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 축하하는 자리에선 곧잘 샴페인을 터뜨리지요. 좋은 날엔 샴페인이 함께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샴페인을 구입할 때 제조사를 잘 살펴봐야 한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포도의 질이 가장 중요한 일반 와인과 달리 샴페인은 와인 메이커의 블랜딩 기술이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빈티지가 아니더라도 평균적으로 좋은 맛을 냅니다.
162. 거품나는 와인을 모두 '샴페인'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맞지 않는 표현입니다. 정확히는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만든 스파클링 와인만 '샴페인'입니다. 스파클링 와인의 범주에 샴페인이 들어있는 셈이죠.
163. 프랑스 샹파뉴는 프랑스 북동부에 위치해있습니다. 독일과의 국경지대에 인근한 샹파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포도들은 산도가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높은 산도가 샴페인에 독특한 맛을 주는데요, 보통 피노 누아(pinot noir), 샤르도네(chardonnay), 피노 뫼니에(pinot meunier), 이 세 가지 포도를 씁니다.
164.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은 샤르도네 100%로 만든 화이트 샴페인이고, '블랑 드 누아르(blanc de noir)'는 피노 누아와 피노 뮈니에를 이용해, 오로지 레드 와인으로 만든 샴페인입니다. 블랑 드 누아르는 구하기 어려운 편인데요, 샹파뉴 지방이 부르고뉴보다 서늘해서 피노 누아가 잘 자랄 수 없기 때문입니다.
165. 샴페인의 종류는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 논빈티지/멀티빈티지: 두 해 이상의 수확물을 블랜딩하여 만듦
- 빈티지: 한 해의 빈티지로만 만듦
- 프레스티지 퀴베: 한 해의 빈티지로만 만들며, 장기숙성한다
166. 논빈티지와 프레스티지 퀴베에는 상당한 가격 차이가 있습니다. 프레스티지 퀴베의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지요.
- 최상급 마을의 최상급 포도로 만들 것
- 포도의 첫 압착즙으로 만들 것
- 논빈티지 샴페인보다 오랜 기간 병숙성 시킬 것
- 빈티지 해에만 만들 것
브랜드 자체의 실력을 평가하는 데는 논빈티지 샴페인이 더 유용할 수 있습니다.
167. 샴페인 만드는 방법을 '메토드 샹프누아즈(methode champenoise)'라고 부릅니다. 총 11단계로 이루어져 있지요.
1) 수확: 9월 말~10월 초
2) 포도 압착: 두 번째 압착한 포도즙까지만 사용 (첫 번째 압착즙: 퀴베, 두 번째 압착즙: 타이유)
3) 발효(1차): 당분을 날리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4) 블랜딩: 발효 과정으로 만들어진 각각의 스틸와인을 블랜딩5) 리퀴르 드 티라주(liqueur de tirage): 설탕과 효모를 섞은 것으로, 이것을 넣어 2차 발효
6) 발효(2차): 탄산가스를 병속에 그대로 남겨두는 과정
168. '메토드 샹프누아즈(methode champenoise)'의 후반작업입니다.
7) 숙성: 발효 찌꺼기를 함께 숙성(효모찌꺼기로 인해서 특유의 부케가 생기기 때문)
8) 리들링(riddling): 찌꺼기 모으는 과정. 병을 정기적으로 돌려서 찌꺼기를 가라앉히고, 병목에 찌꺼기를 모은다.
9) 데고르주망(degorgement): 찌꺼기 제거. 병 입구를 차가운 소금물에 담가 얼린 다음 임시 병마개를 제거해서 찌거기를 빼낸다.
10) 도자쥐(dosage): 찌꺼기 제거 후 와인과 사탕수수 설탕을 섞은 것을 보충. 도자쥐의 양에 따라 '스위트'와 '드라이'가 결정됨
11) 병 재밀봉
도자쥐(dosage)
169. '메토드 샹프누아즈'의 과정 중 하나인 '블랜딩'을 할 때 유의사항이 있습니다.
① 어떤 품종을 어떤 비율로 블랜딩하는가?
② 어떤 포도원의 포도를 사용하는가?
③ 어떤 빈티지의 와인을 섞는가?
170. 샹파뉴 지방에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드는 방식은 전통 방식, 탱크를 이용해서 만드는 방식은 탱크 방식이라고 합니다. 전통 방식으로 만든 샴페인이 더 비싼데요, 탱크 방식이 큰 탱크에서 2차 숙성과정과 이후 효모 찌꺼기를 빼내는 것을 한 번에 하는 반면, 전통방식에서는 병마다 하기 때문입니다. 손이 많이 가서 더 비싼 것이지요. 대신 각 병에서 2차 숙성을 하기 때문에 기포가 더 섬세합니다.
