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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주

 

 

'찌라시 세계사'는 재미난 역사적 사건을 대화체로 풀고 썰을 마구 첨가하여 남녀노소 상하좌우 친박반박까지 한국사를 생생하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한 새 연재입니다.

 

찌라시만큼 흥미진진하고 쫄깃하여 찌라시인 것이지, 진짜 찌라시와는 무관하니, 맘 편히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백성을 매몰차게 쫓아낸 이슬람 성주 야기시안도 성전이라는 명목으로 자기 욕심을 채우려는 일부 기독교 기득권과 별다를 것이 없는 인물이야.

 

서방세계에서 십자군을 미화하듯이, 이슬람에서는 야기시안을 위대한 전사라고 칭송한다고 해. 어쨌거나 양쪽에서 죽어 나가는 무명의 선량한 백성이 존재하는 건 지독히 가슴 아픈 사실이야.

 

야기시안은 대규모 병력의 십자군을 맞아 야무지게 잘 버티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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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전 위주로 십자군 진영을 치고 빠지기도 하며, 성 수비에 만전을 기함으로써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있었던 거지.

 

이렇게 8개월의 시간이 지나니 성 밖의 십자군은 미칠 노릇이었어.

 

오늘도 힘겨운 전투를 마치고 돌아온 십자군 병사들의 막사 안 대화를 살짝 엿들어 보자고.

 

“아이고... 제대로 된 식사를 못 한 지가 벌써 3개월이 지났어. 이 상태로 전투를 치른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야. 자네는 몸이 좀 어떤가?”

 

“나도 마찬가지지 뭘. 지난달부터 말을 죽여서 그 피를 마시면서 버티고 있는데, 이러다 말도 곧 씨가 마르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약한 소리 말게나. 이제 죽기 살기로 성을 정복해야지. 내 아주 이제 이슬람교도라면 이가 갈린다네. 올 때는 우리 가족이 일곱 식구였는데 이제 남은 건 막내 한 놈뿐이니.”

 

“에휴... 사실 저 성안에서 쫓겨나온 기독교인만 아니었어도 이렇게까지 힘들진 않았을 텐데, 식량이 너무 모자라. 이건 전투보다 일단 안 굶어 죽는 게 지상 과제이니. 헌데 진짜 말 피를 마셔서인지 내 성격도 더 포악해지는 것 같긴 해.”

 

“나는 이제 악만 남았네. 어디 나뿐 이겠는가? 우라질 이슬람교도 놈들 성안에만 들어가기만 해봐라.”

 

극심한 식량난에 이어 시체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거의 함께 생활하는 수준이 되다 보니 전염병까지 십자군을 덮쳤어. 그야말로 설상가상 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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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십자군 본대를 이끄는 기사 보애몽은 이대로 가다가는 양쪽 다 궤멸할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최후의 반격을 하기 위해 성 내부에 미끼를 던졌어. 그리고 미끼를 물었다는 보고를 막 받았어. 보애몽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이슬람군이 있는 성 쪽을 바라보고 있었어.

 

자! 그럼, 성내의 이슬람군은 상황이 어떤지 드론을 띄워서 살펴 보자고.

 

이왕이면 야기시안과 참모들이 있는 작전 상황실로!

 

“지금까지 모두 너무나 잘 버텼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우리의 한계인 것 같다.”

 

“아니 지금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대로 투항하자는 말씀 이십니까?”

 

“당치 않은 소리! 우리도 최후의 수단을 동원해야지. 지원군을 요청해야겠다.”

 

“앞뒤로 적들이 포위하고 있는 상황에 어떻게 연락을? 그리고 지원 병력을 요청하러 갔을 땐. 저희는 이미...”

 

“그 정도는 나도 안다. 그래서 사람이 아닌 것을 보낼 것이다.”

 

“사람이 아닌 것이라니? 자꾸 알아듣기 어려운 말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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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기시안은 비둘기를 이용하여, 후방에 지원병력 요청을 한 거야. 영화에 보면 자주 나오던데 이런 방법이 있었으면, 진작에 쓸 일이지. 아무튼 역사 기록에 기발한 아이디어로 나온 것을 보면 이 당시에는 아직까지 비둘기 통신이 일반화되진 않았나 봐.

 

이슬람의 지원 병력이 오면 십자군은 더 큰 위기에 빠질 텐데, 보애몽이 준비한 미끼가 뭔지 궁금해지는군.

 

보애몽은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낚싯줄을 길게 늘어뜨려 이슬람 성안으로 던졌어. 미끼는 물론 돈이었고 그걸 문 내부의 배신자는 비둘기가 아닌 사람이었지.

 

보애몽은 긴급 작전 회의를 소집했어.

 

“드디어 우리의 미끼를 물었다. 피류주라는 자가 지키는 쪽으로 오늘 공격을 가할 것이다.”

 

“믿어도 될 만한 사람입니까?”

