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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가 코앞이다.

 

선거 시즌답게, 동네엔 형형색색의 현수막이 걸렸다. 텔레토비 동산도 아닌데, 사람이 몰리는 곳마다 어김없이 초록색, 빨간색, 파란색 잠바가 출몰한다.

 

여기에 공천 갈등이 빠지면 섭하다. 이번 선거에도 어김없이 '공천 잡음'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자해를 했다느니 고성과 욕설을 했다느니 기사를 보면서도 그러려니 했다. 매번 있었던 일이니까.

 

 '매번 있었던 일이니까?'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왜 매번 이러는 걸까. 매번 이래도 되는 걸까.

 

해서 공천 문제가 있는 지역을 물색, 구청장 후보로 출마하려다 해당 지역이 전략공천으로 백수가 된 사람을 찾았다. 이것 저것 잴 거 없이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서울 중구 구청장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였던, 김태균 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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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김태균 후보: , 코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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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 민주당에 30년간 몸담았고, 10년간 중앙당 당직자였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 더불어민주당 중구청장 예비후보로 출마했구요.

 

: 결국 서울 중구는 내부경선 없이 전략공천 됐습니다. 어떻게 진행된 건가요?

 

: 1년 전부터 중구청장 선거에 나가기 위해 준비했는데요. 올해 3월 말에 경선후보자로 등록하고, 4월 11일에 면접도 봤습니다. 4월 20일 최초 발표에 중구는 제외됐고, 27일 발표에서도 안 나왔어요. 결국 전략공천 되더라구요.

 

민주당은 4월 30일, 서양호 후보를 중구청장 후보로 전략공천했다

 

: 전략공천은 모든 선거에 있었잖아요. 당헌 당규로 전략공천을 할 수 있는 근거도 있고.

 

: 그렇죠. 당이 전략공천 할 권한이 있고, 할 수도 있어요. 제가 거기에 희생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정당성이 있어야지요. 지금 상황은 후보로서 납득할 수 없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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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非)전략적인 전략공천

 

: ‘서울 중구의 역대 선거 결과와 환경 및 유권자 지형 분석 등을 종합한 결과 해당 선거구 후보자의 본선 경쟁력이 현저히 낮은 선거구에 해당되기에 전략공천 한다.’ 이게 당이 제시한 전략공천 근거인데요.

 

: 네. 

 

: 아주 기본적으로 생각해보면요, 전략공천은 선거를 확실히 이기는 구도로 만들려고 하는 거잖아요. 보통 당대표가 인재영입해서 전략공천을 주죠.

 

: 지난 총선 표창원 의원의 경우처럼요.

 

: 네. 그렇죠. 당에서는 정무적 판단으로 전략공천을 줬다고 하는데요. 경선을 거쳐서 절차적 정당성을 갖는 후보가 나왔을 경우와 지금처럼 8명의 후보가 다 반대하고 당원들이 승복하지 않는 전략공천 후보 중 어느 게 더 경쟁력이 있는 걸까요? 이건 너무 뻔하거든요.

 

승복하지 못한 후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뿐 아니라 지역 장악력이 뛰어난 후보의 지지자가 이탈하게 될 위험까지 안고 있다.

 

: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으니 후보들이 승복할 수 없다는 건가요?

 

: 힘들다는 거죠. 다른 선택을 할 위험도 있고. 전략공천 받은 서양호 후보는 9명 중 하나였거든요. 그 후보가 정말 경쟁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경선해보면 되잖아요. 면접까지 다 봤는데 왜 경선을 안 하나요? 경선이 아니면 단수공천을 줄 수도 있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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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수공천을 못 준 이유가 있다고 보시나요?

 

: 단수공천은요, 면접까지 보고 1위 후보와 다른 후보 간 격차가 현저하게 나면 1위 후보에게 공천 주는 거에요. 점수가 20% 이상인가 하는 기준이 있어요. 다른 지역도 단수공천을 받은 곳이 꽤 있거든요. 지금처럼 8명의 후보가 반대하는 것보단 데이터를 가지고 단수공천을 주면 위험부담이 훨씬 적죠. 전략적이라면 그렇게 하는 게 전략적이었겠죠.