171. 전통 방식에 따르면 논빈티지 샴페인은 병입 후 15개월 숙성, 빈티지 샴페인은 병입 후 최소 3년 숙성이 의무입니다(돔페리뇽은 6-8년 숙성이 기본). 이 때 샴페인 병내부의 압력은 '6기압'으로 자동차 타이어 압력의 세 배쯤 된다고 합니다. 이걸 견디려고 두꺼운 병에 담는 것이지요.
172. 나라마다 스파클링을 부르는 용어가 다릅니다. 프랑스에서 샹파뉴 지방 외에 만들어지는 스파클링은 '크레망(cremant)'이라고 부릅니다. 스페인에서는 '카바(cava)', 남아공은 '스파클링'이라고 부르나 전통 방식으로 만든 것은 '캡 끌라시끄(cap classique)'라고 부르지요. 이탈리아 서부는 '아스티(asti)', 동부는 '프로세코(prosecco)'라고 부르며, 독일은 '젝트(sekt)'라고 부릅니다. 스페인과 남아공은 샴페인의 방식으로 만드니, 샴페인이 비싸서 부담될 때 이 나라의 와인을 드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173. 샴페인은 차갑게 마시는 편이 맛을 음미하기에 더 좋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매번 얼음과 바켓을 준비하는 건 매우 귀찮은 일이지요. 이럴 때 와인 쿨러, 즉 와인 냉각기를 쓰면 더 편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그때 그때 원하는 온도에 맞출 수 있으니까요.
174. 샴페인은 레몬빛의 화이트(블랑)과 장밋빛을 띄는 로제,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보통 로제 와인을 일반 레드 와인에 비해 스킨 컨택(포도 껍질과 포도즙이 같이 숙성되는 것)을 짧게해 만드는 것에 반해, 로제 샴페인은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을 따로 만들어서 블렌딩합니다. 그래서 가격이 비싸죠.
175. 샴페인에도 당도 구분이 있습니다.
- 브뤼 네이처(brut nature): 아주 아주 드라이함
- 엑스트라 브뤼(extra brut): 아주 드라이
- 브뤼(brut): 드라이
- 엑스트라 섹(extra sec): 미디엄 드라이
- 섹(sec): 미디엄 드라이(엑스트라 섹보다 덜 드라이)
- 데미 섹(demi sec): 스위트
- 두(doux): 아주 스위트
176. 모에&샹동(moet&chandon),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 페리에 주에(perrier-jouet), 파이퍼 하이드지크(piper-heidsieck), 니콜라 푀이야트(nicolas feuillatte), 크루그(krug). 모두 어디서 한 번 쯤 들어보셨을 수도 있는 이름들인데요, 이들 모두 유명한 샴페인입니다.
177. 영국 총리이자 술고래 윈스턴 처칠. 어떤 술이든 가리지 않고 마셨다지만 그 중에서도 폴 로저의 샴페인을 가장 사랑했다습니다. 그 중에서도 1928년 빈티지를 가장 좋아했는데요, 이 '폴 로저 빈티지 1928'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성공을 축하하는 자리에 나오기도 했습니다(이 파티에 폴 로저 사의 3대 손인 '자크 폴 로저'가 있었다고 하지요). 오늘날 처칠 전쟁박물관에도 1928년산 폴 로저 샴페인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178.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윈스턴 처칠은 1965년 아흔 살의 나이로 숨을 거둡니다. 폴 로저사는 그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서 1984년에 '폴 로저 서 윈스턴 처칠'을 출시합니다. 현재는 일정 수량만 생산하며 아시아나 항공 퍼스트 클래스에서 제공하고 있다고 하네요.
179. 나폴레옹 또한 샴페인을 좋아해, 전쟁에 나갈 때마다 샴페인을 마셨다고 하지요. 나폴레옹이 가장 즐겨마신 샴페인은 샤도네이, 피노 누아, 피노 뫼니에를 블렌딩해 만든 '모에 샹동'입니다. 나폴레옹은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사브링(칼로 샴페인 병목을 쳐서 따는 것) 용도로 모에 샹동을 쓰기도 했습니다.
180. 나폴레옹은 모에&샹동의 소유주 장레미 모에(Jean-Remy Moet)와 막역한 사이였습니다. 최고급 샴페인 ‘돔페리뇽’으로도 유명한 모에 샹동은 이 인연을 기려 나폴레옹이 탄생 100년 되는 해(1869년)에 '모에&샹동 브뤼 임페리얼(Brut Imperial)'을 선보입니다. 여기서 '임페리얼'은 나폴레옹을 지칭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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