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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5.9.월요일

딴지이너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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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그럼 미국서 돌아와서는, 직업으로서 배우가 선택된 거네요?


윤: 그럼요. 정말 나는 목숨 걸고, 직업으로 했어. 그런데 그 이상의 좋은 레슨은 없는 거 같애. 배우로 살아남는데..


총: 그게 그 이전에 연기하던 거하고 어떤 차이를 불러왔어요?


윤: 그 이전에는요, 연기가 뭔지도 몰랐고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잘하는가 보다 그랬어요. 그런데 다시 와서 내가 못하는 걸 알았어. 내가 이렇게 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표현이 안돼요. '내가 이렇게 해야지..'까지는 알겠는데 그렇게 안 되는 거야. 내 몸과 얼굴과 소리로 안돼.


총: 이 배역의 이 역할은 이렇게 해줘야 하는데..


윤: 이 상황에서 이렇게 해야 하는데 내가 그 상황에서 그렇게 안돼요. 그리고 주위를 많이 타. 그래갖구 몰입을 못하겠어.


총: 카메라도 의식되고..
윤: 어. 그리고, 주위에서 뭐라고 그러는 거, 저기 지나가는 사람 그런 거에..


총: 어릴 때는 그게 의식이 안 됐는데?
윤: 네, 몰랐어요. 그때는. 겁 없을 때라.


총: 일반적으로 여배우들은 그럼 그런 상태가 평생 가나 보죠, 그 상태로 그냥?


윤: 아뇨, 그게 꼭 와요, 그게. 자기는 모르는데 - 똑똑한 사람은 알 수 있고, 남들이 이제 쟤 매너리즘에 빠졌다.. 그럴 때가 그게 온 건데, 식상할 때가 온 건데..



총: 잘 나가는 어린 여배우들이 어느 순간에 사라지고 없어지는 시점?


윤: 예, 예. 본인도 느끼긴 느낄 거에요. 아마 다 느낄 거에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는 상황이 있어요. 쭉 하던 대로 했는데, 가만 있어봐.. 어떻게 해야 하지.. 이렇게 될 때가 있어요. 막막해 지는 거야.


총: 20대 초반에는 그냥 해도..
윤: 응, 예쁘고 젊음도 있고 패기도 있고.. 다 묻어갈 수 있어요.


총: 30대 중반 쯤 됐는데 하던 대로 고대로 해서는, 도저히 아니라는 거 자기도 알게 되는 어떤 시점이 있다는 거죠?


윤: 예. 그런데 자기가 제일 늦게 알아요.
총: 보통, 배우들은 자기가 제일 늦게 알아요?


윤: 모든 일이 그런 거 같지 않아요, 인생이..?



배우를 만나 뭔가를 물으면 대부분 배우로서 답한다. 그러나 그녀는 사람으로 답한다.


총: 그렇죠.
윤: 내가 젤 늦게 알죠.


총: 자기가 먼저 알려면 상당히 지적인 인간이어야죠.
윤: 그렇죠. 빨리 자기가 추스릴 수 있겠지, 떨어지지 않고.


총: 그러니까 13년 동안 미국에서 생활하다 돌아오시니까, 생활이 그런 자각을 가능하게 했군요.


윤: 그럴까? 그럴 수도 있었구. 그런데다 나는 너무 큰 일을.. 나의 인생에 그니까.. 이거 괜히 제목으로 쓰지 말어. 거의 BC와 AD 로 나눠지는 거야, 내가 그러니까 이혼 전과 이혼 후.


총: 그 이전에는 배우였고 나이브한 여성, 이 정도였나요? 지금 생각해 보면?


윤: 그랬겠죠. 나이브 했었겠지. 그냥 뭐, 배우에 대해서 절실하게 생각 안 했었죠. 그리고 미국서 살 동안에는 그.. 미국에서 살면서 아마 내가 많이 공부한 거 같애. 공부라기 보다는, 내 미국친구 아이들을 보면서, 걔네들이 나보다 다 잘났더라구요. 우리 동네에 사는 내 이웃들인데 나보다 다 나아요.


총: 어떤 면에서요?


윤: 나는 그때 배우로 잘나가던 때였기 때문에 내가 굉장히 잘난 앤줄 알았어요. 그런데 걔네들은 참 나보다 나은 점이 많았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늘 이렇게 말해, "내가 똑똑하지만.." 그런데 미국서 내 이웃들은 "난 잘 모르지만.." 그렇게 말 해. 그리고 시골에서 태어났으면 거기서 결혼해서 거기서 살잖아요. 미국 사람들이 대체로 그래요.


그리고 참 자기가 쪼끔이라도 나으면, 봉사해요. 그게 습관화가 돼 있어요. 우리는 봉사하는 걸 꼭 신문에 내고, 한다고 하고 그러잖아. 근데 그 이웃들은 그게 일상적으로 산보하듯 생활화되어 있더라구. 나누고 하는 정신이. 그래서 아, 얘네들이 훨씬 나보다 낫구나 그렇게 생각했어요, 모든 면에서. 살림하고 그러는 것도 더 열심히 하고.


부잣집이 아니라구 내 친구들 남편들이.. 하나는 플로리다 파워 직원이었어요. 말하자면 한전 직원이네? 하나는 세무사, 저 국세청 직원 부인 하나, 또 하나는 한전에서 왜 그 전봇대 올라가는 그 뭐라 하지? 테크니션, 기술자.. 대학들 나오고 하나는 고등학교 나오고.. 다 고만고만한 사람들인데, 모든 게 다 나보다 낫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때 혼자 생각했어. 아, 그래도 우리나라가 참 좋았었구나. 나를 보고 주간지에 나오라고 그러고..(웃음) 거기서 굉장히 겸손한 거를 배운 거 같애. 겸손할 수밖에 없었어..


총: 그러구 나서 돌아와서 먹고 살기 위한 직업으로 연기를 다시 했는데.. 그 경험이 연기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쳤겠습니다?


윤: 연기하는 데는 내가 살아 온 모든 게 영향을 미치기는 미쳐요. 어딘가에 꼭 나와요, 내가. 연기할 때. 그러니까 물론 그것도 나왔을 거구. 여배우가, 방송국에서 하는 얘기들을 들어보면은, 특히 여배우가 13년 공백 뒤에 다시 나오는 건 진짜 없는 일이래요. 우리나라에서는 여배우가 꽃이기 때문에, 아름다웠던 시절 예뻤던 시절에 내가 그만 두고 다시 갔다가 와갖구..


그 비선호도 1위 하면서.. 내가 여기서 텔레비전을 쭉 하고 있었더라면 13년이란 공백이 없었을 거고 같이 늙었으니까 놀라지 않았을 텐데, 13년 만에.. 사람들은 나를 기억하는 게 스물 몇 살 때로 기억하는데.. 30대 말에 다시 본 거 아니에요. 사람들은 그게 충격적이었던 거고...


총: 사람들이 보기 싫었을 수도 있겠군요. 마치 자기가 늙은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윤: 이혼 직전이니까.. 그 사느냐 안 사느냐 때문에 사는 게 끔찍했을 때니까 얼굴에 다 나타났겠죠. 그러니까 비선호도 1,2위를 다투는 것도 당연했겠죠.


총: 근데 어떻게 해서 방송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요? 비결이, 지금 생각해보면?


윤: 그러니까 이게 인터뷰를 싫어하는 이유가 꼭 이런 거야. 내가 그 비결이 이렇다고 하면 그게 문자로 나. 그렇다고 내가 뭐 큰 대단한.. 역경을 딛고 일어난 인물인 양 나는 거야.. (웃음)



스스로 자신에 대한 객관화가 충분히 이뤄져, 자신을 대단한 사람인양 언론들 특유의 호들갑을 떠는 게, 쑥스러운 게다.


총: 으하하
윤: 챙피스러워, 우스워.


윤 : 나는 지금 생각하는 게 절실한 거. 절실한 것 중에서 제일 끔찍한 건 배고픈 거에요.


총: 배고프다는 건..
윤: 살아야 되는 거에요. 먹고 살아야 되는 거에요.


총: 애들도 키워야 하고.
윤: 예, 애들도 키워야 하고. 밥 먹구 살아야 되는 거, 그게 제일 절실한 거였겠죠.


총: 음.. 그래서 그 이전에는 안 하던 뭘 하셨나요?