 

정리하자면, 시도당에서 예비후보 심사를 통해 단수공천 혹은 경선을 결정하고, 중앙당 전략공천위원회가 전략공천을 결정한다.

 

: 처음부터 특정 후보에게 공천을 주려고 했다고 판단하시는 건가요?

 

: 단정적으로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결과를 놓고 보면 의구심이 생기는 거죠. 이런 거에요. 원래 단수공천을 주려고 했는데 진행해보니 점수가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무리해서라도 전략을 주자.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 정상적인 과정대로 진행됐다면요?

 

: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단수공천을 줬거나 9명 중 2, 3명 추려서 경선을 했을 거에요. 근데 단수를 주면 재심을 청구할 수 있거든요. 심사철을 다 볼 수 있으니까 어려웠겠죠. 경선을 붙이자니, 서양호 후보가 권리당원이 적거든요. 그러니까 경선도 못 붙인 거 아니냐, 의심하게 되는 거죠.

 

정무적 판단으로 내렸다고 하는 전략공천이 우리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기는 유리한 결정이었냐 되물을 수밖에 없는 거에요.

 

 

2. 중구의 문제가 아니다

 

: 당에서는 ‘역대 선거 결과와 유권자 지형 분석’으로 중구에 전략공천을 했다고 하는데요. 2011년, 2014년에도 구청장은 전략공천을 했었구요. 중구가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라 전략공천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비판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중랑구도 같은 이유로 전략공천 됐다고 알려졌다.

 

: 중앙에서 항상 중구를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저는 그것도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봐요.

 

: 보수적인 지역이 아니라는 건가요?

 

: 2014년 선거결과를 보면 박원순 시장이 이겼고, 구의원도 민주당에서 많이 가져갔거든요.

 

: 구청장 선거는요?

 

: 결정을 잘못해서 졌다고 봐요. 중랑구청장 준비하던 사람을 데려와서 깨졌거든요. 2011년에는 관악구 구청장 준비하던 사람 데려와서 깨지고. 지역을 잘 다지고 중구를 지켜온 사람을 내보내지 못한 거죠.

 

: 오히려 전략공천이라서 졌다.

 

: 네. 14년에는 정확하게 전략공천 형태는 아닌데, 안철수 김한길이 중구에 연고 없는 사람을 하나씩 꽂고 나머지 사람들 아웃시켜서 사실상 전략공천의 형태였죠.

 

이번에 전략공천 받은 서양호 후보는 동대문에서 경선을 했었거든요. 지역선거라는 게 지역에서 오래 활동하고 지역도 잘 아는 사람들이 시의원, 구의원, 구청장 하는 게 정상이잖아요. 이건 상식적이지 않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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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청장 예비후보로 나섰던 후보들은 전략공천 발표 직후, 성명을 즉각 내고 반발했다.

 

 

3. 최고위원회를 ‘기습’하다

 

: 4월 30일 전략공천이 발표되고, 5월 2일에 최고위원회를 방문하셨어요.

 

: 전략공천은 재심도 못 하게 하고, 그냥 당해야 하는 제도거든요. 하소연할 때도 없고 해서 간 거죠.

 

: 언론에서는 ‘기습’, ‘난입’이라고 다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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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입.. 저는 민주적으로 제 의사를 전달하려고 피케팅을 했어요. 아무 소리 않고 최고위원회 회의장에서 들고만 있었죠. 그랬더니 절 밀어내더라구요. 그때부터 제가 목소리를 낸 거고. 다음날 서울시당도 방문하고 지역위원회도 갔지만, 지금은 가처분 신청만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요. 

 

가처분 신청은 어제 기각됐다. 

 

: 다른 계획은요?

 

: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너무 많은데, 그게 누구를 위한 걸까 싶어서 자제하고 있어요. 제가 깽판 놓고 싶었으면 아침마다 피켓 들고 가서 전략공천 잘못됐다 하고, 떨어진 후보 몇 사람하고 이번 결정은 부당합니다 하고 돌아다녔겠죠. 그건 가뜩이나 나빠진 민심에 불을 붙이는 거죠. 지금은 발언도 삼가고, 밖으로 안 나가면서 사람도 안 만나지 않고 있어요.

