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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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가을, 질퍽거리는 갯벌에 우두커니 서있는 자켓으로 난데없이 등장했던 싱어송라이터 손지연. 그녀가 얼마 전 셀프 프로듀싱으로 마감질한 두 번째 앨범 그러나 바로 이런 지점에서 그녀의 존재감이 부각된다. 하지만 이 존재감은 단순히 2005년 식이 아니기 때문에 얻어지는 손쉬운 상대적 혹은 복고적 우위가 아니다. 그녀의 존재감은 전적으로 그녀에게서 나온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라이너 노트의 말을 빌자. 저 사람 아니면 저런 음악은 만들 수 없다. 물론 그녀의 주된 관심사는 남녀간의 사랑이다. 그녀의 얼굴은 시골스럽지도 않으며 도시의 평범한 청춘남녀들과 매한가지로 슈크림 케잌을 좋아하고 연인과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를 찬송한다. 데뷔 앨범엔 사귄 지 얼마 안 된 애인에게나 할 법한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말고 이것만 들어주세요 라는 막무가내까지 있다. 그러나 그녀에겐 더 예쁘고 더 슬프고 더 모호하게 치장해야만 하는 이 분기점에서 오히려 반대로 그 속내를 결정적으로 까발리고야 마는 습관이 있다. 데뷔 앨범 때부터 유독 눈에 밟히던 습관 말이다. 여기저기에 쏟아지는 나의 실언처럼 ([영영]), 단번에 알았어 너를 길게 쫓아다녀야 한단 걸 미친년 ([날]), 어젯밤 내가 널 얼마나 사랑했는데 넌 그냥 집으로 돌아가더라 ([너]), 너에게 가는 배는 노 저을 필요 없지 뭐든 다 끌려가니까 ([춤추는 달]) 등등의 표현은 확고부동한 손지연표 어록이다. 모던한 로맨스에 생채기를 내는 이러한 어록은 그녀가 만든 멜로디, 그리고 그녀가 부르는 목소리와 만나 비로소 알싸한 맛을 낸다. 특히나 저음과 고음 사이를 차분함과 날카로움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묘한 긴장과 불안을 자아내는데, 바로 이것이 그녀가 한꺼번에 보유하고 있는 사랑에 대한 따뜻한 기대와 그 이면에 존재하는 섬뜩한 응시를 동시에 구현토록 해준다. 그녀의 바이브레이션과 오버더빙에 이 두 가지가 농축되어 있다. 앞서 그녀를 대중을 배려하지 않는 무신경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조금만 더 귀를 열고 먼저 다가선다면 심플한 사운드에 얹힌 그녀의 까끌한 목소리는 어느 순간 야릇한 매력을 발산할 것이다. 혹시 [오늘]과 [권태]에 등장하는 밋밋한 후렴구가 바로 이 야릇한 매력의 키워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 너무해 피곤해/ 너무해 아이 따분해, 즐겁고 권태로와/ 즐겁고 권태로와/ 즐겁고 권태로와. 당신이 이 후렴구를 기꺼이 소화시킬 수 있다면 본 우원이 주저리 주저리 떠들어댄 생채기는 아마 일도 아닐 것이다. 그녀의 단어들은 얼마든지 알싸한 각성제가 되어줄 것이다. 손지연 홈페이지 www.sonjiye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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