윤: 음.. 지나가는 단역도 다 했어요. 그랬대요 방송 만드는 사람들이.. 에이 이거 윤여정 안 나와.. 그랬대요, 지네들끼리. 조연출 애들은 나를 모르니까 이거 윤여정씨 오라고 그러면은.. 연출이, 그 여자 안 나와 이거, 그래도 왕년의 윤여정인데 안 나와 야.. 그랬대요. 그런데 다 나오더래.


총: 아, 이 정도 작은 배역에 나오겠어 하는 것도 다 나오셨다구요?
윤: 예, 그럼요. 다 나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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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그게 굉장히 위험한 선택이기도 하잖아요. 급이 점점 낮아져서.. 그런 길이 될 수도 있잖아요, 여차하면.



윤: 그러니까 인생이라는 건 정답이 없더라구요. 모든 게 It's up to you. 나한테 달린 거 같아요. 물론 그럴 수도 있었겠지요. 그런데 그걸.. 나는 생각하기에, 그걸 안 했으면 지금 이렇게.. 뭐 지금 이렇게까지가 뭐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때 나락에 떨어졌을 때보다 지금 더 낫거든요?



그녀의 자기객관화 보정장치는 실시간으로 끊임없이 작동한다.


'지금 이렇게..(까지 될 수 없었을 거야)'라고 말하려다가도 그 말이 잘난 척으로 혹은 자신이 스스로를 대단한 지경에 도달했다고 착각하는 것으로 비칠까 싶어.. '지금도 대단한 건 아니지만..'라고 토를 굳이 단다.


내가 그때 소원이, 여기까지만 하리라 그랬어.. 배역이 왔을 때 내가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거. 이건 하고 이건 안 하고 이걸 내가 결정할 수 있게 되게까지만 하리라. 나는 뭐 인기배우, 최고배우가 되는 게 아니고 내가 (배역이) 왔을 적에 이건 내가 할 능력이 없으니까 안 하겠다, 하기 싫다 라든지 그런 거 할 수 있을 때까지만 하자.. 그랬어요.


총: 그 전까지는 다 받아들이고..
윤: 네,네.
총: 오는 모든 걸..


윤: 예. 그리고 내가 연기를 못 했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 그때 내가 생각해 보니까, 내가 연기를 너무 못 하는데 왜 이렇게 못 하나 생각해보니까 젊었을 때 얻은 이름이 사실은 허명이야..


총: 옛날에..


윤: 어어. 내가 연기를 잘 해서 얻은 게 아니고, 그냥 그때 그 시절에 젊고 발랄하고 그러니까 얻은 이름이었지, 내가 연기를 잘 했던 거는 아니더라구요. 그런데 내가 연기자로 살아남으려는 데 연기를 못하니까.. 나는 쪼그만한 것부터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쪼그만한 거서부터 시작해야지 큰 게 되지, 어떻게 쪼끄만 거 없이 큰 거만 오기를 기다리면, 나한테는 기회가 주어질 거 같지 않더라구.


총: 진짜 신인이 그 때 처음 된 거네요?
윤: 네,네. 진짜. 신인으로 했어요.


총: 김수현씨는 왜 계속 쓰셨데요?
윤: 아무도 안 써주니까 날 쓴 거죠.


총: 안 써주는 사람 많은데 하필 윤여정씨를...
윤: 나하고는 친했었어요.
총: 그 이전부터요?


윤: 네. 김수현씨 데뷔작을 내가 하고 갔어요. 데뷔작하고 그 다음 작품 두 개를 하고 갔어요. 미국에 있는 동안에 편지로 가까워졌었죠.


총: 그럼 돌아와서 김수현씨 작품에 계속 나왔던 건 그런 인연으로 해서..


윤: 예, 예.
총: 그리고 한동안은 왜 김수현씨 작품에만 나오는 것처럼 이미지가 굳어진 적도 있잖아요?  


윤: 아무도 안 써주고 김수현씨만 써 줬으니까요.
총: 그게 얼마나 긴 세월이었나요?


윤: 한... 5, 6년 됐을걸요.
총: 5, 6년은 오로지 김수현씨만...  


윤: 아뇨. 딴 것도 했어요. 물론 딴 거도 했는데 그건 안보여요. 김수현씨 작품이 제일 인기가 있으니까 그것만 한 것처럼...


총: 나왔는데 배역이 작게 나왔거나 해서 사람들이 기억을 못 하는 거군요?
윤: 그럼요. 인기 있는 거만 기억하잖아요.


총: 그러다가 조금씩 조금씩 사람들이 나를 배우로서 보는 게 변하거나 혹은 인정을 받고 있다 이런 느낌은 언제 받았나요?


윤: 언제쯤인 거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총: 즈음.. 같은 게 있잖아요? 예를 들어 임상수감독이 영화를 하자 이런 제안을 받는다거나..


윤: 그 전에도 영화제안은 몇 번 왔었어요. 근데 내가 안 했어요. 너무 무식하니까 몰라갖고 그런 이상한 대본을 본 적이 없었거든. 그래서 아니 왜 이거를 영화를 만들라고 그러나? 그랬는데..


총: (웃음) <바람난 가족>?


윤: 아니, 그 전 것도. <바람난 가족>도 그랬고. <바람난 가족>도 읽긴 읽었죠. 이런 또라이를 한 번 만나서 정중하게 사과를 하리라.(웃음) 또 그 전에 내가 실수를 했었어요. 김지운이라는 남자가 <조용한 가족>을 갖고 왔을 적에 참 정중하게 내게 어프로치를 했는데 운동모자를 써 가지고 와서 서른 한 두 살쯤 되었을 것 같애. 이 걸로 영화를 만들라구 그러우? 내가 그랬어.(웃음)


총: 으하하하하..(폭소)


윤: 그 다음에 부산영화제인가 어딘가 김지운 감독 보고 피해 다녔잖아. 그 해의 스타가 되어 오신 감독을 보고. 그 때 무식해서 몰라서.. 이게 블랙 코메디입니다 그러더라고. 블랙코메디가 뭔지.. 두 장을 못 넘기겠어. 무슨 뜻인지 몰라가지고.


총: 하하..(웃음)


윤: 늙으면 몰라요. 감각이 떨어져. 실수를 안 하려고 만난 게 임상수야. 임상수 건 다 읽었어. 김지운 같은 실수는 안 하리라. 끝까지 다 읽고 내가 만났어. 그래서 임상수 감독, 꽃무늬 블라우스에 귀걸이를 찰랑찰랑.. 미쳐 내가.. 그래서, 몇 살이우?(웃음)..


총: 푸하하..(폭소)  


윤: 만나 가지고 내가 그랬지. 질문해야 될 것 같아서. 거기서 애를 느닷없이 죽이잖아요. 아니, 애를 왜 느닷없이 죽이유? 그랬더니 "우리 다 느닷없이 죽잖아요" 그러더라고. 그래서 내가 속으로, 바보는 아닌가 봐.. 생각했어.(웃음) 그래서 이렇게 쳐다봤어.(고개를 쳐들며) 그 다음에 또 그랬어.



배우와 감독의 상호 저울질이 이렇게 진행된단다. 재밌다.


내가 첫 번째유? 내가 몇 번째 선택이유? 내가 그랬더니 나중에 그러는데 자기도 한참 생각했데. 어떤 게 유리한 지. 자기가 솔직하게 얘기하는데, 나 두 번째라고 그러더라구. 첫 번째는 정혜선씨였는데, 정혜선씨가 벗는 것 때문에 안 한다 그랬대요. 자기 아들이 뭐라 그런다구. 그래서 내가 자기 아들은 미국서 안 보지.. 그랬더니 아 그건 참 좋은 선택이었다구.. 근데 임상수씨 생각에 그 여자는 바람이 날 여자로 보인다.. 굉장히 여성스럽고.. 그런데 나는 죽어도 바람이 안 날 여자로 보이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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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당신이 정혜선씨를 첫 안으로 생각했는데 내가 이걸 할 경우에, '아.. 정혜선씨가 했으면..' 이러는 거가 나한테 그런 느낌이 전달되면, 배우는 하기가 힘들어진다, 난 그게 걱정인데 그랬더니.. 임상수가 그 때 대답을 잘 했어요. 뭐라 그러더라. 선생님.. 영어단어로 인터프리테이션이라는 단어가 있잖습니까. 선생님 식으로 이 인물을 해석을 해주시면 어떻겠습니까? 그러더라고.


