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 간 변두리 이슈들의 핵심을 날카롭게 비껴 가 겉핥기식으로 대충 들여다보는 <시사변두리-이슈VS.이빨>, 11월 셋째 주를 시작한다.
안동, 정신문화의 수도이자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
판사 탄핵 요구가 판사들에게서 나왔다. 사상 최초란다.
지난 13일 권형관·박노을·박찬석·이영제·이인경·차경환 판사 등 대구지법 안동지원의 판사 6명은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연루 판사들에 대한 탄핵 촉구 결의안’을 발의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권 판사 등은 “형사 절차에만 의존해서는 형사법상 범죄 행위가 성립하지 않는 재판 독립 침해행위에 대해서 아무런 역사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넘어갈 수밖에 없게 된다”며 “사법부 구성원 스스로 행한 명백한 재판 독립 침해행위에 대해 형사법상 유무죄의 성립 여부를 떠나 위헌적인 행위였음을 우리 스스로 국민에게 고백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노력은 사법부를 인권과 정의의 최후의 보루로 여기는 대부분의 국민에 대한 법관들의 최소한의 실천적인 의무”라고 주장했다.
캬아~ 우리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에게 진정으로 듣고 싶었던 말이 아니던가.
향교의 본당이자 정신문화의 수도인 안동지원에 근무하는 판사 전원이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일갈했다는 것 또한 의미가 크다. 예부터 안동은 그런 곳이었다. 특히나 안동 권씨는 조선시대 집현전 학자들을 가장 많이 배출한 전통 명문가로 유명하다. 누군가는 필자가 안동 권씨라서 하는 소리 아니냐고 친노종북좌빨적 색안경을 끼고 볼지도 모르는데 그런 거 절대 아니다. 그냥 안동 권씨가 잘난 거 뿐입니다(우리 집안은 족보를 산 것도 아니다. 울 아부지가 그랬다. “족보 살 돈이 없었어”).
쨌든, 한반도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가장 먼저 선도의 횃불을 든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에서 이번에도 큰 일을 해낸 것이다. 혹여 너네 주위에 안동 출신이 있으면 고마움의 표시로 술과 고기를 접대해야 마땅할 것이다. 감사합니다.
뉴욕타임스, 천조국의 조선일보?!
내가 다 알 정도로 유명한 천조국 정통 주류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글로벌적으루다가 빅 사고를 쳤다.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12일(현지시각) 공개한 ‘신고되지 않은 북한: 삭간몰 미사일 운용 기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약 20곳의 ‘미신고(undeclared) 미사일 운용 기지’ 중 13곳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으며, 뉴욕타임스가 이를 근거로 “북한이 큰 속임수(Great deception)를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울나라에선 14일 하룻동안 아주 난리가 났다.
이게 왜 뉴욕타임즈의 삽질인지 따져보기로 하자.
첫째- CSIS 보고서의 위성사진은 민간위성사진이며 촬영기간은 지난 3월 29일이다.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폐기를 약속한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날짜가 6월 12일이다. 난 19년 전인 27살 때 찍은 주민등록증용 반명함판 사진을 SNS 프로필 사진으로 쓴다. 그래서 간혹 욕을 먹는다. 뉴욕타임스와 CSIS의 논리에 따르면 난 아직도 홍대바닥을 쓸고 다닐 극강의 절대미모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내가 욕 먹을 이유가 전혀 없다. 감사할 따름이다.
(참고사진1)
둘째- 보고서는 위성사진에서 지적질한 삭간몰 미사일 기지를 ‘미신고 기지’라고 했지만 북한이 자국의 미사일 기지에 대해 대체 누구에게 왜 신고를 해야 하는가? 아무리 북한이 우리랑 총부리를 겨누고, 막 간첩도 보내고, 막 한 하늘을 같이 이고 살지 못할 종자라 쳐도, 미사일 맡겨놨냐? 북한에게 그런 의무가 왜 있는 건데?
