 써있는 번호를 기준으로, 300번대 이전과 이후는 헤어 파츠가 호환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헤어 파츠를 끼우는 부분이 달라서 아예 들어가질 않아요. (300번대 이전 넨도의 파츠도 쓸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개조가 더 들어간다는 것은 분노가 더 일어난다는 뜻이기에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300번대 이후라고 해서 모두가 호환이 되느냐 하면 또 아닙니다. 4XX번 넨도의 앞머리와 5XX번 넨도의 뒷머리가 맞지 않을 수 있어요. ...사실 대부분이 안 맞습니다. 그래도 공간이 좀 생기긴 해도 헤어 파츠를 끼울 수 있습니다. 물론 제일 좋은 것은 앞머리 파츠, 뒷머리 파츠를 따로 구하지 말고, 한 번에 구하는 것입니다. 한 넨도의 헤어를 통째로 떼어온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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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환되지 않는 애들을 호환시키려고 하다보면 이런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아차, 800번대 넨도 중에는 아직 발매되지 않은 애들이 많습니다. 800번대에 마음에 드는 넨도가 있다면 발매시기를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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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혼>의 ‘카무이’

 

카무이의 헤어를 위해 필요한 건 5대5 앞머리/더듬이/땋은 머리였습니다. 딱 맞는 파츠를 찾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버릴 부분과 챙길 부분을 정해야 합니다. 저는 땋은 머리(뒷머리)와 더듬이를 포기하고 앞머리를 챙겼습니다.

 

앞머리만 비슷한 넨도를 찾아 헤매다가 제일 느낌이 비슷한 아이로 정했습니다. 앞머리가 5대5이고, 양옆에 애교머리가 있는 577번 넨도로이드(아키츠시마)를 구했습니다. (헤어가 아주 비슷한 넨도가 있었지만 아직 발매되지 않은 넨도였습니다. 보통 넨도는 발매 확정-조형 공개-도색 공개-발매까지 짧게는 반년, 길게는 1년이 걸리기 때문에 포기했습니다. 최애를 당장 손에 넣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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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풀박스로 구매했지만, 필요한 파츠만 따로 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 넨도의 바디나 장식품 등 구성품은 필요가 없으니까요!

 

넨도로이드 파츠를 구매해보자

 

온라인)

트위터: 해시태그 #넨신매매 #넨도로이드 #넨도마켓 #트넨도장터

웹사이트: 중고거래 사이트(ex. 중고ㅇㅇ), 넨신매매(https://nendoroid.modoo.at/)

일본 웹사이트: 오타마트, 아마존 등

 

오프라인)

국제전자센터 9층: 3호선 남부터미널역. 대부분 풀박스 판매

기타 피규어샵

 

일본현지)

도쿄: 아키하바라, 이케부쿠로(이케부쿠로보다는 아키하바라에 매물이 많고 더 저렴)

오사카: 덴덴타운

*파츠만 따로 파는 경우가 많지 않고 300번대 있다고 해도 이전 파츠가 많음.

 

헤어/얼굴 파츠는 1만 원~2만 원 선입니다. 앞뒤 헤어 파츠와 얼굴 파츠 세 종류(보통 3개 정도 들어있음)를 모두 사용하려고 한다면 풀박스로 구매하는 게 더 저렴할 수 있습니다. 잘 알아보시고 결정하세요!

 

길고 긴 여정을 지나... 넨도 하나 샀네요.

 

 

개조 계획과 준비물 구입
 

계획을 세울 시간입니다. 여기서 ‘계획’이란 ‘얼마나 개조를 할 것인가’입니다. 커미션(직접하지 않고 의뢰하는 것)을 맡기신다면 변신해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면 되지만 우리는 직접 하기로 했으니까요!

 

비용과 분노의 정도는 개조를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헤어)

-도색: 색을 바꿀 것인지

-조형: 모양을 바꿀 것인지(조형하면 도색 필수)

 

얼굴)

-그대로 사용하거나 리페인팅(한다면 어떤 재료를 사용할 것인지)

 

저는 헤어는 조형+도색, 얼굴은 리페인팅하기로 했습니다.

 

계획을 짰으면 이제 준비물을 사야겠죠. 어디를 어떻게 바꾸냐에 따라서 필요한 준비물이 달라집니다. 준비물은 일일이 사기 귀찮으니 한 번에 해치우도록 합시다.

 

우선 크고 기본적인 준비물들만 설명하겠습니다.

 

헤어)

-넨도 헤어 파츠

-조형: 퍼티(=메꿈, 빠데), 사포, 니퍼

-도색(캔 스프레이 도색의 경우): 서페이서(표면을 매끄럽게 해줌), 캔 스프레이(색을 입히는 도구), 무광마감제, 시너(=신너, 신나), 만능집게(=악어집게)

 

얼굴)

-넨도 얼굴 파츠

-시너, 면봉, 물전사지, 흰색전사지 or 흰색 아크릴 물감

 

바디)

-오비츠11

-목 파츠(머리와 몸을 연결해줌), 옷

 

만들다 보면 자잘한 것들이 추가로 생깁니다. 마스크, 장갑 같은 것들이지요. 하지만 꼭 필요하고 사야하는 건 이 정도입니다. 초반에 준비물을 잘 사두면 다음에 또 오비츠로이드를 만들 때 비용이 많이 줄고 수월해집니다. 절대 다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최애는 쌓이는 거니까요.

 

참고로 ‘오비츠11’은 색깔에 따라 화이트(‘미백’이라고도 부름)/노말/블랙으로 나뉩니다. 블랙은 정말 새까만색이니 코난의 범인을 만들 계획이 아니라면 패스해주세요. 보통 넨도와 잘 어울리는 것은 ‘화이트’입니다.

 

마그넷/일반 버전이 있는데, ‘마그넷’은 말 그대로 발바닥에 자석이 있습니다. 제품에 자석 발판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발판 위에 세우기 쉽지요. 하지만 자력이 아주 세진 않은 데다 사진 찍을 때 발판 쓸 일이 잘 없습니다. 일반 바디를 구매하셔도 특별히 불편하진 않으실 겁니다. (가격도 마그넷 쪽이 더 비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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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넷은 ‘マグネット(마그넷)’이라고 표기되어있습니다. (왼쪽이 마그넷 버전, 오른쪽은 일반 버전)

 

이렇게나 썼는데 아직 개조는 시작도 안 했네요! 다음 편부터 본격적인 분노의 개조에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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