대체로 감독들이 그렇잖아요. 이 배역은 윤여정이를 쓴다 그러면 꼭 윤여정이가 해야지 되는.. 독하게 매달린다고. 근데 사실은 임상수 말이 맞는 거거든. 배우마다 해석이 다르기 때문에 빨리 그 전 생각을 버려야지 돼. 이 여자를 통해서 나온 새로운 인물로.. 그것들을 잘 못해. 그런데 해석을 달리 해주시면 어떻겠느냐고 하더라고..


그래서 벗는 부분에 대해서 나는 <거짓말>.. 못 봤다, 노인네들 그런 영화 있었잖아.. 그렇게 나를 벗겨봤자, 당신도 영화가 손님이 들어야 하는 데 나를 벗겨서 아휴, 흉해.. 그랬더니 그렇게 안 하겠습니다.. 그러더라고. 내가 그래서 좀 봅시다, 생각해 봅시다.. 그랬어요. 질문에 다 통과되었지.


총: 시험에 통과가 된 거군요?  


윤: 네. 내 나름대로. 생각해볼까 했는데 그런데... 돈도 쪼금 준대. 보니까, 아, 난 안 한다고. (웃음) 아 됐다고, 내가 미쳤다고 하겠냐고. 그런데 어찌어찌 그거 우여곡절 끝에 하게 됐어요. 임상수하고는 그거 하면서 아주 친해졌죠.



총: 그 영화 잘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윤: 내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거보다.. 임상수도 굉장히 미안해 해. 이 나이에 - 의사가 그러는데, 남자하고 어떻게 바람이 나느냐. 내가 보건대, 여자가 나이가 들면 중성이 되는 게, 여성 호르몬이 다 없어져서 호르몬 발란스의 문제라는데, 남자하고 어떻게 가능하느냐. 근데 지가 선생님 연애를 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런데 데리고 온 배우가.. 기가 막혀.. 그러면 저 남자랑 내가 연애를 해야 된다? (웃음)


총: (웃음) 상대 남자 배우가.
윤: 응, 꿈에도 바람 안 나겠다. 내가 미쳤냐구? 저 남자랑 내가 미쳤다고 미국 가냐구?
총: (박장대소)


윤: 아 신경질 나서...(웃음)
총: 영화는 재미있었죠.?


윤: 임상수가 그걸 잘 만들었죠. 잘 만들더라. 첫 시사회 때 보니까 굉장히 솜씨 있게 잘 만들었다구 생각했어요. 찍을 때 많은 연출을 하는데 사람 연구를 많이 하게 되거든요. 감독은요. 디렉팅 할 때 보면 나와요. 많이 연구하는 게 임상수더라구.


그런데 김인문씨 하고 그렇게 싸우더라구. 김인문씨가 그렇게 말을 안 듣는 거야. 임상수 말을.(폭소) 김인문은 임상수더러 저 새끼가 변태라 이거야.(폭소) 내가 영화가 몇 십 년인데 저 새끼가 나한테 이런 걸 하라는 거야. 근데 임상수가 이걸 다 들었나 봐. 그래서 내가 "그냥 해, 쟤 말이 맞어, 쟤 말을 한 번 들어봐 한 번.." 그랬는데.. 하여간 그렇게 싸우더라구.(폭소)


총: 그렇게 아무 배역이나 다 받아서 하시고 직업으로 연기하시고 그래서 신인처럼 마음을 가지고.. 실제 두 번째로 신인이 되신 건데.. 그러다가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게 조금씩 달라지는구나.. 이걸 느낀 건 언제냐..


윤: 언제인지 정확히 모르겠어요. 언젠가서부터 내가 선택을 할 수가 있게 되었어요. 내가 정말 얼마나 행복하게 된 거야.. 그래서 요즘은 내가 배역 들어온 거 보고 그거 못하겠다.. 그러면 (상대방이) 내가 아니면 안 된다 그러지..


배우들이 그 대목에서 착각을 하게 되는 거야.. 감독이 매달리면 이 세상에 배우는 나 하나 밖에 없는 것 같거든. 그런 착각에 빠지면 안돼. 그 사람은 1안으로 이 배우 해야만 되는 자기의 목적이 있기 때문에 너 밖에 없다 그러는 건데.. 이 세상 배우가 나 하나 밖에 없는 게 아냐. 얼마나 많아?


그럴 때마다 내가 묻는 게, 처음 보는 감독이거나 그럴 때, 글쎄.. 내가 꼭 안 해도 되잖아요.. 그럼 우리 부인이 동네에서 다 조사했데. 그런 조사를 지네 부인을 통해서 하나 봐. 누가 제일 어울리나. 그러면 지네 아파트 여자들이 윤여정씨가 제일 좋다 그랬대. 아파트 여자들이 나를 하라 그런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그냥 생각을 해요..



언제부터 사람들이 자신의 연기를 인정해주더냐.. 하는 질문에 그녀는 자기 자랑을 이런 식으로밖에 못했다. 감독 와이프가 아파트 동네 아줌마들에게 물었더니 어울린다고 했다고..


귀엽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제 흘끔흘끔 바라보던 여자들이, 조금 시골이나 이런 데 갔을 때 편안하게 달겨와갖고.. 옛날에는 시골에 가면 편안하게 달겨오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이제 편안하게 달겨와갖고, 아유 잘해.. 그러는 거 보고, 아.. 내가 조금 선호도 쪽으로 갔구나. 선호도라는 게 사실 엄격하게 보면 그런 거 같애. 자기네들이 함부로 해도 좋을 것 같은 사람.. 그런 사람이 된 거죠..


총: 만만해지기도 하고.. 근데 그건 연기가 된 거에요,시대가 변한 거에요?


윤: (한참 생각 후) 모르겠어요. 연기가 늘은 건지 세월이 흘러서인 건지는 모르겠네..


총: 본인이 보기에 초기의 연기와 지금의 연기의 차이가 있어요? 그러니까, 80년 이후에 돌아와서 한 연기하고 요즘 연기하고 큰 차이를 느끼시나요?


윤: 처음에는 좀 경직되었어요. 경직되었고 요즘에는 많이 편안해졌어요. 많이 부드러워지고 연기가 생활하듯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가 사실 또 위험한 거에요. 내가 생활이 돼 가지고 하나도 어렵지도 않고 편안하게 되면 배우는 또 안돼요.


총: 긴장감이 없어서..
윤: 어. 또 빠져요.


총: 자기 스타일이 생긴 것도 분명하긴 한데, 시대가 변하긴 변한 거 같죠?
윤: 그런 거 같아요.


총: 언제 시대가 변한 걸 느끼세요?


윤: 아, 젊은 감독 중에 나보러 영화하자고 그러는 게 참.. 어제도 통화를, 임상수랑 통화했지, 나한테는 진짜 안 올 배역 그런 것도 와요. 진짜 전라도 사투리 쓰고 김수미한테 가야 할 배역 그런 게 나한테 오는 것 보구 참 많이 변했다.. 내가 참 많이 우스워졌는지..


총: 다른 배우들하고 자기하고 틀리다고 느끼신 점 있으세요? 텔레비전 나갈 때나 혹시?
윤: 목소리가 틀리잖아요. 하하.. 다른 배우들처럼 예쁘지가 않잖아요


총: 그런거 말고 연기를 할 때 쟤들은 저렇게 하는구나.. 뭐 이렇게 차이가 느낄 때가 있으세요?


윤: 음.. 예쁘게 하죠. 그 사람들은 연기를 많이 예쁘게 하죠.
총: 원래 자기하고는 다르게...


윤: 예쁘게 라는 표현은.. 조금은 뭐 포장하고.. 내가 평상시에 자옥아.. 하면 어.. 그러다가도 카메라 있을 때는 어(조금 과장된 목소리로) 그러고.. 그런데 나는 아마 똑같을 거에요.



총: 연기에 들어가더라도..
윤: 네.


총: 다른 배우들 볼 때 그 차이를 확연하게 느끼신다구요?
윤: 느낄 때 있어요.