 

: 그럼 인터뷰는 왜 응하신 건가요? (웃음)

 

: 합법적 틀 안에서 최소한의 저의 목소리를, 이번 결정이 부당했다는 걸 알려야 했으니까요.

 

중구청장 경선은 사실상 게임 오바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꺼냈으니, 원인을 파고들기로 했다.

 

: 이건.. 인물의 문제입니까 시스템의 문제입니까?

 

: 시스템의 문제도 있고 인물의 문제도 있어요. 뒷얘기지만 중구 경우도 제가 활동한 중앙당이나 여러 사람들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걸로 들었어요. 누군가 나서서 총대를 못 매는 거죠.

 

우리당 구조가 잘못된 게 뭐냐면 옛날엔 최고위원들을 따로 뽑았어요. 지금은 시도당위원장들이 최고위원들이라고 앉아 있어요. 그 사람들이 이 공천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지역을 제일 잘 안다고.

 

: 그렇죠. 지역을 제일 잘 알겠죠.

 

: 근데 단점도 있죠. 지역위원장이 자기 입맛에 맞게 관여하는 거에요. 당헌에는 당대표가 중앙당 전략공천심사위원회 심사결과를 기초로 해서 시도당위원장과 협의로 전략공천을 결정해야 하는데, 지금 시스템은 시도당지역위원장이 건의하면 오케이되는 변칙적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거에요. 권한을 넘겨준 거죠.

 

: 원칙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거네요.

 

: 네. 중앙당 전략공천시스템에서 기초조사를 하고 그 데이터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졌다면 저희도 명분을 갖기 어려웠을 거에요. 촛불혁명과 문재인 정부의 탄생, 이런 흐름에서 보자면 이런 행태는 퇴행적인 거죠. 과거에 더 잘했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과거에도 여러 문제가 있었거든요. 하지만 계속 진일보해왔는데 이번엔 퇴행한 거죠.

 

결국, 명분의 싸움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전략공천 결정은 탈락 후보들에게 마음껏 반발할 수 있는 명분을 쥐어준 꼴이 됐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 총 9명의 후보가 있었거든요. 저도 오랜기간 준비했어요. 다른 후보들도 최소 6~8개월 사무실 내고, 가족들 주변 지지자들 다 들어오고.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열정을 들이고 경제적으로도 얼마나 많이 투자했겠어요.

 

: 근데 경선도 못 해보셨네요.

 

: 네. 경선도 못 해봤어요. 이건 당이 형편없는 의사결정 구조로 당원들을 희생시킨 거에요. 국가가 국민들을 희생시키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당도 당원들의 권리를 지켜줄 의무가 있는데 그걸 무시한 결정밖에 안 되는 거죠. 최대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가기 위해 노력해야 당사자들도 결과를 받아들이고 희생할 수 있는 건데, 이건, 말이 안 되죠. 이걸 누가 승복할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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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공천 잡음'으로 보도된 이야기의 내막이다.

 

자유당이 최선을 다해 자유당 하고 있는 덕분에, 민주당은 지지율 56.3%를 찍었다. 집계 이후 최대치에 근접했다(CBS 의뢰, 리얼미터 5월 2주차, 조사일시: 5.8~5/11). 지방선거지만 이번엔 투표의향도 상당하다고 한다. 뜨거운 열기다. 대통령 지지율은 말 할 필요도 없을 정도다.

 

김태균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들이 분명 싫어할 이야기일 거라고.

 

맞다. 전선이 뚜렷한 선거에서 아군의 문제를 지적하는 걸 보통 '내부 총질'이라 한다. 내부 총질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게다가 국회의원 선거도 아니고 고작 기초단체장인 구청장 선거에서 일어난 일이다. 사람들 관심조차 끌 수 없다.

 

그러나, 고작 구청장이라 인터뷰를 했다. 지금이야말로 '고작' 구청장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적기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국회의원 누굴 뽑고, 당대표, 원내대표를 누가 하느냐는 무척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우리 생활에 보다 많은 영향을 끼치는 건 고작 구청장, 고작 시의원, 고작 구의원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큰 정치판만 바라볼 때, 고작 구청장 선거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우리 살림살이 좀 나아지기는 요원한 거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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