셋째- 보고서는 ‘확인되지 않은 미신고 기지 20곳 중 13곳을 확인’했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정작 삭간몰 기지는 2016년에 북한 스스로 거기서 미사일 쐈다고 김정은까지 나와서 대대적으로 선전했던 곳이다. 한국과 미국 군-정보 당국이 모를 리 없지 않은가.
다 좋다. 트럼프와 미국 리버럴의 우군인 뉴욕타임스가 서로 못잡아 먹어서 안달인 저간의 사정, 영어 까막눈인 나도 은근히 눈치채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뉴욕타임스가 이제껏 어렵사리 쌓아온 자신의 명성에 똥칠을 감내하면서까지 해당 지랄을 떨었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팩트 몇 가지만 체크했어도 벌어지지 않았을 참사 아닌가. 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게야. 그리고 만 하루가 지나고 나서 국내 뿐 아니라 미국 본토에서도 뉴욕타임스의 ‘선정적 보도’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이 꼬라지들을 함 보자.
[사설] 정권의 北 대변인 행태 도 넘는 것 아닌가- 조선일보
[사설] 변하지 않은 북한, ‘문제 없다’는 청와대- 중앙일보
[사설] 비핵화 팽개친 미사일 기지… 그래도 北 대변하는 靑 대변인- 동아일보
[사설] 美는 북 압박하는데 韓은 감싸고… 이게 한·미 관계 현실- 세계일보
미필적 고의였는지, 설마하니 뉴데일리도 아니고 뉴욕타임스가 없는 소리 할 리 없다는 사대적 믿음 때문인지,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아무 생각이 없어서 낚였는지 모르겠지만 다들 낚여서 파닥파닥거리는 꼬라지를 보고 있자니, 저것들이 내 나라, 내 조국의 유력 언론지라는 사실에 낯이 후끈 달아오를 정도로 부끄러워 죽겠다.
더 웃긴 건, 이번 보도를 통해 청와대와 백악관이 즉각 한 목소리를 내며 찰떡 공조를 과시했다는 점이다. “이게 한·미 관계 현실”이다. 그냥 회사 셔터 닫는 게 답이 아닐는지.
박용진3법을 온몸으로 막아선 자유한국사립유치원당
지난 국감에서 장외홈런을 터트린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사립유치원의 공공성 강화를 뼈대로 한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하 박용진3법)이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교육위 법안소위 통과가 무산된 것이다.
지난 12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에서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자유한국당 법안이 나오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심사를 미뤘고 같은 당 전희경 의원은 “요양원과 어린이집도 같은 지원금 구조인데 유치원만 먼저 논의하나. 같이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용진 의원은, 아직 만들지 않은 법안을 일단 만들어서 디밀 테니까 그때까지 닥치고 기다리라는 곽상도 의원의 주장에 대해선 “침대축구”라고 비판했으며 요양원과 어린이집도 같은 구조이니 함께 논의하자는 전희경 의원의 주장엔 “우리 상임위를 벗어난 얘기다. 그렇게 치면 유치원 아이들이 10년 뒤에 크니까 중학교 갈 법안도 얘기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런 황당한 풍경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도 반복됐다. 자유한국당 이장우 의원은 유은혜 교육부 장관에게 “정부가 너무 일방적으로 몰아붙인다”, “정부는 시스템도 안 갖춰놓고 뭐했느냐”, “사립유치원 전체를 적폐 집단으로 몰면서 지금까지 헌신한 분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몰아부쳐, 한유총 관계자들의 속을 후련하게 했다는 후문이다.
전원책 변호사가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위 위원에서 해촉되었다. 전 변호사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유한국당은 일종의 사조직이며, 반은 물갈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보수재건은 물 건너 갔다’고 한탄했다.
전원책은 틀렸다. 자유한국당은 스스로 물갈이 중이다. ‘보수재건’까지는 모르겠지만 자유한국당 청산은 충실해도 이렇게 충실할 수가 없다. 자유한국당의 건투를 빈다. 진심이다.
다음 총선, 2020년 4월 15일이다. 517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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