총: 그건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그러니까 요즘 젊은 감독들이 윤여정을 찾는 이유가 제가 이해하기로는, 그러니까 전통적 명배우도 있잖아요.. 좀 과장되고 격정적이고 연극적이고..


윤: 응 신들린 연기, 내가 제일 싫은 게 신들린  연기야..
총: 더군다나 예전에는 그런 연기밖에 없었기 때문에..


윤: 신이 왜 들려, 글쎄.(웃음)


총: 하하하.. 그러니까 예전엔 그렇게 연기하는 게 훌륭한 것이었는데.. 현대적 연기를 하는 그 연령대의 유일한 사람이라서 감독들이 찾는 게 아닌가.. 현대적.. 과장하지 않고 그게 연기하는 건지 아닌 건지 잘 모르는...


윤: 내가 과장하지 않죠. 유일한 배우라고 하면, 사람들이 전화하면 어떡해. 지랄한다고.(웃음) 유일한 건 아니고 아무튼 과장은 제가 잘 못해요. 내 품성이 그래. 그러니까 바람이 분다.. 이렇게 말해도 전달이 되거든. 그런데 연기를 할 때 보면 (과장된 톤으로) 아.. 바람이 불어.. 이런 사람이 있는데.. 난 보통 때도 그걸 잘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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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쑥스럽고 남사스럽고 뭐 대단할 일이라고..


윤: 예, 남사스럽고 아마.. 근데 어떨 때는 그렇게 할 필요도 있어요. 그렇게, 과장되게.. 바람이 분다~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 때도 있어요.  


총: 역에 따라..
윤: 그걸 너무 안 하는 것도 혹자는 너무 건조하다, 드라이하다.. 그러니까 성향 문제인 거 같아요. 그런데 아직도 텔레비전에서는 바람이 분다~ 쪽을 좋아해요.


총: 그러니까 연기가 촌스럽지 않은 건데.. 젊은 감독들은 촌스럽지 않으니까 찾는 게 아니냐..


윤: 임상수 감독한테 한번 물어보께..
 





 


시포: 인정옥 작가의 스타일이 많이 절제되어 있고 젊은 층들이 굉장히 좋아했는데, 특히 고복수 어머니 역으로 나오셔서 젊은 층한테는 반향이 대단했었던 것 같거든요..


윤: 글쎄, 그때 내가 인정옥한테 그랬어. 난 촬영하기가 싫다. 쟤네들이 나보다 몇 배를 더 받고 나오는데 쟤네들은 열 번을 엔지를 내고.. 난 아주 혼났다.. 아주 찌는 여름에 열 두 번을 찍는데 말이야.. 가갸거겨도 모르는 애들 나오잖아..


걔들 맞춰서 열 번 스무 번을 찍는 거야, 내가. 우린 돌아요. 돈은 알고 보면 개네들이 더 많이 받는데.. 나 그럼 미치겠어. 나 진짜 가기가 싫어지거든. 이러지 말자 이러지 말자 스스로 추슬러요. 난 아직도 일해야 된다..(일동폭소)


윤: 그런데 인정옥이 하는 말이, 선생님은 앞으로 쭉 그러실 수밖에 없어요, 그래요. 그래서 내가 "넌 그렇게 악담만 하니" 그랬더니, 젊은 작가들이 선생님을 좋아하기 때문에 젊은 작가들하고 일하려면 그렇게 다 신인 애들이 나오니까 앞으로도 난 험난한 길을 걸어야 된다는 구만.(웃음)


시포: 노희경 작가하고는 어떻게 작업을 하셨나요?


윤: 노희경요? 처음에 뭘 했더라?


시포: <거짓말>..


윤: <거짓말> 전에 뭘 했지 않았나? <거짓말>을 먼저 했나? <내가 사는 이유>를 먼저 했구나. 걔하고 인정옥하고는 아주 틀려요.


시포: 노희경 작품에서는 김수현 선생님의 느낌이 좀 나더라구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윤: 인정옥 같은 작가는 전무후무하니까. 근데 <네 멋대로 해라>는 세 박자가 다 맞았어요. 양동근이가 진짜 인정옥이를 아주 잘 표현해줬고 박성수(감독)도 그랬고.. 근데 지난 번 거는 그 감독애가, 서울대학교 나온 애들은 참..


총: <아일랜드>요?


윤: 내가, 그 감독이 니 감성을 이해하는냐.. 그랬더니 착해서 좋대. 감독이 그 작가하고 같이 타야 되거든. 감성이라는 거는 같이 타야 되지 이해하는 것 갖고는 안돼. 그 작가의 감성을 같이 타줘야 하는데, 서울대 나온 머리로 이해 안 될 건 뭐 있었겠어..


총: 젊은 배우들 보면 무슨 생각 드세요?


윤: 좋겠다 그러죠. 우리끼린 그러지, 길 닦아 놓으니까 뭐 지나간다고. 정말 우린 고생은 더럽게 하고 돈은 더럽게 못 벌었는데, 쟤네는 돈도 많이 번다, 쟤네는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구나. 아 진짜 길 닦아 놓으니까, 진짜..(웃음)


총: 젊은 배우들의 연기를 볼 땐 무슨 생각이 드세요?


윤: 재밌어요. 걔네들은 그거 잘 되요. 우리 때는 신인이면 떨어요. 근데 개네들은 생활적인 것도 다 되요. 평소 말투로 밥 먹었냐? 이런 거.


총: 그럼 뭘 못해요?


윤: 그 어떤 인물을 묘사할 때, 이게 극이기 때문에 드라마기 때문에 다큐멘타리 하고 틀리단 말이에요. 어떤 결정적인 부분에선 연기를 해야 될 때가 있어요.


총: 평상시 말투가 아니라..


윤: 연기. 그걸 못하는 것 같애. 그거가 안 되는 것 같애. 이순재선생님이 잘 표현하더라. 그 애새끼들 나와 가지고 배내짓 하는 것 정말.. 배냇짓이 배 안의 짓 아니야.. 그러니까 자기 생긴 대루 하는 건데.. 그런데 감독들이 또 자연스럽다고.. 그래서 더 그렇게 하게 하잖아요.. 그러니까 정말 연기를 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거가 안 되는 거야..


총: 그런 관점에서 보시기에 젊은 배우들 중에 야, 쟤는 좀 되겠다 싶은 사람은 누가 있어요?


윤: 양동근이 잘한다고 생각했었어요. <내 멋대로 해라> 하는데 내가 그랬어. 내가 연기가 딸려 죽겠어. 내가 연기가 딸려.. 인정옥이 대본이 나중에 늦게 쪽지로 나왔을 적에, 내가 아주 결정적인 씬에서 딱 내가 얘보다 연기를 못하는구나 알았어..


쪽지로 나왔을 때.. 어, '처연하게 앉아있다' 던가 그랬던 거 같애. 복수 엄마가 알았어. 얘가 소매치기해 갖다 준 돈으로 치킨집을 차렸다는 걸 알아 가지고 문을 닫고 그랬는데.. 복수가 나를 찾다가 만나는 씬이었어요.. 나는 처연하게 앉았고 복수도 처연하게 앉았다.. 그렇게 되어 있었어요. 디렉션에서.


우리 늙은 배우는 작가 대본에 '처연하게' 되어 있음 그거를 맹종하는 경향이 있거든. 처연하게 앉아 있어 그냥. 그런데 걔가 이러다라고. "이 씨, 어디 있었어.." 그러더라고. 내가 방향을 잃었잖아. 나는 걔가 "엄마, 어디 있었어" 이렇게 나올 줄 알았는데 이 씨이, 어디 있었어.. 막 이러는데 내가 막...  


총: 전혀 예상치 않았는데..
윤: 걔는 그 인물이 된 거에요. 배우가 인물이 돼야지. 걔는 그때 그 인물이 되었던 거야. 그래서 자기는 작가의 그 디렉션을 무시하고 나를 진짜 찾아다닌 마음이 된 거지. 나는 걔한테 정말 많은 박수를 보냈지. 속으로 정말 딸려서 못하겠는데..(웃음)



총: 여배우는, 그렇게 보실 때 누가 있어요?


윤: 잘하는 배우요? 하희라 하고 할 때 하희라가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고현정이하고 할 때 고현정이가 감정이 아주 빼어나다고 생각했어요.


총: 잘하는 배우는 공통점이 있어요?


