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제 유철
출처 - 한국인문고전연구소
증국을 최초로 통일한 이는 진시황제이고 제국의 길을 연 것은 한나라의 7대 황제 한 무제라는 평가가 있어. 16세에 즉위하여 재위 기간만 무려 54년에 이르렀던 그의 무덤은 높이만 47m에 이른다고 해. 이 초대형 무덤을 조성하기 위해서 타운이 형성되었고, 소년 사마천도 아버지를 따라 이사를 왔다고 해. 먼 훗날 자신에게 궁형을 내릴 황제의 무덤을 만들기 위해 형성된 도시에 인류 역사에 남을 역사가가 이주한다? 역사가 이래서 넷플릭스보다 재미가 있는 것 같아.
한데 이렇게 잘 나가던 한 무제에게도 해결하기 힘든 외부요인이 있었으니 그들은 몽골고원과 만리장성 일대를 기반으로 맹활약한 기마민족 흉노 되겠어. 한 무제는 흉노를 안건으로 국가안보 회의를 주관하고 있었어.
“진시황제께서 저것들 때문에 만리장성까지 쌓으셨는데 해결이 안 되네 해결이. 머 좀 기발한 방법 없겠느냐?”
“폐하! 어제 흉노의 포로들을 취조하던 중 고위급 간부에게서 쓸만한 정보를 하나 얻었습니다. 얼마 전 흉노와 월지간에 전쟁이 있었는데, 흉노의 왕인 선우가 월지 왕의 두개골을 술잔으로 사용한다는 첩보입니다. 항간에는 요강으로 사용을 하고 있다는 말도 있다고 하옵니다.”
“그래? 그럼 월지 사람들의 흉노 반감이 매우 크겠구나?”
“그러하옵니다. 흉노 물품 불매운동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하옵니다. 그리고 흉노 내부적으로도 조카와 삼촌이 왕좌의 게임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어수선하다고 하옵니다.”
“기회는 찬스다. 지금 당장 월지로 특사를 보내 군사협정을 맺고, 우리 한 나라와 월지가 협공하여 흉노를 지도상에서 완전히 지워버리자.”
이리하여 기원전 139년 한 무제는 월지와의 군사동맹을 맺기 위한 TF팀을 구성하기로 하고 팀장 채용공고를 냈어.
<서역(중국의 서쪽 지방을 지칭) 탐사대 팀장 급구>
- 주요 업무 : 100여 명에 이르는 TF팀 수장으로 월지와의 군사동맹 체결
- 혜택 : 네이티브 스피커급으로 월지말이 가능한 통역관 대동
- 특전 : 임무 완수 후 무사 귀환 시 초고속 승진 보장
- 특이점 : 월지가 흉노에게 패한 후 서쪽으로 줄행랑 하여 월지가 정확히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모름. 따라서 월리를 찾아... 아니 월지를 먼저 찾는 것이 급선무
서역 원정대 팀장에 산시성 출신으로 낭중이라는 직책을 가진 장건이 손을 번쩍 들고 나섰어.
장건
장건이 모든 채비를 마치고 흉노 출신 통역관 감부와 길을 나서자 그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어.
“나리! 도대체 왜 이런 극한 직업에 도전하신 겁니까? 월지를 찾아서 서쪽으로 이동을 하려면 흉노진영을 지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 채용공고에는 그런 말이 없던데? 월지와 담판을 짓기도 전에 흉노의 포로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구나.”
월지가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모르고 길을 떠난 이 무모한 서역원정대는 결국 월지는 구경도 못하고 흉노군에게 잡히고 말았어. 그리고 흉노 고위층에서는 그들의 흉노 체류를 권했어.
“이봐 장건! 어디로 도망갔는지도 모르는 월지를 어떻게 찾는다는 거야? 너희 황제도 참 답이 없는 사람이네. 그냥 여기서 눌러살아. 내 참한 부인감도 알아봐 줄 테니 말이야.”
포로 생활은 10년 가까이 이어졌고 그 사이 장건은 흉노의 여인과 결혼까지 하였지만 그에게 주어진 미션을 하루도 잊지 않았어.
“반드시! 반드시 월지를 찾아서 황제 폐하께서 내리신 미션을 달성하고 고국으로 돌아가리다.”
그리고 흉노 고위층이 대권 다툼으로 경비가 소홀해진 어느 야밤, 장건은 그의 부인과 통역관 감부를 데리고 마침내 탈출에 성공했어.
“나리! 한 나라는 저쪽입니다. 왜 서쪽으로 가시려는 겁니까?”
“내 살아생전에 월지와 군사동맹을 맺지 않고는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
“아니 아직도 월지 타령이십니까? 무작정 서쪽으로 가면 월지가 나온답니까? 나리도 참 대단하십니다. 어휴 내 팔자야!”
어렵게 흉노 탈출에 성공한 장건 일행은 서쪽으로 며칠을 내려가다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대완'이라는 나라에 다다르게 되었어. 통역관 감부 덕에 -비록 행색은 거지꼴이지만- 한 나라의 특사라는 것과 월지를 찾고 있다는 상황을 대완의 왕에게 잘 설명할 수 있었어. 대완의 왕은 장건의 무모한 도전에 탄복했어.