 

“사람은 못 믿어도 돈은 믿을 수 있다. 이제는 우리도 더 이상 지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말의 피를 먹는 것도 한계에 달했고 일부 사람이 인육을 먹는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십자군은 마침내 야음을 틈타 약속된 지점으로 병력을 집결시켰어.

 

아니나 다를까 성 위에서 미끼를 문 배신자가 깃발을 흔들고 있었어.

 

어서 성안으로 들어오라고! 빨리 자신의 백성을 죽이고 자기에게 약속한 돈을 달라며 힘차게 깃발을 흔들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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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은 지난 8개월 동안 전투뿐만 아니라 굶주림과 전염병을 통해 가족과 친구와 동료를 잃었어. 이 모든 슬픔과 불행을 풀어야 할 상대가 필요했고, 그것이 타도해야 할 적군이라고 하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지. 인간 사냥의 기회.

 

열린 성문으로 들어간 십자군은 이슬람 병사는 물론이고 노인과 부녀자, 아이들까지도 무참히 살해해 버렸어.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고, 성안의 좁은 골목까지 시체로 가득 찼다고 해. 무자비한 맹수로 변한 십자군은 눈에 띄는 모든 살아있는 것을 베어 버렸어. 시체를 제대로 치우지도 않아 온 도시가 시체 썩는 냄새로 뒤덮였다고 해.

 

광란의 현장을 벗어난 성주 야기시안은 최측근 30여 명과 함께 성 밖으로 탈출을 했어.

 

비둘기 통신으로 요청한 지원 병력은 아무 소식도 없었어.

 

“아! 원통하도다! 내 어찌 죽어서라도 신을 뵐 날이 있단 말이냐.”

 

“그래도 목숨을 건지셨으니 다음을 도모할 수 있는 일입니다.”

 

“알았네. 잠시 혼자 있고 싶으니, 여기서 기다리며 경계 태세를 늦추지 말게나.”

 

야기시안은 그래도 남자였는지 부하들 눈을 피해 숲속으로 들어가 자결하기로 결심했어.

 

그가 군사들과 멀어지자 예의 주시하며 따르는 늑대 같은 눈이 있었어. 마침내 조용한 곳을 찾아 무릎을 끓고 칼을 뽑아 자신의 배를 찌르려고 하는 순간 그를 미행하던 자가 나타나 칼을 빼앗았어.

 

“어차피 죽으려고 작정하신 것 같은데, 제가 도와 드리지요. 에잇!”

 

야기시안은 외마디 비명도 남기지 못했고, 그의 목을 손에 든 양치기는 그대로 십자군 진영으로 향했어.

 

“야기시안의 목을 바치면 안티오크를 점령한 십자군의 기사 보드앵이 분명히 큰 사례를 하겠지! 낄낄낄”

 

야기시안의 목을 받아든 보드앵은 그동안의 피해가 너무나 컸는지 별 반응이 없었다고 해. 자신들의 피해도 피해지만 아무리 적군이라도 민간인을 포함해 온 도시를 살육의 현장으로 만들어 버렸으니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졌을 꺼야.

 

감상에 젖어 있을 틈도 없어. 여긴 전쟁의 현장이야. 연락병이 급하게 보드앵을 찾아왔어.

 

“큰일입니다. 적군이 성 주변을 에워싸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야기시안이 몰래 지원병력을 요청한 것 같습니다.”

 

“뭐? 아직 전열을 정비할 시간도 없었는데, 지금 당장 현장으로 가보자.”

 

연락병의 말대로 이슬람 지원병력이 구름떼처럼 몰려와 십자군이 이제 막 점령한 성 주변을 겹겹이 포위하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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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과 이슬람군은 상황이 완전히 반대가 되었어. 야기시안이 사활을 걸고 버티느라 성안에는 이미 식량이 바닥난 상태야. 십자군은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큰 전투를 치른 후유증이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최악의 상태야.

 

“일단 걸어 잠그고 버티자. 신께서 우리를 지켜주지 않겠느냐?”

 

보드앵도 지쳤고 십자군 전체는 절망감과 공포에 휩싸이게 되었어.

 

“전쟁통에 장수가 신을 찾으면 상황이 어떤지 알지? 큰일이다. 큰일이야. 우리가 이슬람 성안을 쑥대밭으로 만든 걸 이슬람군도 알고 있으니, 복수를 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텐데.”

 

“그러게나 말이야. 다들 사기도 바닥이고 지금 상태에서 더 이상의 전투는 무리인데, 뭔가 획기적인 반전이 필요한데 말이야. 정말로 신이라도 강림하셔야지. 이거 원.”

 

자, 이제부터 들려주는 이야기는 유럽의 기록에 의한 것이야. 현대 이슬람 측은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하고 날조된 사실이라고 주장을 해.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야.

 

그럼 다음 편에서는 십자군의 사기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기적적인 사건 이야기를 들려줄게.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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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 한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