윤: 어, 있어요. 처음 봤을 때부터 달라요. 양동근이도 달랐잖아요. 배우가 한 시대를 만나려면 달라야 돼. 일단. 표현이라는 게, 정서라는 게 영원하지는 않잖아. 만약에 우리 시대에 '이 씨이, 어디 갔어' 그런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텔레비전에서. 근데 시대를 만나면 일단 그게 눈이 띄기 시작해...


총: 그런 식으로는 안 하던 걸 하는 거죠?
윤: 예, 예 그렇죠.


총: 그것 말고 공통된 자질 같은 건 뭐가 있어요?


윤: 배두나.. 아 얘가 되겠구나 생각했던 게, 나랑 어떤 연기를 해야 되는데 못하겠다.. 그러더라고, 그 어린 아이가.. 그런 상황에 안 처해 봤기 때문에 지가 못하겠다는 거야.. 대체로 많은 배우들은..


총: 대충 뭉개고 하는데...


윤: 적당히 뭉개고 하는데.. 그래서 신파가 되는 거야.. 안 슬픈 데도 슬픈 척하면서.. 근데 도저히 안 슬퍼진다는데 걔가 뭘 어떻게 하겠어. 근데 도와줄 길이 없더라구. 그래서 그냥 해.. 니가 니 맘대로 해.. 니가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서 니 맘대로 해.. 그랬어요. 그럴 때 걔가 표현을 하는데.. 이게 맞나 틀리나 싶어 갖고 이상하게 무안해 하더라고.. 그러니까 생각을 하면서 하는 거고.. 그건 굉장히 정직한 거든요..


총: 그런 차이점이 있는 거군요. 좋은 배우는 일단 머리가 있어야 되는군요, 기본적으로.
윤: 어, 살아 남으려면 머리가 있어야 돼. 무슨 일이든지 살아남으려면 머리가 있어야 돼..


총: 배우들에게 유별난 감수성들이 있나요?


윤: 아니요. 그렇진 않아요. 오히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신들린 연기, 그런 연기가 많이 박수 받고 잘 한다 소리 듣고 그러죠. 이건 오프 더 레코드지만, XXX라는 아이가 참 안된 거가.. 걔도 참 빼어난 감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온 몸에서 나오는 반항 같은 거, 걔 아니면 어떻게 나오겠어요? 그거가 나오는데, 유지를 걔가 못하잖아. 걔가 지금. 본능만 있으면 안되잖아요. 걔가 본능만 있어.


총: 본능만 있다. 머리가 없군요. (웃음)
윤: 그런 것 같애. 내 생각에는.


총: 하하하. 작가들도 많이 겪어 보셨는데..
윤: 작가들도 달라야지 되요.


총: 김수현, 노희경, 인정옥..


윤: 첫째, 달라야 되요. 김수현씨도 나올 때 우리 시대 비교해보자면 인정옥 같은 사람이에요. 굉장히 달랐고 굉장히 획기적인 인물이었어요. 드라마에서 어떻게 이런 애기를.. 그럴 정도로 그 시대에 그러니까 다 좀 앞서 갔던 거죠.


총: 차이는 어떻게 있어요? 방금 말한 세 명의 작가들 같은 경우는...


윤: 점점 심해지죠. 세월이 그런 거 같애. 김수현씨가 이만큼 갈 때, 노희경이 이 만큼 갔으면 임정옥이는 이만큼 가고 있잖아. 지금. 내가 늙음도 있고요.


총: 작가와 일해 보면서 스타일의 차이라든가 그런 건 있어요?
윤: 있죠.
총: 예를 들면?


총: 김수현씨는 굉장히 자기작품에 대해 신념이 있어요. 그러니까 이게 길이다..라고 이게 딱 되어 있죠. 여기에 맞춰서 해라.. 이거다..


총: 딱 틀을 짜서 모두가 거기에 맞춰라..


윤: 근데 그게 나쁘다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아니에요. 배우가 트레이닝 되고 배우가 절제하고 그러는 데에는 굉장히 필요로 하는 거 같애요.


총: 자기가 정답을 딱 마련해놓고 이 틀 안에서 못 움직이게 하는 거군요?


윤: 그 사람이 봐 가지고 이 선을 넘어선다.. 배우가 놀 때 있어, 그 사람이 제일 싫어하는 거.. 그건 나도 동의해요. 노는 거 있잖아요?


총: 그건 어떤 건가요?


윤: 연극공연은 첫 회를 가는데 왜 첫 회를 가냐 하면, 그 때는 배우가 성심 성의껏 경직된 마음으로 충심으로 해요. 근데 마지막 공연은 다 놀아요. 찧고 까불고 다 논다구요. 여기서 이렇게 하면 웃더라 하면, 더 해 막. 한 번 넘어지면 웃더라 그러면 마지막 공연 때 세 번, 네 번 넘어져. 이렇게 심해진다 말이에요.


그 절제를 굉장히 해주죠. 김수현씨가. 그걸 절대로 못하게. 그리고 노희경.. 그런데 노희경은 그런 면에서 좀 덜한 것 같애. 그.. 애들이 요즘 보면 포용력이 넓은 것 같애. 노희경도 지난 번에 뭐 할 적에 내가, 얘.. 너 그거 20회까지 참 좋았는데.. 그 다음부터 배우들이 전부 노희경 작가님 작품을 따르느라고, 맹종하시느라고 노희경이라는 작가 때문에 온 배우가 오버를 하는데.. 성심 성의껏 오버를 하는 데, 내가 아주 죽을 뻔 했다.(폭소)


총: 성심 성의껏 오바 하하하..


윤: 20회까지는 참 좋았어요. 20회 넘어서는 온 배우가 총력을 다해 오버를 하는데, 온 식구가 울고 불고 난리가 나는데 나는 정말 죽겠어. 힘들어서. 근데 내가 그 말을 해가지고, 어쩜 그렇게 못 쓰니.. 그래 가지고 날 안 봤잖아.(폭소) 잘못했다고 반성했어. 남 열심히 쓴 거를..


총: 인정옥은?


윤: 인정옥은 걔는 참 재밌더구만. 굉장히 너그러운 데가 있더구만. 굉장히 자유롭지. 그러니까 플락서빌러티, 유동성이 참 많은 것 같애요. 지난 번에 무슨 얘기를 하다가 그랬어. 조인성이 같은 애는 왜 그렇게 못하냐?(웃음) 침은 왜 그렇게 튀기냐?(웃음) 도올 김용옥이보다 더 튀냐?(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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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박장대소)


윤: 인정옥이가 그래. 열심히 하잖아. 그래서 아, 얘가 훨씬 나보다 여유롭구나. 늙으면 편견이 많이 생겨요. 늙으면 자유롭지 못하지. 내가 고집이 생기는 거야. 쭉 살아왔던 거, 내가 봤던 거, 거기서 벗어나면 불편해.


인정옥이 그러더라고 걔 열심히 하니까 이쁘지 않냐.. 그럼 됐지 뭘.. 그 정도로 했으면 잘하는 거지.. 자기는 그러더라고. 어떤 의미로 자유로운 거고, 어떻게 보면 더 나쁜 년들이지.(일동 폭소) 우린 애정이 있으니까 쟤가 좀 더 잘해야지 그런 거고.. 이 기집애들은 조인성이 너 그 정도 됐어 그런 거잖아. 늙은이들은 그 보다 낫게 왜 못하는 거니, 그러는 거고. (폭소)


총: 작가로서 차이점은 뭐가 있나요?


윤: 서로 달라요. 다르지 뭘. 어떻게 달라 그러지마 또. 서로 기분 나쁘면 어떻게 해. 김수현 선생께서 아니 내가 얘들이랑, 나를 뭘로 보고.. 뭐 이러면 어떡할라구 그래. (폭소) 


총: 하하.. 친한 감독은 임상수감독 말고 또 누가 있어요?
윤: 아는 영화감독이 임상수 감독밖에 없잖아. 영화가 그거 하나 밖에 없으니까.


총: 영화는 보세요?
윤: 봐요.


총: 영화를 보면 와 저 영화는 잘했네 그런 영화 있으세요? 요즘 한국 영화들 중에.


