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손지연

2005-05-04 00:00

작은글씨이미지
큰글씨이미지
호떡 추천1 비추천0









손지연






  - ARTIST: 손지연
- TITLE: The egoist
- GENRE: 포크/포크락
- 주목할 넘: 주인공 손지연
                  후견인 양병집











  포크로 들이키는 알싸한 심호흡

2003년 가을, 질퍽거리는 갯벌에 우두커니 서있는 자켓으로 난데없이 등장했던 싱어송라이터 손지연. 그녀가 얼마 전 셀프 프로듀싱으로 마감질한 두 번째 앨범 으로 돌아왔다. 데뷔 앨범 <실화-My life’s story>가 프로듀서 장인호와 재즈 피아니스트 임인건의 손길로 인해 곳곳에 고급스럽고 재지한 사운드를 머금고 있었던 반면, 자신의 음악을 스스로 감독한 손지연의 요번 두 번째 앨범은 올곧게 투박한 포크의 한 길을 가고 있다. 일단 본 앨범이 그녀가 간직한 목소리, 그리고 그녀의 장기인 삶의 진솔한 서술 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사운드에 더 근접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호떡 두 개만 사줘요 라는 가사를 재즈 반주에 실어 불렀던 데뷔 앨범의 [호떡]과 같은 생뚱맞음이 본 앨범에는 없으니까 말이다. [호떡]도 인상적인 트랙이긴 했지만 그녀의 속내로 통하는 진입로를 살짝 방해했던 사운드의 삼천포였던 건 사실이니까. 뭐 굳이 의혹의 눈초리를 곧추 세운다면 데뷔 앨범의 고급스러움을 불가피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웰빙 사운드로의 편승 으로 꼬나볼 수도 있다. 허나 어쨌든 최종 결과는 이거였다. 그녀의 존재감이 장난이 아니었다는 사실.


. 그녀가 스스로를 반추하는 무수한 단어들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되지만 본 우원, 제 3자의 입장에서 대중을 배려하지 않는 무신경한 사람 이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싶다. 라이너 노트를 쓴 신현준씨의 말마따나 그녀의 음악은 주류의 유행뿐만 아니라 언더(혹은 인디)에서의 유행과도 동떨어져 있다. 사랑 노래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조성모류로 대변되는 절절한 발라드는 당연히 아니고, 그렇다고 스위트피Sweetpea로 대변되는 성sex이 불분명한 사춘기의 감수성도 아니다. 전자의 단골손님인 울부짖는 보컬이나 폼나는 솔로 연주도 없고 후자의 단골손님인 닐 영Neil Young 식의 어눌한 목소리나 포근한 기타 노이즈도 없다. 그녀가 앨범 곳곳에 심어놓은 키보드와 신디사이저는 잘 봐주면 소박하고 못 봐주면 촌스럽다. [권태]와 [날]이 좀 모던하다고는 하지만 저 인디의 스타 밴드들의 치밀함에 비하면 이건 편곡도 아니다. 사운드는 확실하게 심플하고 조촐하다. 2005년 식 모호함과 복잡함은 그녀의 영역이 아니다. 러닝 타임이 2분도 안 되는 곡들을 차례로 포진시킨 [손톱], [성탄], [아직도]의 라인업만 봐도 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바로 이런 지점에서 그녀의 존재감이 부각된다. 하지만 이 존재감은 단순히 2005년 식이 아니기 때문에 얻어지는 손쉬운 상대적 혹은 복고적 우위가 아니다. 그녀의 존재감은 전적으로 그녀에게서 나온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라이너 노트의 말을 빌자. 저 사람 아니면 저런 음악은 만들 수 없다.


물론 그녀의 주된 관심사는 남녀간의 사랑이다. 그녀의 얼굴은 시골스럽지도 않으며 도시의 평범한 청춘남녀들과 매한가지로 슈크림 케잌을 좋아하고 연인과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를 찬송한다. 데뷔 앨범엔 사귄 지 얼마 안 된 애인에게나 할 법한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말고 이것만 들어주세요 라는 막무가내까지 있다. 그러나 그녀에겐 더 예쁘고 더 슬프고 더 모호하게 치장해야만 하는 이 분기점에서 오히려 반대로 그 속내를 결정적으로 까발리고야 마는 습관이 있다. 데뷔 앨범 때부터 유독 눈에 밟히던 습관 말이다. 여기저기에 쏟아지는 나의 실언처럼 ([영영]), 단번에 알았어 너를 길게 쫓아다녀야 한단 걸 미친년 ([날]), 어젯밤 내가 널 얼마나 사랑했는데 넌 그냥 집으로 돌아가더라 ([너]), 너에게 가는 배는 노 저을 필요 없지 뭐든 다 끌려가니까 ([춤추는 달]) 등등의 표현은 확고부동한 손지연표 어록이다.


모던한 로맨스에 생채기를 내는 이러한 어록은 그녀가 만든 멜로디, 그리고 그녀가 부르는 목소리와 만나 비로소 알싸한 맛을 낸다. 특히나 저음과 고음 사이를 차분함과 날카로움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묘한 긴장과 불안을 자아내는데, 바로 이것이 그녀가 한꺼번에 보유하고 있는 사랑에 대한 따뜻한 기대와 그 이면에 존재하는 섬뜩한 응시를 동시에 구현토록 해준다. 그녀의 바이브레이션과 오버더빙에 이 두 가지가 농축되어 있다.


앞서 그녀를 대중을 배려하지 않는 무신경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조금만 더 귀를 열고 먼저 다가선다면 심플한 사운드에 얹힌 그녀의 까끌한 목소리는 어느 순간 야릇한 매력을 발산할 것이다. 혹시 [오늘]과 [권태]에 등장하는 밋밋한 후렴구가 바로 이 야릇한 매력의 키워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 너무해 피곤해/ 너무해 아이 따분해, 즐겁고 권태로와/ 즐겁고 권태로와/ 즐겁고 권태로와. 당신이 이 후렴구를 기꺼이 소화시킬 수 있다면 본 우원이 주저리 주저리 떠들어댄 생채기는 아마 일도 아닐 것이다. 그녀의 단어들은 얼마든지 알싸한 각성제가 되어줄 것이다.


손지연 홈페이지 www.sonjiyeon.com 






List


01. 오늘
02. 이야기
03. 영영
04. 권태
05. 날
06. 너
07. 손톱
08. 성탄
09. 아직도
10. 춤추는 달
11. 하늘


Grade 1.5
호떡 (yhjpyh@hanmail.net)

Profile
딴지일보 공식 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