“10년 넘게 포로로 잡혔다가 또다시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월지를 찾아 나섰다고? 남의 나라 신하지만 참으로 대단하구나. 여봐라! 장건 일행을 월지까지 잘 안내해 주도록 하라.”
대완의 왕 덕분에 장건은 10년 만에 월지의 왕을 마침내 만나게 되었어. 참으로 감격스러운 순간이 아닐 수 없었으나! 월지 왕의 입에서 나온 말은 충격 그 자체였어.
“한 나라와 손을 잡고 흉노를 치자고? 내가 왜? 우리는 이미 흉노를 용서했다네. 인류가 저지른 수많은 악행 중에 최악이 전쟁이라네. 이렇게 물 좋고 땅 좋은 곳에서 살다 보니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어. 자네도 여기서 며칠 몸을 추스르고 고국으로 돌아가게나. 자네만 원한다면 여기서 살아도 좋고!”
월지는 훗날 아라비아 상인들이 오아시스라고 부르는 곳에서 터전을 잡고 평화주의자로 변해 있었어. 장건이 아무리 설득을 해도 월지는 요지부동이었어.
목표를 상실한 장건은 아내와 통역관에게 고국으로 돌아가자고 힘없이 말했고, 통역은 지도를 펼쳐 들었어.
“나리! 어차피 한참 늦은 귀향길입니다. 천천히 돌아가시죠. 흉노를 가로질러가다 또 포로가 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조금 멀리 가더라도 티베트 쪽을 경유해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장건은 흉노에게 또 잡혔어. 글 쓰는 내가 지친다 지쳐. 그러나 장건은 불굴의 의지로 버티고 버티다 또다시 탈출에 성공하여 고국 한 나라에 돌아오니! 무려 13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버렸어.
한무제는 비록 임무는 완성하지 못했지만 장건을 황제의 고문 격인 태중대부로 임명했어. 그리고 장건은 한 나라 최고의 서역 전문가로 장안에 화제가 되었어.
“장건 그 양반 말이야. 심지가 대단한 양반이야. 흉노 체류 10년은 물론이고 서역 이곳저곳 안 다닌 곳이 없으니 그 지역의 고급 정보가 아주 그 양반 손바닥 안에 있다고 하더구먼.”
“그럼! 조지(러시아)는 물론이고 신독(인도)에 대해서도 모르는 게 없다고 하는데, 종합상사 차리면 대박 나겠어!”
훗날 사기에 나오는 서역에 대한 대부분 정보는 장건이 몸으로 부딪쳐서 얻어낸 것들이야. 하지만 한 무제는 서역 전문가 장건과 함께 무역할 생각을 한 것이 아니라 오직 타도 흉노만을 고집했어.
“어떤가? 몸은 좀 회복되었나? 이제 슬슬 머리도 굴리고 몸도 움직여야 하지 않겠나? 월지가 아니면 어디가 우리의 군사동맹으로 좋겠나?.”
“흠… 오손이 적합한 줄로 아뢰옵니다.”
“그래? 그럼 이번에는 지난번 1차 서역 원정대보다 3배 많은 인력과 두둑한 자금을 지원해 줄 테니. 내일 당장 떠나게.”
“내… 내일이요?”
“왜 너무 이른가?”
“아... 아니옵니다. 넉넉한 지원에 몸들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오손과 반드시 군사동맹을 맺고 돌아오겠습니다.”
부담감을 100배 안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 장건은 오손에 도착하자마자 외교활동을 펼쳤어. 그러나 오손 수뇌부는 한 나라와 흉노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펼치며 장건의 애간장을 다 태워버렸어.
‘아! 이 죽일 놈의 흉노가 끝까지 내 발목을 잡는구나. 허나 이대로 빈손으로 돌아갈 순 없다. 뭐라도 해야겠다. 서역 전문가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장건은 오손 현지에서 중앙아시아 각 36개국으로 특사를 파견했어. 그리고 그는 빈손으로 쓸쓸히 귀국한 후 1년 만에 험난했던 인생 여정을 마감했어. 그런데 그의 사후 오손에서 출발했던 특사들이 놀라운 소식을 가지고 한 나라로 귀국을 했어.
“폐하! 서역의 많은 나라가 우리 한 나라의 위용을 모르고 있었다고 하옵니다. 허나 장건이 보낸 특사들을 통해 제국의 위상을 알고 우리와 교역을 원하고 있다고 하옵니다. 특히 우리의 비단이 아주 인기가 높다고 하옵니다.”
그 이후 한 나라는 서역의 많은 나라와 교역을 시작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그 길이 로마까지 통하게 되었다고 해. 바야흐로 중국의 비단이 오가는 길 실크로드가 장건에 의해서 열린 거야.
애초 의도는 흉노 제거를 위해 군사동맹을 찾기 위한 것이었으나, 장건의 길고도 험난한 여정을 통해 오늘날 전 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실크로드가 열렸으니 그가 지나간 길이 절대 헛되지 않았음은 물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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