윤: 어, 인제 솜씨가 보여요. 좋더라. 한국 감독들 잘하니까 좋더라. 봉준호도 잘 만들고 박찬욱 감독, 세계가 분명하고 그렇잖아. 근데 우리나라 감독들은 왜 그렇게 극단적인지 모르겠어. 난 아직도 <초원의 빛>이나 <닥터 지바고>나 이런 게 좋거든. 그런 영화를 울며 불며 보고.. <테스> 보고 로만 폴란스키도 진짜 너무 느리게 잡는구만.. 너무 템포가 없구만 그랬는데...


왜 우리가 억제되어 있다가 풀어져서 그렇게 극단적이.. 많이 극단적이잖아요. 박찬욱이도 극단적이고, 임상수도 극단적이고 많이 극단적이지. 봉준호도 극단적인 편이지. 그래도 대체로 괜찮아. 하지만 우리 늙은 사람들은 편안한 영화를 보고 싶거든. 근데 우리 때는 헐리웃 영화는 별로 안 좋아했었거든요. 헐리웃 영화 너무 웃기잖아? 꿈은 이뤄진다느니.. 그건 너무..(폭소)


총: 하하하 유치하죠.
윤: 권선징악이 확실하니까 유치하고.


총: 또래의 배우 중에 야, 저 친구 연기를 잘 한다 그런 분 있으세요?
윤: 하는 거마다 달라요. 김혜자씨 하는 거 보고 옛날에 김혜자씨가 참 잘했었는데..


총: 시대가 변한 것 같아요. 실력이야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 같은데..


윤: 어떨 때는 박원숙이 하는 거 보고.. 아, 나 할 수 없는 거 참 잘한다. 고두심이 하는 거 보고도 그렇죠. 우리 또래를 보면, 개네들은 우리 또래는 아니에요. 내 또래는요. 내 또래가 누구야. 정영숙이가 내 또래고 고두심이 김자옥이 그런 애들은 나보다 한 5년 아래에요.


총: 아래 후배들 중에, 10년 이내 정도 되는, 중견 탤런트라고 하는 사람 중에 인정하시는 배우는?


윤: 고두심은 대한민국의 어머니상으로 부각이 되고 있는데, 내가 인정을 안 한다 그럼 저 여자는 저러니까 비주류라니까.. 그런 걸 내가 확인시켜 줄 필요는 없잖아.(웃음) 근데 연기라는 게 그렇다니까요, 어우 저거는 진짜 잘 한다.. 고두심이가 잘했어.. 그러고 어떤 걸 할 때는.. 박원숙이가 잘했어 그러는 거지. 누가 언제나 최고로 잘 한다 이런 게 없어요..


총: 배역하고 맞아떨어지는 거지..


윤: 예, 그런 거지. 쟤가 지금 최고의 배우야..는 없다니까. 나는 그렇다고 봐. 뭐, 최불암씨가 대한민국의 아버지상.. 그러는데.. 나 좀 대한민국의 아버지상 어머니상, 그만 좀 뽑았으면 좋겠어.(폭소) 다 엄마고 아버지고 그렇잖아. 다 스타일이 다른 거지. 무슨 소용이 있어. 우린 정답을 만들어 놓고 일등 이등을 매기는 걸 너무 좋아해..(웃음)  


총: 미국에서 돌아온 이후 절박한 이유로 연기를 하신 거잖아요, 먹고 살라고.
윤: 그럼요. 먹고 살라고 그랬다니까. 왜 자꾸 되묻고 그래?(웃음)


총: 그게 좀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 거는 최근이에요?







윤: 그렇죠. 말할 수 있는 거 보니까. 정말 절박하고 그럴 땐 말도 못 해요. 말 못하잖아요. 난 배고픕니다 라고 말 못해. 나 배고플 적에는 나는 사실은 아무도 안 만났었고, 내 주위의 친구들도 안 만났었고, 그냥 방송국에서 대본 받아오면 연습하는 거하고, 내 아이들 보고 한 십 몇 년 동안. 그랬던 것 같애. 그게 좀 나아진 게 최근 한 10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총: 최근 10년 정도.. 그렇게 열심히 일하신 거네요?
윤: 딱 벽을 쌓고 살았어요.


총: 그리고 나서 최근 10년에 이르러서야 사람들을 만나고...


윤: 만나기도 하고 ,누가 인터뷰하자 그러면 하고. 나 그 전에는 누구하고 만나서 밥 먹고 그런 것도 안 한 거 같애..


총: 자기객관화라는 말이 좀 관념적인 말이긴 한데, 남의 위치에서 나를 볼 수 있는 게 자기 객관화인데.. 완벽하게 그럴 순 없지만 그런 사람과 아닌 사람 차이가 뭐냐면.. 자기 객관화가 되어 있으면 사람이 사는 데 시큰둥해지잖아요?  


윤: 좀 시큰둥해. 사는 거가.


총: 시니컬 하고는 다른 게. 시니컬한 건 부정적인데, 시큰둥한 거는 그런 게 아니라, 뭐 세상 대단한 거 있어.. 여유하고도 통하고..


윤: 그렇더라고. '나'라는 것도 그래요.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보는 나와,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보는 나와, 나랑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 보는 나가 있는데.. 사실 내겐 그런 성향이 다 있어. 나라는 게. 단정적으로 이 사람은 예쁜 애야, 싫은 애야.. 라고 할 수 없어. 그러니까 내가 점점 늙으면서, 자신이 없다기보다, 시큰둥 해지는 게.. 이거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


총: 좋은 배우는 어떤 배우에요?


윤: 좋은 배우는 글쎄, 뭐 난 그 기준이 싫지만.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까 특히 자본주의에 사니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배우가 좋은 배우겠죠.


총: 일반인들 관점에서는 그런 것 같고, 평생 배우하며 생각한 좋은 배우는..


윤: 지금 물어보니까 생각나는 거는, 같은 배우들끼리 쟤 잘하는 배우라고 하는 게 아마 진짜 잘하는 배우일 거에요.


총: 배우들끼린 어떤 배우를 잘 하는 배우라고 하나요?


윤: 우리는 같이, 둘이 시합을 하는 거잖아요? 둘이 같이 공연을 한다.. 그러면 내가 보건대, 같이 탁구게임이라든지..


총: 주고 받는...


윤: 네, 주고 받는 서브부터가 인제 시작이 되죠. 그런데 여러 가지가 작용을 한단 말이에요. 딱 현장에 있을 적에 사람 대 사람 아닌, 배우 대 배우라면... 예를 들어 나하구 배우 김혜자씨가 있을 때.. 착찹해지는 거에요. 김혜자라는 배우가 나보다 선배고 나보다 많이 누린 배우고 기득권이라고 그럴까 그런 거는 김혜자 쪽에 있는 거죠..


총: 심리적으로 약간...


윤: 심리적으로 약간.. 박근형씨가 어저께, 선배 눈 똑바로 보고 할 수 있으면 배우가 된 거지 그러더라고.. 나는 왜 얘네들이 이상하게 눈을 안 보고 하나 그랬어.. 그게 현장에서 그 자신감이...


총: 기가 죽는 거네요?


윤: 기가 일단 죽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제일 잘 알잖아요. 고 상황에서요. 벌써 NG를 누가 먼저 냈느냐.. 내고 나면 서브가 1대0으로 넘어가고 그런 거지. 인제. 만약 둘이서 하다가 1대 빵이 되는 거겠지. 다시 또 만회할 수 있어요. 만회가 되는 배우는 그나마 배우가 된 걸 거에요. 그런데 만회가 안 되고 그거 한 방에 조지는 배우가 있잖아.  


총: 계속 기 죽어서 그 상태를 유지해서, 끝까지 하수로 그냥 끝나버리는 배우들이 있고, 그러니까 배우들이 인정하는 좋은 배우라는 거는..


윤: 모든 것들이 합친 걸 거에요. 현장성이라든지.. 잘 알죠. 둘이 딱 같이 하는 거기 때문에 얘가 가짜로 하는지 안 하는지, 얼렁뚱땅하는 하는 건지.. 모두 빨가벗고 링에 오른 거니까. 실력을 제일 알 수 있을 거에요.


총: 좋은 배우는 그러면 열등감이 없어야겠네요, 자기 존중감도 있어야겠고.


