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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컬핀, 빅아이, 빅토리 앳 씨 그리고 칼리코 등으로 유명한 발라스트 포인트의 수입사가 바뀐다. 기존의 ATL에서 하이트 진로로 바뀌는 것.

 

하이트의 자체 맥주 라인업은 정체 상태(라기보다는 나빠지는 쪽이지만)이지만 파란색 필라이트를 신규로 출시하고 수입 맥주의 라인업을 다양화하는 것을 보면 "맥주 회사"의 정체성 같은 건 이미 포기한 상태가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한다. 하긴 뭐, 국내 맥주 1위 기업이라는 오비 맥주도 카스와 수입 맥주들에 의존하고 있으니 별다를 게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애초에 자존심 같은 걸 내세운 적이 없으니 수익성에 몰두하는 모습이 이상할 것 없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아니고 기존의 수입사가 힘들여 구축한 시장을 꺼-억하고 먹어 치우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리 좋게 보이진 않는다. 결국 시장의 논리란 더 많은 돈의 획득이 최우선일 테니 새로운 수입사가 된 하이트도, 그들을 새로운 파트너로 선택한 발라스트 포인트도 이해는 되지만 말이다.

 

하이트가 수입사가 된다면 스컬핀, 빅토리 앳 씨 같은 중심 라인업의 수입 물량은 늘어나고 가격은 기존보단 조금 낮아지지 않을까. 언더밸류의 가능성을 포함해서. 오비의 구스아일랜드가 가끔 3병 만 원급으로 취급받는 걸 감안하면 스컬핀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뭐 두고 봐야 할 일이겠다.

 

그럼에도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기존의 수입사가 발라스트 포인트의 시즈널, 스페셜 맥주들을 꾸준히 들여왔던 것에 비해 하이트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바네로 스컬핀이나 인드라 쿠닌드라처럼 웃음이 나오게 하던 독특한 맥주들은 앞으로 들어오지 않겠지. 혹시라도 스컬핀을 3병 만 원에 마실 수 있게 된다면 그럭저럭 용서할 수 있을 것도 같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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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웨스트 빅앳씨도 이제 마지막이겠지

 

몇 해 전, 소문으로만 들어오던 무려 '스컬핀'을 맛볼 수 있게 해주었던, 즐거움 가득한 맥주들을 꾸준히 들여와 주었던, 발라스트 포인트는 아니겠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들여와 줄 ATL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

 

 

 

2.

 

필라이트가 나왔던 게 근 1년 전인데 나름 장사가 잘 되었던 것일까. 후속작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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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이트 후레쉬. 토토로의 배에 드리워진 총수의 얼굴은...

 

가격은 전작인 녹색 코끼리와 동일.

 

오리지널 필라이트의 맛이 생각나지 않는 관계로 뭐라 확실히 말할 수는 없겠지만, 후레쉬를 붙인 만큼 뭔가 신선하고 상쾌한 기분이 들 것도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을 주려고 하지 않았을까. 다만 이상하달까 신기한 점은 전작에서는 전분이 주재료였는데, 이번에는 물엿으로 보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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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살다 이젠 물엿이라고...?

 

효소제, 산도 조절제, 영양 강화제 등을 보면서 술에 저런 게 들어가도 되는 것인가 화를 낼지도 모르지만, 생각 외로 많이 쓰이는 재료니까 이해하고 넘어가자. 굳이 설명하자면 우리의 혀와 건강을 위한 게 아니라 효모 활성화를 위한 것이다. 문제는 물엿인데, 공정 과정과 제작 시간의 단축을 노렸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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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물엿주

 

앞서도 말했지만 전작인 녹색 코끼리의 맛 따위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굳이 비교 시음이랍시고 다시 같은 짓을 반복하기엔 내 젊음이 너무 아깝다. 지난 글을 읽으며 기억을 되살려보면 나름 홉 향도 느껴지고 그럭저럭 돈 값은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후속작인 파란 코끼리는 홉 향은 약하고 찝찌름한 내음이 섞여 실망스럽다. 맛 또한 약간의 시큼함과 떫은 기운이 혀를 훑고 나가는 통에 전혀 '후레쉬'하지도 즐겁지도 않다.

 

맛에 자신이 없으면 탄산이라도 왕창 넣어서 연막작전을 펼쳤어야 할 텐데, 탄산도 춘곤증에 시달리는 점심나절 나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무기력하다. '후레쉬'의 사전적 의미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바뀐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심히 어이없다. 같은 가격의 형제작을 내놓았으면 같은 레벨의 퀄리티에 다른 방향성을 추구함은 기본일 터인데 방향성이고 뭐고 그냥 형보다 못한 아우의 전형이지 않나 싶다. 그래. 파란 코끼리는 망할 것이다. 완벽하게 망한다에 내 전 재산과 왼쪽 팔목을 건다.

 

'뭐, 그래도 녹색 코끼리가 있으니 안심하고 망해도 되지 않을까'라고 말한다면 나름의 위로가 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진지한 마음으로 궁금한 게 신상품 출시 전에 시음 같은 거 안 해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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