윤: 그러니까 배우라는 직업이요, 제가 보건대 굉장히 어려운 직업이에요. 잘된 배우는 아마 철학자 정도 되었을 거 같애. 배우의 인생을 잘 마감하려면. 배우라는 직업이 넘쳐도 안 되고 모자라도 안 되고 훌륭한 배우가 되려면.. 좋은 배우 그게 글쎄.. 정의를 내려야 되는데.. 내가 제일 딸린 게 내가 연극영화과 출신이 아니에요.. (폭소)


총 : 하하하..


윤: 내가 연기론도 없어요, 내가. 그런 날 보고 그 정의 내리라는 거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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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자아도취 없는 배우라고 처음에 말씀 드렸는데 여배우 중에 그런 배우가 있어요? 보시기에?


윤: 대체로 늙으면 지 단점은 잘 알게 되는 거 같애요. 무슨 생각이 났냐 하면 김자옥이가 나랑 요새 많이 하는데.. 지 목소리가 나올 때 있잖아요. 모니터 다시 돌리면.. 걔, 예쁜 아이잖아요. 그런데.. 자기도 자기 소리를 들으면서 지 소리 싫어해요..


총: 젊은 애들 중에 그런 게 느껴지는 배우가 있어요? 저희가 후계자를 찾아야 하는데 다음 인터뷰를 하려면...


윤: 글쎄 말이야. 자기네가 찾아봐요. 왜 나보고 찾으라 그래?(웃음)


시포: 고현정씨 같은 경우 친하시죠?


윤: 걔는 너무 이제 움직이는 중소기업이 되었기 때문에 난 친하다고 안 그럴거야.(폭소) 돈도 너무 많이 벌고, 난 열등의식이 생기잖아. 이게 왠 일이야, 얘 너랑 이제 못 놀겠다 그래. 돈이 너무 차이가 나서. 그랬어요.(폭소)


총: 자아도취가 없어야 현실하고 소통을 하는데, 또 그래야 늙지 않고 현실감각을 유지하는 것 같은데.. 그러니까 윤여정씨는 끊임없이 도회적이에요.


윤: 내가요? 좋은 뜻으로 얘기하는 거죠?
총: 그렇죠. 할머니가 안 되는 거죠..


윤: 나 지금 할머니하고 있어요.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시포: (할머니 배역이)저는 너무 어색해서..


총: 찢어진 청바지 입은 할머니는 모르겠지만, 그냥 할머니는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시포: 예전에 초로의 촌부 연기를 하셨던 것 같은데, 사실은 전 그게 마음에 안 들었거든요. 배역 자체가.


윤: 초이스가 있었어요. 할머니를 하겠느냐, 엄마를 하겠느냐 그랬는데 내가 선택한 길이에요. 내가 몇 가지를 머리를 쓴 거지. 텔레비전에 일일 연속극 엄마라는 게 뻔해요. 밥 먹었느냐? 먹지 않았느냐? 결혼 반대하고...


총: 결혼 반대하고.. 우하하하


윤: 텔레비전이라는 게 즉시 제작되는 거에요. 영화도 아니고 연극도 아니고 그 인물을 만들어봤자 뭘 내가 더 할 수 있겠어요? 근데 전혀 다른 할머니라든지 하면 달라질 여지가 있고.. 할머니 하는 걸 보통 꺼려 하는데, 자기 나이가 읽히니까.. 근데 내가 좀 용감한 데가 있어. 좀 무모한 데가 있다고 그럴 수 있지. 배역을 택하는 거에서는. 어차피 내가 진짜 할머니가 되면 할머니 역할 못해요, 또. 대사를 못 외우니까. 하하하..


총: (박장대소)


윤: 내가 지금 70먹은 할머니 역을 하면, 그건 상상한 할머니일 거 아니에요.


총: 지금 2,3십대와 애기하셔도 전혀 안 떨어지거든요. 감각이..


윤: 딴지일보도 못 봤는데 어떻게 안 떨어져..


총: 하하.. 생활인으로 살아서 자아도취 없고 자기객관화 되었고.. 그래서 현재하고 끊임없이 대화하는 건데..


윤: 너무 바닥으로 떨어져 그럴 수도 있죠..


총: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보기에도, 옛날 사람 같지가 않고.. 젊은 감독들이 좋아할 수밖에..


윤: 임상수만 좋아한다니까 뭘 그렇게 자꾸 젊은 감독은..(웃음) 임상수를 왜 좋아했냐 하면 걔가 나를 참 많이 객관화를 시켜줘. 내가 <바람난 가족> 그걸 해 가지고 조연여우상을 탔어. 내가 임상수를 밥을 사주는 자리야. 내가 그랬어. 내가 한 것도 없는데, 그 몇 씬 나갔다고 상 받은 게 좀 웃기더라.. 그랬더니 임상수가 그건 좀 웃기죠 그래. 김인문씨가 타야 되는데.. 그래..


나는 걔의 객관성이 좋아. 김인문하고 싸움 더럽게 했어. (웃음) 저도 맞짱 뜰려고 했대. 근데 내가 보건대 김인문씨가 약지를 못해. 감독을 따라줘야 하거든요. 안 따르려면 같이 일 안 하면 돼. 감독은 객관화가 되어있는 입장이에요. 그 인물에 대해서.


배우가 늘 편한 거만 하면 또 항상 같은 윤여정이밖에 안 돼요. 그 객관화된 감독 말을 들어주면은 저 사람 딴 걸 하네.. 하는 걸 보여줄 수 있다 이거야. 그런데 이 아저씨가 밤 새워 싸우고 있더라고, 미련하게. 빨리 촬영해야 하는데.. (웃음)



총: 그거다, 아니다 가지고...


윤: 어, 그러면 우리 정서로는 촌스럽게, 걔랑 싸운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말 안 하쟎아.. 그런데 임감독은 상은 김인문씨가 타야 되는데 그러더라고.. 객관적이야.. 그래서 내가, 맞다 분량도 김인문씨가 더 많고.. 김인문씨가 타야 되는데.. 임상수한테 그랬어. 그런데 내가 왜 탔냐? 그러면 내가 빽을 쓴 것도 아닌데 왜 탔냐고 그랬더니..


임상수가 그러더라고. 윤여정이가 기가 셌던 거지.. 아 나는 무슨 말인지 알겠어. 상이라는 건 배우가 한 일에 대해서 정확한 점수가 나와서 주는 건 아니에요. 그 상을 줄 때 이 상을 줌으로써 지네가 노리는 효과가 또 많잖아요. 주면 부각되고.. 그런 사람을 주게 되는 거지. 그렇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에, 운대가 맞아 떨어지고 좋으면 타는 거지.


총: 정치적으로, 야 이 사람을 줘야 우리 상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잘 드러나는구나.. 그렇기도 하겠지만 연기에 임펙트도 있어야 되기도 하겠죠.


윤: 임상수가 그렇게 말해주는 게 나를 정신을 차리게 해주는 거라서 고마웠다고. 그 순간에 대체로 감독들이 자기하고 같이 작업하고 내가 밥도 사주고 그러니까, 아니요 선생님이 잘하셨어요.. 그렇게 말하면 좀 좋아? (일동폭소) 그건 윤여정씨가 기가 세서 그런 거죠.. 김인문씨가 잘 하셨죠.. 그래서 꼭 물을 끼얹어요. (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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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그래서 야단 맞아요. 나는 심재명 그런 애들한테.. 선생님은 임상수를 너무 좋아한다 너무 예뻐한다고. 그런데 나는 그런 사람이 좋아요. 나는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 말이.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한 말이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해도 옳은 말 하는 사람, 좋아한단다.


총: 사기 안치는 거죠.
윤: 그래 맞아요. 임상수는 사기 치는 걸 제일 싫어한대.


총: 저희 인터뷰는 된 거 같은데, 후계자를 못 뽑아서 지금. (웃음)
윤: 자기네들이 뽑으면 되잖아. (웃음)


총: 그러니까 이거 잘못하면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 버리는데. (웃음)


윤: 그러면 안되잖아. 다음에 해야.. 내가 그렇게 보여지는구나.. 걔를 통해서 나를 볼 수 있잖아..



영리하다.


총: 설문조사를 한 번 해봐야 되겠어요. 윤여정의 이런 계보를 잇는, 그 다음은 젊은 애들 중에 누가 될까. 죽 후보 늘어놓고 설문조사를 해서 뽑히면, 그 다음에 그 사람을 인터뷰를 해야겠어요.  


윤: 배두나를 나랑 많이 어떻다고들 그런 소리를 들었어요. 배두나도, 걔도 비주류지, 걔도 주류는 아니죠. 걔도 얼굴로 어떻게 하진 않잖아.


총: 배두나 싫어하겠어요. 예쁘지 않다 그러면은(웃음)


윤: 아니 보편타당성 있는 그런 걸 얘기하는 거잖아.
총: 인형같이..


윤: 어, 그걸 얘기하는 거잖아. 왜 매력있죠, 걔가..
총: 매력 있죠.


윤: 오늘 인터뷰 머리를 많이 쓰게 해요. 연구를 많이 하게 해.
총: 저희 인터뷰가 어렵습니다.


윤: 어렵네.


총: 그런데 사람들이 재미있어 해요. 저희 인터뷰는 가능하면 그대로 다 풀구요.


윤: 그대로 다 풀어가지고 고두심이 어쨌다 이렇게 나가고 김혜자씨가 어쨌다 그러면 어떻게 해.
총: 특별한 문제가 있을 땐, 빼구요.


윤: 안돼. 그러면 내가 죽어.(웃음) 큰일 나. 내가 몇 년 더 해야 돼. 큰일 나.


총: 알겠어요. 아, 오늘 감사합니다


윤: 재미있었어요.
총: 저희도 재미있었어요


윤: 재미있을 거라고 임상수가 그러더라고, 날 보러. 내가 무슨 영화가 들어왔어. 내가 이 영화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묻느라고 임상수한테 전화를 했어. 내가 그 영화를 속으로 안 하리라고 결심하고 통화가 되었어. 이제사 전화를 하면 어떻게 하냐 그랬더니 임상수의 말이 재미있어. 그 영화가 흥행은 된다.. 그러나 선생님이 흥행하고 무슨 상관이냐..(웃음) 그래 내가 맞다 그랬지. 내가 그 영화 몇 씬 나가가지고 흥행이 된다 그런다고, 윤여정이가 고현정이 되는 건 아니거든. (폭소)


총 : 푸하하..


윤: 흥행을 시켰다 해서 그 다음에 내 개런티가 올라가고 그런 것도 하나도 아니잖아요. 그래 임상수 말이 맞지. 나도 벌써 그렇게 생각했어. (웃음)


총: 알려 드릴게요. 후계자로 누가 나오는지.


윤: 그걸, 인터넷 그걸 어떻게 봐. 애들보고 보라 그래야 되는 거지? 아, 김호정보고 보라 그러면 되겠다. 김호정이라고 비주류가 하나 있죠. 연극하는 애가.


총: 아, 네. 압니다. 영화 뭐였더라.
윤: 영화 나랑 한 거 하나 있어요. 아, <나비>인가 하나 있어요.


총: <나비>, 상 받은 거.


윤: 걔가 나랑 연극할 때, 내가 엄마하고 걔가 딸을 한 번 한 적 있었어요. 테네시 윌리암스 거, <유리 동물원> 할 때. 그래서 내가 가까워졌는데, 걔가 뭐라 그럴까.. 지저분하게 안 하고 자존심 있게 하더라고. 그런데 걔가 너무 비주류로 남을 거 같아서..


호정아, 어떻게 좀 테레비도 좀 하고 다 하고 나서, 해 보고.. 아직 젊으니까.. 그리고 내가 그랬어요. 넌 연극하는 배우들의 이상한 열등의식 같은 거 가지고 있는 거 같은데.. 그런 거 갖지 마 그랬어. 연극하는 배우들 다 그런 거 아니지만, 일부는 이상한 열등의식을 우월감으로 커버하려는 게 있어. 아주. (웃음)  


윤: 그건 기분 나빠. 테레비에 나오는 배우들을 우습게 알아요.(폭소)
총: 여기는 기술, 거기는 예술. 하하하..


윤: 그건 웃기는 거야. 테레비도 잘하고 연극도 하고. 김갑수 좋아. 응. 김갑수 잘하는 배우야. 테레비도 잘하고 연극도 잘하고. 한 번도 못 봤지만 잘하는 배우야. 남자 배우 중에서. 괜히 테레비는 안 한다는 둥.. 안 하긴 뭘 안 해. 이것저것 다 해보고 애기하자 이거야.


총: 자기 위안도 필요한 거니까.
윤: 그 우월감도 열등의식을 카바하느라 그런 거 같애.


총: 동전의 양면처럼.
윤: 그래서 내가 호정이한테 너도 거의 그런 상태인 거 같애. (웃음)


총: 그랬더니?
윤: 눈 흘기지 뭐. 사람이 누구나 자기한테 바른 소리하면 다 듣기 싫어해요. 숨긴 게 들킬 까봐.


총: 혼자 사시죠?
윤: 애들은 다 거기 있고, 나는 우리 엄마랑 같이 살죠.
총: 아이들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커버렸고.  


윤: 컸죠. 하나는 취직을 했다니까 정규직은 아니고(웃음). 그것도 장해. 그 어렸던 게 돈을 번다니 그냥 신통하더라고. 돈을 번다니.


총: 그 사이에 연애는 못하셨어요? 이제 남은 건 연애인데.. 그 동안은 생활을 책임지시느라.. 하지만 이제 아이들 다 키우셨고..


윤: 아니 임상수가, 내가 그 영활 하면 연애를 하게 해준대. 연애는 무슨, 남자도 못 구해오는 애가 뭘... (폭소)


총: 이제 생활은 내려 놓으시고.. 연애만 남은 거죠.
윤: 쉰 아홉 살인데, 뭐.


총: 쉰 아홉 살, 예전에 쉰 아홉 살은 할머닌데 지금 쉰 아홉 살은 예전 감각으로는 사십 대에요.


윤: 그런 거 같아. 그런데 내가 보건대, 생리적으로 연애를 할 수 있는 나이가 있는 것 같애. 생리적으로 여성적인 거를 유지하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사람이 그냥 순리적으로.. 내 인생관은 그런 거 같애. 어릴 적에 남자, 여자 구분 없잖아요. 조금 자라야지 남자하고 여자하고 무안해하고 그러지.


그 때서부터 호르몬이 나오는 거 같애.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 우리가 갱년기가 되면서부터는 여성 호르몬이 안 나온다 말이야. 그러면서 중성이 되어 가잖아. 그러니까 뻔뻔스러워지잖아. 그건 순리적이라고 생각해. 내가 김어준 만났을 때, 아우 안녕하세요, 네 처음 뵙겠습니다, 쑥스러워하고 그러면 좀 이상하잖아요.



총: 제가 보기엔 여성성이 넘치는데?
윤: 그런 여자들이 또 있어요. 이렇게 막 부끄러워하고..


총: 그건 여성성이 아닌 것 같고..
윤: 그게 여성성이지 뭐?
총: 아. 그건.. 그냥 아양이고..(웃음)


윤: 애교가 있고 그래야 되는데 그래서 내가 중성적이기 때문에 내가..
총: 전혀 아닌데. 중성적이지 않은데..


윤: 인정옥이 그래. 내가 여자라는 거야, 나한테. 그래서 내가 그랬어, 니가 여자로 봐서 뭐하니, 남자가 여자로 봐야지.. 그랬어. (웃음) 귀찮아서.. 바깥에 나가야지 되는데, 아휴, 연애라는 게 교통사고처럼 나야지, 연애를 해야지 결심을 한다고 되는 거에요, 그게? 그럼 해볼께, 그럼. 연예를 해볼께.(웃음)


총: 우하하하. 거기까지만 하죠. 결심하신 것까지만.  
윤: 하하하.
총: 연애를 하시면 굉장히 재미있을 거 같아요..


윤: 하하하.. 해볼께요.. 하하



여기서 인터뷰는 끝이 났다.





 

그녀는 도취와 과장 없는 객관화된 균형감각으로 시대와 공조해 왔다. 그래서 곧 환갑 되는 그녀는 여전히 '요즘 사람' 같다. 그 연배에, 요즘 사람 같은 배우는, 그녀 뿐이다. 그렇게 그녀는 이제 누구도 모사할 수 없는 그녀만의 고유한 지경에 가 있다.


TV가 아니라 삶을 통찰하는 배우, 윤여정


이젠 불타는 연애를 !


 




딴지 이너뷰 우원장
딴지총수(chongsu@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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